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준비를 하다가 세째 외숙모의 전화를 받았다.
외할아버지의 부고.
당신이 포항에 내려가 계셨던 터라 빈소도 그냥 포항에 차리기로 했단다.
다섯 며느리중 유일한 전업주부인 터라 할아버지를 모셔야 했던 네째 외숙모가
이래저래 큰 일을 맡게 되어 마음이 쓰이지만,
산달이 다음달인데 움직이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일갈에
장지가 안양이니 발인을 끝내고 올라오면 찾아뵙기로 하고 난 그냥 집에 머물러 있는 중.
단 한 차례도 다정한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을 정도로 엄격하기만 하던 외할아버지였고,
출가외인이 드나드는 걸 질색하셔 외손녀인 나는 대학 졸업 이후 뵙지도 못했던 분인지라
슬픔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강렬한 감정은 부러움?
올 2월 초 아흔 두 수로 집에서 주무시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에 이어,
착한 며느리가 삼시 세끼 새로 해올리는 밥과 국을 차린 상을 받고 지내다가
아침상 잘 잡수시고 방에 들어가 낮잠을 주무시나 했더니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아흔 한 수.
두 분 다 장수하셨고, 집에서 주무시다 돌아가셨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별 후 일년을 넘기지 않았고,
자식 중 사위까지 합치면 넷을 앞세우긴 했지만, 아들 다섯, 며느리 다섯, 딸 하나에,
손주는 물론 증손주까지 당신 가시는 길을 배웅할 터이니,
이 정도면 겉치레 인사가 아닌 진짜 호상인 것이다.
더욱이 당신들의 딸의 쓸쓸하고 어이없는 길 떠남에 비해 두분의 마지막은 한없이 부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