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1세기최고의책 리스트가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정희진 (푸코는 20세기 사람ㅋㅋ) 샘이랑 #마리루티 가 떠오르고 생각나지 않았다. 각각 내가 잘못 살고 있다고 말해준 책과 내가 잘 살고 있다고 말해준 책. 나를 향해 쓴 게 분명해!라고 스스로 비대한 독자라는 암시(라고 쓰고 저주라고 읽는다)를 걸어 보게 된 책. 나 혼자서 우정을 느끼고 나 혼자서 이별을 못하고 뭐… 그런 책책.
“지금 읽고 있는 책이 가장 최고의 책인 헤픈 독자인 것입니다”라는 댓글을 달면서 나는 자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그러하다. 지금 읽는 책에 집중한다. 지금 내 앞에서 말하는 사람의 말을 잘 듣는다. 그들은 최고다. 나의 지금을 구성하고 있으므로.
누가 묻는다. 쟝님은 언제 가장 책 읽고 싶나요? 나는 단연코 “책 읽을 때요”
책 읽을 때 가장 책 읽고 싶어서, 그걸 잘 못 참으니까 약간 힘들다. (나의 현생…을 위해 독서를 줄여야합니다) 그리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작가라는 종족은 지들이 읽은 걸 물고 빨고 뜯고 씹다가 지쳐 결국 자기가 써버리게 된 류의 인간들이라… 책에는 온통 책 이야기뿐이다.
지금 읽는 책은 #클레어데더러 의 #괴물들
“관객의 자서전”을 써보겠다는 기획을 야심 차게 굴려보던 저자는 (결과물이 바로 요 책이다) 성실한 자기 직면에 또 닿아… 우리를 실망시키는 천재와 스타들의 후진 사생활과 각종 주의(성차별, 인종, 반유대)를 평가-판단하는 관객의 위치를 스스로 상대화해보기에 이른다.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자신의 실착따위는 없는 찬란한 자서전만큼 따분한 책은 없으니까.“알 만큼 아는 현대 시민”, 알 만큼 알았던 바그너, 자신만은 예외였던 히틀러의 여자 친구, 버지니아 울프의 반유대주의… “(170) 우리가 계몽의 정점에 있다는 자아 개념이 어쩌면 틀렸을지 모른다는 힌트가 아닐까.”
부지불식간에 우리가 흡입하고 있는 자유주의라는 공기.각자의 다른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지금 나의 상황에서 너희 모두를 “덜떨어졌다”로 만들어 버리는 (나의 경우 아재 업데이트 좀,으로 자주 표현) 역설적인 자기 폐쇄. 그런 프레임, 그런 편집, 그런 언어, 그런 한계, 그런 조건.“알 만큼 아는 현대 시민”은 그 위치가 현대시민인 고로 뭘 좀 모르는 사람들을 따돌리기 일쑤이지만. 우리는 자기가 아는 만큼 알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재빨리 잊는다. 니들이 몰라야 내가 우월해지니까. 그러나 지식과 정보의 양은, 미안하지만 양은. 이제 점점 흔해 빠져 정크가 될 것이다. 더 좋은 대화를 위해 우리가 가진 각자의 조건을 드러내고 상대화해 보는 것. 그것은 부단히 다른 위치에 서보기 위해 나를 내려놓는 노력으로만 획득된다. 이게 책이 좋은 이유고, 소설을 읽어야 하는 까닭이며, 인문학 읽기를 놓지 않았던 (실존적ㅋㅋㅋ) 독자인 나에 대한 자긍심이다. 나는 나를 조금은 부담스러운 관객이며 그럼에도 좋은 독자의 위치에 설정해두고 싶다. 지금 읽는 책이 가장 좋은 나이지만 취향이 있다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는 팔짱끼고 구경하는 이야기다. 책은 구경하는 사람에 의해서는 써질 수가 없는 종류의 것이라, 읽어 남기기를 타율이 비교적 좋다. 그러니 책을 읽읍시다. 읽습니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