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숙제를 다 끝냈다. 이 책을 다 읽었다는 얘기다.
2주 동안 이 책을 읽느라 다른 책에 손도 못댔다. 만화 두권을 읽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후반부에 가니 속도감이 붙어선지 괜찮았다. 아마 매트릭스 같은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이 책도 흥미로울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미지를 상상할 필요가 없는데 비해 책은 비슷한 내용이라도 자기가 이미지를 만들어 가며 읽어야 하니 그게 좀 딸렸다.
신선하며 내가 생각하기에는 황당한 설정도 있었다. 그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컴퓨터 바이러스를 바벨탑 신화와 접목시킨 대목이다. 대충 내가 이해한 것을 적어보면(나 자신을 위하여. 아직도 정리가 안되기 때문)
인간은 원래 단 하나의 언어를 갖고 있었다. 이 언어는 뭐랄까,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인간의 심층의식을 점령하고 있는 언어로서 이 언어를 사용하면 창의적 사고는 필요없고 지식의 무한전수만 이뤄지게 된다. 즉,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뜻.
그래서 고대의 위대한 해커(어느 의미에서는)가 인간이 각각 다른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게 만드는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그것이 바벨이다. 그러므로 바벨은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축복이다.
그런데 현대(이 소설의 시점)에 와서 한 종교가가 인간의식의 심층부에 존재하는 고대언어(이것은 가끔 '방언'이라는 형태로 종교적으로 표출된다고 소설에선 얘기한다)를 표층으로 끌어올려 사고를 정지시키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었고 이 소설의 주인공 히로는 고대의 위대한 해커 역할을 수행한다. 즉 그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메타바이러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나의 이 요약이 맞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줄거리는 이러한 설정과 더불어 눈이 핑핑 도는 스피드로 질주하는 오토바이, 스케이트 보드, 헬기, 생체로봇 개 등등과 함께 암울하고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를 그려낸다. 누가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면 빵구난 내 상상력을 좀 메꿔 보련만.
(혹시 이 책을 읽으신 분 있으면 제게 해설 좀 해 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