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후배 A의 결혼식이었다.
쉬크하기로 유명한 A는... 결혼식에서도 너무나 시니컬한 모습을 보여줬다.
신부 입장에서 보여준 턱짓, 남편의 결혼축가 이벤트에서 보여줬던 손동작,
결혼식에 늦은 친구에게 보냈던 눈빛, 부케를 던지던 파워...
정말 그 어느 하나 예사롭지 않은 신부가 바로 A였다.
식이 끝난 뒤 커피를 한 잔 마시자 하며 자리를 옮겼던 우리들은
연휴 마지막날에 결혼을 하고 심지어 예식까지 올려야 하는 것을
A가 못마땅해 하는 게 틀림없다며 키득거렸다.
우리는 모두 A의 신혼생활이 어떨까 상상해보며 간간이 폭소했고,
그러다 기혼 대 미혼으로 나뉘어 대화를 하게 되었다.
특히 임신 2개월째인 새댁(?) B의 부부싸움 이야기에 모두 집중을 하게 됐다.
B는 서울토박이고 직장도 서울이지만, 결혼하면서 남편이 있는 0도시로 이사했다.
신접도 경기도권이지만 유독 출근시간이 빠른 회사를 다니다보니 통근이 쉽지 않다.
B가 부부싸움을 한 건 지난 금요일.
퇴근하고 집에 와 보니 남편이 화장실 앞에 벗어놓은 양말이 눈에 띄더란다.
순간 B는 '난 O도시까지 이사했는데, 넌 여기에 양말을 벗니?'라며 폭발했다 하고,
나를 비롯한 유부녀들은 그녀의 대사에 격하게 공감했건만
아직 미혼인 4명은 맥락을 이해 못 하여 한참을 부연설명해줘야 했다.
B의 부부싸움 대사를 한 번에 이해하느냐 못 하느냐는
미혼과 기혼을 가르는 기준이 분명하다 우리는 이구동성 공감했고,
애정남 사연으로도 채택할 만 하다 낄낄거렸다.
하긴 임산부를 위한 남편의 가사포인트는 달랑 10점인데,
자정 이후 비계절음식 미션 클리어가 500점이나 되는 이유를 모르는 것도
미혼과 기혼의 차이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