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와 나는 정치적 입장과 세계관이 대동소이하다.
그게 계기가 되어 연애를 했고,
사귀다 보니 정말 닮은 구석이 많아 결혼까지 결심했다.
게다가 1996년에 만나 1997년부터 연애한 걸 치면 10년도 더 된 사이인데,
참 닮은 꼴이라는 우리 둘도 확연히 다른 게 좀 있다.

1.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노후에 대한 것.
난 건강하더라도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현재로선 추호도 없다.
70살이면 충분히 오래 산 거고,
그 이후 병이 들면 난 치료를 거부하고 진통제나 먹다가 죽을 생각.
만약 병조차 안 들어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된다면
차라리 존엄한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
옆지기는 내가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질색을 하는데,
이러다 만약 나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보호자의 권리를 남용하여 연명치료를 하면 어쩌나 진지하게 걱정중.

2.
책읽는 습관
옆지기는 형광펜, 수성펜, 자, 포스트잇플러그를 모두 동원해서 책을 읽는다.
이 사람이 먼저 읽은 책을 보면 현란한 밑줄과 각종 표시에 눈이 돌 지경
반면 나는 책 읽다가 다시 읽고 싶은 대목이 있으면 윗부분을 살짝 접는다.
어려운 책이나 정말 좋은 책은 사방이 접히기 마련인데
옆지기는 나보고 야만스럽다며 야단이다.

3.
책 포장
난 누드를 좋아한다.
책띠, 책커버 모두 홀랑 벗겨내고 알맹이만 책장에 꽂는다.
반면 옆지기는 책띠, 책커버 위로 또 비닐 포장을 한다.
난 환경오염이자 자원낭비라며 옆지기를 마구 비난해준다.

4.
식습관
난 생선회, 초밥, 매운탕, 구이, 찌게, 찜 등 각종 생선요리를 아주 좋아한다.
옆지기는 충청도 티내느라 미역국과 새우튀김을 제외한 모든 걸 안 먹는다.
게다가 개코인지라 옆지기 늦겠다고 연락와 생선 한 토막이라도 구울라치면
온갖 허브를 동원할 뿐 아니라 온 집안에 향을 피우고
환풍기는 3시간쯤 돌려대지만 옆지기 신발 벗을 때부터 비린내난다고 잔소리다.

5.
수면습관
난 참새형, 옆지기는 올빼미형.
난 마로와 해람이 잘 때 같이 자는데(보통 10시 이전)
옆지기는 몇 시에 들어오든 집에 오면 꼭 날 깨운다. 끄아아아악
주말이면 상황은 역전인데, 모처럼 노는 날 잠만 자는 옆지기가 아주 밉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돌아버릴 거 같은 문제

6.
병치레
난 기본적으로 건강체질이고, 아파도 거의 티가 안 난다.
반면 옆지기는 기본적으로 골골대는 편이고, 아프면 난리가 난다.

7.
옆지기가 좋아하는 TV프로그램 1순위는 늘 코미디물.
난 납량특집이나 공포, 추리, 수사물.

8.
운동신경
옆지기는 기본적으로 모든 운동에 기본기는 한다.
난 모든 운동이 젬병.

9.
손재주
선물포장이나 인테리어는 옆지기 담당이다.
난 컴퓨터를 조립하거나 케이블정리를 담당한다.

10. 덧붙임.
옆지기는 끔찍하게 욕을 잘 한다.
난 빈정대기 선수이다. 어떤 사람은 내 표정만 봐도 모욕감을 느낀다.



뭐, 그래도 노후에 대한 생각과 수면습관 빼면 있을 수 있는 차이.
그 외에는 특별히 차이나는 게 없고.
누구 말마따나 똑같이 피곤한 애들끼리 만나 잘 사는 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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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11-10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다 좋아라만 보여요 왜일까요^^

라주미힌 2008-11-1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 드라마같아요...

hnine 2008-11-10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외에는 거의 같으신건가요?
저희 부부는 아마 닮은 점 쓰라면 이 정도일거여요. 아니, 이만큼도 안될지 모르겠어요.

瑚璉 2008-11-1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량한 어조로)그나저나 바깥분 전화번호를 알려주셔야 제가 신고를 들어갈 텐데 말임다(손으로는 조선인님의 빨간머리 앤 구매증명서를 탁탁 치고 있다).

조선인 2008-11-10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아하하하 설마요.
라주미힌님, 누구의 인생이든 자기 자신에겐 드라마틱하죠. ㅋㅋ
hnine님, 으아아, 신기해요. 자기랑 다른 사람과 산다는 게.
호련님, 우선 님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시면 문자로 찍어드리죠. 코코코

무스탕 2008-11-10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랑이랑 비슷한거 거의 없다시피해요.
둘 다 돌아다니기 싫어한다는게 가장 많이 닮은 부분이죠 -_-;;

Mephistopheles 2008-11-1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우리...부부는...성격들이 다 만만치 않은지라....(둘 다 한X랄 하는 성격인지라..)
2세를 낳으면서 걱정 좀 했습니다.

비로그인 2008-11-10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부사구를 저는 좋아해요.
후후, 당도 100%의 페이퍼로군요. 추천!

서연사랑 2008-11-10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재미있어요!^^

순오기 2008-11-1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이거 알라딘 기혼자들이 따라해보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ㅋㅋ
이렇게 정리해 보면 같은 애들끼리 만나 잘 사는지, 다른 애들끼리 만나 잘 사는지 답이 나올거 같아요~~~~ 자자, 둘 다 한X랄 하신다는 메피님댁부터~~~

2008-11-11 0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8-11-11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ㅋㅋ 그건 저희 부부의 닮은 부분이기도 해요.
새벽별님, 우린 생김새조차 닮았데요. @.@
메피스토펠레스님, 호호 그 역시 저희 부부의 닮은 점이죠. 둘이 부부싸움하는 걸 애들한테 들킬 때마다 정말... ㅠ.ㅠ
쥬드님, 당도라뇨, 설마. 염도겠지요.
서연사랑님, 그런가요? 헤헤
순오기님, 민망해요. *^^*
속닥님, 아, 님이 말씀하시니 무게가 다르네요. 부끄럽습니다.

홍수맘 2008-11-1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님들 부부와 반대라고 생각하심 된다는..... ㅎㅎㅎ

다락방 2008-11-1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페이퍼 추천이요.
조선인님의 이 페이퍼가 너무 재미있어서 저도 한번 따라 써보고 싶은데,
전 신랑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

바람돌이 2008-11-1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후에 대한 생각이랑 운동신경 빼고 나면 우리 부부는 다른게 거의 없는듯...
이 글을 보니 우리 부부는 지나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도 자주 싸우는 이유는 뭘까요? ^^;;

Arch 2008-11-12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따라 써보고 싶은데
전 신랑이 없어요2. 맨날 따라하고 있다.
옆지기님 냄새에 조금 유난인게 귀찮기도 하겠지만 귀여울 것 같은데요.
그리고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아기자기해보여요.

조선인 2008-11-1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남녀의 생각이 다르다는 뜻? ㅎㅎ 그래도 닮은 꼴이라는 말씀이네요.
다락방님, 꼭 옆지기일 필요는 없지요. 가장 닮은 꼴 친구와?
바람돌이님, 저도 옆지기와 무진장 잘 싸우는데요, 닮은 꼴이다 보니 조금도 다른 게 용납되지 않는 게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중입니다.
시니에님, 귀엽다뇨, 피곤하죠!!!

꿈꾸는섬 2008-11-1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정말 재밌네요. 우리 부부도 많이 다른데 조선인님만큼 꼭 집어내진 못하겠는데요. 옆지기님을 너무 잘 아시네요. 전 가끔 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때가 많거든요.

조선인 2008-11-14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저는 이런 생각을 해요. 아, 이 사람이 이렇게 욕을 잘 하는 걸 알면서도 왜 난 이 사람을 선택했을까. >.<

프레이야 2008-11-1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곤한 애들끼리 만나, 에서 완전 뒤집어져요, 조선인님..ㅎㅎ
알콩달콩이구만요^^

조선인 2008-11-17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아하하하 저희가 지인들을 좀 많이 괴롭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