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 제로 - 전2권 세트 - 뫼비우스 서재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코디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소설 두 권을 방금 다 보았다. 며칠 동안 이 소설에 빠져 나는 일상의 잡다한 일들을 대충대충 하며 살았다.

스릴러 소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소설. 무섭다기 보다는 치밀하게 짜여진 지적인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톰 크루즈가 나왔던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일면 유사하면서도 더 비정하고 극단적인 음모가 도사려 있는 소설.

이 책은 2008년을 배경으로 열세명의 소녀를 연쇄살인한 극악무도한 살인범 칼 액설맨의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나는 이 책이 내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을 거라는 기분 좋은 기대감에 부풀게 되었다.

군더더기 없는 묘사와 치밀한 캐릭터, 미궁으로 빠져드는 플롯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 속 미로를 즐겁게 찾아 헤매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 좋았다.

이 소설의 양대 축은 남성과 여성이다. 그런데 작가는 아주 극단적으로 남성을 규정해 놓는다. 모든 강력범죄의 구십 퍼센트가 남성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보고 남성의 그러한 선천적 폭력성을 제거해야 이 사회의 범죄가 완전히 없어진다고 믿는 여성들.

반면 여성은 권력의 정점에 서 있고 남성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과 끔찍한 기억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주로 나온다. 과학자 앨리스 프린스와  FBI국장 매들린 네일러는 자신들의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 양심 프로젝트와 크라임 제로(범죄율 제로)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진행하고 도덕성이 결여된 실험을 사형수들에게 자행하여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양심프로젝트가 범죄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자에 대해 변이시키는 것이라면 범죄율 제로는 적국의 군인들, 그리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남성(잠재적으로 폭력을 내재하여 태어났다고 규정된)을 대상으로 그들의 씨를 말리는 끔찍한 프로젝트이다. 이 때 희생될 남성의 숫자는 삼년 이내 이십 오억 명이다.

일견 상당히 황당무계하고 공상적인 이야기를 작가는 풍부한 과학적 지식과 잘 혼합하여 놀랍도록 재미있고 개연성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놓았다.

가령, 슈퍼 컴퓨터 타이타니아나 바이로벡터 솔루션 사 자궁에 대한 묘사는 아주 세밀하여 마치 눈 앞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소설은 범죄자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자를 모티브로 하여 거대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러나 나는 루크의 할아버지가 인간을 보는 견해에 더 공감이 갔다.

"인간은 그의 행동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 이외의 것으로 인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행동은 자기가 선택한 결과이며 따라서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p.185)

인류의 반을 겨냥하여 무서운 음모를 꾸미는 매들린과 앨리스에 대항하여 캐시 커와 루크 데커의 목숨을 건 모험담을 다 읽고 나니 어깨가 뻐근하면서도 색다른 소설을 읽은 즐거움에 만족감이 밀려왔다. 정말 방대한 스케일의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었다.

더운 여름 일상을 잊고 싶을 때, 혹은 짜릿한 서스펜스를 책에서 느끼고 싶을 때 마이클 코디의 '크라임 제로'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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