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서울외출의 목적은 자그마치 4가지.
우선 마로 치과가기.
딸래미 다니는 병원에서 마로 뻐드렁니에 대해 계속 교정치료를 권했다. 상술이라고 무시했다.
그런데 학교 건강검진에서 교정상담을 받으라고 나와버렸다.
언젠가 바가지를 당한 적이 있던 터라 치과치료에 대한 불신이 있는 편이라
치과의사를 개인적으로 잘 아는 곳을 찾아 무려 청담동까지 행차하였다.
친구는 친절했지만, 결과는 불변이라 앞으로 1년간 마로는 교정장치를 사용해야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딸래미가 잘 견딜 수 있을지, 내가 잘 챙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점심은 영등포 근처 회사 동료 결혼식에서 먹었다.
상담만 받으려다 치료까지 결정해버린 덕분에 오전 일정이 지나치게 길어져
막상 결혼식장에 도착했더니 이미 다음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
피로연장을 헤매다니다 폐백까지 다 끝나고 하객인사중인 동료를 붙잡고 간신히 부조.
이미 2시가 넘은 시각이라 배고프다고 징징징징 보채던 애들은 놀라운 먹성을 보였다.
마로 4접시, 해람 2접시 반... 나 역시 다이어트중임을 망각하고 과식하고 말았다.
다음은 을지로 2가.
그렇다. 드디어 알라딘 중고서점 방문이다.
원래는 강진마을 주점가는 길에 잠깐 들를 작정이었다.
결론은 역시나 참새방앗간.
마로는 두 명의 왕자를 쓰윽 장바구니에 담아버렸고,
이미 일곱권의 책을 고른 옆지기와 난 차마 안 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또 한 명의 왕자 해람이를 위해서는 '장난꾸러기 상'을 만들어줬다.

마로의 두 왕자님. 어린 왕자는 영어판과 불어판만 있고, 오히려 한국어판이 없었다.
행복한 왕자는 그림책은 있지만 이 책은 오스카 와일드 단편집 모음이다.


가을이니까 삭막한 나도 소설 몇 권은 읽어야겠다 싶어서 고른 책들.
돈 까밀로와 패포네는 전질이 다 있었는데 결혼할 때 안 들고 왔더니 없어졌다. ㅠ.ㅠ
호밀밭의 파수꾼은 너무 어렸을 때 읽어 아물가물한데, 컨스피런시를 보고 다시 읽고 싶었다.
허수아비춤은 사자마자 00에게 빌려줬는데, 그 후 두절 상태...


옆지기가 고른 책들.
똑같은 새 책이 좌라락 10권 정도 꽂혀 있었다.
아마도 부도난 도매상 어딘가에서 인수해온 게 아닐까 싶었다.
이런 대접을 받을 책이 아닌데 싶어 업어왔다. 언제 읽을지 기약도 없으면서...
문득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고 목이 말라왔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왔으면 좋겠다 싶어 잠깐 서점을 나왔더니 밖이 캄캄하다.
벌써 이렇게 해가 짧아졌나 했다가 시계를 보고 허걱...
부랴부랴 돌아가 장바구니 결제를 하고 나니 애들이 배고프다고 또 난리다.
강점마을 주점티켓은 하늘로 날라가고 늦은 저녁먹고 귀가...
보너스.
알라딘 중고서점의 왕자님 중 내게 가장 사랑스러운 장난꾸러기 왕자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