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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발자국일까? 과학 그림동화 4
밀리센트 엘리스 셀샘 글, 마를레너 힐 던리 그림, 장석봉 옮김 / 비룡소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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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되어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열쇠는 사람이나 물건이 남긴 흔적을 찾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에게 자연 탐정이 되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 보라고 권한다. 젖은 발이나 진흙 묻은 발톱이 남긴 흔적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

 

고양이와 개가 있고 그들의 밥그릇이 있다고 치자. 고양이 밥그릇에는 우유가, 개 밥그릇에는 고기가 들어 있었다면 누가 우유를 마시고 누가 고기를 먹었을까? 발자국을 보고 알아 맞추어야 한다. 우리는 당연히 우유는 고양이가, 고기는 개가 먹었다고 예측하게 된다. 그런데 탐정은 그 생각을 접고 명백한 증거부터 찾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고양이는 걸을 때 발톱을 집어넣고 걷고, 뒷발을 앞발자국이 찍힌 바로 앞에 놓는다. 그래서 두 발 달린 동물의 발자국처럼 보이게 된다. 이것으로 미루어 우유를 마신 건 개이고, 고기를 먹은 건 고양이라는 게 밝혀진다. 아이들은 여기서 탄성을 지르게 된다. 고정관념을 부수고 발자국으로 사실을 밝혀 내는 게 재미있어서이다.

 

이처럼 이 동화에는 여우, 사슴, 개구리, 너구리, 갈매기들의 발자국에 대해 흥미 있게 설명해 주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준다.

 

과학그림동화 시리즈 중의 하나인 누구 발자국일까?는 동물들의 발자국을 설명하며 실감나게 발자국을 보여 주고 독자에게 자꾸 물음을 던져 지루하지 않게 해 준다.

 

아이들에게 과학과 친해지라고 의도적으로 읽어 준 책이었는데 아이들이 의외로 좋아하고 퀴즈 풀 듯이 책의 줄거리를 따라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초등학교 입학 전인 아이들이나 1학년 정도까지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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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커다란 털북숭이 곰이다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51
야노쉬 글 그림, 조경수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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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현실에서 엄마와 갈등 상태에 놓인 한스가 주문을 외며 커다란 털북숭이 곰으로 변신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프 먹어! 식탁에서 팔꿈치 치워! 다리 떨지 마! 신발은 그새 또 벗었니?" 한꺼번에 세 가지를 동시에 지시하고 한 가지를 금지하는 한스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는 가슴이 뜨끔했다. 바로 내 모습과 닮아서이다.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평일날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세 시간여 정도 밖에 안 되는 탓에 나는 늘 마음이 급해진다. 밥을 빨리 먹이고 숙제를 봐 줘야지, 정리 습관도 몸에 배게 해야 하는데, 오늘 학교에서 잘 지냈나 물어 봐야겠어,콩쿨 나가려면 피아노도 한 5분쯤 쳐야 할텐데, 오늘도 동화책은 30분 밖에 못 읽어 주겠네 등등. 내 머릿속엔 해야 할 일들로 뒤죽박죽이 되고 조바심 나는 날이면 더더욱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하루 일과를 이야기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 순간이 서로 가장 행복한데도 나는 왜 자꾸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려 하고 그들의 행동을 바로 잡아 주려고 하는 것일까?

마치 아이가 그린 듯한 다소 거칠고 투박한 작가의 그림이 아이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해 주는 것 같고 이 동화책이 의도하는 관점, 즉 '아이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라는 주제에 더 걸맞는 것 같다.

경악하는 엄마를 두고 빨간 의자에 올라서서 거만한 눈빛으로 엄마를 내려다 보는 털북숭이 곰 한스는 작은 의자를 들고 외출을 한다.

그리곤 두려움의 대상이던 개 링고-빙고에게 위협적인 눈빛을 던져 주고 의기양양하게 학교로 간다. '커다란'학교로 가서 교장 선생님께 더운 날씨 때문에 휴교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시종일관 빨간 의자를 들고 다니는 털북숭이 한스는 작은 사물에 집착하는 아이의 마음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어른들보다 더 힘센 존재로 변신하여 어른들에게 거꾸로 명령을 내리는 권력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곤 친구 페터 프레제의 요구 사항을 들어 주기 시작한다. 도로를 점령한 자동차들을 전부 세우는데 교통 경찰 아저씨의 모자를 빌려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

자동차를 세우라는 페터 프레제의 말은 어른들이 보기엔 어처구니 없는 요구이지만, 한스는 친구의 말 속에 담긴 의도를 정확히 알고 이행한다.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운전자들에게 역설하는 것이다.

힘 센 털북숭이 곰 한스에게 집에 가게 해 달라고 무릎을 꿇어 비는 어른들의 모습은 참 풍자적이다. 

한스와 친구는 차를 사러 간다. 장난감 차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1학년들의 상상 속 소망은 진짜 차를 사서 운전하는 것이다.

만약 가다가 강이 나오면, 내가 어떻게 할지 아니?

난 우리 차를 들어서 강 건너로 옮길 거야.

페터 프레제가 좀 도와 주겠지, 뒤에서. 당연해.

한스가 강 속에서 차를 어깨에 짊어지고 옮기는 모습을 본 우리 아들들은 전부 괴성을 질러 댔다. 놀람과 부러움이 잔뜩 배인 괴성.....

한스가 마지막으로 한 일은 여자 친구에게 가서 입맞추고 자랑스런 하루의 일과를 이야기하는 일이었다. 여자친구는 놀라워하고 여자친구와 나란히 빨간 의자에 앉은 한스는 진짜 한스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털북숭이 곰으로 신나게 하루를 살면서 한스는 "당연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아이다운 어투를 들으며 나는 당돌하고 귀여운 한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크고 힘센 세계가 어른들의 세계라면 작고 연약한 세계가 아이들의 세계이다. 물리적인 힘만이 아니라 권력의 힘까지 지닌 어른들에게 "우리 마음을 좀 헤아려 주세요!"라고 아이들 모두가  말하는 것 같은 이 동화책은 어른들이 모두 한 번쯤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 잣대로 늘 아이들을 평가하고 억누르고 있는 건 아닌 지 한 번쯤 되돌아 보았으면 좋겠다.

아이의 마음을 잘 포착한 작가의 눈이 마음에 들고, 이 책을 함께 읽다가 아이들이 킬킬대고 시원스런 웃음을 터뜨리는 걸 보며 함께 웃어주고 교감하는 엄마들이 많이 생기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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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06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와락!! 이리 긴 리뷰를 써도 되는 건가요? 몸은 어떠세요?
오랜만에 글 보니 님을 보는 것처럼 반가워요.^^

달팽이 2007-04-06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빨리 나으시길...
님의 리뷰가 올라오는 것을 보니..
좀 마음의 여유는 생긴 듯...
어쨌거나 반갑습니다. 비자림님.

혜덕화 2007-04-06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학년 아이들도 그림책을 읽어주면 참 좋아하더군요. 이 책도 도서실에서 찾아봐야겠어요. 오랫만에 뵙네요.

비자림 2007-04-0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거의 나았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 같아서 꼭 필요한 일만 타자를 치고 있답니다. 그래도 가끔 바람 불면 리뷰로 인사 드릴게요^^
달팽이님, 저도 반갑습니다.^^ 학급홈피 만들라 해서 들어왔다가 얼른 써 봤답니다. 계속 정신 없긴 한데 이제 주말엔 책도 좀 보고 그럴려구요. 잘 지내시죠?
혜덕화님, 어머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5학년 맡으셨나 봐요? 동화책 그림은 투박한데 아이들 마음 속 욕망을 형상화 해서 그런지 좋아하더군요.^^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
버지니아 리 버튼 글, 그림 |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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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개교를 건너자!"

"좋았어. 저기 배 위에 탄수차가 보여!" 뿌뿌 뿌뿌

작년만 해도 우리집 거실에 기차 장난감을 잔뜩 늘어놓은 아이들의 이런 대화를 듣기는 다반사였다. 토마스 기차를 무지 좋아했고 장래 희망이 한동안 기관사였던 큰애의 영향이 둘째에게도 이어져 기차 놀이를 참 좋아했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처럼 기차나 차를 좋아하는 네다섯 살 남자 아이들에게 적당하다. 처음에 이 책을 보았을 때 48쪽이나 되는 짧지 않은 분량의 그림책이 애들에게 너무 길지 않나 싶어 나는 주저했는데 아이들이 우겨 우리집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또 읽고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큰애 친구 하나는 이 책을 빌려 간 후 한 달 이상이나 돌려 주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에겐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1940년대에 활동했던 작가라 그런지 그림이 전부 흑백으로 되어 있고 석탄 실은 기관차의 느낌을 살리려 하다 보니 목탄으로 그린 듯 명암 위주의 둔탁한 그림들이었는데 아이들은 다양한 모양의 기차를 보며 신기해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치치. 꼬마 기관차 치치는 일상이 무료하여 어느 날 무거운 객차들을 놔두고 혼자서 모험을  나선다. 사람들의 시선을 기대하면서.

하지만 승무원, 화부, 기관사 아저씨 몰래 나선 치치의 모험은 여러 가지 한계에 부딪치고 가는 곳마다 소동이 벌어진다.

그런데 뒤죽박죽 엉망이 되어 버린 철로 주변의 풍경들을 보며 아이들은 재미있어 했다.

개구쟁이들이라 개구쟁이 치치가 벌이는 모험담을 읽으며 동일시하고 있는 듯 했다.

결국 치치는 엉뚱한 선로를 따라 끝없이 달려가다 숲 속 낡디낡은 선로에 이르러서야 멈추게 된다.

기관사 아저씨에 의해 구출된 치치가 별빛 아래 집으로 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다 보면 아이들의 취향 따라 고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도 꽤 오랫동안 우리 아이들의 사랑을 받은 책 중의 하나이다.

기차를 좋아하는 개구쟁이 꼬마가 있는 집마다 치치를 만나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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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캐러멜!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
곤살로 모우레 지음, 배상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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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캐러멜!'을 덮으며 애틋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 나는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어린왕자'를 떠올렸다. 어린 시절에 내게 영향을 준  많은 책들 중에도 '어린 왕자'는 무언가 순수의 세계를 일깨워 주는 것 같아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인데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을 내게 주었다.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한 소년과 낙타의 우정과 사랑을 이야기한 동화. 장애아인 소년의 감정을 작가가 참 잘 그려내는 걸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나중에 보니 한 소녀를 모델로 썼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덟살 소년 코리는 사하라위 난민이다. 사하라위 난민은 30년 전에 모로코의 침략을 받은 이후 아직도 민족 자결이 인정되지 않아 뜨겁고 삭막한 알제리 사막에 살고 있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코리는 상대방의 입술의 움직임을 보고 타인의 말을 추측한다. 그리하여 어느 날 입술을 오물거리는 낙타를 보며 낙타도 말을 한다고 생각했고 새끼낙타 캐러멜을 사랑하게 된다. 코리의 첫 친구인 캐러멜은 늘 우리에 있었고 코리는 항상 캐러멜을 보며 그의 말을 상상하며 시심을 키우고 행복을 느끼게 된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꼬마 시인 코리는 화티메투 선생님께 글을 가르쳐 달라고 몸짓으로 사정하게 되고 화티메투 선생님의 보살핌으로 조금씩 글을 깨우치게 된다. 그리고 '일식'에 대해 처음 그만의 언어로 이야기하게 된다.

"해와 다리 사랑해서 하느레서 만나지요."(p.42) 

따스한 사랑의 눈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코리와 그를 도와주는 화티메투 선생님의 모습도 정겨웠다.

그런데 배고픔에 허덕이는 난민들에게 고기가 필요하여 캐러멜이 제물이 되어야 하는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  잔혹한 현실에 대해 코리가 받을 충격을 생각하며 아흐메드 삼촌은 코리를 부둥켜 안고 위로한다. 사하라위족 남자들이 여자와 아이들 앞에선 절대로 울지 않는 관습에 아랑곳없이 그는 코리를 따라 울며 코리를 진심으로 위로한다.  

코리는 캐러멜을 구하기 위해 밤에 캐러멜과 함께 집을 떠나게 되지만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고 끝없이 텅 빈 황폐한 사막에서 고립된다. 삼촌에 의해 구출된 코리는 조르지도 울지도 않았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이제 비극적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캐러멜은 제물이 되었고 캐러멜이 죽는 순간까지 코리는 함께 한다. 그런데 그 장면을 코리가 보는 것이 나는 눈에 거슬렸다. 코리는 어른이 되었고 여전히 아름다운 시를 쓰며 당대의 위대한 시인 바티 선생님조차 코리를 인정하는 사람이 되는데 그 때까지도 코리는 여전히 자기 시가 아니고 친구 캐러멜의 언어를 옮겼을 뿐이라고 말한다.

조국이 없고 가난에 시달리고 모래바람과 싸우면서도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사는 사하라위 사람들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동화. 초등학생 중학년용이라지만 고학년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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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9-1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리에게 조국과 평화를...
제 보관함에도 들어있는 책이네요...

비자림 2006-09-1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참 맑고 순수한 동화였어요. 동화를 쓸 수 있다면 저런 동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듯...
 
악어 이야기 - 침만 꼴깍꼴깍 삼키다 소시지가 되어버린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30
로알드 달 지음, 김수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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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김영사의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시리즈 중의 하나인 이 책은 말 그대로 초등 1,2,3학년 정도 아이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책이다.

여섯 살, 일곱 살인 우리 아이들에겐 좀 글이 많나 싶었지만 난 가끔 아이들 나이보다 윗단계인 저학년용도 일부러 읽혀 준다. 게다가 제목이 재미있고 그림의 악어 표정이 참 재미있어서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아프리카 큰 강에 사는 '침꼴깍'악어(이름부터 얼마나 유쾌한가!)는 욕심이 많아 어느 날 특별식으로 어린 아이를 먹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곤 강가로 기어 나오는데 사냥길에 덩치 큰 하마를 만난다. 악어의 심술꾸러기 표정과 하마의 못마땅한 얼굴 표정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작가도 작가지만 퀸틴 블레이크의 삽화도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못된 놈! 사람들한테 잡혀 악어 수프나 돼 버려라!"하고 하마는 욕을 퍼붓지만 악어는 껄껄 웃으며 숲속으로 걸어간다.

하마에 이어 코끼리를 만나고 코끼리에게서도 욕을 듣지만 악어는 코끼리를 비웃으며 다시 걸어간다. 이번엔 원숭이를 만난다.

"이 열매 좀 먹을래? 맛이 기가 막혀." 침꼴깍악어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런 건 너나 먹어. 난 손가락도 있고, 팔다리도 있고, 발도 달린 걸 먹을 거야!" 원숭이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물었습니다.

"그럼 어린애를 잡아먹겠단 말이야?"

"그래. 옷 입은 채로 먹을 거야. 그게 더 맛있거든."(p.11)

목에 단추나 걸려 죽어 버리라는 원숭이의 욕에 아랑곳 없이 악어는 원숭이의 나무를 쓰러뜨리고 또 길을 나선다. 계속해서 새를 만나고 새의 기다란 꽁지도 먹어치운 악어는 코코넛 나무처럼 위장하고 서서 아이들을 기다린다. 기다랗게 엎드린 악어 그림에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 눈에 침꼴깍악어가 변장하고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 재밌는지 아이들은 킥킥대며 웃었다. 물론 나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코코넛 열매에 속아 다가온 숲 속 아이들이 거의 악어에게 잡혀 먹을 찰나 하마가 와서 아이들을 구해 준다.  그 후에도 악어는 놀이터 시소,회전목마의 가짜악어, 풀밭의 의자로 변신하여 사냥감을 노리지만 번번이 숲 속 동물들에 의해 계획이 무산된다.

마지막에 의자로 변장한 악어를 코끼리가 혼내 주는데 꼬리를 물고 뱅글뱅글 돌리는 게 압권이다. 뱅글뱅글 돌리다가 악어의 꼬리를 탁 놓자 악어는 로케트처럼 날아가 수많은 별을 지나 불타는 태양에 처박히어 지글지글 악어 소시지가 되었다는 이야기.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유명한 작가 로알드 달의 기지와 재치가 유감없이 발휘된 유쾌한 그림책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교훈적인 이야기만 강조하는 책보다 이렇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아이들이 즐겁게 눈을 굴리며 책 속의 세상에 풍덩 빠지게 하는 책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은 부모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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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9-18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로알드 달 작품은 거의 다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또 남아있었군요..
악어이야기 잊지 말고 있다가 찾아볼께요..
후후~이래서 리뷰를 열심히 봐야 하나봐요..^^_

비자림 2006-09-18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알드 작품이 많은가 봐요? 참 재미있고 매력적인 작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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