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ㅣ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이번 책은 첫 번째 이야기와는 달리 작가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위주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서두에서 그래서 조금 더 감정적으로 서술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외과의사로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수없이 목격한 작가의 차분한 목소리가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책을 읽다보면 외과 의사라고는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주위에 가슴아픈 사연이 많은지 참 놀랍기도 하고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해 있지 않음이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지금도 내 주위에는 수많은 그런 사연이 있을 것이고, 내가 무관심하여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일수도 있지만 작가의 경험담 또는 간접경험담을 읽다보면 내가 참 행복하게 살아왔구나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감점에 휘둘릴 만한 수많은 일들을 겪고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을 그런 상황에 내던지며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작가가 존경스럽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떠나보내는 등 끝없는 닥치는 고난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주머니의 이야기인 ‘나는 진짜 행복합니다.’를 읽고는 아주머니가 겪은 지독할만큼 가혹한 운명이 원망스럽다는 생각도 하였고, 그런 일이 앞으로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내가 부여잡고 있던 세속적 삶의 가치들에 대해 아주 잠시나마(불과 1-2분이기는 했지만...하지만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이야기를 생각하면 같은 느낌을 받는다) 초연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랑아, 사랑아, 즈려밟힌 내 사랑아’를 읽고는 개인적인 경험과 더불어 너무 가슴이 아팠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온갖 구속과 속박. 물론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우선생의 상황은 단순하게 왜 그런 것들을 뿌리치지 못하느냐고 타박할 수 없을만큼 너무나도 상황이 가혹하고 그런 상황이 뼛속까지 체화되어 있었다. 우선생 정도로 비극적인 가족이라는 굴레에 시달리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결혼이라는 젊은 남녀의 결합에 관여하는 사람과 가치가 너무나 많다. 둘만의 문제로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수많은 간섭과 이간질, 자존심싸움 등이 지금 이순간에도 수많은 젊은 남녀, 또는 부부들을 불행의 늪으로 내몰고 있지는 않은지...지금은 가벼운 웃음으로 그때의 기억을 되새길 수 있지만,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도저히 가족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우선생과 같은 상황에 내가 있지 않았음을 오히려 감사했다. 무척 힘들었던 그때나 행복한 지금이나 나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누리고 살고 있는 것 같다. 온갖 고통을 겪다가 이 세상을 떠난 우선생의 명복을 빈다. 다음세상에서는 마음껏 사랑하고픈 대로 사랑하시길...
‘어른들의 이기심에 희생된 아이’를 읽고서는 우리 사회의 의사들에 대한 인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우리 가족중에는 의사가 많고 주위에 친한 의사형들도 많이 있어서 기본적으로 나는 의사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의사들에 대한 나의 생각이 균형을 약간 잃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반대로 나와 친한 사람들 중에도 의사들에 대하여 상당히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몇몇 있다. 개인적으로 병원에서 의사들의 성의없는 진료를 경험했거나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의사를 만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경우에도 지극히 제한적인 경험을 성급하게 의사 전체로 일반화시켰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지만 어차피 사람은 개인적 경험의 틀을 벗어나기 힘드니까 그것까지 비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인터넷 게시판을 보다보면 막연하게 의사들은 ‘어차피 돈 많이 벌고 탈세하면서 떵떵거리고 살 놈들’이라는 막연한 편견에 사로잡혀 의사 일반에 대하여 극단적인 적대감을 표출하는 글들을 보면 물론 일부이겠지만, 의사들에 대하여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거나 의료사고를 고의적으로 숨기는 악질적인 의사들도 있겠지만 그런 의사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대다수의 의사들은 환자가 보기에 불성실하게 보일 수는 있어도 적어도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의료사고(과실이 의사에게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가 발생하기만 하면 바로 의사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리며 병원에 드러누워 시위를 하고 조폭같은 브로커들이 설치는 지금의 상황은 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서평을 쓰면서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조금 흥분해서 글이 좀 감정적이 된 것 같다. 알라딘에서 의료문제에 관하여 감정적인 논쟁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기에 글을 줄여야겠다. ^^;
암튼 삶과 죽음, 인간사에 관하여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현재의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감동적인 책이다. 두 번째 이야기도 첫 번째 이야기보다 조금은 더 슬픈 것 같지만 감동은 못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