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우 Best Album - Blue Snow
조관우 노래 / 예당엔터테인먼트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조관우는 카스트라토 창법을 구사한다고 한다. 나는 그 창법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그러나 그의 창법을 사랑한다.

그를 알게 된 지는 10년도 더 되었다. 차가 없던 시절 카풀을 하며 1시간 거리를 함께 다니던 직장동료들과 차를 타고 가다 그의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여성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어린 소년의 목소리 같기도 한 맑은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너무 아름다운 흐느낌이었다. 

그가 인간문화재 조통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후에야 그의 미성의 비밀을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의 음반을 다 알지는 못하고 2집 'memory'에 대한 황홀한 기억을 갖고 있는 나.

2집 속의 '님은 먼 곳에'를 들을 때 나는 문득 내가 노래 속의 그 사람처럼 상처입은 새가 되어 막막한 하늘을 날고 있는 느낌이었다. 

고음으로 갈수록 더 애절하게 우리의 굳은 감성을 파고드는 그의 창법..

이 음반도 나를 실망시키진 않았다. 리메이크 유행에 일조한 그답게 옛날 노래들이 그의 미성을 타고 새로운 옷을 입었고 다른 노래들도 다 슬프고 아름다웠다.

홀로이고 싶은 시간, 달콤한 고독에 흠뻑 젖고 싶은 이들에게 그의 음악을 권하고 싶다.

대금소리처럼 은은하면서도 처연한 곡조로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의 숲에 이르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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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2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2집 메모리 좋아해요. 조관우의 아들도 얼마전 티비에서 봤는데 미성을 가졌더군요. 9살인데도 아빠를 닮은 흔적이... 애틋하고 아련한 목소리, 이 앨범으로 다시 듣고 싶어지네요. 달콤한 고독에 휩싸이고 싶을 때....^^

비자림 2006-10-3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아들도 미성이군요. 아들이 있었다는 것조차 저는 몰랐어요. ㅎㅎ
나중에 한 번 들어보시길. 2집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달콤하게 슬픔을 노래한답니다.
 
시가 내게로 왔다 2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2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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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영 근

장지문 앞 댓돌 위에서 먹고무신 한 켤레가 누군가를 기다
리고 있다

동지도 지났는데 시커먼 그을음뿐
흙부뚜막엔 불 땐 흔적 한점 없고,
이제 가마솥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뒷산을 지키던 누렁개도 나뭇짐을 타고 피어나던 나팔꽃도
없다

산그림자는 자꾸만 내려와 어두운 곳으로 잔설을 치우고
나는 그 장지문을 열기가 두렵다

거기 먼저 와
나를 보고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저 눈 벌판도 덮지 못한
내가 끌고 온 길들 -p.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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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8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자림 2006-10-2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힘내시어요. 굽이굽이 우리가 걸어가는 길들이 엮어내는 풍경은 다 다르지만 걸어가는 것 자체가 가끔 축복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살아있다는 것, 숨쉬고 있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아름다운 누군가를 알게 되었다는 것, 어제 안 해 본 무언가를 내가 오늘 해 볼 수 있다는 것...

hnine 2006-10-30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를 읽고 또 읽고 있노라면, 좋은 시인이 되려면, 슬픈 추억이나 기억이 많아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해봅니다. 아름다움은 슬픔과 통한다고, 누가 그랬더라...학교 다닐때 미학 시간에 배웠는데 또 가물가물...

비자림 2006-10-30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의 양보다는 시인의 감수성이 문제가 되리라고 저는 봅니다.
어머 근데 미학 시간에 배운 것도 생각이 나시나요? 대단하시어요^^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랜덤 시선 16
김경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구판절판


나는 붓다의 수행 중 방랑을 가장 사랑했다 방랑이란
그런 것이다 쭈그려 앉아서 한 생을 떠는 것 사랑으로 가
슴으로 무너지는 날에도 나는 깨어서 골방 속에 떨곤 했
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내 두 눈은 강물 냄새가 난다-p.15쪽

사람은 울면서 비로소
자기가 기르는 짐승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p.33쪽

엄마 내 우주는 끙끙 앓아요
매일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그녀의 창문을 서성거리는걸요
길 위에 피를 흘리고 다니지 마라
사람들은 네 피를 보고 발소리를 더 죽일 거다
알아요 이제 저는 불빛을 보고도 달려들지 않는걸요
자기 이빨 부딛치는 소리에 잠이 깨는 짐승은
너뿐이 아니란다-p.61쪽

외롭다는 것은 바닥에 누워 두 눈의 음(音)을 듣는 일이
다 제 몸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것이다 그
러므로 외로움이란 한 생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사랑이다
아버지는 병든 어머니를 평생 등 뒤에서만 안고 잤다 제
정신으로 듣는 음악이란 없다-p.96-97쪽

우주로 날아가는 방 3

-찰흙놀이



김 경 주





구름은 몸 안에서 눈 녹는 소리를 듣고 있다

방 안에 스며든 바람이 조용히 말라간다

누이들은 짜놓은 연고처럼 바닥에 흘러 잔다

그 옆엔 찰흙으로 빚어놓은 가족들,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다

찰흙의 눈들이 축축하게 굳어간다

불을 끄자 불빛이

자기 세계로 가만히 돌아간다

어둠 속에서 한 찰흙이 숟가락을 놓고 운다

한 찰흙이 다시 손에 숟가락을 쥐여준다

검은 눈물이 고개를 들어

창턱의 촉촉한 쥐똥을 바라본다

누이도 잠 속에 뜬 캄캄한 새떼를 보고 있는 건지

발가락이 구부러지고 있다

자신이라는 시차(時差)를 견디는 일이란다 꿈이란

우리가 한 이불 속에서 말라가는 일처럼

귓속이며 머리칼이며 눈에서 나는 흰 냄새 같은 것

얘들아 슬픔이 말라가면

교실에서도 손을 잡고 다니거라

햇볕에 몸이 쩍쩍 갈라질 때까지

그늘은 빛에 젖지 않는다


-p.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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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0-2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긋기를 보면 늘 그 책이..읽고 싶어지는 씩씩하니..
또 마음,,,꽂혔지뭐에요...

비자림 2006-10-2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에서 가슴에 꽂히는 시 한 편만 발견해도 즐거운데 다는 아니지만 김경주시가 여러 편 제 가슴에도 꽂혔어요. 참 아름다운 시들 만났어요.^^
 
디셉션 포인트 1
댄 브라운 지음, 이창식 옮김, 고상숙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댄 브라운의 2001년작인 이 소설은 다빈치 코드에 비해 2년 앞선 작품이다.  <다빈치 코드>에 대한 감흥이 아직 배어 있는 나는 작가 이름 하나만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한 편의 블록버스터를 보는 듯 흥미진진했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 출신인 작가가 이렇게 전문적인 과학 지식들을 잘 섞어 놓은 정치스릴러를 만들었다는 데 감탄을 많이 했는데 두 권의 책을 순식간에 읽은 후의 느낌은 참 시간 때우기 좋은 소설이라는 것이다.

일상이 무료한 사람들에게 적합할 것 같다. 대선을 앞둔 대통령 측과 대통령의 정적 세지윅 섹스턴이 벌이는 정치적 암투와 견제, 긴장감 넘치는 승부가  NASA의 운석 발견과 맞물려 흥미있게 전개된다.

빙하지대에서 벌어지는 혈투와 뉴저지 해안의 고야호에서 벌어지던 숨막히던 총격전 등이 생각난다. 상어에게 잡아 먹히던 장면이 너무 사실감 있게 그려져 끔찍하기도 했고 주인공들이 우연한 행운에 힘입어 아슬아슬하게 살아나는 장면과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권력의 유혹에 휩쓸려 인간적인 판단을 할 줄 모르는 세지윅 섹스턴의 지나친 야심과 탐욕을 보며 권력의 그물 속에서 버둥거리는 인간 욕망의 왜소하고 추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보니 오히려 개연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2권에서 좀 받았고,  마지막 장면에서 잭 허니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지나칠 정도로 긍정적으로 묘사된 점이 눈에 거슬렸다. 암암리에 미국적 영웅을 양산해 내는 헐리웃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소설이라는 데 동의를 하고 싶다. 이렇게 방대한 스케일의 소설 하나를 만난다면 영화 한 편 본 것 이상의 풍족한 감흥이 우리 안에 자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 혹은 머리 아픈 현실을 잊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 본다. 작가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따라가며 박진감 넘치는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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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10-2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읽고 별로 감흥이 없어서리 리뷰 못 올렸다지요..님의 리뷰를 읽고 아하~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요.ㅎㅎㅎㅎ

비자림 2006-10-24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님이 맘에 드실 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흥미진진하게 읽으며 며칠 시간 때웠어요. ^^
해리포터님, 님도 읽으셨네요. 진한 감동은 없지만 그럭저럭 재미있었지요?
 
타짜 1부 세트 - 전4권 - 지리산의 작두 허영만 타짜 시리즈
허영만 그림, 김세영 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따지고 보면 사랑도 구라야! 사랑은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상대방을 들었다 놓았다 속이고 자기 자신까지 속이거든... 난 무식한 놈이라 잘 모르지만 사랑보다는 의리가 있어야 한다고 믿소! 의리란 놈은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으니까! 당신이 나와 결혼하면 한 평생 남편으로서 의리를 지킬 거요!"

타짜 고니가 화란이에게 프로포즈하면서 한 말이다. 정말 만화 냄새가 물씬 풍기는 대사이고 전혀 세련되지 않지만 왠지 사랑의 본질을 조금 담고 있는 듯한 그 말에서 나는 묘한 매력을 느꼈다. 심심풀이로 집은 만화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감동을 한 줌 건져 올리는 순간이었다.

'식객'을 읽고 작가 허영만의 장인정신에 감탄했던 나는 요새 개봉한 영화 '타짜'때문에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만화 읽는 재미가 쏠쏠하여 타짜 2부 '신의 손'까지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어 버렸다.

화투판. 무언가 꼬이고 뒤틀리고 일이 잘 안 풀리는 사람들이 음지에서 놓고 벌이는 놀이판이라기엔 너무 살벌하고 무서운 화투판. 그 속에서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타짜'이다.

빨치산에게 사살당하는 형의 죽음, 성폭행 당할 뻔한 누나, 가난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성실하게 살아보지만 자전거 하나 사기 힘든 현실에 고니는 좌절한다. 그러다 화투판의 유혹을 알게 되고 종내는 5년 만에 모아온 누나의 전 재산을 하룻밤에 노름으로 다 날리게 된다.

하지만 화투판 생리에 대해 아는 철물점 아저씨가 지게 된 상황분석을 해주고 스승을 소개해 주자 더욱 화투판에 몸을 담그게 된다. 

마치 소림사에 들어가 무술을 배우는 초보자처럼 타짜 평경장에게 사사받으며 화투 기술을 전수 받고 스스로 깨우치는 고니의 노력을 따라 가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화투에 전혀 문외한인 나이지만 안쪽장 달기, 호구, 개평 등등 화투판 속어들의 뜻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었고 속고 속이는 그들의 한 판 승부와 전재산을 다 걸다 나가 떨어지는 그네들의 과욕을 보며 인간의 욕망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되었다.

첫사랑인 은지에게 사랑을 표현할 줄 몰라 전전긍긍하는 고니와, 결혼해서 정착해 보려는 고광열의 눈물겨운 사랑도 이 만화의 한 줄기를 이루었다. 그 세계의 고수 경상도의 짝귀를 알아 보는 고니가 전라도의 아귀를 박살내는 장면은 스릴 만점이었다.

'타짜'는 작가 허영만의 능수능란한 그림과 간결하면서도 정곡을 콕콕 찌르는 김세영의 글솜씨가 잘 어우러져 탄탄한 구성을 갖추었고, 도박판 타짜들을 소재로 하면서도 부유하는 인생살이, 천태만상의 나약하고 비열한 인간군상들의 모습, 인간의 욕망이 빚어내는 무모한 싸움들, 인생의 허무함 등등 인생의 어둡고 음습한 이면을 잘 보여준다.

군데군데 살짝 삽입된 우리 현대사의 일그러진 모습도 놓치지 말기 바라며 심심해 하는 사람들에게 만화 한 편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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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10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모닝~~ 비자림님! 만화가 더 재미나겠어요^^

비자림 2006-10-1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좀 속물적인 부분도 있어서리 님께는 안 어울릴 듯 합니다만 저는 재밌게 읽으며 시간 때웠어요.ㅎㅎㅎ

전호인 2006-10-10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한판하실 까요? 저는 타짜랍니다. ㅎㅎㅎ, 영화로 아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범죄의 재구성만큼이나 스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이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하는 영화의 구성이 최동훈 감독 답다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답니다. 만화로는 보질 못했습니다. 영화로도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김혜수의 육감적인 몸매로 인해 저는 그날 하루종일 헤메었답니다. ㅎㅎ

마법천자문 2006-10-10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일이하고 조지도 고스톱으로 간단하게 쇼부보면 좋을 텐데요.

프레이야 2006-10-11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저도 속물이랍니다.^^

비자림 2006-10-11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ㅋㅋ 타짜시군요? 영화는 다운 받아야 볼 수 있으니 좀 기다려야 할 거 같아요. 기대되네요.^^
소소너님, ㅋㅋ 댓글브리핑만 봐도 님인 줄 알았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배혜경님, 오마낫 그러신가요? ㅋㅋㅋ 님도 좋은 하루 되세용~~

로드무비 2006-10-11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여해서 재밌게 읽다가 만 책인데......
이상하게 전 영화가 별로 안 땡겨요.
다른 보고 싶은 영화가 많아서 그런가?
아무튼 님의 리뷰는 단숨에 읽힙니다.^^

비자림 2006-10-1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스타일을 좋아하시나요? ㅎㅎㅎ
전 공포영화 빼곤 그럭저럭 다 재밌어 하는 편이에요.^^

씩씩하니 2006-10-1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재밌을꺼 같애요....만화,,한번 이 가을 읽어볼까여?히.
그나저나 영화는 재미있다 그러든대..............볼까,,말까 망설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