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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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의 이별이 지나간 뒤, 생각을 생각하는 나에게 동생이 지나가듯 이런 말을 했었다. 언니는 너무 의미부여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때 그 말을 삼키는 것이 어찌나 썼던지, 무지하게 초라해졌던 기분이 기억난다.

항상 ‘왜’라는 것은 중요했고, 이유없이는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힘들었으니까. 힘든데 고생의 의미마저 없으면, 너무 고통이잖아. 눈 앞에 일어나는 사건과 상황에 길고 긴 해석과 주석을 달았다. 상황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의미를 입히는 것은 무력한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것이었으므로. 그러나 모든 방어기제가 그렇듯 남용은 독이 되었다. 어떤 사건은 이미 다 끝난 일인 데도, 말마다 단어마다 각주를 다느라 스스로를 다시 상처입히곤 했다. 나는 가까이서 지켜 보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

덧없음이 덧없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은 최근의 일이다. 깨달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 단순히 나이를 먹어서 일 수도 있고, 덜 힘들어져서 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무언가를 (그것이무엇인지는 모르는 채) 포기해서 일지도.

어쨌든 요즘은 억지로 의미를 찾아내기 보다는 지금과 순간에 깊이 몰두해서 음미 할 수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생각이 나를 해치는 때는 생각을 멈추기. 대단할 것 없는 그 기술이면, 조금은 자신과 타인에게 덜 피곤하게 굴지 않을까하고.

물론, 지금도 나는 의미를 찾는다. 피로하고 어려웠던 일상을 지탱시키고 있는 것은, 조금은 더 자유로워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 훗날의 자유를 위해 존버(!)하는 거야(!)라는 의미부여가 오늘의 곤란함을 견딜만함으로 바꿔준다.

*

피로한 저녁, 침침한 눈으로, 졸음을 좇아가며 이 소설을 읽었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지닌 주인공의 조용한 삶이 무척이나 위안을 주었기 때문이다.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들 속에서 변주되는 성취와 실패,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이 대단하지 않은 인물의 아무럴 것 없는 이야기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의미가 없어서 아름답다니. . . .
근데 정말 아름다운 소설이다.. 그리고 느껴버렸다.
의미가 없으므로, 인생은 아름답구나..🌸🌸라는 걸!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나 역시 곁에 들추다가 만 어떤 책 한 권 이있으면 좋겠다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고..
윌리엄 스토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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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2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했던 책이에요. 그런데 다시 읽으면 그전처럼 좋을까.. 생각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공쟝쟝 2019-10-24 23:1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이디스가 꽤나 납작하게 그러졌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스토너의 이야기이니까.. ㅋㅋ 언젠가 후대의 작가들이 김첨지 아내 입장에서 운수좋은 날을 다시 썼듯 ㅡ 이디스의 이야기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여하튼 전 이디스도 너무나 이해되더라구요, 댓글을 적다보니 밀쳐둔 디아워스를 읽고 싶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