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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평점 :
언제나 믿고 읽는, 정혜신 선생님의 글. 그녀의 글을 읽으면 홀가분해지고, 따뜻해지고, 몸이 편안하게 이완된다. 또르르 눈물 한방울 흐를 때도 있다. 이번 책 역시 그랬다. 뭐랄까, 그냥 눈가는 대로 읽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뿐인데, 나 자신이 조금은 선량해진 것 같은 느낌.
타인을 깎아내리거나 이용하거나, 자신을 드러내거나 내 상처 먼저 봐달라고 아우성치기 바쁜 요즈음의 세상에서 ‘존재에 주목’한다는 이야기야 말로 허황되게 들린다. ‘공감’이라는 단어도 ‘힐링’만큼이나 식상하고.
이 책은 다르다. 존재와 사람을 ‘제대로 귀중하게 대할 줄 아는’ “존재”가 세상에 있긴 있구나! 안심하게 된달까. 읽으면서 사그라들던 인류애가 바짝 불 당겨질 만큼 ‘정혜신’이라는 치유자가 고맙드라. 타인을 어루만질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정말로 모/처/럼 생각했다. (😒좋은 사람?? 이 헬조선에서 그게 가능해?? 냉소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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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선생님은 ‘공감’과 ‘치유’ 노하우를 대거 전수해주신다. 존재에 주목하는 방법, 존재의 과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화도중 해볼 수 있는 질문들, 공감/감정노동의 차이, 경계에 대한 인식까지. 그 원리와 예시를 모은 내용들임에도 ‘방법서’처럼 읽히지만은 않는다. 글에 깊이 감응할 수 있었던 것은 치유자 정혜신의 기술보다 ‘마음’ 그 자체, 태도 그 자체였다.
“(249) 다양하게 깎인 수많은 입체적인 면면들 때문에 빛이 드는 방향에 따라 빛깔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예각의 크리스탈 조각 같은 존재가 사람이다. 그런 존재를 집단적 정체성이라는 둔각으로 뭉개는 일은 자신에 대한 폭력인 동시에 자기 은폐나 억압,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무지다.”
그러니까 위와 같은 문장은 인간 자체에 대한 탐구와 애정이 없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거라. 🤔 수많은 입체적인 면면들. 빛이 드는 방향에 따라 빛깔과 분위기가 달라지는..(크흡, 눈물 닦고..). 아, 사람이란 정말 그렇다. 나도 그러니까!!
그러니 뭉개지 말자. 뭉뚱그리지 말자. 쉽게 “(106)충조평판(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따위 하지말자.
“(295)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들이다. 그래서 계몽과 훈계의 본질은 폭력이다. 마음의 영역에선 그렇다.누군가의 속마음을 들을 땐 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충조평판의 다른 말은 ‘바른말’이다. 바른말은 의외로 폭력적이다. 나는 욕설에 찔려 넘어진 사람보다 바른말에 찔려 쓰러진 사람을 과장해서 한 만 배 쯤은 더 많이 봤다. 사실이다.”
네네. 잘못했어요. 안하도록 노력할게요, 혜신쌤.ㅠㅠ (내가 바로 왕년에 바른 말 대장).
마음의 영역에서 계몽이란 결국 폭력과 다름없다는 말.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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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공감과 관련해 일종의 클리셰가 있다. 공감은 누가 이야기할 때 중간에 끊지 않고 토 달지 않고 한결같이 끄덕이며 긍정해주는 것,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전혀 잘못 짚었다. 그건 공감이 아니라 감정노동이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지친다.”
어쩐지.......대화가 힘들더라..... 나 자신아, 그 동안 공감을 빙자한 감정 노동 하느라 고생 많았다.
“(187) 누군가에게 공감자가 되려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의 상처도 공감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감하는 일의 전제는 공감 받는 일이다. 자전하며 동시에 공전하는 지구처럼 공감은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는 동시에 자기도 주목받고 공감 받는 행위다. 타인을 구심점으로 오롯이 집중하지만 동시에 자기 중심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아야 가능하다.
공감은 본래 상호적이고 동시적인 것이다. 지구가 자전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공전을 멈추거나 공전을 하느라 힘이 빠져서 자전을 쉬면 자연의 모든 이치가 깨지듯 공감도 마찬가지다. 상호성과 동시성을 잃으면 공감도 없다.”
자전과 공전원리에 입각한 ‘공감’ 해설. 넘나 적절하시다. 이해가 쏙쏙 되었다. 샘은 정말 최고 만렙힐러시다. 나같은 쪼렙은 ‘공감자’가 되기 이전에 내 상처부터 주목하기로 한다. 앗, 공전은 커녕 자전도 잘 안된다. 😨자전할 에너지도 없다. 혜신샘에게 공감 받고 싶다. 어렵사리 벌려놓은 내면의 상처들을 평가, 구경 당했던 지난 날들이 떠오른다. 그러게 누울자리 보고 뻗었어야.... (다시 눈물 한 번 더 닦고) 그래 나야, 괜찮다. 가까운 이들에게 이 책을 읽혀서 나를 공감시키고, 내가 자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좀 받아야겠다. (이 극단적 이기주의 무엇..ㅋㅋ?!?) *요즘의 출판시장 트렌드는 ‘거리두기’‘포기하기’‘그만두기’등등 인 것 같다. 노오력과 자기착취를 독려하는 강박적 자기개발서들만 넘쳐나던 몇 년전의 모습보다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나는 좀 외로웠다. 물론 나를 괴롭히는 관계와 일들로부터 달아나는 것은 용기다. 그러나 상처에 겁먹어 거리 두는 것에만 전전긍긍하고 싶지는 않았다. 관계에서 지혜롭게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어려워했던 관계들을 톺아보았다. 그랬구나, 나의 잘못도 많았지만 그들의 잘못도 없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럴 밖에. 속마음을 나누기 쉽지않는 세상이니까. 나 포함 우리 모두는 다시 배워야 한다. 옆에 있는 이들의 존재에 주목하고 싶어졌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욱 섬세해지기를 마음먹었다. 책으로 배운 적정 심리학으로 나와 누군가를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한껏 든 저녁!!이었는데.. 옆에는 인간이 아닌 고양이 두 마리만.. 똥치워달라고 냐옹하고 있었다.... 인간 관계.. 책으로만 배우면.... 잘해주고 싶어도 잘해 줄 사람이 없...게 되는 건가.. (현실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