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그 사이의 한국 1895~1919
앙드레 슈미드 지음, 정여울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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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보면 우리가 무언가를 받아들인다는건 참으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도 문제가 되는 것이 늘 신중함을 기반으로 한다면 과연 좋다고 할 수 있는 지식조차 제대로 받아들이게 될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린 그런 신중함을 갖추기 전에 무한한 편견들과 고정관념들에 노출되었다.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자연과 결별하였고 단어화된, 그리고 분과화된 지식을 하나의 진리인양 받아들였으니 말이다. 요즘 와서 이런 것들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그런 편견들이 우리 삶을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몸소 보았기 때문이다. 굳이 먼 곳에서 예를 들라면 북한의 주체사상을 들 수 있을 것이며, 가까운 곳에서 예를 들라면 기독교가 가진 편견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주체사상과 종교적 신념을 어떻게 하나로 묶었으냐고 따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본질에 이르면 하등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난 같이 논하는 것이다. 그 둘은 자가증식력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 받아들이고 나면 일체의 비판이나 이성적 판단이 중지된다. 그것이 나의 삶의 기반이나 되는 양 그것을 음훼하는 사람들이 나오면 '이단'이라며 마녀 사냥을 하는 것이다. 과연 옳은지 그른지, 그것 말고 다른 것들로 나의 삶을 좀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아야 하지만, 그게 하나의 삶의 의미이자 신념이 되는 순간 우린 거기에 함몰될 뿐이다.

  지금까지 특정 종교나 사상을 가지고 이야기 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또한 별반 다를 바는 없다. 각자의 신념과 편견들에 따라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두에 학교에서 배운 것 조차 우리의 삶을 멍들게 하는 파편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고...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이를 테면 우리의 출발선에서부터 잘못되었다. 지동설이 일반화되기 이전엔 당연히 천동설을 받아들였다. 바로 그 천동설을 기본 지식으로 알고 세상을 판단하고 그 안에 나의 행동을 정립하려고 하니 어찌 큰 문제가 아니겠는가. 출발점이 어긋나면 그 결과는 꼬이고 꼬이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우린 지금까지 '지식. 정말로 옳은 것'이라 판단했던 모든 것들을 돌려 놓아야 한다. 아니 의심해볼 수 있어야 하며, 그 해답을 찾되 최초의 편견에 따라 맞춰가기보다 새롭게 정립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바로 어렸을 때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몸에 익혀진 감각으로 진실을 알아나갔던 것처럼 그런 자세로 임해야 한다. 현대인들은 나침반이나 인공위성에서 쏘아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바다에서 자기 위치를 안다고 한다. 기계를 통하지 않으면 자기의 위치조차 모르는 그런 존재가 현대인이다. 그런데 미개인들이라 불리는 그들은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면 바닷 바람의 내음과 물색 등을 관찰함으로 거기가 어딘 줄 안다고 한다. 최초의 순수했던 신체로 돌아간다는 건 바로 이런 열린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간 논의 되었던 '국가'라는 개념, 그리고 '국민'이라는 개념, 우리 나라 영웅으로 불려지던 인물들의 실체를 해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내가 서두를 저렇게 길게 이야기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로 그런 개념들을 하나의 진리인양 받아들였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집어들고 읽는내내 꽤나 혼란스러워하며 '이단서'로 규정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더 열린 마음, 지식을 통해 진보한 신체가 아니라 자연과의 감응을 통한 신체를 만들자고 한 것이다. 

  나는 한국인이다. 하지만 이것이 나를 구속하는 무엇이 될 순 없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주거민으로서의 관점이지, 이것을 통해 내가 규정된다는 이야기이진 않다. 우리가 버려할 것 중에 가장 큰 것은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다. 단일민족이라는 폐쇄적인 민족의식은 우리를 하나의 순응체로 만드는 기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족 공동체이기 이전에 하나의 자유로운 신체들이다. 하나의 구속점은 순간의 안정감을 보장할진 모르지만 곧 나의 모든 것을 통제하며 억압하는 것으로 돌변한다. 그렇기에 우린 이런 단서를 달아야 한다. '나는 한국인이다. 그건 내가 태어난 곳이 한국이며 내가 지금 살아가는 곳이 한국이라는 이야기이다'라고 말이다. 한국이라는 테두리 안에 정착되어 있지만, 그 테두리 안에 함몰되지 않으려는 마음, 바로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중화주의의 해체는 곧 우리의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었다. 종교를 믿던 사람이 그 종교의 신을 벗어나 주체화하려면 자의식이 싹튼다. 과연 나 혼자서 이 세상에 맞설 수 있을까 하는 문제부터 난 무엇 해야하는가 하는 자의식 말이다. 그렇듯이 우리 나라 또한 중화주의의 해체를 통해 우리는 운명공동체라는 단일민족이라는 민족 의식이 싹튼 것이다. 물론 그런 민족의식을 고취시킨 것은 우리 스스로 소중화를 자임했던 그 의식마저 깨졌기에 가능했기도 했지만, 일본이 유도하기도 했다. 일본과 맺었던 불평등 조약의 일조는 '독립국으로써의 주권행사' 이다. 언뜻 보면 우리 나라의 주권을 인정해준다는 좋은 소리로 들릴 테지만, 그 안엔 음모가 똬리를 틀고 있다. 바로 중국과의 결별을 통해 일본이란 제국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음모 말이다. 바로 민족이란 허구 담론의 출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왠지 모를 생각들이 머리 속에 가득 피어오르곤 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방망이로 맞는 듯한 통증 같은 것이기도 했고, 꽤 민족이란 허구담론에 관해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했지만 그것마저도 하나의 편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답답했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젠 우리의 편견들과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해체시킬 때이다. 특히 가슴에 활활 타오르는 열정을 지닌 젊은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취업 열풍이란 것에 휩쓸려 자기 정체감을 상실하고 국가주의의 하수인이 되기를 자처하기 보다 깨어있는 의식과 열정으로 늘 자기 존재를 곱씹으며 발전적인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 책이 그런 각성제가 될 것이며, 새로운 가치로 재정립할 수 있도록 유도해 줄 것이다.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느낄 것인가? 마음의 준비가 된 그대여, 과감하게 이 책을 집어들고 맘껏 사유의 장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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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학 스케치 2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풀빛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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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2권으로 넘어왔다. 1권에서는 어쩌면 지배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철학의 모습을 보면서 적잖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말했다시피 그게 철학의 본질이 아님을 잊지 말자. 그 본질 속엔 우리의 삶에 자양분이 되는 것들 또한 많기 때문에 공허하다고 생각하며 소홀하지 말자. 2권에서는 좀 더 현실을 고려하는 철학들이 나온다. 바로 조선후기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학 사상이랄지, 개방과 폐쇄의 갈림길에서 어떤 사상으로 선택을 할 것인지가 쓰여져 있다.

  2권을 읽다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의 철학이란게 현실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란게 어떤 일을 하든지, 자기 나름의 생각에 의해서 움직인다. 물론 무의식이란 것도 있어서 자기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행동할 때 또한 있지만, 의식이 살아 있는 한은 바로 자기 철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의 철학을 마련하고 그 철학을 좀더 객관화하며 자기가 알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실제 생활을 중시하게 되는 것과, 말기에 이르러 계급제도마저 넘어설 수 있는 사유를 할 수 있던 데에는 냉철한 자기 분석과 사회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다. 자기 철학을 세운다는 게, 나쁜 행동을 하면서 그걸 합리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 내 삶을 옥죄는 굴레를 벗어나 좀더 자유롭게 행복을 만끽하며 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현재의 내 삶을 돌아보며 내 삶을 옥죄는 현실의 조건들을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진정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언가 하는 생각까지 말이다. 그 속에서 하나 하나의 생각들을 끄집어 내야 한다. 과연 어떤 것들을 참고할 수 있을까? 바로 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선조들의 철학관이다.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한 생각을 하나 하나 면면히 살펴보고 그 중에 좋은 것들을 우리의 것으로 체득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으리라. 그게 바로 우리가 철학서를 읽는 이유이며, 공부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이 그런 귀한 첫발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을 통해 우리의 철학을 알고, 더 연구하고 싶어지면 동양철학이나 서양철학까지 아우르며 나를 반추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은 지금보다 좀더 나은 그런 삶이 될 것이다. 철학 그 너머엔 바로 우리의 인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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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학 스케치 1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풀빛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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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예전엔 참 한심해 보이곤 했었다. 결국 아무것도 정답이 내려지지 않을 터인데... 사람을 논하고 본성을 논하고 진리를 논하니깐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자기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건 한심하지 않은가...

  중학교 다닐 땐,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선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가선 취업을 위해 공부를 한다. 무언가를 위해 그렇게 살아가다보니, 공부를 한다고 하면서도 결국 나에게 남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나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없었고 그저 '좋은 곳'이란 상위 목표만을 달성하기 위해 살았던 것이다. 과연 그 곳에 다다르는 순간 우린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미래의 어떤 것만을 바라보며 사는 삶엔 현재의 행복은 있을 수 없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내세를 현재보다 중시하는 종교적인 삶이나, 목표지향적인 삶은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는 삶이긴 해도 현재 자체가 행복일 수는 없다. 그게 바로 한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현재의 행복을 말할 수 있는가?

  바로 어떤 환경들로 인해 행복을 이야기하기보다 현재 나에게 주어진 삶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나를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과연 나는 왜 태어났는가? 그리고 무엇을 하길 원하며, 어떤 목표를 향해서 가고 있는가? 바로 이런 질문을 수도 없이 던져보고 그 안에서 하나 하나의 해답을 찾아가고자 노력한다면 나의 삶은 미래의 어떤 성취로 인해 행복해지는 삶이 아니라 현재의 모습 자체로 인해 행복해지는 삶이 될 것이다.

  한국 철학 스케치.. 이 책은 한국의 철학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좀 난해한 개념들이 있지만, 청소년들이 보기 편하도록 잘 갈무리 한 느낌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이 책을 볼 때, 어떤 느낌으로 볼까? 단지 논술 대비를 위한 지침서쯤으로 논리를 세우기 위해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의 철학을 통해 자기를 반추해보고자 볼 수도 있다. 어떤 이유로 보건, 보는 순간 순간 우리 선조의 삶의 모습들을 바라보며 자기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1권에선 조선 중기까지 다뤄져 있다. 불교철학부터 성리학의 철학까지 나와 있는 셈이다. 어떤 철학이건 그게 하나의 국가의 지침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 원래의 순수했던 초심은 꺾인다. 지배 이데올로기로써 지배층 통제의 도구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나 성리학의 이데올로기적인 모습보다 순수 철학으로써의 그 모습을 기억하며 나의 삶에 대입해보고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 철학의 흐름이 궁금한 청소년이라면, 그리고 철학에 입문하는 일반인이라면 편한 마음에 읽으며 철학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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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8-25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술술 잘 읽히죠? 딱딱하고 어려울 것만 같은 철학이 이야기 속에 담겨 책장이 잘 넘어갑니다. 한국철학 입문서로는 가장 좋은 듯 합니다.

leeza 2007-08-26 09:12   좋아요 0 | URL
벌써 읽으셨나봐요^^ 좋은 책 많이 많이 알려주세요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리라이팅 클래식 4
강신주 지음 / 그린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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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원단"이란 게임을 아는가? 바로 위에 올려져 있는 사진이 응원단이란 게임 사진이다.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펌프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요즘 내가 흠뻑 빠져서 즐기고 있는 게임인데, 모든 음악 게임이 그렇듯이 이 게임도 박자 감각을 요구한다. 그래서 처음에 해보고선 도무지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이런 식의 음악 게임에선 도무지 박자를 따라잡지 못해서이다. 그래서인지 비트박스도 몇 번하다가 관두곤 했었다. 하지만 그 때 읽게 된 책은 이진경씨가 쓴 "노마디즘"이란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들은 여러가지이지만, 나의 신체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게 그 중 하나였다. 이를 테면 손이 필기도구와 만나면 '필기도구-되기'를 이뤄 글로 나의 생각을 풀어내며, 운전대랑 만나 '운전대-되기'를 이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운전을 한다. 이렇듯 어느 구심점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사물을 만나 새로운 신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에 음악에 있어서도 새로운 눈을 뜰 수 있었다. 음악이야 말로 우리의 감정을 극단점에서 풀어낸 것이니 말이다. 그런 깨달음 뒤에야 마음을 먹고서 게임에 매달릴 수 있었다. 그 결과 이젠 능숙하다 못해 아예 몸에 익어서 아주 쉽게 깰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게임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면서 깨달은 점은 두 가지이다. 바로 음악의 흐름을 타라는 것부드러운 손동작으로 게임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마음이 앞서서도 안 되며, 흐름을 무시하고 마구잡이 해서도 안 된다. 그저 팔근육의 긴장을 풀고 음악의 흐름을 타서 자연스럽게 하나 하나씩 터치해나가면 게임을 깰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경지에 오르고 나니, '-되기'의 본의가 보이는 것 같았다. '되기' 또한 내가 의식적으로 수행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타고 나를 비워나가는 과정 속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란 이야기이다.

  굳이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이하 장자)'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거창하게 서두를 전개한 이유는 무얼까. 바로 그 차이와 한계를 넘어서는 존재,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존재에 관한 탐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이미 그린비에서 발간한 바 있는 '리라이팅 시리즈(열하일기...., 자본을 넘어선......, 니체의 위험한 책)'의 책들을 보았거나, '수유+너머'의 저작들을 보았던 분이라면 이 책 또한 그런 친근함으로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미 장자 관련 서적을 읽었던 사람이라도 다시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어떤 책이든 그렇듯이,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그 느낌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같은 책을 읽고서 이야기를 나눠도 내가 느낀 바와 타인이 느낀 바는 다르듯이, 동일한 텍스트를 어떤 관점과 사상에서 풀어내서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노장의 사상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어느 정도 안다고 자신했던 나조차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기존의 관념들을 뒤집어 볼 수 있었다. '아는 것' 그건 자부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만의 생각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남에게 말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그런 나만의 생각이라는 그런 독창성이 있기 때문이겠지. 이 책 또한 장자를 설명한 것이지만 여느 장자 책보다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니, 이미 장자를 안다할지라도 꼭 읽어봐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주장하는 것은 바로 노장 사상이라 묶어져 있던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사실이었다. '당연히 노장 사상 아니야?'라고 반문하며 책을 펼쳐봤던 나이기 때문이다. 노자가 만든 無의 사상을 장자가 완성했다고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연하다는 것에 매몰되는 순간, 우리의 사유의 범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장자를 장자 자체로 이해하기보다 노자의 사상을 토대로 장자의 사상을 구속지으려 하기 때문이다. 난 저자의 노장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왜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했는지 궁금한 사람은 이 책을 사서 보길^^) 그리고 더 급진적인 주장으로 장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자'라는 텍스트마저 벗어나야 한다는 거다. 물론 텍스트를 완전히 벗어나면 그의 존재감 조차 사라진다. 그렇기에 이 장자란 책을 기본으로 삼아 그의 사상을 살펴봐야 하는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게 장자라는 주체를 알게 되었을 때, 거기에 매몰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건 곧 또 하나의 귀결점, 하나의 편견을 만들 뿐이니까. 그런 점에서 새로운 논의가 가능하다. 텍스트마저 벗어나, 장자와 나와의 대화를 통해 '장자화된 내 자신'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곧 노자와 결별한 장자, 그리고 그 텍스트마저도 벗어난 장자를 만나야 하는 것이 우리의 독서 목적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이 책을 구성하는 가장 큰 논리는 '잊어버려라, 그리고 소통하라'이다. 바로 내 자신을 비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노자의 無사상이 떠오를만하지만, 그 차이는 책에서 상세히 말하고 있다. 나라고 규정된 것들의 대부분은 주위에서 정의한 것일 뿐이다. 그건 나에게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는 희망이거나, 무언가를 하질 않길 바라는 어떤 것일 거다. 그런 규정들에 나의 삶을 한정 지을 때, 내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탈을 쓴 타인이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결국 그런 규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걸 '잊어버려라, 즉 비워냄'이란 논리로 풀어낸 것이다. 그렇게 나를 비워낼 때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 바로 내가 응원단을 할 때 '난 할 수 없어'라는 스스로 결정지은 한계를 제거함으로써 몰입할 수 있었듯이 말이다. 그렇게 맘껏 소통함으로 자유로운 신체의 조건을 형성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응원단-되기'를 이뤄낼 수 있었듯이, 우리 또한 어떤 타인적인 것들에 구속된 내가 아닌 자유로운 신체 조건을 형성하여 타인과 맘껏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나라는 주체의 틀에 갇힌 자, 그에겐 세상이 하나의 감옥일 뿐이다. 

  응원단은 나에게 소통의 부재에서 벗어날 것, 바로 나라는 신체의 한계성을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딱딱하고 무감각해진 신체를 벗어나 자연의 흐름에 몽땅 몸을 맡길 줄 아는 부드러운 신체가 되라는 것도.. 그건 곧 장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일치하는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기반으로 앞으로 어떤 무수한 사유들, 무수한 인연들 속에 소통의 자유를 누리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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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저자 특강 안내!
    from 도서출판 그린비 2007-09-03 11:47 
    안녕하세요.돌아온 리라이팅 클래식,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출간을 기념해서 저자 강신주 선생님을 직접 모시고 특강을 진행합니다. 그동안 속세를 초월한 '신선사상'으로 오해되어왔던 장자의 철학을 현실참여적인 실천의 철학으로 재해석하고, 그 철학을 통해 갈수록 치열해져가는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깨트릴 해법을 제시하려는 저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타자와의 소통과 연대를 추구한 철학자, 장자!2,000년의 세월을 넘어 현..
 
 
마늘빵 2007-08-20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을 보셨군요. 지금 시급한 문제거리만 아니면 제일 먼저 읽고픈 책이 이건데, 이미 강신주 선생님의 의견에 대해서는 김영사에서 나온 <장자&노자>를 통해서 접했지만, 그건 쉽게 쓰여지 대중서였고, 이게 제대로 된 책일거 같은데. 강신주 선생님의 생각대로라면, 노장을 함께 묶어 부를 수 없겠죠.

leeza 2007-08-20 22:33   좋아요 0 | URL
이 책 또한 대중서예요. 280 페이지로 만들어진 책이라 금방 읽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아직도 가슴이 벅차 오르네요. 니체의 사상과 비슷한 측면이 많았어요~ 읽고나서 소감을 나눴으면 좋겠네요~

프레이야 2007-08-2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주의 이야기를 응원단체험과 연결하셨네요.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보관함에도 담아가요^^

leeza 2007-08-22 21:33   좋아요 0 | URL
요즘 자유로운 신체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응원단과 매치가 되더라구요~ 비우며, 소통하기.. 그게 늘 우리의 숙제인거 같아요~
 
공부의 즐거움 - 우리시대 공부달인 30인이 공부의 즐거움을 말하다
김열규.김태길.윤구병.장영희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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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책의 값어치는 천차만별일텐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제목은 책의 내용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를 테면 '강남 엄마 따라잡기'와 같이 노골적이면서도 전혀 흥미가 끌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세속적인 느낌이 강한 제목이여서 처음엔 망설여 졌다.

  하지만 이 책을 집어들게 된 데에는 글을 쓴 무수한 사람들 중 내가 아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이 한 편씩 짤막짤막하게 써져 있는 글들은 간혹 공부가 하기 싫을 때 보면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런 마음으로 펼쳐든 책이었는데, 조금씩 보려던 마음은 금새 사라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리 읽기 시작했다. 글이 어렵지도 않을 뿐더러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문체에 흠뻑 빠진 까닭이다. 그리고 그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아직도 배우고 싶다는 욕구에 허덕이는 그런 욕망을 느끼며 나의 마음에도 잔잔한 파고가 일었던 까닭이다.

  '배우는 건 때가 있다' '공부는 다 때가 있다'라는 말을 우린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듣는다.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공부할 것을 채근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공부를 하진 않는다. 그 안엔 '난 이미 그 때가 지났으니깐 공부를 할 수가 없어'라는 합리화가 들어 있으리라. 그 말 그대로 공부는 학생 때만 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자. 그 때 하는 공부가 진정한 공부인지 말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점수 잘 맞기 위한 요령 익히기에 불과하다. 내가 국어를 하나 더 맞았다고 해서, 수학을 백점 맞았다고 해서 나의 삶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익힌 학문은 햇빛에 녹아내리는 눈처럼 어느 순간 우리의 기억 속에서 말끔히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린 그렇게 익힌 학문을, 평생의 공부라고 착각하며 어른이 되는 순간 공부를 놓아버린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작 진정한 공부는 그 때부터 시작되어야 함에도 우린 어른들이 우리에게 했던 그 말처럼 우리 또한 합리화시키며 삶을 허비하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분들의 글에서 한결 같은 한마디가 있다면 바로 '공부란 때가 없이 늘상 계속 되어야 해'라는 걸거다. 더욱이 그런 공부는 어떤 학점을 위한 공부이기보다 진정 나의 갈급한 지적 욕망이 분출된 앎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책을 통해 얻을 수도 있지만,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그 본질을 알아가는 것 또한 공부일 수 있다는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익히 공부라 여겼던 요령 익히기가 아니라, 진정 본질적인 탐구욕과 소통이 바로 진정한 공부라는 사실이다.

  이젠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더이상 세속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분명 이 책 안에는 '공부의 즐거움, 그리고 행복'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나도 그런 정열적인 공부를 할 수 있을지,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볼 일이다. 공부의 본래면목은 괴로움이 아닌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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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는 때가 없이 늘상 계속 되어야 해! 가슴에 와닿는 군요.^^
괴로운 공부가 아닌 즐거움이 가득한 공부를 배울게 해주는 책인것 같군요. 한번쯤 읽어보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leeza 2007-08-19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를 좋아하시는군요~ 좋은 영향을 주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비로그인 2007-09-04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진정한 공부를 못하고 있는 거네요. 우연히 우게된 이자님 서재에서 좋은 책들 구경하고 갑니다. 아...지름신이 오시며 큰일인데.;;

leeza 2007-09-04 06:11   좋아요 0 | URL
공부.. 말만 들어도 설레이고 행복한 단어죠. 공부의 열정에 흠뻑 빠져 맘껏 자유를 느껴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