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문열 이희재 만화 삼국지 1 - 도원에 피는 의
나관중 원작, 이문열 엮어옮김, 이희재 만화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한 2년 전 황석영의 삼국지에 미친 적이 있었다. 내가 먼저 읽고 남편에게 1권을 넘기는 식으로 책을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밥 하는 시간을 잊은 적이 있었다. 나중엔 이사를 가는데 이사하는 날조차 청소 대충 하구선 책만 붙잡고 있어서 남편에게 한 소리 들은 적도 있었다. 제갈공명이 죽은 후론 슬프고 낙담하여 영 기운이 나지 않기도 했다.
오늘 새벽까지 읽은 이 '이문열 이희재의 만화삼국지'도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이들 책으로 샀는데 요새 '무인도에서 살아남기'류의 책에 빠진 아이가 거들떠 보지 않아 내가 집었는데... 앗, 멈출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문열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초등학생용으로 10권짜리 삼국지가 나온 것도 반갑고 위,촉,오의 수많은 인물들을 아우르고 영웅들의 면모를 상세히 보여 주어 어른들에게도 삼국지 내용이 다시 정리될 수 있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도원에 피는 의', '솥발처럼 갈라선 천하', '출사표 드높아라 충신의 매운 얼이여' 등 핵심을 집어내는 큰 제목들도 좋고 한 권 한 권 속의 장마다 세부적으로 제목이 붙어 있어 장대한 스토리가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권말에 세력조직도나 지도를 첨부하고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자세히 안내해 놓아 고학년들에겐 역사에 대한 흥미도 유발할 수 있고, 특히 십상시, 병기창, 반간계 등 초등학생들에게 어려운 어휘 풀이도 간간이 해 주는 친절함이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작가 이희재의 실감나는 그림이다. 인물의 표정이 살아 있고 캐릭터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인물 묘사, 전투 장면의 리얼한 표현 들이다. 탁월한 카리스마와 매서운 통치로 결국 중원을 평정하는 위의 조조는 매섭고 강인하게, 덕을 갖추고 인덕이 있으나 유약한 유비는 인자하나 소심한 모습으로, 죽어서도 혼령이 되어 아들을 지킨 관우는 형형한 눈이 빛나는 대장부의 위엄있는 모습으로, 헌신적이고 용맹한 조자룡의 순수하고 처절한 모습 등등 인물들의 얼굴과 표정이 아직도 내 눈가에 선하다. 그리고, 조조가 가장 아끼던 전위를 잃고 아들이 죽은 것 보다 더 애통해 하는 모습은 아주 비장한 모습으로 실감나게 표현되었다.
위의 순욱, 곽가, 순유, 사마의 등과 촉의 제갈공명, 봉추, 강유, 오의 주유, 육손 등 뒤에서 영웅들의 두뇌가 되었던 군사들의 치열한 지략과 전술도 참 볼만 했다. 아슬아슬했던 적벽대전의 스릴감이란....
조금만 군법을 어겨도 참수하고 군의 기강을 세우려고 참하고, 모반했다고 일족을 멸하는 등 잔인한 장면도 많아 초등학교 저학년 보다는 고학년이 나을 것 같고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어른까지도 읽을 만 하다. 큰 욕심을 내지 않고 편안하고 유쾌하게 한 번 삼국지 내용을 다시 훑고 싶다면 이 만화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무료하고 심심하여 몸이 근질근질할 때 다시 이 책을 찾게 될 것 같다. 페이지만 열면 영웅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굳센 의리, 권력을 움켜 쥐려는 자들의 야망이나 그 뒤안길에서 희생되는 슬픈 운명 등 내 머릿속을 꽉 채울 재미난 옛날 이야기가 거기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제갈공명, 조자룡, 관우도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