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문학과지성 시인선 276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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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눈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p.14-15쪽

도시

유리로 된 미끄러운 길을 굴러가는 바퀴들
주황색 다알리아의 무수한 겹꽃잎
버스 정류장 구인 광고에 붙어 있는 하루살이떼
개들은 흰 진흙의 맛을 보고 있다
하늘에는 낡은 동전 같은 낮달 뜬다-p.33쪽

긴 손가락의 詩

시를 쓰는 건
내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 내 손가락, 내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나와 있다.
나무를 봐. 몸통에서 가장 멀리 있는 가지처럼, 나는 건
드린다. 고요한 밤의 숨결, 흘러가는 물소리를, 불타는
다른 나무의 뜨거움을.

모두 다른 것을 가리킨다. 방향을 틀어 제 몸에 대는
것은 가지가 아니다. 가장 멀리 있는 가지는 가장 여리
다. 잘 부러진다. 가지는 물을 빨아들이지도 못하고 나
무를 지탱하지도 않는다. 빗방울 떨어진다. 그래도 나는
쓴다. 내게서 제일 멀리 나와 있다. 손가락 끝에서 기간
의 잎들이 피어난다.-p.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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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알을 낳았어 자연과 만나요 1
이태수 그림, 이성실 지음 / 다섯수레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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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이 떠올랐다. 왠지 화풍이 유사하고 색감도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작가가 바로 식물도감을 그린 이란다. 작가 이름만 보고도 구입하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도 내겐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우리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이라 그런지 동물이나 곤충에 관심이 많았다. 월드컵 이후 축구선수로 꿈이 바뀌었지만 한동안 큰애의 꿈은 곤충박사였다. 아이의 관심을 살려 주기 위해 자연동화나 동물에 대해 나온 책을 많이 고르는 나에게 이 책은 참 유익하고 반가운 책이었다.

개구리의 일대기에 대해 쉽게 이야기해 주는 이 책은 처음에 논바닥에 붙어 있는 미끌미끌한 덩어리 모습의 개구리알부터 보여 준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친근감을 주기 위해 대화체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좋았다.

"머리에 깃털처럼 생긴 건 뭘까?

아가미야.

올챙이는 물 속에서 아가미로 숨을 쉴 수  있어.

물고기처럼 말이야."(p.5)

상세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며 아이들은 올챙이의 아가미를 손으로 짚어 보기도 하고 헤엄치는 올챙이의 모습을 구경하며 즐거워하기도 한다.

물방개, 물자라, 게아재비 같은 올챙이의 적이나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해 가는 모습도 참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가장 실감나는 장면은 개구리가 끈적끈적한 혀를 뻗어 파리나 잠자리 같은 움직이는 작은 동물들을 잡아 먹는 장면이었다. 아이들이 그 장면을 보며 자기들의 혀를 쑥 내밀어 보며 키득거리기도 하였다.

개구리의 적은 뱀과 왜가리라는 사실. 추운 겨울이 오면 흙 속에 몸을 숨기고 겨울잠을 잔다는 사실, 수개구리의 울음소리는 암개구리를 부르는 소리라는 것 등등 개구리의 이모저모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은 책이다.

마지막에 다시 짝짓기하는 개구리의 모습과 개구리 알을 보여 주며 이 책은 끝난다.

뒷부분에 개구리에 대한 소개가 더 자세하게 나와있고, 본문에도 밑부분에 작은 글씨로 좀더 어려운 용어로 개구리에 대해 설명해 놓기도 해서 일곱 살 큰아들은 아직도 재미있게 읽는다.

개구리를 보기도 힘든 도시 속에 사는 아이들에게 이런 류의 동화책은 간접경험을 하게 할 뿐 아니라 자연이나 동물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여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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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1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합니다

해리포터7 2006-09-17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이책 좋아요..비자림님..

비자림 2006-09-1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이 책을 아시나요? 제가 거의 님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리.^^
어쨌든 님도 이 책을 좋아한다니 반가워용^^
해리포터님, 그림이 그림책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 알려 주는 책이에요.^^
 
누구 그림자일까? 아기 그림책 나비잠
최숙희 지음 / 보림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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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띠 까꿍 놀이'로 유명한 지은이의 이름을 보는 순간 나는 주저할 것도 없이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답게 그림이 참 섬세하고 아름답다. 이 책은 작가의 전공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아직 말도 못하는 아가들에게 상상력을 키워주기 안성맞춤이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바와 같이 이 책은 그림자 놀이처럼 그림자를 갖고 대화하듯이 서술된다.

"우산 그림자일까?

 누구 그림자일까?"

우산 그림자를 보여주곤 이렇게 묻는다.

그런데 페이지를 왼쪽으로 펼치면 속지 속에 싱글싱글 웃고 있는 박쥐가 보인다. 박쥐 그림자였던 것이다.

아기들은 손뼉을 치며 신기해 하고 방글방글 웃게 된다. 조물락조물락 작은 손가락이 어서 다음 페이지를 펼쳐 보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책은 계속 '꽃뱀, 불독, 곰이랑 고슴도치, 문어와 불가사리, 공작, 그리고 사과, 돼지 등 많은 친구들'  이 까만 그림자 속의 자기 정체를 보여 주는 그림책이다.

맞벌이를 하였고, 육아에 대한 정보에 어두웠던 나는 이 책을 아이들이 서너살 되어야 사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내 곁에 누군가가 있어 이런 좋은 책을 소개해 주었더라면, 아가들에게도 책을 읽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6개월 이후 3세까지 좋을 것 같고 책을 많이 안 읽었거나 호기심이 많은 아기라면 네 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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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17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자 놀이 함께 하면 재미있어 할 것같네요

비자림 2006-09-1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건 부지런하고 곰살맞은 엄마들이 많이 해 주지요.
그럼 비자림은? 별루~~ 에궁 챙피해라.ㅎㅎ
 
공룡 유치원 8 : 소방훈련 하는 날 공룡 유치원 8
스티브 메쩌 글, 한스 웰헬름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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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유치원에는 귀여운 공룡들이 많아요.

예쁜 나나, 다정한 푸키, 개구쟁이 용용이, 용감한 뿔리, 눈물이 많은 보라, 수줍은 알로, 그리고 이 아이들의 선생님인 디노 선생님!

이 '공룡유치원'은 시리즈로 나와 있는데 그 중에서 8번 '소방 훈련 하는 날'인 이 책은 도서관에서 알게 되었는데 의외로 좋았어요.

오늘은 소방훈련 하는 날, 소방훈련의 의미를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나나는 이렇게 대답해요.

" 우리 언니한테 들었는데요, 소방 훈련은 진짜 불이 난 것처럼 연습하는 거랬어요."

아이다운 대답에 디노 선생님은 긍정적인 대답을 해 주신 후 명확히 개념 설명을 해 줍니다.

개구쟁이 용용이는 소방차 소리를 내며 소란을 피우지만 소심하고 내성적인 알로는 사이렌 소리가 걱정이 됩니다.

놀이 시간이 되어도 사이렌 소리만 생각나고 그 불안한 심리가  지나쳐 겉으로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요.

푸키랑 블록놀이를 하다가 사이렌보다 더 큰 소리를 내야 겠다고 생각하곤 "콰르르릉"소리를 내며 블록을 무너뜨립니다.

그리곤 심벌즈 소리가 사이렌보다 더 클 거라고 생각하며 심벌즈를 쾅쾅쾅 울려 대요. 사이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하는 알로의 행동은 친구들에겐 납득이 되지 않아요.

물레방아 놀이를 할 때도 사이렌 소리를 생각하며 물을 마구 부어 버려 뿔리 옷을 다 젖게 해버리지요.

디노 선생님이 알로에게 다가와 무슨 일인가 묻습니다. 혼내거나 다그치지 않고.

그러자 알로는 사이렌 소리가 무섭다고 솔직히 이야기하고 디노 선생님은 알로를 달래 주어요.

"알로야, 선생님도 큰 소리가 무섭고 싫어. 하지만 소방 훈련 때 들리는 사이렌 소리는 좋아한단다."

그 이유는 우리를 다치지 않게 도와 주는 소리라고 설명해 주어요.

그 명쾌한 해답을 듣고 알로는 방긋 웃게 됩니다.

알로 안의 긴장과 불안이 삽시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지요.

공룡 친구들의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아이들은 자기들과 비슷한 공룡 친구들을 좋아하게 되고 책을 찾게 됩니다.

"난 푸키가 좋아. 엄마는 누가 좋아요?"

" 난 뿔리가 좋아. 엄마, 근데 알로는 알로사우루스겠죠?"

이런 대화를 주고 받으며 아이들과 한동안 공룡유치원에 푹 빠졌던 기억이 나요.

4세에서 6세까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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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09-0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근무하는 곳에 안전체험관이 있는대..거기서 소방훈련을 하거든요,,
거 끝나고 너무 어려운 비디오를 상영해서 늘 좀 맘이 찜찜했는대..
이 책 읽어줌 딱이겠는걸요???

비자림 2006-09-0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글쎄요, 미취학 아동들에게 적당한 책이라 견학 온 유치원생들에겐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네요. 알라딘에서도 직장을 생각하시는 하니님!^^
 
석기 시대 천재 소년 우가
레이먼드 브릭스 글 그림, 미루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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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한 석기시대, '부드러운 바지'를 꿈꾸던 천재소년이 있었다. 모두들 무거운 돌바지를 입고 어둡고 축축한 동굴에서 사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을 때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 이름은 우가. 완고하고 성질 급하고 사나운 성격의 엄마와 소심하지만 다정한 아빠의 외모를 반반 닮은 우가. 하지만 동글동글한 얼굴, 포동포동한 몸매, 바짝 선 굵은 머리카락의 귀여운 우가는 자기를 둘러싼 석기시대의 모든 것에 대해 호기심과 의문을 품고 산다.

모두가 입는 돌바지가 불편하고 무겁다는 것을 느끼며 보들보들한 바지를 꿈꾸고, 죽은 짐승 고기말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의 맛이 좋다는 것을 듣고는 엄마에게 그 새로운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돌을 이용해 하는 축구에서 돌이 튀어오르면 더 재밌을 거라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이런 우가에 대해 친구와 가족의 평가를 들어보면 보통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관의 실체에  대해 느끼게 된다.

"우가, 넌 그게 문제야.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구. 꼭 딴 세상 사람 같아. "(p.7)

"제발 놀아라, 놀아! 생각 좀 하지 말고!"(p.17)

"생각! 생각! 생각! 저 녀석은 일찍 죽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까지 할 거야. 어휴, 속상해."(p.20)

우가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끝까지 의미를 캐려고 노력하고 다른 것과 연관지어 생각하려고 한다. 확산적 사고능력의 우가. 하지만, 엄마나 아빠는 우가의 의견을 묵살하고 삶의 조건을 바꾸려는 시도를 결코 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가가 엄마에게 꽃다발 선물을 하는데 엄마는 그것을 통째로 입에 집어 넣어 버리기까지 한다. 엄마와 우가가 의사소통이 안 되는 슬픈 현실이 느껴졌다.

매일 물을 길어 와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강을 구부리면 안 되냐고 제안하지만, 엄마는 우가의 상상력을 보지 못한다. 매일 짐승을 쫓아다니는 아저씨들의 노력이 소모적으로 보여 울타리를 만들어 짐승을 가두면 어떻겠냐고 아빠에게 건의하지만 아빠의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이다.

우격다짐만 하는 엄마에 비해 아빠는 우가의 말을 조금은 수용하려고 노력하는 장면도 보인다.

우가가 동굴에서 살지 말고 야외 동굴(집의 형태)을 꿈꾸고 그것을 실제로 돌로 만들어 보았을 때 아빠는 그 곳에서 아늑함과 안락함을 느꼈다. 하지만 늘 아내의 반대에 부딪치고 만다. 

그래도 날카로운 돌조각을 구해 와서 우가가 가져 온 아기 메머드 가죽을 재단하여 돌바지를 만들려고 하는 아빠의 노력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결국 마지막 페이지에 우가는 부모님의 무덤이 있는 동굴에서 벽화를 그리며 사는 청년, 여전히 돌바지를 입고 사는 보통의 석기시대 사람으로 나온다.

천재 소년 우가는 왜 이렇게 보통 사람이 되어 버렸을까?

그의 머릿 속에 꽉 차던 현실인식과 그 선구자 같은 아이디어는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참 재미있게 책을 읽고 나서 약간 쓸쓸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부지불식간에 저지르고 있을 우격다짐의 언어들, 아이들의 상상력에 따라 가지 못하고 겉모습만 보며 성급히 판단하고 비판해 버리는 나의 조급함과 얕은 통찰력 등등이 떠올랐다.  

이 책은 어린이서점에서 우연히 건진 책인데 참으로 여러 가지를 일깨워 준 만화였다. 여섯 살 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폭넓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어른들이 한번쯤 일부러 읽어 보아도  좋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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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8-2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이책 참 재미나죠..레이먼드 브릭스책은 어른들이 보기에도 참 재미나죠.

비자림 2006-08-2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레이먼드 브릭스 책이 또 있나 보지요? 이따 밤에 검색해 봐야겠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