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인간관계론 (반양장)
데일 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선물받고서는 나는 저자가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 인줄 알았다. 물론 앤드류 카네기에 관해서도 나는 그가 철강과 관련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으리라는 막연한 짐작밖에 할 수 없었지만, 이 책의 저자가 그보다도 덜 유명한 데일 카네기라는 사실에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실망을 하였다. 그렇지만, 이 책에 대한 서평이나 소개글 등을 통해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라는 책이 1937년 초판을 발행한 이래 줄곧 베스트셀러가 되어 왔고 - 7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읽고 있지 않은가? - 데일 카네기의 인간경영에 관한 노하우가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지침이 된다는 점을 알게 된 후에는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인간관계에 관한 책이 모두 그렇겠지만, 이 책의 내용도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내용에 관한 책에 대하여 좋은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그 책을 읽고 나서 얼마나 독자가 책의 내용대로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독자의 인간관계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데 있어 상당히 유용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사실 그것은 이 책이 수십년간 베스트셀러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어느 정도 증명이 될 것이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의 사례들이 과거에 성공적이지 못했는데 이 방법을 적용하니 마술처럼 일이 잘 풀려나갔다는 틀에 박힌 것들이어서 후반부에 갈 수록 집중도가 좀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책에 인간관계의 원칙에 관한 좋은 지침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원칙과 인관관계를 잘 맺는 6가지 방법이 서로 어떻게 다르고 구별되는 것인지가 모호한 것처럼 큰 장간의 구분이 논리적이지 않고 부분적으로 중복되는 내용이 있다는 점도 조금 아쉬웠다.

언제나처럼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이 책은 실천을 위한 좋은 도구일 뿐이다. 이 책을 읽고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한 1%의 진전이라도 있으려면 이 책을 읽고 어떻게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면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가에 있을 것이다. 개인적 활용을 위해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한 것을 바탕으로 정리해본다.


1. 인간관계 개선의 필요성

 

성공적인 인간관계는 성공 그자체 - 성공적인 사람은 무엇보다도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다. 자동차회사 회장이 자동차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는 전문가를 부릴 줄 아는 능력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우리가 투자하는 노력 - 성공적인 인간관계가 그토록 중요함에도 우리는 이를 위해 전문지식이나 어학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의 1/10, 아니 1/100도 투자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인간경영의 노하우를 타고난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약간의 노력과 습관화로 호감있고 인기있는 사람, 나아가 성공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2. 인간관계 개선을 위한 변화의 방법들


가. 인간관계의 원칙을 습득하는 것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이를 습득하기 위한 의욕을 개발한다.

 

나. 이 책에서 제시된 인간관계의 원칙들을 어떻게 실생활에서 활용할 것인지 수시로 생각한다.


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간관계의 원칙들을 활용해본다.


라. 일단위, 또는 주단위로 인간관계의 원칙에 비추어 자신이 잘못한 일을 반성하고, 인간관계의 원칙을 활용하여 이룩한 진전에 대하여 확인한다.


마. 자신에게 가장 긴요하다고 생각되는 원칙들을 책상이나 머리맡에 인쇄하여 붙여놓고 계속하여 머릿속에 떠오르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대할 때 그러한 인간관계의 원칙을 떠올리며 행동하도록 한다.


3.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원칙


가. 비난이나 비평, 불평을 하지마라. -

비난은 상대방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을 정당화하고 오히려 우리를 비난하게 만든다.


마음이 상하여 상대방을 비난하려고 할 때 마음 속에서 한 번 삭여라. 그리고 그런 말을 한다고 상황이 달라지거나 상대방이 공감할 것인지에 스스로에게 되물어라.


사람은 말 한마디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만큼 감정적인 동물이다. 또한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 한마디로 그 사람에게서 평생 미움을 받을 수도 있다.


나.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하라. - 

사람은 누구나 칭찬받기를 좋아한다. 인간성에 있어서 가장 심오한 원칙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이다.(p55)


자식자랑, 내가 아는 누군가의 대단한 일에 대한 자랑섞인 말은 모두 다른 사람으로부터 우리의 중요감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에 따른 것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식욕만큼이나 원초적인 것이다. 우리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일주일간 아무것도 주지 않고 굶긴다면 그것은 범죄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음식만큼이나 사람들이 갈구하는 칭찬을 하지 않은 채 일주일, 6주, 심지어 60년을 지나쳐버리고 있는 것이다.(p66)


아첨은 분별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천박하고 이기적이며 무성의한 것이다. 아첨은 무성의하고 이기적이며 비난받지만 칭찬은 진지하고 이기적이지 않으며 어디에서나 환영받는다.(p68)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하라. 칭찬의 대상이 대단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의 조그만 관심사항을 재빨리 파악하여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하자.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조그만 방법은 바로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 조금의 노력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을 것이다.


다. 역지사지 - 


모든 불화는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만 사물을 바라보는데서 비롯된다. 한국에서 전쟁이 나서 수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해도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는 한 끼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훨씬 더 큰 관심사다.


상대방과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만 생각해 보자. 그리고 상대방의 생각이나 욕구에 공감해보자.


상대방의 의견이 우리와 다를지라도 끝까지 경청하자. 그의 가장 큰 욕구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감받고 싶어 하는 것이며 우리의 의견이나 평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의견을 제시할 때에도 우리가 틀릴 수 있음을 언급하고 상대방의 의견에도 타당한 면이 있음을 인정해라.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을 하게끔 하려면 그가 스스로 그 일을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즉, 다른 사람의 마음에 열렬한 욕구를 불러일으켜라!


라. 기타


(1) 미소를 지어라.

우리 주변에 호감이 가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그들 모두 미소가 아름답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2) 상대방을 비평할 때는...

결코 상대방이 틀렸다고 말하지 말라. 상대방을 비평하려거든 먼저 자신의 견해가 틀릴 수 있음을, 또는 자신도 잘못이 있음을 인정해라.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에 타당한 면이 있음을 인정해라. 그리고 그가 틀렸음을 직접 지적하지 말고 간접적으로 틀렸음을 알게 하라. 상대방을 비평하더라도 그의 자존심을 건드려서는 안되고, 체면을 세워주면 상대방의 반발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3)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분명한 태도로 인정하라.

잘못을 감추려다 보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되고 언젠가는 모든 것이 밝혀지게 마련이다. 차라리 가능한 빨리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매듭을 짓는 것이 낫다.


(4) 공은 상대방에게 돌려라.

칭찬을 하라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된다. 공을 상대방에게 돌리면 결국 그 공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상대방을 설득할 때는 자신의 의견을 마치 상대방의 좋은 아이디어로부터 나온 것처럼 제시하라. 상대방은 설득당하고서도 자신의 의견대로 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


(5) 채찍보다는 당근을.

격려해 주어라. 때로는 채찍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같은 값이면, 그리고 처음이라면 질책보다는 따뜻한 격려가 상대방을 더욱 분발하게 할 것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잘못은 쉽게 고칠 수 있고 우리가 상대방의 능력에 대해 신뢰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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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6-04-1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갸뿡.. 이거 보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난 인간관계에서는 좀 서투른 거 같네. 자갸 말대로 이거 읽고 사람들을 대하는 내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보꾸마

외로운 발바닥 2006-04-19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다 아는 이야기지만 항상 실천이 어렵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민규동 감독, 황정민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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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른 이야기 속에 스치듯이 지나가면서 각 이야기들이 조금씩 겹쳐진다. 이런 방식의 영화기법을 무엇이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상대가 숨겨진 이복형제라는 식으로 등장인물 몇 명이 알고보면 다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각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다른 이야기의 등장인물들과 스치듯 인연을 맺음으로써 각 이야기가 서로 연관되는 점이 아닌가 한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드라마에서와 같은 극단적인 관계의 중첩 - 특히 서로 접점이 되는 관계가 매우 친밀한 것이라는 점에서 - 은 나타나지 않아서 좀 과하다 싶을 우연의 일치에 따른 거부감은 그리 심하지 않다.


영화는 크게 폐업을 앞두고 있는 영화관 노사장과 임차인인 커피숍 여주인의 사랑, 텔레비전 토론에 함께 출연한 것을 인연으로 시작되는 이혼한 여의사와 노총각 형사의 사랑, 남편은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고 아내는 김밥을 팔 정도로 가난하지만 사랑으로 가득한 신혼부부의 사랑, 일 때문에 가족에게서 멀어져 정에 굶주려 있는 이혼남의 父情과 남자 가정부와의 우정, 그리고 인기 남자 연애인을 짝사랑하다가 좌절하여 자살을 기도한 수녀와 교통사고로 함께 병원에 입원하게된 그 남자 연애인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렇듯 이 영화를 하나로 꿰뚫고 있는 주제는 ‘사랑’이다. 목적의식이 분명하듯 영화도 충실하게 관객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그런 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다. 이 영화가 해피엔딩인지 여부는 스포일러가 될까봐 밝히지 않겠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이 어느정도 훈훈해 진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옥에 티라고 할 만한 것은 김수로가 여자아이에게 모금활동을 하기 위해 10골을 넣어야 한다는 상황설정이 감동을 주기 위하여 작위적으로 설정된 것이라는 느낌을 주었고, 엄정화가 맡은 캐릭터가 좀 사실성이 떨어질 정도로 싸가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엄정화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은 황정민이 열연한 캐릭터의 활약으로 상당 부분 커버된다. 그 정도로 황정민의 감초 연기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엄정화, 황정민, 임창정, 주현, 천호진 등 호화캐스팅으로 인기 드라마 여러편을 한꺼번에 보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의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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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 (2005) SE (dts-2disc) - [할인행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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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들로부터 재미는 있는데 마지막이 허무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결말에 대한 기대는 버렸지만 영화 전반에 대해서는 은근히 기대를 한 채 영화를 보았는데 결과는 정말 실망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던 제목에도 시비를 붙이고 싶어진다. 원제는 ‘War of the Worlds’다. 그런데 제목이 웬 ‘우주전쟁’? 우주전쟁이라면 적어도 배경이 우주여야 하는 것 아닌가? 우주라는 말과 관련이 있는 것은 외계인이 잠시 등장한다는 것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영화의 배경은 전적으로 우리 지구다.


영화의 허무한 결말은 접어두고서라도 시종일관 외계인에게 쫓겨다니는 설정부터가 좀 짜증나고 그 가운데서 영화가 선전하듯 가족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느끼기도 힘들다. 역설적으로 헐리우드가 오버하여 강조하는 미국식(?) 가족에 대한 가치가 조금 덜 느껴져서 거부감이 덜했다고나 할까? 이혼남인 레이(탐크루즈 분)가 서툴게 자녀들을 대하는 초반부에서 영화가 진행될수록 레이가 가장다운 모습을 되찾고 가족애가 되살아 나겠구나 라는 상투적인 기대를 하였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그런 느낌도 거의 받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자녀들에게 무관심했던 이혼남이라지만, 아버지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면서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말 그대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아들과 다코타 패닝의 깜찍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통제불능의 패닉상태인 딸아이는 영화를 보는 내내 ‘자식교육 잘 시켜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짜증만 불러일으켰다.


영화의 시나리오가 된 소설은 무척 유명한 소설가가 썼다는데, 이 영화가 소설을 충실하게 영화화했다면 그 소설에도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외계인의 침공의 원인이나 동기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고, 거의 모든 지역이 초토화 되었는데 어떻게 뉴욕에서 불과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그곳은 멀쩡한 것인지 등등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도 많다. 예상을 하고 보아도 허무한 결말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부실한 플롯으로 ‘우주전쟁’은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이 모습으로 계속 쫓긴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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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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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라는 소설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책 제목이 수학에 나오는 원주율인데다가 얼핏 접한 책의 내용이 소년이 호랑이와 함께 배를 타고 표류한 이야기라는 것이어서 이 소설이 고도로 은유적인 이솝우화 같은 내용일 것이라 생각했다. 소년이 조그마한 구명정에 호랑이와 함께 조난을 당한 것이 소설의 주 내용이라면 그 소설이 사실적인 소설일 리 만무했고, 한편으로는 그 단순한 이야기구조 가지고 어떻게 두꺼운 책의 분량을 모두 소모했는지도 궁금했다. 내딴에는 이 소설속에서 호랑이가 말을 하고 소년이 별을 보며 호랑이와 친구가 되어 지혜를 얻는다는 식의 예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가 인도 - 이 나라에 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없으면서도 괜히 은둔자의 나라라는 이미지 혹은 인도인들은 철학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 출신이였다는 점도 나의 예단을 부추겼다.


책의 전반부 - 파이가 조난 당하기 전 - 는 솔직히 약간은 지루했다. 이 소설이 왜 ‘파이 이야기’인지에 관한 중요한 설명도 나오기는 하지만, 일정한 플롯이 진행되지 않고 다양한 소재가 두서없이 나열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반부가 ‘꽝’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그 부분을 읽으면서 집중이 잘 안 되었다는 것 뿐이다.


전반부에서도 유난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주인공 파이가 천주교,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모두 믿음에 따라 각 종교의 사제들이 서로 파이가 자기들의 종교를 믿는 종교인라고 주장하면서 상대 종교에 관하여 비방을 하는 대목이다. 작가가 평소에 이와 같은 말을 하고 싶어 파이를 3개 종교를 모두 믿는 인물로 설정하지 않았나 싶다. 각 종교의 사제가 자신들의 종교의 교리를 설파하면서 다른 종교의 모순점을 꼬집으면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은 다른 사제가 이에 동조하여 함께 맞장구치고, 비판받은 종교의 사제가 다시 다른 종교의 모순점을 지적하면서 결국 각 종교의 모순점들이 모두 드러나게 되는 부분은 한편의 코메디 같았다. 분명 흑인의 신과 백인의 신, 한국사람과 아랍사람의 신이 다르지 않을텐데, 사람들은 그 신을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믿느냐에 너무나 집착하여 신의 근본 가르침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어디에선가 종교라는 이름으로 치러진 전쟁에 의한 사망자가 그 이외의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압도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신의 가르침은 숭고하고 명료한데 인간이 이를 흐려 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파이가 실제로 조난을 당하는 부분을 읽기 전까지는 어떻게 구명정에 호랑이와 함께 남겨진 소년 이야기로 줄거리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당연히 호랑이에게 소년이 잡아먹힐 것이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이 소설에서는 소년이 호랑이와 - 사실은 몇몇 동물이 더 있었지만 - 구명정에서 220여일을 함께 생활한 이야기를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어떻게 호랑이와 한 배에 탄 채 생활하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라는 의혹은 책을 읽으면서 사그러들었고 작가가 실제로 조난 생활을 경험해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의 이야기를 이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가 하는 감탄으로 바뀌었다.


책에 나와 있듯이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고로 파이는 살아남는다. 소설속에서 파이는 여느 소년과 다름없는 연약한 모습에서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인간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파이를 그런 상황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한 것은 삶에의 의지와 약간의 신앙심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동물원 주인의 아들이라는 점과 운좋게 구명정에 생존키트가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파이의 생존기를 읽고 ‘삶에의 의지가 정말 중요하구나.’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것 까지는 아니었다 할지라도, 인간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또한 그런 상황에 처해 있으면 때로는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겠구나 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확실하게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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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의 순정 감독판
박영훈 감독, 문근영 외 출연 / 엔터원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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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한때 최고의 실력을 가졌으나 라이벌의 방해와 애써 양성한 제자의 배신으로 무대를 등진 댄서 조련사(?) 나영세(박건형 분)가 중국 연변에서 언니 대신 댄서 계약을 맺고 한국으로 온 장채린(문근영 분)에게 댄스를 가르치면서 가까워지고, 악독한 라이벌의 방해를 받으며 좌절했다가 다시 **하는 이야기이다. 문근영을 간판으로 내세워 흥행을 노린 영화라는 일부의 비판도 있으나, 여자친구가 이 영화를 보고 박건형의 팬이 되었을 정도로 박건형이 연기하는 나영세의 매력 또한 장채린의 매력에 크게 압도되지는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처음보는 배우였지만, 그래서 더욱 느끼하거나 기존의 식상한 이미지가 없었고, 풋풋하면서도 남성적인 인상이 무둑뚝한 듯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나영세의 캐릭터와 잘 맞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주인공 둘이 함께 댄스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뻔한 결말이 아닌, 줄거리에 약간의 뒤틀림이 들어가 더욱 감동을 준 것 같다.


국민 여동생이라는 문근영에 대하여 특별한 호불호 없이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는 정도였으나,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문근영의 재능과 매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 들으면 어색한 듯한 연변 사투리를 나름대로 사실적으로 소화했고, 감정연기도 그 나이 또래의 연기자들과는 달리 영화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문근영의 애니콜 광고를 보아서 그녀의 춤솜씨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단기간에 춤을 그렇게 잘 출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영화평을 쓰기 전에 네이버 영화평을 찾아보았다. 네티즌들은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었지만 평론가들은 하나같이 thumb down을 주었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아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고 주연배우들의 매력도 물씬 느끼고, 눈시울이 아주 약간 뜨거워질 정도로 감동도 많이 받았다. 그러면 좋은 영화 아닌가?

 


춤솜씨가 일품인 두 주인공



깜찍한 국민여동생 문근영. 너무 귀여워서 앞으로 성숙한 연기가 조금 걱정되기는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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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6-04-18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거 너무 재밌게 봤어. 난 아무래도 춤과 노래가 들어간 영화를 좋아하는 거 같어. 문근영도 귀엽지만, 박건형의 절제있는 춤동작이 너무 멋있드라. ^0^

marine 2006-09-07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건형과 문근영 연기가 좋았어요 스토리 자체는 너무 밋밋했지만...

외로운 발바닥 2006-09-07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토리는 좀 단순했죠. 그래도 전 기대 하나도 안하고 봤다가 은근히 감동하며 보았습니다. 박건형, 문근영 둘다 캐릭터도 매력적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