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문제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부모님은 이혼을 했다. 내가 5살 때. 아빠가 자신이 ‘게이’임을 자각해 버렸던 것이다. 그 후 10여년이 지나 아빠는 결혼을 하셨는데, 글쎄 상대는 나보다 겨우 여섯 살 위의 청년(A라고 하자). 그러니까 A는 나의 새엄마? 거기다 동성결혼은 법적으로 허용이 안되므로 아버지는 A를 양자로 입적했는데 그럼 그 청년은 나의 형? 설상가상으로 엄마는 그 A의 형(물론 유부남. B라고 하자)을 좋아하게 되어버려서 B는 이혼을 하고 훨씬 연상인 나의 엄마와 결혼을 했다. 그럼 나의 새엄마이자 형인 A는 이제 나의 작은아버지가 되는 건가?




이런 콩가루 집안이 있다. 그럼 그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 것 같은가? 그 이야기 자체를 남에게 얘기할 때 어떤 분위기일 것 같은가? 부모가 이혼만 해도 상처가 되고 남에게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만일 저게 실제 상황이라면 그 가족을 보는 주변의 시선은 너무도 차가울 테고 인간 같지도 않게 여길 것이고, 변태들의 집합소라고 끼리끼리 모여 화제에 올리며 수군거릴 게 뻔하다. 그게 만약 자신의 이야기라면 부모를 당연히 원망할 것이고, 자신에게 더러운 피가 흐르고 있지 않은가 고민할 것이며 자살을 해도 주변에서 그럴 만 하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멋진 작가는 ‘가족은 증식해 가는 것이다.....어릴 때부터 우리 집엔 남에겐 말할 수 없는 사정이 많이 있었다.....어느 가족에게나 조금씩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이다....’라는 쌈박한 결론으로 저 복잡하고도 심각한 문제를 간단히 정리해 버렸다. 아, 왜 이렇게 맘에 드는 거냐구!!!




결혼은 오직 한번만이 정상적인 것이며 재혼부터는 뭔가 얘깃거리가 되고, 처음 결혼에서 이루어진 부부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외의 다른 가족 형태(한부모 가정, 재혼해서 각자의 자녀를 같이 키우는 가정, 동성 부부 등등)는 모두 뒤돌아서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되는 이 사회의 획일성이 나는 너무 갑갑하다. 심지어는 결혼 안하고 혼자 사는 독신가정도 비정상 취급을 받지 않는가. 그래서 가족의 새로운 대안이 나오는 이야기에는 나는 무조건 별점을 주는 경향이 있다. 현실에서 갑갑한 내 숨통을 그 이야기가 좀 터주는 것 같아서 고마워서 말이다.




드라마 <아일랜드>에서도 그 비슷한 이야기가 제시될 듯 하여 기대를 많이 했는데 결국은 두루뭉수리하게 끝나 버려 좀 김이 샜었고, 옛날에 읽었던 하인라인의 SF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제시된 새로운 결혼,가족 제도에 솔깃한 적도 있었다. 얼마 전 김형경의 <성에>에서도 한 여자와 두 남자가 이룬 가족에 대해 욕할 사람은 욕하겠지만 가족제도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홈런이다. 현실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을 주인공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너무도 비도덕적이야!’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 가족이 가진 갖가지 문제(사실 문제 없는 가족이 어디 있단 말인가!) 중 하나로 생각하며 그냥 가볍게 지지고 볶는다.




내가 써놓고도 너무 정확한 표현이다. 정말 말 그대로 지지고 볶는다. 주인공의 철없는 아빠는 A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주인공과 엄마에게 달려와 해결해 달라고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고, 요리를 못하는 엄마는 맛난 게 먹고 싶으면 전 남편의 파트너-A 말이다-를 집으로 불러 맛있는 걸 해달라고 조른다. A가 게이임을 알게 된 A누나의 사돈될 사람들이 파혼을 통보하자 A는 눈물로 호소하며 사귀고 있는 사람과 헤어지고 새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하여 누나의 결혼을 성사시킨다. 주인공이 “정말 우리 아빠랑 헤어질 거야?”라며 놀라자 “일단 어떻게든 속여서 결혼하고 나면 끝이잖아”라는 뻔뻔하고도 무심한 대답이 되돌아온다. 사실 그렇다. 동생이 게이라는 사실이 누나의 결혼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이 사회에서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가’라는 의문보다, ‘인간에게 무엇을 허하고 무엇을 금지해야 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사람들이 서로에게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세상에 용서 못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콩가루 집안의 스토리도 절대 허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은 아니다. 그저 어느 가족에게나 조금씩은 있는,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사정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남에게 자연스레 말할 수 있는 사회, 난 이 지구가 그런 아름다운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superfrog 2004-11-2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동감!!^^ 잘 읽고 추천 날려요!!ㅎㅎ

로드무비 2004-11-25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에의 연장으로 읽히는군요.

추천합니다.^^

미완성 2004-11-2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너무 재밌는 리뷰여요 저도 잘 읽고 갑니다-

깍두기 2004-11-2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다들^^

<성에>의 연장....요즘 제가 잡는 책에 이런 얘기가 많이 나오네요. <사랑해야 하는 딸들>도 그렇고.

수업 비는 시간에 리뷰 한 편 쓰고 나니 알토란 같은 빈 시간이 훌떡 지나 버리네요. 그래도 뿌듯~

sooninara 2004-11-25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너무너무 잼나요..책도 미치게 보고 싶어지네요..

혹시 이책하고 무슨 관계 있으신거 아녀요? ^^

하얀마녀 2004-11-2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왜 이렇게 잘 쓰셨나요. ^^

날개 2004-11-2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얘기들을 너무나 잘 옮겨주셨군요.. 추천하고 갑니다..^^*

깍두기 2004-11-25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책 빌려 드릴까요? 말씀만 하세요^^

마녀님/그러게나 말입니다^^(오호홋, 이 교만)

날개님/반갑습니다. 제가 워낙 알던 분과만 이야기하는 터라 날개님과 처음 인사하네요. 민망하구만요^^

sooninara 2004-11-25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빌릴려면 택배비가 더 비싸요..제가 사서 볼께요..

세상의 모든 딸들도 리뷰땜에 샀는데..너무 좋더군요^^ 제가 만화는 안사서 보는데..

(돈없는 전업주부라서요)

sweetrain 2004-11-25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절대 동감입니다.^^

파란여우 2004-11-25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싶게 쓰시는 비결이 무엇인가요? 깍두기 많이 먹으면 되나요?^^

깍두기 2004-11-26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무슨 그런 말씀을~ 사실 저 깍두기 별로 안 먹어요^^ 이 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그런 거죠^^

단비님, 그렇죠 그렇죠? 알라딘에 오면 내 의견에 찬성해 주는 사람이 많아서 좋더라~

 
성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아는 이가 이 책을 읽고 있었다. 다 읽은 후 내가 물었다. "재밌어?" 그녀는 단호하게 별로라고 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 자기는 이해가 안간다는 것이었다. 그녀와 나와의 독서취향이 그다지 비슷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냉큼 빌려 달라고 해서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그녀가 이 책이 별로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녀에게는 별로였을 것이다. 아직도 지고지순한 사랑과 로맨스를 믿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 책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나에게도 이 책이 백퍼센트 맘에 드는 건 아니다. 작가가 설명을 너무 장황하게 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고 의욕과잉이라는 생각도 들고 주인공 남녀에게 너무 많은 말을 시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가 하려는 말의 '내용'에는 동의한다. 그 말은 즉, 나는 영원한 사랑과 로맨스를 믿지 않는다는 뜻이 되겠다.

작가 김형경의 전작,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몇년 전에 나름대로는 힘들었던 나에게 냉정한 위로를 던져준 적이 있다. 냉정한 위로란, 작가가 이 자전적인 소설에서 자기자신에게 비교적 냉정한 태도를 취했다고 생각하기에 하는 말이다. 지금은 그 줄거리도 결론도 희미하지만 작가가 자신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나도 내 안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힘을 얻었던 것이다.

이번에 읽은 <성에>는, 내가 그동안 어렴풋이만 생각하고 있던 사랑과 성, 가족, 환상에 대한 입장을 좀더 정확하게 정리하도록 도와주었다. 무슨 인류학 서적도 아니고 소설을 읽고 입장 정리가 되다니, 그러니까 이 책은 상당히 탐구적인 소설인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무언가를 강력 주장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작가가 자연물(참나무, 청설모, 박새, 바람 등)의 입을 빌어 하는 이야기가 특히 인상깊었다. 그들은 인류가 그동안 사랑과 가족에 덧입혀온 치장을 걷어내고 그 속살을 바라보게 해 준다. 일부일처제의 허상 같은 것 말이다. 사실 일부일처제와 그 결과 구성된 가족공동체에 대해 인류가 그동안 미화하고 도덕적으로 가치를 부여한 것에 대해 나는 약간은 냉소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그런 얘기를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로 올리면 다들 나를 기이하게 쳐다보기 때문에 이 소설이 내 생각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아는 사람 몇몇과의 대화 중에 내가 "나는 가족이 지금보다 좀더 해체되었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했다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어이없다는 시선을 받은 적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 쉽게쉽게 이혼하고 해서 아이들이 상처받는다, 가족은 사람들의 최후의 보루이자 보금자리이다, 뭐 이런 얘기가 결론으로 제시되었다. 내가 그 얘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만, 나는 가족이 해체되는 것 자체로 사람들이 상처받는다기보다는 가족의 해체, 혹은 그 해체로 인하여 뭔가가 결손된 가정에 대해 사회에서 보내는 부정적인 시선이 사람들에게 더 상처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지금보다는 가볍게 취급되고, 지금보다는 좀더 다양한 가족관계가 용인되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TV에서, 어이없는 남자들이 성매매 단속법이 관습법 및 남자들의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는 둥 말도 안되는 발언을 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걸 볼 때는 현재의 일부일처제란 안보이는 곳에서 얼마든지 딴짓을 할 수 있는 남자들이 여자들을 얽어매기 위해 신주단지 모시듯 미화하고 절대적 가치로 숭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성에>에서 작가는 나에게 지고지순한 사랑도, 꿈꾸는 이상사회도, 우리가 믿고 있는 영원한 그 무엇도 사실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단호히 말해 주었다. 주인공 연희가 십몇년 동안 간직하고 있었던 치열한 사랑의 기억도 실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이었으며, 연희의 친구가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했던 짝사랑의 추억도 알고 보면 '사랑에 대한 사랑'에 불과했고, 주인공 남자인 세중이나 월남 귀순자가 평생 꿈꾸어 왔던 것도 결국은 이룰 수 없는, 만일 이룬다면 오히려 더 절망해 버릴 환상이었던 것이다. 이 세상 모든 혁명가가 꿈꾸는 이상사회도 역시. 환상이란 환멸의 다른 이름이다. 이루고 나면 환멸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걸 확인한 것이 슬프지는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기에. 그리고 그걸 안다는 것은 인생이 참 안심되고 차분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가도 말했듯이 그것이 환상이라고 해서 우리가 그걸 버려야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신기루가 신기루인지 모르고 무작정 달려드는 것은 어리석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득도한 자의 수련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는지.

그러나, 알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마냐 2004-11-21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더 가족이 해체되면....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 경직된 사회에 대한 일침입니다. 그리고, 일부일처제의 말도 안되는 구조에도. 다른 부분도 좋은데, 제 눈엔 왜 그것만 크게 들어오는지..ㅋㅋ 추천임다.

깍두기 2004-11-21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냐님, 님도 일부일처제가 싫으시군요? 우리 좀 더 개방적이고 나은 가족제도를 같이 생각해 보아요^^

그동안 리뷰 쓰기 싫어서 몸부림치다가 정말 간만에 리뷰를 써올리고 나니 속이 후련합니다. 참, 누가 쓰라했나 저도 왜 이러는 걸까요?^^

로드무비 2004-11-21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지어다--말지어다

띄어쓰기^^

로드무비 2004-11-21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리뷰 참 재밌게 읽었어요.

김형경 씨도 제가 포기한 작가인데(사랑을 선택하는...을 마지막으로 읽고)

이 책은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추천하고 갑니다.

깍두기 2004-11-2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홋, 고칠게요^^


2004-11-21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4-11-2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지금까지 김형경 씨 소설은 하나도 안 읽었는데, 만약 조만간 읽게 된다면 깍두기님 덕입니다.

플레져 2004-11-2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장 저리가 되었다는 님의 말씀에 공감해요. 사랑을 선택하는... 을 일고 나서 저두 한동안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김형경씨를 좋아해요. 올해가 가기 전에 헤치워야 할텐데. 저두 추천 누릅니다!

하얀마녀 2004-11-22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깍두기님 리뷰가 후련하던데요. ^^

깍두기 2004-11-2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제 안목을 너무 믿지는 마세요^^

플레져님/김형경이 노력하는 작가임은 분명한 것 같아요. 공부한 흔적이 보이거든요. 하지만 진짜 아는 사람은 아는 티가 잘 안나는데 그게 좀 아쉬워요^^

마녀님/저는 마녀님의 페이퍼가 후련하던데요^^

진/우맘 2004-11-22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우아, 제가 느낀 것과 굉장히 흡사한 경험을 하신 듯 하여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야밤에 읽고 흥분해서 난해한 신파 리뷰를 양산했는데, 깍두기님은 차분하고 정연하게 정리를 잘 하셨네요.^^

성에는, 맞아요, 탐구적인 소설이었어요. 그리고 그 치열한 탐구의 끝에 얻은 성찰 하나가 제 마음에 쏙 들었기에, 몇 개의 흠에도 불구하고 여섯 개라도 별을 붙이고 싶었답니다.^^

깍두기 2004-11-22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이 쓰신 리뷰 읽었어요. '난해한 신파 리뷰' 좋던데요^^ 감정이 팍팍 느껴지고.... 그리고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 것 같네요, 정말로. 저도 반가워요^^
 

 

 

 

 

드디어 숙제를 다 끝냈다. 이 책을 다 읽었다는 얘기다.

2주 동안 이 책을 읽느라 다른 책에 손도 못댔다. 만화 두권을 읽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후반부에 가니 속도감이 붙어선지 괜찮았다. 아마 매트릭스 같은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이 책도 흥미로울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미지를 상상할 필요가 없는데 비해 책은 비슷한 내용이라도 자기가 이미지를 만들어 가며 읽어야 하니 그게 좀 딸렸다.

신선하며 내가 생각하기에는 황당한 설정도 있었다. 그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컴퓨터 바이러스를 바벨탑 신화와 접목시킨 대목이다. 대충 내가 이해한 것을 적어보면(나 자신을 위하여. 아직도 정리가 안되기 때문)

인간은 원래 단 하나의 언어를 갖고 있었다. 이 언어는 뭐랄까,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인간의 심층의식을 점령하고 있는 언어로서 이 언어를 사용하면 창의적 사고는 필요없고 지식의 무한전수만 이뤄지게 된다. 즉,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뜻.

그래서 고대의 위대한 해커(어느 의미에서는)가 인간이 각각 다른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게 만드는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그것이 바벨이다. 그러므로 바벨은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축복이다.

그런데 현대(이 소설의 시점)에 와서 한 종교가가 인간의식의 심층부에 존재하는 고대언어(이것은 가끔 '방언'이라는 형태로 종교적으로 표출된다고 소설에선 얘기한다)를 표층으로 끌어올려 사고를 정지시키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었고 이 소설의 주인공 히로는 고대의 위대한 해커 역할을 수행한다. 즉 그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메타바이러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나의 이 요약이 맞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줄거리는 이러한 설정과 더불어 눈이 핑핑 도는 스피드로 질주하는 오토바이, 스케이트 보드, 헬기, 생체로봇 개 등등과 함께 암울하고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를 그려낸다. 누가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면 빵구난 내 상상력을 좀 메꿔 보련만.

 

(혹시 이 책을 읽으신 분 있으면 제게 해설 좀 해 주시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름대로 SF 열혈독자라 생각하는 내가 도저히 넘지 못할 벽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사이버 펑크이다.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를 몇번이나 시도하다 포기했는지 모른다. 한 60쪽 정도를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꿈나라에 가있는 것이다.

무슨 복잡한 최신 과학이론이 배경이어서 너무 어려운 것이냐 하면 절대 그건 아니다. 작가인 깁슨도 컴맹이나 다름없다지 않는가. 참, 사이버스페이스 개념을 창조한 작가가 컴맹이라니 이 무슨......

 배경이론도 어렵지 않고 내용도 평이하다. 물론 좀 정신없는 묘사라고 여겨질 때도 있지만....

 

 

 

 

며칠 전에 <아바타>라는 말을 최초로 만든 닐 스티븐슨의 <스노우 크래쉬>가 도서관에서 눈에 띄길래 냉큼 빌려왔다. 그리고는 매우 괴로워하고 있는 중이다. 뉴로맨서 볼 때처럼 60쪽만 읽으면 잠이 든다. 덕분에 다른 책도 못 읽고 있다. 그러면서 그냥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장르에 대해 주루룩 꿰고 싶다는 욕심인가. 

 그래도 열심히 노력한 결과 260쪽을 읽어냈다. 사이버펑크에 열광하는 사람은 또 꽤나 열렬하던데, 아무래도 나는 그쪽으로는 상상력이 부족인듯.  

 오늘도 숙제하듯 소설을 읽고 있는 내가 좀 우습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진/우맘 2004-11-1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좀 강박적으로 책을 읽는 것 같아요....어제는 아픈 연우를 품에 안고 책을 찾았더니, 어머님께서 면박을 좀 주시더라구요.^^;;;

내가 요즘 왜 이러나....

물만두 2004-11-12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로맨서는 재미있는데요. 진짜 죽음은 그 다음 책인데... 그나저나 스노우 크래쉬 읽어볼까요. 감사합니다^^
 

 

 

 

 

책을 보면서 자꾸 금요일 밤에 하는 MBC 베스트셀러극장이 떠올랐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불행하고, 상처 입고, 그리고 엄살도 떨지 않지만 대책도 없는 사람들.

화살을 맞고 쓰러져도 말없이 괴로워만 하는 눈 큰 짐승 같다고나 할까.

 

나라면 그러지 않을 것이다. 큰소리로 동네방네 아프다고 소리지르고 몇날며칠 울고 불고 술 퍼먹은 다음 싹 잊어 버릴 것이다. 저러고 어떻게 사냐고.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플레져 2004-11-11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 좋아하는 정미경씨... 깍두기님은 답답하셨나봐요. 저는 또 그런 분위기가 좋더라구요. 평소에 답답함을 못찾는 성미라서, 뭐든지 속풀이를 해야 하는 성미라서... 소설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가라앉은 분위기가 좋더라구요... ㅎ

깍두기 2004-11-1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오셨구랴. 안 그래도 플레져님의 리뷰를 봤지요. 맘에 안들었다기보다는, 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나 할까요?(그게 그건가^^)

전 가끔 제가 왜 소설을 못쓸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요, 글재주가 없는 건 당연한 거고 주인공에 꼭 나를 대입시켜 감정이입을 하고는 주인공이 불행해지거나 나쁜 길로 빠지는 걸 용서하지 않으니 무슨 소설이 써지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정미경씨는 상황 속에 정지해 있는 그 곰탱이 같은 주인공들을 참고 견디니 대단한 사람입니다^^

진/우맘 2004-11-1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참....

저는, 신경숙씨의 <바이올렛>의 주인공이 참 답답했어요. 막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로드무비 2004-11-1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책을 읽고 난 느낌이 저와 같으면서도 다르구만요.

전 자기만 엄청나게 외롭고 고독하다는 엄살쟁이들이 싫어요.

정미경 소설 속의 인물들은 가만 있는 것처럼 보이나 적어도 자신이나 남을

속이진 않거든요.

깍두기 2004-11-1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로드무비님~ 그럼 저를 싫어하시겠네? 저 무지 엄살쟁이인데....^^

저는요, 미련곰탱이들이 싫어요. 왜냐면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그래서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이 답답한가봐요. 그래도 소설 자체는 그다지 싫지 않았어요. 근데, 페이퍼에도 썼듯이 어딘가 TV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져서, 새로운 맛이 좀 덜하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