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사온 책을 펴서 겨우 두 페이지를 읽고 잠들었다. 정말 엄청나게 피로한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실은 책을 편 것 자체도 억지였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겨우 두페이지 만에 저런 문장이 나왔다. 단단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본질적으로 결코” 망가뜨릴 수는 없는 사람이라니. 쏟아지는 졸음을 거역하지 않으며, 스탠드를 껐다. 이 정도면 오늘 읽을 치를 다 읽었으므로.


본질적으로 망가뜨릴 수는 없는 사람, 망가뜨릴 수는 없는, 결코, 본질적으로. 읊조리면서 잤다.




무너지는 나, 훼손되는 나, 스스로를 속이는 나, 자꾸 나를 망치는 선택을 하는 나, 토끼의 꾀에 넘어가 뜨거운 돌을 떡이라 생각하고 삼켜 위장이 데어 죽었다는 전래동화 속의 멍청이 호랑이 같았던 나.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덥썩 입에 넣고, 입에 넣었다는 책임감으로 그저 꿀꺽꿀꺽 삼켰던 수많은 시행착오들. 왜 이 문장을 더듬으며, 그 동화가 생각났던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속이 데어있는 모양이다. 죽지는 않고 살기는 살아있는 요즘은 식은 떡도 호호 불어서 먹지는 못하고 눌러만 보는 그런 상태다.

*

한 인간에 대한 찬사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코”,“본질적으로”,“망가뜨릴 수 없는” 사람이라는 찬사는 탐난다. 앞에 붙은 조건까지 더해지니 더 그렇다. “단단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이라니. 그렇다면, 이거 꽤 노려볼만 하잖아. 난 확실히 단단한 편은 아니니까.

*

더는 무언가가 삼켜지지 않았을 때, 왜 먹지를 못하니, 스스로 질책했었다. 그래도 몸이 거부했다. 모르겠다, 먹기 싫음 먹지마, 질책을 그만 두고 시간이 흐르자 내 속이 속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들이 맛있다 하기에 무슨 맛인지 느낄 생각도 못하고 일단 삼켰던 그 소화되지 않던 것들이 뜨겁게 익힌 돌 같은 거였나봐. 이 역시 실체는 확인하지 못한 합리적 의심 같은 것이지만. 어쨌든 앞으로 꽤 오랫동안(혹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죽만 먹어야 할 것 같다.

*

그래서.

본질적으로는/망가뜨릴 수 없다
는 말이 그렇게 눈에 새겨졌나보다.
있었는 지도 모르는 생존본능(?) 비스무리 한 것 덕분에, 미련하게 꾸역꾸역 아주 다 먹어 버리지는 않아서. 호랑이처럼 죽지는 않았잖아. 물론,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았잖아.

*

그러니까. 나는 ‘본질적’으로는 망가지지 않은 사람. 이라는 쪽에 슬쩍 발을 담궈볼 수도 있는 거 아냐? 탐내보자. 탐내겠다. 탐을 내기 위해 마저 읽는다. 오늘도 피곤하지만, 탐나니까. 자, 시모어 선생님 가르쳐 주십시오. 그 비결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