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륵, 먹은게 다 어디 갔지? 샘의 신나는 과학 4
재키 메이너드 지음, 윤소영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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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가다가 터널이 나오면 우리 아이들은 여러 가지 괴상한 말을 한다. "우와 식도다. 식도로 들어가고 있어." "식도에서 이제 위로 출발!" "엄마, 우린 지금 코끼리 위로 들어가고 있어요." 등등. 몇몇 과학과 관련된 동화책을 읽더니 잘 모르면서도 식도니 위니 소장, 대장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럴땐 나도 맞장구쳐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아이들과 같은 톤으로 소리 지르게 된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다 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형의 책들이 있다. 그래서 5세 이전에는 하루에도 서너번씩 같은 책을 읽어 달라기도 한다. 현재 6,7세인 우리 아이들은 남자라 그런지 모험담이나 유머가 들어간 책, 그림이 재미있는 책등을 좋아한다.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기를 바라고 그래서 의도적으로 골라 주는 책들이 있다. 

이 책처럼 과학과 관련된 책들도 그 중의 하나다. 큰애가 과학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우리 아이들은 5세때도 '달팽이 과학동화'나 '신기한 스쿨버스'류의 책들을 조금씩 보았었다. 그래서그런지 이 책도 굉장히 흥미 있어했다.

이 책은 점심 먹으러 들어온 샘과 샘 엄마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꼬르륵, 먹은 게 다 어디 갔지?'라는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입으로 들어간 음식물이 어느 기관들을 거쳐 어떻게 소화되는지를 엄마가 설명해 주는 동화책이다. 창작동화보다는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유익한 설명들이 많다. 첫 장면,  허겁지겁 들어와 점심 메뉴를 묻는 샘에게  엄마는 웃으며 말한다.

"글쎄, 뭐가 좋을까? 살짝 데친 민달팽이? 아니면, 지렁이 구이와 진흙 소스?"

여기서부터 아이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점심 메뉴인 피자를 기다리며 침을 꼴깍 삼키는 샘에게 엄마는 침샘도 이야기해 주고 침샘이 날마다 우유 8잔 정도의 침을 매일 만든다는 사실도 알려 준다.

이 책의 장점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자칫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적 사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적절한 비유를 들어 이야기해 준다는 것이다. 위를 큰 가방처럼 비유하거나 위 아래쪽의 근육을 수도꼭지로, 소장의 길이를 기린 키정도로 이야기 하는 것들은 어설프게 만들어진 동화책이 아님을 확실히 보여준다. 밝은 색조의 만화 같은 그림도 좋았다. 

일곱 살만 되어도 자기 취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아이를 보며 가끔 난감할 때가 있다. 자, 이제 슬슬 위인전도 읽혀 봐야겠는데 어떤 책이 좋을까? 좋은 책 건져 보려면 다시 바빠질 것 같다.

5세에서 8세까지 적절할 것 같고 잘 이해가 안 되어도 과학 분야의 책들하고도 친해질 수 있도록 엄마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과학동화가 낯설거나 많이 안 읽은 여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이 책부터 읽히고 '신기한 스쿨버스'류의 책들을 보여 줘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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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6-1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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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6-1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다린이가 여섯살이었네요. 님과 만난 게 작년 끝무렵인데 그 때 기억한 다린이 나이를 아직도 수정 않고 있었으니..끌끌.. 이해하셔요.
'우리 몸의 구멍'은 당연히 읽히셨겠지요? 이 책 전 단계이옵니다.
 
꼬르륵, 먹은게 다 어디 갔지? 샘의 신나는 과학 4
재키 메이너드 지음, 윤소영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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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샘이란다. 그 곳에서 침을 만들어 입 안으로 내보내는 거야. 침샘은 날마다 1.5리터 정도의 침을 만든단다. 우유 8잔 정도의 양이지."
샘이 말했어요.
"아, 그렇군요. 침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나도 알아요. 음식이 침에 젖어 부드러워져야 삼킬 수 있으니까요."-p.4-5쪽

"하하하! 엄마, 타조 식도는 굉장히 길겠죠?"
엄마가 대답했어요.
"그렇겠지. 굉장히 가늘기도 하고 말야. 우리 식도는 팔 길이의 절반 정도 길이야 굵기는 엄지손가락 정도고."-p.9쪽

"정말 그래. 음식이 식도를 지날 때에는 그냥 미끄러져 들어가는 게 아니란다.
치약을 짤 때처럼 식도의 근육이 음식을 계속 밑으로 짜 주거든."
"아, 그렇군요."
샘이 식탁에 유리컵 두 개를 놓으며 계속 말했어요.
"엄마, 그 다음은 나도 알아요. 내 위는 잘 늘어나는 큰 가방 같아요. 그래서 음식이 들어오면 이리저리 뒤섞고 잘 으깨서 죽처럼 만들어 주지요."-p.11-12쪽

"와! 대단하네요. 5미터면 얼마나 길죠?"
엄마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어요.
"글쎄, 기린 키 정도라고 할까? 그렇게 긴 작은창자가 스파게티처럼 구불구불하게 접혀 있단다. 그래서 우리 몸 속에 들어 있을 수 있는 거야."-p.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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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절판


인간이라는 고독한 존재


꽃이나 새는 자기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저마다 자기 특성을 마음껏 드러내면서
우주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삶에 충실할 때
그런 자기 자신과 함께 순수하게 존재할 수 있다.

사람마다 자기 그릇이 있고 몫이 있다.
그 그릇에 그 몫을 채우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안으로 살펴야 한다.

내가 지금 순간순간 살고 있는 이 일이
인간의 삶인가.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무엇이 되어야 하고 무엇을 이룰 것인가,
스스로 물으면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누가 내 삶을 만들어 주는가.
내가 내 삶을 만들어 갈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고독한 존재이다.
저마다 자기 그림자를 거느리고
휘적휘적 지평선 위를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
-p.36-37쪽

그러므로 따뜻한 마음이 고였을 때,
그리움이 가득 넘치려고 할 때,
영혼의 향기가 배어 있을 때 친구도 만나야 한다.
습관적으로 만나면 우정도 행복도 쌓이지 않는다.-p.39쪽

우리 모두는 늙는다.
그리고 언젠가 자기 차례가 오면 죽는다.
그렇지만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늙음이나 죽음이 아니다.
녹슨 삶을 두려워해야 한다.
삶이 녹슬면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p.73쪽

인간은 누구나 어디에도 기대서는 안 된다.
오로지 자신의 등뼈에 의지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 진리에 의지해야 한다.

자신의 등뼈 외에는 어느 것에도 기대지 않는
중심 잡힌 마음이야말로
본래의 자기이다.-p.91쪽

다 행복하라


며칠 동안 펑펑 눈이 쏟아져 길이 막힐 때
오도 가도 못하고 혼자서 적막강산에 갇혀 있을 때
나는 새삼스럽게도 홀로 살아 있음을 누리면서
순수한 내 자신이 되어
둘레의 사물과 일체감을 나눈다.

그리고 눈이 멎어 달이 그 얼굴을 내보일 때
월백 설백 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의 그 황홀한 경계에
나는 숨을 죽인다.

살아 있는
모든 이웃들이 다
행복하라.
태평하라.
안락하라.-102-103쪽

무학無學이란 말이 있다.
전혀 배움이 없거나 배우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많이 배웠으면서도 배운 자취가 없음을 가리킴이다.
학문이나 지식을 코에 걸지 말고
지식 과잉에서 오는 관념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지식이나 정보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롭고 생기 넘치는 삶이 소중하다는 말이다.
지식이 인격과 단절될 때
그 지식인은 가짜요, 위선자이다.

우리는 인형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다.
우리는 끌려가는 짐승이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야 할 인간이다.-129쪽

사람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것만으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동물적 나이만 있을 뿐
인간으로서의 정신 연령은 부재다.
반드시 어떤 만남에 의해서만 인간이 성장하고 또 형성된다.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혹은 사상이든
만남에 의해 거듭거듭 형성해 나간다.
만난다는 것은 곧 눈뜸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세계가 새롭게 열리고
생명의 줄기가 푸르게 용솟음친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비로소 인식하는 것이다.-161쪽

늘 함께 있고 싶은 희망 사항이 지속되려면,
서로를 들여다보려고만 하는 시선을
같은 방향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서로 얽어매기보다는
혼자 있게 할 일이다.
현악기의 줄들이 한 곡조에 울리면서도
그 줄은 따로이듯이,
그런 떨어짐이 있어야 한다.-p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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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1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므로 따뜻한 마음이 고였을 때,
그리움이 가득 넘치려고 할 때,
영혼의 향기가 배어 있을 때 친구도 만나야 한다.
습관적으로 만나면 우정도 행복도 쌓이지 않는다."

이 책을 보관함에 넣어두고 사야지 사야지 벼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귀를 보는 순간 당장 사와야지 싶네요..
이 책 속엔 너무 좋은 말들로만 그득할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나를 씻고 나와야 할것 같은..

비자림 2006-06-16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죠? 이 책에 대한 정식 리뷰는 좀 나중에 올리게 될 것 같아요(그러다가 맘 속에만 담아 두는 일이 많지만.. 호호)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읽으려구요.

프레이야 2006-06-16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지 자신의 등뼈에 의지해야한다.. 되뇌이며 갑니다.^^

비자림 2006-06-16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차 드시고 가야죠? 호호

씩씩하니 2006-06-1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만 읽어봐도,,,,왠지 삶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저도 읽으려구요..

비자림 2006-06-18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법정 스님의 말씀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참으로 반가운 책인 것 같아요.
 
신기한 덤프 트럭 - 호기심 많은 조지 8
마르그레트 레이.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원작, 바이파 인터액티브 그림, 이경혜 옮김 / 문진미디어(문진당)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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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조지' 시리즈는 아는 사람한테 얻은 책이다. 이 시리즈 중 집에 있는 건 딱 두 권인데 두 권이라도 만나 다행이다. 알라딘에는 4세에서 6세용이라고 했지만 초등학교 1학년까지도 괜찮을 것 같다.  책 읽는 시간, 만화책에 빠져 있던 큰애에게 함께 읽자고 권하다가 그냥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새로운 책임을 안 녀석이 순식간에 눈을 반짝이며 책에 빠져 드는데...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곱 살 여섯 살된 우리 아들들처럼 여기 나온 주인공 조지는 정말 호기심 천국이고 개구쟁이이니까...  

조지는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창 밖에서 들려오는 재미난 소리에 빠져  소리의 주인공인 오리 가족을 순식간에 쫓아가게 된다. 가벼운 터치로 손쉽게 그린 것 같은 삽화에는 조지의 표정이 한껏 살아있다.  그림을 그린 이는 작가 마그렛 레이의 남편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이다. 부부가 그림책을 만든 사실도 참 이색적이었고 두 사람 다 현재는 고인이란 게 참 안타깝다.  

아직 오리 가족이 어디 갔는지 알 수 없는 7쪽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오리들이 어디로 갔을까?" 큰아들은 연못, 작은 아들은 공원이라고 대답한다. 뒷장을 펼치는 순간 둘의 답은 다 맞다. 공원 안의 연못이 그들의 목적지였다.

여기서부터 사건 발생. 공원에 나무 심을 때 쓸 진흙을 실은 덤프 트럭을 본 순간 조지는 트럭에 올라가 운전대를 잡은 자신을 상상하고 급기야 그 상상을 실천에 옮기게 된다. 하지만 트럭은 너무 커서 창 밖조차 내다볼 수 없다. 다급한 조지는 운전 기어 위에 올라서며 기어를 밟게 되는데 창 밖은 훤히 보였지만  트럭이 점점 기울어지며 연못으로 흙이 쏟아져 버린다. 아, 이를 어째. 나는 벌써 걱정스러운데 옆에 앉은 아들들은 신나는 표정들이다. 책 속의 조지는 더 신났다. 양 손을 높이 쳐들고 진흙 미끄럼을 타고 스릴을 즐긴다.

하지만 흙이 너무 쌓여 조지도 당황하게 되는데 그 때 낯익은 소리가 들린다.  오리들이 그 진흙 섬에 올라와 걷고 있는 것이다. 조지는 그제서야 미안함을 느끼는데 정원사 아저씨의 말이 멋지다.

"우리는 꽃이랑 나무를 심던 중이었어. 이 공원을 사람들한테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 말이야. 그런데 네가 오리들에게도 더 좋은 공원으로 만들었구나."

이렇게 상황을 평화롭게 종료시키는 멋진 말을 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은데.. 이 구절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에서 연못  가운데 섬처럼 흙이 있고 그곳에 나무가 심어져 있고. 그 섬에서 오리들이 놀고 있는 장면이 살짝 보였다. 정원사 아저씨가 진짜로 연못 속에 섬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사소한 이야기 속에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 내는 작가의 넉넉한 시선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절판되었다니 너무 아쉽다.  알라딘의 지니는 어디 갔을까? 조지를 살려 내기를.. 알라딘 독자들이 '호기심 많은 조지 '시리즈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안겨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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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1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른보다도 더 멋져요..공원으로 달려갑니다..저도 함께..
참 편안하게 리뷰 잘 보았어요..동화책 한권을 이 아침 읽은듯합니다..고마워요.

비자림 2006-06-14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긴요, 호호. 참 유쾌한 동화에요. 동화를 쓸 수 있다면 이런 책을 쓰고 싶어요.
 
윌리와 휴 웅진 세계그림책 28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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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와 휴'도 재미있지만 내가 원래 쓰고 싶었던 리뷰는 이 책의 원서 'WILLY and HUGH'였다. 안타깝게도 알라딘에는 이 책이 없었다. 그래서 여기 대신 쓰게 된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면서 알게 된 작가가 참 많지만  앤서니 브라운처럼 자기 세계가 확고하고 유모가 넘치고 우리에게 건강한 메세지를 주는 작가도 흔치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에서 앤서니 브라운의 새로운 책을 발견할 때면 노다지를 캔 사람처럼 들뜨게 된다.

작고 왜소하고 친구가 하나도 없는 윌리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첫 마디, "Willy was lonely."이다. 아이들에게  "윌리는 외로웠어요."라는 말을 안 해도 아이들은 대충 표정과 그 다음 장의 모습만 보아도 윌리가 외롭고 슬픈 상태임을 짐작했다.  

윌리는 자기 문제에 푹 빠진 상태로 고개를 숙여 걷다가 덩치 크고 힘센 휴와 부딪치게 된다. 휴도 무슨 일인지 앞을 보지 않고 달리다가 윌리와 부딪치게 되었다. 그러나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They met!"

그렇다. 그들은 드디어 '만난' 것이다. 부딪쳤어도 휴가 윌리를 무시했다면 둘의 우정은 생겨나지 않았을 텐데 터프하고 거대한 몸집의 휴는 계속 자기가 잘못했다고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리고 둘은 벤치에 앉아 조깅하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조깅을 하며 여가를 즐기는 데도 오만 인상을 찌푸리고 뛰고 있는 그들을 보며 둘은 함께 웃는다.

그리고 악당 버스터가 윌리를 협박하자 휴는 단 한 마디 말로 버스터를 제압한다.

그 후 그들은 동물원에 갔다. 이 장면이 이 책의 압권이다. 동물원에는 소파에 앉은 세 식구(세 명의 인간)가 갇혀 있다. 아이들은 이 장면을 보며 '우히히 사람이 동물원에 갇혔네."라고 탄성을 지르며 재미있어 했다. 전부 빨간 신발을 신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황당해 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윌리와 휴는 똑같이 즐거운 표정이 아니다. 불쾌하고 민망한 표정.. 이제 동일한 관점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침팬지와 고릴라는 서로 끈끈한 연대감이 생기게 된다.

그 후 윌리와 휴는 도서관으로 가고 휴에게 윌리가 책을 읽어 주는데 휴는 너무 재미있어 한다. 호탕하고 시끄럽게 웃어 제끼는 휴를 노려보는 다른 고릴라들의 모습도 참 재미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도서관을 나오려는 찰나 거미가 보이고 덩치 큰 휴가  당황해 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윌리는 휴를 위해 거미를 제거해 주고 친구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해  대단히 만족해 한다.

그리고 둘은 내일의 만남을 기약한다. 똑같은 옷을 입고 서로를 껴안으려고 서 있는 둘의 모습을 보며 난 참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꼈다. 

앤서니 브라운의 시선은 우리 일상 곳곳에 박힌 부조리한 점을 풍자하면서도 따스함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윌리가 즐겁게 걷고 있고 옆에서 함께 걷는 휴는 윌리를 다정스런 눈길로 내려다 보고 있고 둘의 그림자는 합쳐져 있다.

합쳐진 그림자처럼 둘의 마음은 영원히 하나로 이어질 것을 암시하는 것 처럼...

나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읽어 주고 아이들이 좋아하자 원서로 사 주었다. 영어를 잘 못 하지만 윌리의 대사를 할 때면 낮고 조용한 음성으로, 휴의 대사를 칠 때면 굵은 목소리로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여기 나온 문장들을 아직 잘 모르는 우리 아이들에게 일일히 해석하지 않고 그냥 몸으로 보여주고- 고릴라 휴가 뛸 때는 나도 뛰는 척 하는 등-  재밌는 장면에서는 함께 킥킥 웃어댔다.

우리 아이들은 5세, 6세 때부터 보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꺼내온다.

취학 전의 아이를 둔 엄마들께 권해 드리며,  번역된 책이나 원서나 다 좋으니 한번쯤 아이들이 이 책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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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6-1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비자림 2006-06-1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점심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