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일절과 수요일의 차이를 가르쳐준 고마운 책.
그런데 뜻밖의 부작용이 생겼다.
마로가 어린이날을 안 것이다!!!
식목일에 식목일 대목을 읽어주고 책을 덮으려했으나
바로 다음 차례인 어린이날에 눈이 꽂힌 마로.
어린이날이 뭐야? 어린이날은 언제야? 종종거리며 묻더니,
그 날 이후 하루도 안 빼먹고 질문공세를 던졌다.
오늘은 몇 월이야? 오늘은 몇 일이야? 어린이날 얼마나 남았어?
게다가 4월 말일이 어머니 기일이라 친정에 갔더랬는데,
사촌오빠들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주는 현장을 마로가 목격했을 뿐 아니라,
외삼촌, 외숙모도 마로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준 것이다.
이제 딸아이의 바가지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오빠들에겐 어린이날 선물을 주고 나는 왜 안 줘?
외삼촌, 외숙모는 나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주었는데 엄마, 아빠는 왜 안 줘?
딸아이의 집요한 공격에 할 수 없이 미리 사놓은 선물 중 하나를 어제 내줬다.
그게 바로 아프로디테 신전.

하지만 딸의 욕심은 끝나지 않았다.
맛난 것도 사달라는 딸아이의 요구에 져
저녁 먹은 뒤 마실나가 떡볶이와 김밥까지 사준 것.
그런데 어제는 또 제 아빠를 꾀어서 온 식구가 빕스에 갔다.
이제는 5,900원을 내야 하는 '미취학아동'이고,
어린이집에서 이미 저녁을 먹은 터라 본전 생각이 간절했지만,
딸아이 꾐에 속절없이 약한 게 아빠 아닌가.
그나마 다행인 건 마로의 엄청난 식성.
스파게티 한 접시, 과일 한 접시, 폭립스/닭튀김 한 접시, 빵/과자 한 접시에,
라스베리 쥬스 두 컵 가득, 감귤 쥬스 반 컵.
저러다 배탈나는 거 아닌가 걱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본전 뽑았다는 생각에 흐뭇한 것도 잠시.
빕스에서 돌아오는 길, 딸아의 당당한 요구. 이제 아빠도 선물 줘!
할 수 없이 집에 돌아와 포세이돈 신전도 꺼내줬지만
이건 엄마의 선물이지 아빠 선물이 아니란다.
헉, 영악한 것.
결국 5월 5일 어린이날이 되면
아빠가 유리구두를 사주겠다고 항복 선언을 하고 말았는데,
과연 그걸로 어린이날 사태가 수습될 것인지 심히 걱정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