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고독한 존재
꽃이나 새는 자기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저마다 자기 특성을 마음껏 드러내면서 우주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삶에 충실할 때 그런 자기 자신과 함께 순수하게 존재할 수 있다.
사람마다 자기 그릇이 있고 몫이 있다. 그 그릇에 그 몫을 채우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안으로 살펴야 한다.
내가 지금 순간순간 살고 있는 이 일이 인간의 삶인가.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무엇이 되어야 하고 무엇을 이룰 것인가, 스스로 물으면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누가 내 삶을 만들어 주는가. 내가 내 삶을 만들어 갈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고독한 존재이다. 저마다 자기 그림자를 거느리고 휘적휘적 지평선 위를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 -p.36-37쪽
그러므로 따뜻한 마음이 고였을 때, 그리움이 가득 넘치려고 할 때, 영혼의 향기가 배어 있을 때 친구도 만나야 한다. 습관적으로 만나면 우정도 행복도 쌓이지 않는다.-p.39쪽
우리 모두는 늙는다. 그리고 언젠가 자기 차례가 오면 죽는다. 그렇지만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늙음이나 죽음이 아니다. 녹슨 삶을 두려워해야 한다. 삶이 녹슬면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p.73쪽
인간은 누구나 어디에도 기대서는 안 된다. 오로지 자신의 등뼈에 의지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 진리에 의지해야 한다.
자신의 등뼈 외에는 어느 것에도 기대지 않는 중심 잡힌 마음이야말로 본래의 자기이다.-p.91쪽
다 행복하라
며칠 동안 펑펑 눈이 쏟아져 길이 막힐 때 오도 가도 못하고 혼자서 적막강산에 갇혀 있을 때 나는 새삼스럽게도 홀로 살아 있음을 누리면서 순수한 내 자신이 되어 둘레의 사물과 일체감을 나눈다.
그리고 눈이 멎어 달이 그 얼굴을 내보일 때 월백 설백 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의 그 황홀한 경계에 나는 숨을 죽인다.
살아 있는 모든 이웃들이 다 행복하라. 태평하라. 안락하라.-102-103쪽
무학無學이란 말이 있다. 전혀 배움이 없거나 배우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많이 배웠으면서도 배운 자취가 없음을 가리킴이다. 학문이나 지식을 코에 걸지 말고 지식 과잉에서 오는 관념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지식이나 정보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롭고 생기 넘치는 삶이 소중하다는 말이다. 지식이 인격과 단절될 때 그 지식인은 가짜요, 위선자이다.
우리는 인형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다. 우리는 끌려가는 짐승이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야 할 인간이다.-129쪽
사람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것만으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동물적 나이만 있을 뿐 인간으로서의 정신 연령은 부재다. 반드시 어떤 만남에 의해서만 인간이 성장하고 또 형성된다.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혹은 사상이든 만남에 의해 거듭거듭 형성해 나간다. 만난다는 것은 곧 눈뜸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세계가 새롭게 열리고 생명의 줄기가 푸르게 용솟음친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비로소 인식하는 것이다.-161쪽
늘 함께 있고 싶은 희망 사항이 지속되려면, 서로를 들여다보려고만 하는 시선을 같은 방향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서로 얽어매기보다는 혼자 있게 할 일이다. 현악기의 줄들이 한 곡조에 울리면서도 그 줄은 따로이듯이, 그런 떨어짐이 있어야 한다.-p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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