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만세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1
후쿠다 이와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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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세움 그림책(저학년)들도 참 신뢰가 가는 시리즈이다. 좋은 책들이 참 많다. 그 중에도 이 책은 아이들도 참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보물같은 책이다. 여섯 살 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괜찮을 것 같다. 이 연령대의 아이들이 다 읽고 한바탕 웃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1학년 수업 시간, 교실에 방귀 소리가 울렸다. 주인공은 요코. 요코를 좋아하는 테츠오는 이상하게 행동은 반대로 나와 요코가 방귀뀌었다고 일어서서 고자질 해 버린다.  온 교실이 시끄러워지고 아이들의 각양각색의 표정을 작가는 그림으로도 잘 형상화하여 우리 아들들은 계속 킥킥거린다.

아이들을 진정시키려고 젊은 남자 선생님은 방귀 소리가 크면 그만큼 건강하다고 하며 방귀에 대한 상식을 이야기해 준다.

그 와중에도 창피해서 엎드린 요코와 그 요코를 보는 테츠오의 그림을 삽입해 놓아 더 재밌었다.

선생님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개구쟁이 1학년은 반론을 편다.

밥 먹을 때나 엘리베이터 타고 있을 때나 수업을 할 때 등등 방귀를 뀌면 안 되는 상황을 들어가면서...

그렇지만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법이 있다고 현명하게 대답하는 선생님.

그런데 아빠는 방귀를 시원하게 뀌는데 엄마는 한 번도 뀐 적이 없다고 걱정하는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진실을 이야기해준다. 엄마도 뀐다는 사실을!

선생님은 모든 살아 있는 생물은 다 방귀를 뀐다고 하며 집에 있는 애완고양이의 예를 든다.

그러자 뱃속에 있는 아기도 방귀 뀌냐는 질문이 또 나온다.

긁적긁적 머리 긁으며 난처해 하는 선생님의 모습도 참 재밌다.

그런 와중에 고자질한 테츠오는 요코가 삐졌는지 계속 신경 쓰이고 이런 아이들의 심리를 잘 묘사해 놓은 작가가 일본 작가라는 게 좀 아쉬웠다.

이제 어느 정도 사태가 수습되자 선생님은 방귀를 소재로 한 시를 써 보라고 과제를 내주신다.

맨 끝에 소개된 아이들의 시가 참 걸작이었다.

" 방귀 조회

1학년 3반 야마모토 테츠오

어제 아침 조회 시간에/ 교장 선생님의 / 긴긴 얘기를 듣고 있는데/ 방귀가 나왔다. / 엉덩이도 심심했나 보다."

" 꽃 방귀

1학년 3반 요시다 요코

선생님은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방귀를 뀐다고 했다./ 그렇다면 풀이나 나무나 꽃도 방귀를 뀔까?/ 물푸레나의 맛있는/ 꽃향기는 꽃이 뀐 방귀 냄새일까?" 

우리집은 방귀를 뀌면 벼슬을 한 것처럼 다들 으시댄다. 왜냐하면 남들을 웃길 수 있으니까.

이 책은 펴기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오는 책이다. 모든 아이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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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8-22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유쾌하죠^^

달팽이 2006-08-22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좀 더 자라면 읽어줘야겠군요..ㅎㅎ

비자림 2006-08-22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네 참 재밌어요. 우리 작가들 중에도 이렇게 유쾌한 동화를 쓰는 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달팽이님, 큰애가 네 살? 아님 다섯 살 정도 되었나요?
님은 책 읽어 주는 아빠일 것 같아요.^^
 
방귀 만세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1
후쿠다 이와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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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렇지. 그건 사토시 말이 맞다.
하지만 알고 있어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는 법이지.
너희들 모두 정해진 시간에 울리는
자명종 시계가 아니다. 더구나 시계도 아니고.
너희는 인간이야.
자기가 언제 울지 언제 웃을지 모르잖아.
방귀도 마찬가지야."
선생님은 모두를 쳐다보면서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듯 수염을 만지작거렸습니다.
선생님은 아주 자신 있을 때 수염을 만지작거립니다.-p.10쪽

"선생님, 방귀는 아무나 다 뀌는 거예요?
우리 아버지는 집에 있을 때 숨쉬는 것처럼
시원하게 방귀를 피융피융 뀌는데,
엄마는 한 번도 뀐 적이 없거든요.
우리 엄마 방귀 제대로 뀌고 있을까요?
걱정이 돼서요."-p.14쪽

"선생님 집에 미카라고 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데,
그 녀석도 방귀를 뀐단다."
"에, 정말요?"
"치, 거짓말이죠?"
"고양이가 어떻게요?"
싱긋싱긋 웃는 선생님의 눈이 가늘게 붙어 버렸습니다.
"살아 있는 생물은 다들 방귀를 뀌는 거야.
방귀에 관한 결론이다. 다들 알았냐?"-p.20쪽

방귀 조회
1학년 3반 야마모토 테츠오

어제 아침 조회 시간에,
교장 선생님의
긴긴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방귀가 나왔다.
엉덩이도 심심했나 보다.


꽃 방귀
1학년 3반 요시다 요코

선생님은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방귀를 뀐다고 했다.
그렇다면 풀이나 나무나
꽃도 방귀를 뀔까?
물푸레나무의 맛있는
꽃향기는 꽃이 핀
방귀 냄새일까?-p.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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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08-22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꽃향기는 꽃이 핀/방귀 냄새일까? :)

치유 2006-08-22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재미나요...

비자림 2006-08-22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 아니 아직 여행을 안 가셨나요? 입대 하기 전에 추억 많이 만드셔용^^
배꽃님, 재밌지요? 사랑스러운 책이에요.^^
 
풍경 외 - 2006년 제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지아 외 지음 / 해토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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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참말 이상하지야. 아궁지 속을 들에다보고 있으먼 세상 근심이 다 없어져야. 옛날 어른들이 눈보라가 사램을 홀린다등만 불도 그런갑서. 아궁지 앞에 앉아 있으먼 시간이 훨훨 날아간당께. 꼭 멋에 홀린 것맨치로. 어머니는 눈 가득 불길을 담은 채 어린 그에게 속삭이곤 했다. 그럴 때의 어머니는 화전 밭에서 돌멩이를 치마폭에 담아 나르거나 형과 누이들을 떠나보내며 옷고름으로 눈물을 찍던 어머니와는 사뭇 달랐다.-p.10-11쪽

강나루에서 끝나는 신작로까지가 어머니의 품이며 그의 세계였던 것이다. 다른 삶을 기웃거렸던 형들은 죽고, 외딴 집에 머문 그만 살아남았다. 다행일 것도 불행일 것도 없었다. 집 앞 상수리 숲이 큰 바람을 껴안고 요동칠 때 질경이는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죽은 듯 바람을 피했고, 키 큰 포플러가 환희에 들떠 온몸으로 햇살을 튕겨낼 때 민들레는 한 줌의 햇살로 그 빛을 닮은 샛노란 꽃을 피워냈다. 길바닥의 질경이도, 키 큰 주목도, 아름드리 느티나무도 꼭 저만큼의 바람과 햇볕과 비를 끌어안고 태어나 죽는 것이다.-p.25-26쪽

어매, 나가 왜 세상에 나왔는 중 안가?
바삭바삭, 경쾌한 소리가 좋아 멍석에 깔린 콩대 위를 팔짝팔짝 뛰어 다니던 그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는 멍석 한 켠에서 콩대를 두드리는 중이었다. 낭자한 머리에 허옇게 먼지를 뒤집어쓴 어머니는 일손을 놓고 그를 바라보았다.
왜 나왔는디?
어매 뱃속에 있는디 되게 심심허잖애. 시상에 나가먼 먼 재밌는 일이 있능가 글고 얼릉 나와부렀제.
아직 젊었던 어머니는 땡볕에 까맣게 그을긴 했으나 지금과 달리 윤기 흐르는 얼굴 가득 웃음을 피워 올리며 물었다.
내 새끼, 그래 시상에 나와봉께 재미난가?
이. -p.26-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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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임 제로 - 전2권 세트 - 뫼비우스 서재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코디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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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두 권을 방금 다 보았다. 며칠 동안 이 소설에 빠져 나는 일상의 잡다한 일들을 대충대충 하며 살았다.

스릴러 소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소설. 무섭다기 보다는 치밀하게 짜여진 지적인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톰 크루즈가 나왔던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일면 유사하면서도 더 비정하고 극단적인 음모가 도사려 있는 소설.

이 책은 2008년을 배경으로 열세명의 소녀를 연쇄살인한 극악무도한 살인범 칼 액설맨의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나는 이 책이 내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을 거라는 기분 좋은 기대감에 부풀게 되었다.

군더더기 없는 묘사와 치밀한 캐릭터, 미궁으로 빠져드는 플롯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 속 미로를 즐겁게 찾아 헤매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 좋았다.

이 소설의 양대 축은 남성과 여성이다. 그런데 작가는 아주 극단적으로 남성을 규정해 놓는다. 모든 강력범죄의 구십 퍼센트가 남성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보고 남성의 그러한 선천적 폭력성을 제거해야 이 사회의 범죄가 완전히 없어진다고 믿는 여성들.

반면 여성은 권력의 정점에 서 있고 남성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과 끔찍한 기억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주로 나온다. 과학자 앨리스 프린스와  FBI국장 매들린 네일러는 자신들의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 양심 프로젝트와 크라임 제로(범죄율 제로)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진행하고 도덕성이 결여된 실험을 사형수들에게 자행하여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양심프로젝트가 범죄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자에 대해 변이시키는 것이라면 범죄율 제로는 적국의 군인들, 그리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남성(잠재적으로 폭력을 내재하여 태어났다고 규정된)을 대상으로 그들의 씨를 말리는 끔찍한 프로젝트이다. 이 때 희생될 남성의 숫자는 삼년 이내 이십 오억 명이다.

일견 상당히 황당무계하고 공상적인 이야기를 작가는 풍부한 과학적 지식과 잘 혼합하여 놀랍도록 재미있고 개연성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놓았다.

가령, 슈퍼 컴퓨터 타이타니아나 바이로벡터 솔루션 사 자궁에 대한 묘사는 아주 세밀하여 마치 눈 앞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소설은 범죄자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자를 모티브로 하여 거대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러나 나는 루크의 할아버지가 인간을 보는 견해에 더 공감이 갔다.

"인간은 그의 행동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 이외의 것으로 인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행동은 자기가 선택한 결과이며 따라서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p.185)

인류의 반을 겨냥하여 무서운 음모를 꾸미는 매들린과 앨리스에 대항하여 캐시 커와 루크 데커의 목숨을 건 모험담을 다 읽고 나니 어깨가 뻐근하면서도 색다른 소설을 읽은 즐거움에 만족감이 밀려왔다. 정말 방대한 스케일의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었다.

더운 여름 일상을 잊고 싶을 때, 혹은 짜릿한 서스펜스를 책에서 느끼고 싶을 때 마이클 코디의 '크라임 제로'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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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n Road - The Best Of Native American Flute Music Vol.1
Various Artists 연주 / 알레스2뮤직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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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서부영화에서는 인디언들이 죄다 폭도들 같았다. 하얀 피부에 잘 차려 입은 백인들을 습격하고 야만적인 문화를 영위하는 사람들로만 봤었다. 그들을 추격하는 총잡이들은 모두 근사한 영웅들이었고...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들을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만든 영화였으니..

그런데 점차 세상의 편견에 대해 눈을 떠 가면서 '인디언'들의 핍박받은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들의 평화를 추구하는 문화에 대해 매료되면서 그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늑대와 춤을'이란 영화를 보면서 더더욱 그들을 애잔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한가한 오후, 내 귀로 가득 들려 오는 '인디언 음반'도 마찬가지 느낌이다. 

시원한 바람이 일렁이는 언덕 꼭대기에 올라가 누군가 콧노래를 부르는 듯한 느낌, 아무 욕심 없이 자연에 동화되면서 서로 사람의 정을 부비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눈 앞에 그려졌다.   

말을 타고 달리는 호방하고 담백한 인디언 총각들의 푸른 호흡도 느껴진다.

슬프면서도 슬픔에 치우치지 않는, 슬픔 조차도 조용히 삭여낼 듯한 그네들의 눈동자가 느껴진다.

일면 불교음악 같기도 하고, '대황하'나 '실크로드'풍의 음악 같기도 하다.

이 음반은 특히 호숫가의 물결처럼 잔잔히 다가오는 플룻의 음색이 많이 느껴지는데 나는 왠지 그들이 살고 있는 초원에 서 있는 듯 친밀감을 느꼈다.

음반 속지에 실린 말이 오늘 음악 만큼이나 내 가슴에 울린다.

 "너희들 도시의 길은 너무 밝다!  너희는 별이 겁나느냐?

너희 음악 소리는 너무 크다! 너희는 바람의 속삭임이 두려우냐?"

삶에 지친 사람들, 조용히 지나온 시간을 반추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움이 목젖까지 치민 사람들, 조용한 산사에 들어가 홀로 흙 냄새 나는 방에 눕고 싶은 사람들,  대화보다는 음악이 필요한 사람들, 기댈 누군가의 따스한 어깨가 필요한 사람들,

 

아니 그냥 쉬고 싶은 사람들....

그 모든 분들에게 이 음반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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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8-16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이 물질적인 삶에 치우칠수록 구멍이 나버린 정신적인 공백을 메꾸기 위한 무엇인가를 찾습니다.
이 곡은 그러한 노력 중 귀를 통해서 마음과 물질의 삶의 균형을 찾게 해줍니다.
잘 읽고 갑니다.

비자림 2006-08-17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속삭임, 별들의 불밝힘에 기대어
느리게 느리게 걸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