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얼샤로넌과 티모시샬라메는 정말 잘어울린다. 로리가 격정적으로 조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나는 (결말을 알고 있었으므로) 거의 허벅지를 찌르다 시피하며, 허물어지는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내가 조였으면 이미 입술로 대답했음ㅋㅋㅋ


의식적 자아는 비혼주의 조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었으나, 무의식은 이미 연애와 사랑을 넘어 바람직한 엔딩~ 결혼으로 달려가고 싶어했다. 둘이 넘 잘어울리잖아. 그냥 싸우면서 행복해지라고!! 가만, 행복? 둘이 맺어지는 것만이 진정한 행복이야?

아아, 내 안의 낭만적 이성애에 대한 열망은 얼마나 뿌리 깊은 지😭😭 그럴 수도 그렇지도 않게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 커플이 잘되길 지지합니다! 따위로 생각이 빠질려고 해서 나 자신이 짜증났다. 하긴 나서 자라 지금까지 들어온 대다수의 이야기가 그녀는 그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알콩달콩 잘살았습니다였는 걸 뭐. 로맨스라는 지긋지긋한 이데올로기, 이건 뭐 마약처럼 끊기 어려운 종류 같다.
넷플 빨강머리 앤도 시즌3까지 보면서 손이 다 덜덜 떨리더라. 길버트랑 앤 잘되는 거 보고 싶어가지고... 흑흑.


2.
배우 그레타거윅은 물론 감독으로서의 그녀를 애정하다 못해 사랑하고 있으며(프사로 해놓을 만큼), 시얼샤로넌과 티모시샬라메를 각각 2010년대 최애 외국 여남 배우로 꼽는 나로서는, 유년시절 못해도 스무번은 읽은 작은아씨들이란 소설을 그 감독이 이 배우들로 무려 페미니즘으로 다시 썼다고까지하니 너무너무 보고 싶어 몸살이 날 정도였다. 넷플릭스 크리스마스에 개봉이라는 말 듣고 크리스마스 날을 손꼽을 정도.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의 습격으로 함께 보기로한 멤버와 만날 약속을 차마 잡을 수 없었고, 결국은 주말에 함께 방구석에 있을 자매1과 자매2를 꼬셔서 데리고 #다큰아씨들 을 급결성하여 함께 영화관람을 했다. 게으른 세자매에게 주말 세시 영화관람은 매우 이른 시각이었다. (다행이 광고중에 도착) 시작하자마자 완전 이입된 다큰아씨들은 ‘너무 좋아’를 외쳤다. 저거 정말 우리같아 ㅋㅋㅋ 하면서. 

영화 마치 가의 자매들은 박씨자매들에 준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기실 자매들은 모이면 시끄럽다. 만고의 진리인가. 조가 고데기로 메그의 머리를 태워먹는 신을 보며 소녀시절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생각났다. 동생과 고데기로 싸우다가 (싸움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고데기를 안껏다는 걸 잊어버려서, 시내에서 신나게 놓고 집에 돌아왔더니 우리방이 다 타있었다. 타서 사라진 매직기, 까맣게 재가 앉아 닦아도 지워지지 않던 내가 사랑했던 책과 cd들. 자욱한 연기를 배경으로 한 그날 저녁의 살벌하던 식사. 그 와중에 니가 안껐다는 책임전가와 추궁. 등등.
작은아씨들 보다 더 격정적이었던 우리들. (그리고 다 컸는 데도 싸움 ㅋㅋㅋㅋ 심지어 영화보고 오는 길에도 몇번 싸울뻔함)


3.
내가 왜 이 책을 그토록 좋아했는 지 기억났어.
우리집도 가난했잖아.
그래서 각자가 갖고 있는 욕망들을 실컷 요구할 수가 없었잖아.
메그는 옷, 조는 책, 베쓰는 피아노, 에이미는 물감 등등. 근데 옆집 할아버지가 쨘 나타나서 한번씩 정말 갖고 싶어하던 그것들을 선물해 줄 때, 그게 그렇게 좋은 거야. 넘 행복한 거야.
라고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동생들에게 말했더랬다.
그리고 생각했다. 난 여전히 자매들 각자의 욕망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리고 이제는 자기들의 힘으로) 성취되기를 바라는 사람이구나. 어릴 때는 소망이, 물건처럼 참 단순했는 데, 다 커버린 지금의 소망과 욕망은 참 간단치가 않다는 것 등등을. 

작은 아씨들 속 작은 이야기들 처럼, 나와 자매들의 작은 이야기들이라면 유년시절 그것들을 포함해서 언제든지 넘쳐난다. 자주자주 그것들을 꺼내 써봐야겠다. 초딩시절 내 롤모델이었던 조 마치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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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인용하는 영화속 대사를 글 말미에 적고 싶은데, 기억이 안난다. 
두번째 관람 한 후 다시 적어놔야지.
(집에 모셔둔 원작도 좀 읽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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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3-01 16: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정말 좋아해서 수십 번 반복해서 읽은 책이어서 영화를 꼭 보고 싶었는데
결국은 코로나19로 포기했어요~~
정말 아쉬웠는데
어쩔수없이 집에서 봐야겠어요^^

공쟝쟝 2020-03-01 18:50   좋아요 2 | URL
알고보니 모든 문학소녀들의 어린시절 최애 소설 리스트에 베스트였던 작은아씨들이네요~! 영화 참 좋았어요. 배우들의 호연도 연출도 최고😊 당분간 코로나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으니 넷플 공개를 기다리고 있어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