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골 원작 그림이 있는 책방 5
니꼴라이 고골 원작, 지빌 그래핀 쇤펠트 다시 씀, 겐나디 스피린 그림, 김서정 옮김 / 보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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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희한한 일은 일어난다. 세상 어디서든 일어나고, 도대체 그런 일을 겪을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도 일어난다. 그러니 뭔가 이 비슷한 사건에 대해서 듣게 되면 그냥 코웃음 치지는 말아 주시기 바란다. 드물기는 하지만,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던 건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 '코'의 마지막... 27p -

그렇다. 희한한 일은 세상 어디에서든 일어난다. 우리- 어른 -는 자라면서 희한한 일을 참, 많이도 겪어왔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문학 작품 속의 <희한한 일들>을 더 수월하게 받아들이는 건 항상 아이들이다. 어떤 기묘한 이야기라도, 고 말랑말랑한 머리속에 들어가면 무리없이 가뿐히 반죽되어 버린다.

<고골, 체호프 단편선>은 중고등학교 때 <꼭 읽어야 할 세계명작 목록>에 항상 끼어있던 이름이다. 하지만 시켜서 하는 일은 뭐든 재미없는 그 또래의 습성 때문이었을까, 고골의 단편 '코'는 나의 기억에 아무런 흔적도 못 남기고 스러져버리고 말았다. 아니다, 흔적이 남긴 했다. '이상하고 재미없는 소설'이라는 추레한 얼룩.
그렇기에, 책을 처음 손에 들고는 잠시 난감했다. 이걸 딸아이(이젠 초등학교 1학년이다)에게 어떤 방향으로 읽어줄 것이며, 딸아이의 무수한 질문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ㅎㅎㅎ, 그렇게 많이 겪고서도 아직도 저런 경직된 생각에 얽매어 있다니, 나란 사람도 참.... 결론부터 밝히자면, 항상 그랬듯이, 아이는 눈을 초롱하게 뜨고 끝까지 들었다.(물론 중간에 잠깐씩 동생의 접근을 견제하느라 한눈을 판 대목도 있다.^^;) 그리고 코가 왜 빵에 들어가 있냐...혹은 코가 어떻게 혼자서 걸어다니냐는 류의 질문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아이는 팔등관 코발료프의 코 없는 얼굴 모습에 큭큭대고 웃었고, 코에게 무시당하는 그의 심정을 이해하겠다는 듯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림 구석구석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 속을 활보하는 '코'의 모습을 찾아내느라 정신을 팔았다. .
책을 덮으며 슬쩍 떠보듯 "참 이상한 얘기다, 그치?" 했더니 "응. 그런데 재밌다." 한다.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는 저 명쾌함! 부패한 사회니 세태의 풍자니 하는 부분은 어른의 몫, 아이는 '주인을 떠나 활보한 코'라는 환타지의 요소만 고스란히 소화해 낸 모양이다. 내가 떠먹이려고 골을 썩인 나머지 부분은 나중에, 자라면서 천천히 소화해내거나 잊혀지겠지.

나 역시 과거의 지루함이 아닌, 신선한 즐거움으로 작품을 다시 만났다. 굳이 작가의 의도를 애써 추론하지 않아도, 책 전체에서 전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배어나온다. 가식적인 사람들, 내면보다는 껍데기에 집착하는 세태의 천박함에 씁쓸한 조소가 절로 난다.

아이도 엄마도 자연스럽게 작품에 동화되게 하는데는, 말할 것도 없이 그림의 힘이 컸다. 머리 속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던, '활보하는 코'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형상화 되어 있다. 매 장면을 그대로 떼어다 박물관 벽에 붙여도 될만큼의 품격이 느껴지는데다가, 구석구석 절묘한 유머 요소까지! 이 멋진 그림은 엄마의 굳은 머리와 아이의 말랑한 상상력을 모두 가뿐히 충족시킨다.

초등학생에게는 격조 있는 그림책으로, 중고등학생에게는 필독 명작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기회로, 그리고 성인들에게는... 책 전체가 하나의 '작품'인 명작을 만나는 기쁨으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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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6-04-1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마이리뷰 축하드려요 ^^

진/우맘 2006-04-1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감사합니다.^0^

비연 2006-04-14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아영엄마 2006-04-15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

울보 2006-04-1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실비 2006-04-1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06-04-22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보고싶어지는 그림책이에요..

푸른하늘 2006-04-24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까? 왜 코가 날아다녀? 궁금하네요.

하늘바람 2006-04-25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리뷰 축하드립니다

향기로운 2007-04-25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리뷰 축하해요^^*
 
엄마, 내가 자전거를 탔어요! - 시각 장애아 미유키의 자전 동화 삶과 사람이 아름다운 이야기 1
카리노 후키코 그림, 이노우에 미유키 글, 이정선 옮김 / 베틀북 / 2002년 4월
구판절판


장애이해를 위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다가...책 구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실까봐 일부 올립니다.^^ (그림 클릭하시면 크게 보여요)

글씨는 제가 따로 편집한 것이라...그림과 대략의 내용만 보세요.

수채색연필 느낌의 그림이 참 예뻐요.

시각장애를 가진 미유키의 실화라고 하네요.

장애이해 외에도 잔잔한 감동이 많은 좋은 그림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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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소 2007-07-0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꼭 읽어 보고 싶어요!
 
랜더 구피 그레이프 버블바스(어린이용 거품목욕제) - 739ml
미국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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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앗....얼마 전 7,700원에 샀는데....ㅠㅠ

욕조 목욕 매니아인 진, 우가 맨날 거품 만들어달라고 조르는 게 귀찮아 구입했죠.
첨엔 어마어마한 사이즈와 용량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걸 언제 다 쓰나...하구요.
헌데, 거품 목욕을 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양이 들어가더군요.(가정 욕조 기준으로요)
향과 사용 후 감촉 등은 모두 무난합니다.

그런데, 생각만큼 거품이 많이 일어나진 않아요.
예전에 진양 어릴 때 써 본 누크제품이었나....디즈니 캐릭터 뚜껑이 있는 버블제품은 정말 입자 고운 거품이 목욕통 가득 일었는데. 하긴, 그때는 대형 욕조가 아니라 아기 목욕통이라 그랬나? ^^;
욕조 바닥에 뿌리고 물을 받으면, 욕조의 2/3 정도 표면에, 거품이 입니다. 거품은 결이 좀 커서 목욕하다 보면 많이 없어지구요. (하긴...생각해보니, 거품이 너무 풍부해도 목욕 후 욕조 청소의 압박이...ㅡㅡ;;;)

공주병 진양은, 텔레비젼에서 봤는지 우아하게 머리에 수건 두르고 혼자 목욕하고 싶다고 난리구요,
진, 우를 함께 넣어주면 서로 거품 쟁탈전에 정신이 없습니다. 원래도 목욕 좋아하지만, 이젠 정말 끄집어내기 힘들 정도네요. ㅎㅎㅎ
장난꾸러기 아이들 목욕을 위해서는 집에 하나씩 있는 것도 좋습니다. 
저가에 대용량...무난한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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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을 많이 내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우선 욕조의 수도꼭지 바로 밑에 조금 넉넉하게(프라이팬에 콩기름 두르듯이...^^;) 휘휘 두르시구요, 수압을 세게 해서 물을 트세요. 그리고, 물을 받는 동안 욕조 구석에서 계속 참방참방 손을 저어주시면....어마어마한 거품이 욕조를 가득 채웁니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결이 굵은 거품이라 목욕이 끝날때쯤엔 거의 다 사라져 물 빼기, 욕조청소가 수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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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3-0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우맘님 방가방가~ 아이들이 좋아하겠군요~~~
일단 보관함에 넣었습니다~

진/우맘 2006-03-0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오늘 어인 일로 잡동사니 리뷰신이 내려서....^^ 잘 지내시죠?

진/우맘 2006-03-0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이게 그림책 란에 가 있네...근데 왜 카테고리 이동이 안 되지.^^;;

sooninara 2006-03-0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나도 하나 살까?? 세일에 눈먼 아낙.

진/우맘 2006-03-0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성! 이사 잘 갔슈?^^
애들이 좋아할 거예요.^^ 굳이 거품 목욕 아니라도 그냥 바디샴푸로도 좋아요.
 
패션 코디짱 스티커북
깊은책속옹달샘 편집부 엮음 / 깊은책속옹달샘 / 2005년 2월
품절


A4보다 더 큰 사이즈구요, 이렇게 의상 아이템이 가득한 스티커가 세 장, 메이크업과 악세사리가 따로 한 장, 총 네 장의 스티커가 들어있습니다.

메이크업을 시켜볼 수 있는 페이지. 캐릭터가 유순하고 이쁘게 생겼죠? ^^ 아이섀도나 속눈썹 스티커 같은 것은, 각을 잘 맞춰서 붙여야 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중학년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가지고 놀더군요.

로이월드라는 인터넷 홈피의 아바타 5000원 상품권이 내장되어 있슴다.

페이지 구성이 설명된 속지. '우아한 공주님 방에서 친구들과 놀아요.' '신비로운 비밀의 화원을 산책해요.', '드레스 숍에서 즐겁게 쇼핑을 해요.', '예쁘게 화장을 해요.' 등 일곱 개의 코너와 옷장 페이지가 따로 있지요. 예나 지금이나 공주님들은 저렇게 사는구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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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빈 2007-09-27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
 
패션 코디짱 스티커북
깊은책속옹달샘 편집부 엮음 / 깊은책속옹달샘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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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종이인형 생각나세요?
열심히 가위질 하다가 어깨걸이를 싹둑, 잘라먹었을 때의 허망함... 노트 한 권을 오리고 붙여서 옷장도 만들고, 집도 만들고....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직접 만들기도 했는데, 해 보셨나요? ^^

요즘 아이들은 그 때와는 다르죠.
종이 인형 대신에 '아바타'를 가지고 노니까요. 그런데 컴퓨터, 핸드폰 세상 속에서만 활동하는 줄 알았던 아바타가 스티커 북으로도 활개를 치고 다니네요.^^

'패션코디짱'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도 아바타 스티커북입니다. 여러 가지 배경도 있고(좀 있다 포토리뷰로 보여드릴게요.) 붙였다 뗄 수 있는 스티커를 가지고 놀 수 있지요. 어여쁜 공주님과 잘 생긴 왕자님이 역시, 주인공.^^
사실, 딱히 '교육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첨엔 사 주는 걸 꺼려 했지요.
그런데 아이를 키워보니, 아무리 그렇게 안 가르치려 해도 말릴 수 없는 '공주의 시기'가 있더라구요.
대략 유치원을 전후하여 여자 아이들은 외모에 관심을 가지고, 치마와 레이스, 꽃분홍에 미칩니다.
생각해보니 미디어나 환경의 영향도 있지만, 아무래도 성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자연스레 뒤따르는 현상인 것 같아요. ㅎㅎ, 이 심각한 공주병, 아바타 스티커 북 안 사준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더라...그 말입니다.

게다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우리 어릴 적에, 얼마나 종이 인형 갖고 싶었습니까, 그죠? 푼돈 모아서 예쁜 종이 인형 한 장 사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았고...동생이 북, 찢기라도 하면 억장이 무너지고...ㅠㅠ
이 아이들에게는 나중에, 아바타 스티커북이 그런 아련한 추억의 매개물이 될 지도 모르지요.

자, 그럼 한 권 사주기로 합시다.
그런데요, 고르려고 나가보니...눈쌀이 절로 찌푸려지더이다. 조잡한 색깔, 어색한 캐릭터, 과용되는 웹 비속어.... 게다가 좀 큼직하다 싶으면 하드커버를 씌워서 만 원. 체, 내용물은 몇 장 되지도 않으면서 말예요.
그러던 중 발견한 것이 깊은책속옹달샘의 이, '패션코디짱' 입니다.

깊은책속옹달샘은 유아용 학습지를 고르다보면 제법 눈에 띄는, 내실 있고 참신한 학습지를 잘 만드는 출판사예요. 최근 삼성과 더불어 출판사만 보고도 유아용 학습지를 주문하게 되는 미더운 곳.
역시나, 스티커북도 괜찮게 만들었네요. 전반적인 색감도 부드러운 편이고, 캐릭터도 꽤 예쁘구요, 내장된 스티커 의상들도 호오...엄마도 탐이 날 정도로 세련된 맛이 있습니다. 쓸데 없는 하드커버를 빼고 저렴하게 가격이 책정된 점도 마음에 드네요.
사용해 보진 않았지만, 로이월드라는 홈피의 아바타 상품권도 내장되어 있어요.

스티커로 메이크업을 해 보는 페이지는 꽤 정교한 손놀림이 필요한데다가, 의상도 다양한 편이라 초등학교 중학년 정도까지의 여자아이들도 좋아합니다.
네 살짜리 조카에서 2학년 울 반 학생과 그 언니까지, 선물해 본 족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지요.^^

이왕 사 주실거면, 괜찮은 제품으로 주세요. 뭐, 설마...스티커 북 한 권에 딸아이 공주병이 더 심각해지지야 않겠지요.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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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5-06-0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당연히 살 수 밖에 없겠군요. 추천도 꾸욱~!

진/우맘 2005-06-0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V~

딸기엄마 2005-06-0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