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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SE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강우석 감독, 이성재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에서는 누구나 미워할만한 '공공의 적'을 설정하고 그에 대비되는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강철중 형사(설경구 분)를 주인공으로 배치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나쁜 놈이 결국에는 정의의 심판을 받고 처절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싶어하는 감정이 있을 것이다. '인과응보에의 바램'이랄까? 이 영화는 전적으로 이러한 인간의 기대심리에 편승하고 있다.
나에게도 인과응보에의 바램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영화에서라도 악랄한 악당이 영화 마지막에 가서는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든지 주인공에게 시원하게 얻어터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렇듯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 지 빤히 보이고 관객이 기대하는 바가 분명한 영화가 성공하려면 영화의 두 축인 공공의 적과 우리의 주인공 강철중 형사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녹아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없이 누구나 저놈은 정말 나쁜 놈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영화 뒷부분에 그놈이 응징을 받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런지.
그런데 공공의 적에 등장하는 공공의 적 규환(이성재 분)은 너무나도 작위적으로 악당으로 만드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사실 악당이나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공공의 적이라기보다는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없이 자신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상하게 하면 바로 사람을 죽여버리는 살인광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전형적인 싸이코 킬러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했다면 - 양들의 침묵에서 등장하는 살인마나 살인의 추억에 등장하는 살인마같은 이미지였다면 - 형사가 살인마를 쫓는 류의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살인마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는 하겠지만 애당초 영화가 의도한 방향으로 관객들을 이끌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고민끝에 공공의 적에서 등장하는 규환이라는 캐릭터는 상류층의 잘나가는 인물이면서도 전혀 납득이 안되는 이유로 사람 - 심지어는 자신의 부모도 - 을 죽이는 살인광의 어색한 캐릭터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 전적으로 관객에게 공공의 분노를 일으켜야 하는 공공의 적 캐릭터가 어깨 한번 부딪쳤다고 사람을 죽이는 정도의 어이없는 캐릭터가 되어 영화의 흥미를 반감시켰다고나 할까?
설경구가 강철중 형사의 캐릭터에 정말 잘 어울리고 연기도 정말 잘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강철중에게 얻어맞는 깡패들이나 악덕 업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정도 통쾌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성재도 인정없는 패륜의 살인마 역을 잘 연기해 냈다.(이 역 이후 cf가 끊겼다는 말까지 있으니...) 하지만 영화의 잔재미와 배우들의 명연기도 이유없이 벌어지는 살인과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들, 대한민국의 정의를 혼자 다 실현하는 듯한 강철중의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을 커버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