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나는 날! 책 읽는 날! (나에겐 주말이 없어서 주말 전에 놉니다.)


도서관에 신청한 책 <나르시시즘의 고통>과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는 바로 반납했다. 나 말고 필요한 엄마들이 많을 것 같아서!)와 <향락사회론>다 승인되어 버려서… 하아. 어쩌죠? 우리 동네 도서관 신간 신청이 거의 짤린 적 없는 나의 안목😩 (자뻑 중!…) 



일단 새 책이니 만큼 큼큼 냄시를 맡고 있는 중입니다. (아-🥹황홀) 



<향락사회론> 의 부제는 “현대 라캉주의의 전개이다. 열렬한 푸코빠답게 온 사회의 정신의학화에 반대하는 나는 지금으로서는 라캉에서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 그전에 라캉에게 좀 익숙해져야 하겠지만… ? 밀쳐둔 라캉 입문서 대여섯 권이 이 글을 적는 중인 나를 뒤에서 째려보고 있다. 얘들아... 니들은 열심히 읽어야 해서 그뤠… 그냥 이 친구는 빌렸으니 맛만 볼게… 맛만… 응…? 


<나르시시즘의 고통>은 정체성 정치의 한계를 찰지게 알아듣기 쉽게 정리해 줘서 감동한 바 있었던 책 <나와 타자들>의 이졸데 카림의 신작이다. 부제가 “우리는 왜 경쟁적인 사회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가”다. 오메. 신자유주의를 못버리…는 저를 쥐잡듯 패주시길 부탁합니다. (버리는 그 날이 바로 제가 속세를 떠나는 날 일터… 쉽지는 않을 것입니...) 제목과 표지가 이미 맛집의 티가 나지만. 내가 이 책을 도서관에 굳이 신청한 이유.가 다 있다. 


요즘 mbti 만큼 자주 등장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나르시시스트다. (그들에게 고통받은 피해자—여기엔 나도 경험이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전 국민이 피해자 아닌가요?ㅋㅋ 근데 누가 선출했다고요? 나는 아니라고 하면 이 상황이 사라집니까? 말 아낍니닼ㅋㅋ—들에게는 좀 야속한 말이 될 수는 있겠지만…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와 함께) 인간이 은연 중에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특징의 한 부분을 성격 특성으로 규정한 다음 배제할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건 나르시시즘에 대한 나르시시즘적인 태도 아닐까? 


정신과 의사 영상들 보면서 든 생각이다… 그치만 의사님들은 의사님을 해야 하고요… 다른 말을 해야할 철학자/사회학자들 다 어디 갔어요? 뭐? 인문학이 다 죽어서 대학에 사회학과/철학과가 없다고요? 그러게. 나 때 다 통폐합되더라. 누가 시켰냐. 통폐합. 그렇게 의사들의 말이 가장 권위있는 담론이 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이런 질문들을 가지고 있던 차에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줄 것 같은 책이라서 도서관에 신청했다. 이제 나는 다른 이야기를 원한다. 아메바처럼 자극-반응 좀 싫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과 작동하는 방식의 방식이다. 


물론 이걸 궁금해하는 게 사는 데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그냥 나르시스트는 거르는 게 답! 당신 옆의 그 사람을 조심하세욧! 이래버리는 게 확실히 살기 편한 측면이 있다.🤔 그렇게 모두를(에게) 걸러(져)서 옆에 사람이 없는 나는 덕분에 모든 게 궁금해진 스스로를 타박하며 책을 휘리릭~ 살펴봤더니 일단 라캉, 푸코, 알튀세르가 나온다. (에쒸… 진짜… 카림 씨 이러기냐? … 진짜… 혼난다… 하지만 왜 기분이 좋죠?ㅋㅋㅋㅋ)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는 나와 적(ㅋㅋㅋ)은 같지만 노선은 다른(아, 언젠가 공쟝쟝의 장강명론 써야 하는 데 구찮네요.) 그리하여 응원하는 장강명 작가가 가만히 안 있고(ㅋ) 현시대의 소설가들과 지금의 노동을 다룬다 하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했다. 그냥 이런 건 안 읽어도(읽을 겁니다) 구매를 해두는 겁니다. 도서관 신청은 나 아닌 사람이 할 것이니까능. 



어쩌면 비슷한 맥락이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육아(나는 사실 상관없지만, 상관있다고 생각한다)에 대해서도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지 싶어 책 구매로 연대. 이 책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의 부제는 “이 시대의 육아를 어렵고 복잡하게 꼬아버린 명령들”이다. 


워킹맘 친구가 말했다. 애랑 못 놀아주는 게 미안해서 애한테 뭘 많이 사준다고. 어느 날 뭘 많이 사주는 게 애가 좋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을 편하게 하는 기능을 한단 걸 알았다고. 그런데 뭘 많이 사주려면 더 벌어야 하는 거잖아.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걸… 그걸… 그 시간과 돌봄을… 마음을 내서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이 가능한 게 현대 사회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건 애 안 키우는 나도 안다. 그런데 왜 출산율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 왜.


얼마 전에 택시 기사님이 무슨 이야기를 찬찬히 하시길래 나는 잘 들었다. (원래 잘 들음) 늙어가는 당신 삶의 가치와 행복에 대해 두런두런 하시다가 결국은 이 맛을 모르는 두 아들이 장가를 못 가서 걱정인데… 집은 없어도 생활력 있는 지방 처녀를 골라 사귀라고 했다며…(네? ㅋㅋㅋㅋ)… 끝에 가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애 안 낳는다 알뜰하게 타박하시기에… 아, 이게 어른들의 평균적인 생각이지…. 어쩐지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애 낳으라는 광고를 15초 때리더라. 어이가 없어서. 


이런 말을 적고 싶어서였던 건지 아침에 몇 년 전에 베껴 써둔 문장을 발견했는데. 출처는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의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이다. 


“(p.188) 청중을 위한 또 하나의 전쟁을 그녀는 준비해 두었다 …. 젊은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훈육용의 전쟁. 평범하고 인간적인 것에 대한 이 불신에 보통의 삶을 소위 이상이라는 것과 슬쩍 바꿔치기하려는 이 욕망에 나는 매번 충격을 받았다. 평범한 온기를 차디찬 광채와 맞바꾸려는 욕망.”


물론 이것은 잘못된 인용일 것이다. (전쟁만큼 심각한 출생률ᄏᄏᄏ) 내가 끝까지 들어드린(좀 후회했음. 나만 안 듣는다고 안 하지는 않으시겠을 그) 기사님의 이야기가 들을 가치가 없었다는 것도 아니다. 


‘젊은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훈육용’의 이야기. 그 이면에 있는 기사님의 욕망까지는 알 수가 없고... 다만 너무 많이 변해버린 현실에서는, 그런 방식의 이야기가 너무도 너무도 진부한 규범을 생산하는 나머지… 규범에 맞지 않는 나의 존재 방식을 할퀼 때. (저, 이 구역의 ‘뭐 모르고’ 결혼 해보려다가 탈출한 지방 출신 여잔데여… 사람들은 아는 것 같다. 누가 자기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지. 정말인지 권력은 근본적으로 독백적monologisch이다.) 겹겹의 말들 속에서 어떤 말로 나를 보호해야 하는 건지 정말 나는 모르겠다. 


나 역시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정말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가족이란~ 마르지 않는~ 눈물의 씨앗~~~🥹🥹) 그래서 내겐. 가족이. 너무. 무겁다. 현실의 조건에서 내 삶의 기동성을 제한하는 굴레가 되었다. (가볍다고 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왜냐면, 여기는 사회의 모든 안전망을 오로지 가족제도에 의탁해 승리한(?) 나머지, 더는 착취할 가족(혹은 자국 내의 여성)이 없어져 버린 곳. 바로 대한민국의 서울이니까. 


이 출산 파업의 자연스러운 진행방식은 ‘1. 아직은 가족이 안전망으로 작동하는 외부의 가난한 이민자(베트남 처녀 포함, 탈북민, 조선족 포함)들 전격 수용 1-1.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사회문제 발생 2. 아이를 낳지 않거나 똑바로 키우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혐오. 모든 건 여자들이 눈 높아서 타령 3. 외국인 노동자 및 난민, 이주민에 대한 차별, 배제 4. 그것을 원동력으로 하는 혐오 정치 강화’가 되시겠다. 현대사회는 다음타겟 다음타겟 그 다음타겟. 이 필요하다. 모두가 생각하는 방식을 조금 바꾸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는가? 


글쎄. 나는 다른 말이 필요하다는 말이 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안 듣겠지. 젊은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훈육용의 이야기를 하시고 싶은 분들은. 말을 듣되, 너무 잘 듣지는 말자.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이번 달에는 욕심 안 부리고, 옆으로 안 새고 딱 세 권(그래도 합치면 1500페이지 넘음)만 읽어야지! 하면서 선택한 책은 #잔인한낙관 #감정의문화정치 (다 까먹음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함) #소송 인데… (소송은 문동, 열린책들 살펴본 결과 둘 다 번역이 비슷하게 나쁘지 않아서. 그러나 카프카 책의 특징인지는 모르겠는데 엔터가 없다. 글 줄이라도 짧은 열린책들 버전으로 읽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글 쓰면서 향락사회랑 이졸데 카림 너무 읽고 싶어져벌임…. 

망했네… 나는 과연 이놈의 옆으로만 끝없이 퍼지는 병렬 독서에 대한 충동을 참을 수 있을 것인가. 


나를 나도 모르지만. 일단 질러놨으니. 쟈니 난~ 낙관을 시작하려고 한다. 오늘은. 오늘은. 시작을 하고. 내일은 또 내일은 또 시작을 하고. 그리고. 나는 독서만큼은 낙관이 제법심한 편이다. 꾸역구역 읽다보면 언젠가는 읽고있다. 그런~ 낙관. 으로. 


시작 시작 시작했습니다! 저와 잔인한 낙관 읽기로 하신분?! 전 오늘 시작 입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4-07-05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르시시즘의 고통>은 저도 도서관에 신청해야겠어요. 참고로 최근 간행물이 아니다(5년이내), 너무 비싸다, 이외의 이유로 제가 신청한 희망도서가 ‘불가‘되는 경우가 최근에 좀 많네요. 책 제목에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있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이유가, 뭐, 특정 분야의 도서만 있으면 안 된다고 하던데요. 특정 분야의 책의 양이 너무 적은 건 문제가 안 되나봐요.

이 출산 파업은 쟝님의 예상대로 될 것 같기는 해요. 아, 슬프도소이다...

공쟝쟝 2024-07-05 16:21   좋아요 1 | URL
1장 읽고있습니다..!! 고통스럽습니다… 이졸데 카림이ㅜ제가 하고 싶은 말 다 쉽게 정리 잘해서 써놔서 저는 이제 절필을 해야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7-05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나르시시스트라든가 악덕에 속하는 것들 분석서나 의견들을 보면 본인이 거기 속하지 않는지 돌아보는 법, 그런 사람이 되지 않는 법, 이런 거도 좀 미리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싶은 1인...다들 나는 나쁜 놈이 아니라고 타자화하고 문제있는 건 외부로 돌리거나 피하기 바쁘지 미친놈년 총량 보존의 법칙(이 구역 미친새끼가 나일수도)을 생각하지 않아서 세상이 좀 더 팍팍하다 싶어요... 저는 일단 어디가든 스스로를 빌런으로 상정하고 시작....ㅋㅋㅋㅋㅋ근데 이거도 지나친 수퍼에고 때문이라고...

공쟝쟝 2024-07-05 17:48   좋아요 2 | URL
그런 법을 수월하게 알려줘도 자기분석을 하기 힘든 여유부족의 세상이라… 나를 돌아보려거든 한가로워지는 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