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의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끝내 참지 못하게 한다.

오늘 아침엔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요즘 남편이 출장가는 준비로 매일 밤샘작업을 한다.. 지난 주 부터 얼굴 보기 무지 힘들다.. 어제도 5시 반에 들어왔다.  이렇게 일해도 월급 더 안주는데..헐~

그래서 버스타러 가는 길.. 어제 고장난 샤프 고쳐 준다고 가져 온 것도 있고 해서 언니네 들려 샤프 주고 오늘 운동갈 때 입을 바지 무거우니깐 던져 놓고 나오려는데 언니가 잠깐만 하더니 김밥 두줄을 싸서 준다.

점심때 먹으라고..야홋... 점심값 굳었다... 지난 주 언니랑 아울렛에 갔다가 조카 옷 사준거에 대한 보답인가 보다.. 몇일만 더 도시락 싸가지고 가면 옷 값은 빼겠다.

김밥을 먹을 때면 엄마표 김밥이 떠오른다.

우리 엄마는 소풍때 김밥을 싸줄때도 참 다른 엄마들과는 다르게 싸주셨다.. 친구들이 너네 엄마는 김밥 참 맛나게 싸주신다 하는 소릴 종종 들었다.

솔직히 4남매나 되고 소풍때면 전쟁이나 다름없지만 울 엄마는 김밥쌀때 단무지가 밥에 닿으면 밥이 삭는다고 야채를 놓고 단무지를 넣어서 감싸 말아 준다.. 그러면 야채가 말리면서 단무지는 밥과 붙지 않고 그러면 쉬 상하지도 않는다는게 엄마의 지론..

그리고 한줄 쌓고 나서 바로 올리면 밥끼리 붙는다고 깨소금을 만들어서 (고운소금+깨 갈은것) 살살 뿌린 후에 밥을 올려 놓곤 하셨다.

다른 집은 밥에다 참기름이랑 소금 넣고 간을 해서 싸는데 울 엄마는 야채를 볶을때 밑간을 하고 그리고 그 살살 뿌려주는 깨소금으로 나머지 간을 맞추시는 거다.

절대로 밥에다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처음엔 고소할지 모르나 많이 먹으면 느끼해지니깐 안된다는거다.

이젠 학교도 안다니니 엄마가 말아주는 김밥을 먹을 일이 없어 졌지만 가끔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담백한 김밥이 떠오른다.

지금 언니가 만들어 준 김밥도 역시나 밥에 참기름으로 비벼 준것으로 한줄 먹었는데 좀 벅차다.

짱짱하게 말아서 잘 터지지도 풀어지지도 않던 엄마표 김밥...

언제나 다시 맛볼까?

소풍날 새벽이면 제일 먼저 일어나서 엄마가 김밥 쌀때 옆구리에 늘러 앉아 엄마 이거 먹어도 돼요 하면서 입맛 다시던 꼬맹이가 이제 김밥을 싸주는 엄마가 되어서 이거 먹어도 돼요 하는 꼬맹이 한테 안돼! 하는 소릴 하다니...    언니 말이 내가 김밥을 말지만 입에 들어 올 틈도 없이 먹어 대는 아이들 보면 엄마 생각이 절로 난단다.

참 엄마는 얼마나 먹고 싶으셨을까... 그래서 꼬투리는 엄마 몫으로 남겨둔단다.   원래 김밥의 제일 맛나는 부분은 꼬투리라고...

지금 아이들 보면 어쩔 땐 안쓰럽다.

소풍가는 날.. 김밥집 앞에 1회용 도시락 사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에구구 쟤는 꼬투리 집어 먹는 맛을 알까? 싶고.. 심지어 소풍날 햄버거나 샌드위치 들고온 아이들 얘길 들으면 마음이 짠해 진다.

그 만큼 엄마들이 할 일이 많아 진 탓도 있지만 내가 누리고 살았던 그런 것들이 참 호사스럽게 느껴져서 그런다.

엄마가 아프거나 바쁠때 나도 그냥 하얀밥에 반찬 넣어서 소풍길에 나선 적이 있지만 그때 도시락 뚜껑 여는게 너무 창피해서 울고 싶었던건 참 철딱서니 없었던게지..

운동회날이면 치킨집 오토바이  불나고 피자집 오토바이가 불나는 세상에 산다는게 그냥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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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05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현미 김밥싸갔어요 ㅠㅠ 애들이 쉬었다고 안먹두만요 ㅜ.ㅠ;;;

책읽는나무 2005-10-05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김밥 먹고 싶어요!
그리고 님의 어머님이 싸주신 그담백한 김밥 무지 먹고 싶어지네요..ㅡ.ㅡ;;
보통 밥에 참기름을 넣어 간을 하는데 밥에 간을 하지 않고서도 고소하고 맛이 있다니 신기하군요...^^;;
저희 시엄니는 참기름이 많이 들어가야 맛이 있는 법이라고 참기름을 어찌나 많이 넣으시는지~~ 느끼한 걸 잘 못먹는 저로선 시집가서 김밥을 많이 못먹어 어머님께 좀 많이 죄송했다는~~ 다른 식구들과 심지어 손녀들까지 맛나다고 많이 먹는데 저는 처음엔 맛이 있다가 저만 유독 많이 못먹으니 먹는 것에 까탈을 부리는 사람으로 좀 찍혀버렸다지요!...ㅠ.ㅠ
그래도 참기름을 많이 넣는 건 정말 못참겠어요!
시댁에선 곰국을 먹어도 깨소금을 듬뿍 넣어주시는데....으윽~~

그나저나 김밥 먹고 싶어지는군요..ㅡ.ㅡ;;

미설 2005-10-05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밥에 참기름 간 넘 많이 하면 처음엔 맛있는데 나중엔 느끼해지죠.. 어머님껜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군요. 인터라겐님 어머니가 싸주신 담백한 김밥 먹어보고 싶네요..

로드무비 2005-10-0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운동회 가보고 깜짝 놀랐어요.
동네 치킨집 피자집 전부 출동했더군요.
엄마가 직접 싼 김밥 낮에 먹으면 냄새가 찰싹 밀착(숙성?)되어 더 맛있지 않나요?^^

엔리꼬 2005-10-05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아빠가 바빠서 치킨을 시키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이가 먹고 싶어해서 시키겠죠? 특별한 날이라? 저는 중학생때 우리 엄마가 싸준 김밥을 다른 애가 못먹겠다면 놀리는 바람에 싸운 적이 있었답니다. 치고 박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무튼 추천 하고 갑니다.

클리오 2005-10-0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풍 갈 일 없는 지금도 엄마에게 김밥 싸달라고 하고 싶다는... ^^;

세실 2005-10-0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 전 지금까지 김밥 사서 보낸적 딱 한번 있어요~~~ 양호하죠?
전날 넘 피곤한 일이 있어서(뭔지 기억은 나지 않음) 미리 예약을 했어요.
아침 7시까지 김밥 3개 보내달라구...(엄마김밥이라고 맛은 좋은데 3줄 9,000원이 기본이라네요) 띵똥~ 보림이 몰래 시킨다고 했는데...보림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누구세요? 하며 달려나가려고 하는겁니다. "보림아 잠깐.엄마가 나간다" "누구야?"
"엉 할머니.....할머니가 보림이 김밥 준비하신다 그래서...얼렁뚱땅" ...이러고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습니다. 왠지 배달시켰다고 하기엔 미안해서요. 그 담부턴 제가 꼭 합니다. 히힛

2005-10-05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rryticket 2005-10-05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보니 제 과거시절을 떠올려보니 엄마표 김밥을 소풍갈때 싸갔던 기억이 별루 없네요. 친정어무이가 제 유치원때인가? 부터 사회 활동을 하셔서리..
그러고보면 올리브, 쫌 불쌍하네?

인터라겐 2005-10-0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와 어머님이 상당히 일찍 사회활동을 하셨네요.
속삭여주신님... 뽀인트를 상당히 잘 잡으셨어요...ㅎㅎㅎ
세실님.. 직장생활하시면서 완벽한 엄마가 되긴 정말 힘든데... 너무 대단하세요..
클리오님...지금 김밥 싸달라고 하면 엄마들의 반응이 어떨까요? ㅎㅎ
서림님.. 아픈 기억인가요 그거...ㅎㅎ 소풍때 희한한 김밥가져오던 친구가 있었어요.. 소고기도 볶아서 넣고 암튼 보통김밥 보다 좀 튄다 싶으면 아이들의 표적이 되곤 했어요.. 왜냐... 부러웠으니깐...아마도 그때 그 아이들.. 부러워서 그랬을 꺼예요..

로드무비님... 그쵸.. 저희동네 학교도 굉장치도 않다고 해요... 전 그런데 그런거 별루예요.. 아이들 잔치가 아니라 어른잔치로 보여서 말이죠...
미설님.. 야채 볶을때 밑간을 하시더라구요... 한번 해 보심이... 전 잘 안되더라구요.. 그게 손맛도 따라야 하는 건지...ㅎㅎ
책읽는 나무님.. 저희 시어머니도 기름 잔뜩 넣어야 맛난다고 생각하세요.. 어쩔땐 속이 느글 느글 거릴 정도로 ... 그래도 싸주는 김밥 먹는건 맛있죠?
물만두님..현미김밥... 껄끄러웠을 텐데... 지금도 현미밥은 잘 안씹혀요... 요즘 저희 동네에서 웰빙김밥이라고 해서 잡곡밥으로 싼 김밥을 팔던데 정이 안가더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