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타오르고 싶다 - 그림 혹은 내 영혼의 풍경들
김영숙 지음 / 한길아트 / 2001년 8월
품절


캔버스 앞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던 친구들을 속내로만 부러워하면서 자랐습니다.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벗은 여자 그림을 보면 "미쳤군."하고 중얼거리는 형제들 사이에서 아귀처럼 밥그릇 싸움을 하며 자란 탓에, 대체 예술이, 또 미술이 왜 고상한 것인지 배울 틈도 없었지요.-머리말쪽

그냥 호기심에서, 그리고 '대체 그게 뭐길래?'하는 오기에서 그림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깨달았습니다. 그림이 제 영혼의 풍경들을 펼쳐 보여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림은 '우아 떠는' 예술이 아닙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예술이지요.-머리말쪽

겁 없이 그림을 보며 겁 없이 풀어낸 이야기가 이렇게 책으로 엮여 나온다니 새삼 겁이 덜컥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론 장황한 이론보다 이웃집 여인네가 주워들은 풍월로 읊어대는 이야기가 더 절실하고 진실할 수 있음을 경험하고 살아온 터라, 조금 뻔뻔해져보려 합니다. 막내아이의 나이를 속여가며 기어이 입장료 안 내고 놀이동산에 입장할 때처럼 말입니다.-머리말쪽

머리말 중 마음에 드는 구절이다. 그녀의 이런 소박함과 배짱 덕분에, 이 책은 딱 내 눈높이에 알맞다. 쉽고, 재미있다.-첨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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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1-0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소개해준 책이로군요. 음...
 
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 생각하는 숲 5
셸 실버스타인 지음,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쉘 실버스타인을 아세요? ----- 글쎄....긁적긁적....설레설레....두리번두리번
그럼,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아세요? 어디로 갔을까 나의 반쪽은 어때요? ----- 웅성웅성....끄덕끄덕....빙그레~


사실, 전 몰랐답니다. 어린 시절 숱하게 들어왔던 그 이야기들이 모두 같은 작가, '쉘 실버스타인'의 것이라는 사실을요. 단순하고 선명한 검은 선을 이용해서 진정한 '우화'를 현대에 되살린 그 멋진 작가를, 전 최근에 딸아이의 그림책에서 다시 만났어요.

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

처음에 얼핏 보곤 '뭐 이런 책이 다 있나...' 싶었어요. 코뿔소 한 마리를 싸게 사래요. 의외로 쓸데가 많을거라나요? 그렇게 시큰둥한 표정으로 책장을 넘기던 딸아이와 나는, 얼마 안 가 요절복통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우리가 웃은 대목은 약간 달랐지만요.
저는 아빠에게 용돈을 더 받아낼 때 쓸 수 있다며 아이와 코뿔소가 나란히 골난 표정으로 서 있는데서 낄낄거렸고, 딸애는 양변기 속에서 고개만 내밀고 숨바꼭질을 하는 코뿔소를 보고 까르르 넘어갔죠.

모든 페이지 구석구석이 유머와 위트로 넘쳐나요.
슥슥, 힘들이지 않고 그린 듯한 자유로운 펜 선이 간결한 문장을 거들어, 효과를 10배 증폭시키죠.
코뿔소를 집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한 가지도 떠올리지 못하고 멍해 있었는데, 쉴새 없이 유쾌하게 펼쳐지는 상상력을 따라 한바탕 뛰고 나자, 후련하고 개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함께 내달린 다섯 살 딸아이에게도 인기 만점이구요.

코뿔소 한 마리, 싸게 들여놓으실래요? 코뿔소가 부담스러우시다구요? 그렇담, <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 책도 괜찮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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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4-11-0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뿔소를 보면서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이 코뿔소 뿔을 탐내는데, 코뿔이 없는 코뿔소는 얼마나 비루할까 하는.... 코뿔소가 비싸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뿔에 받힐까봐 무서워서 집에 들여놓긴 싫습니다. 운동은 될 것 같긴 하지만...

진/우맘 2004-11-0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오랜만이예요, 부리님!!
 
지능업 탱그램
박혜경 지음 / 삼성출판사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머리들도 좋아요...어떻게 책에다 이런 짓(?)을 할 생각을 했지?
유아들이 탱그램 놀이를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책입니다. 오른쪽 상단에 나무로 된 탱그램 조각이 쏘옥 들어가게 만들어져 있어요. 책을 펼치면, 두껍고 튼튼한 판지로 된 그림 일부분(배, 집, 나비 등)이 한 층 파여 있어, 그 위에 나무조각으로 탱그램 놀이를 할 수 있지요.
ㅎㅎㅎ 요즘은 목욕놀이를 할 수 있는 비닐 책, 천으로 된 책, 인형으로 된 책...별별 책이 많지만, 탱그램놀이를 책으로 할 수 있다고는 생각 못 해봤는데 말예요.^^

색감도 좋고, 나무의 질도 그닥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4~5세 아이들이 쉽고 간단하게 탱그램에 입문할 수 있는 근사한 책이네요. 강력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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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0-12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근...한 달 만의 리뷰다.
리뷰도 안 써 버릇하니까 못 쓰겠더라. 이러다간 영영 리뷰랑 이별하게 될 것 같아, 큰 맘 먹고 덤볐다.
.....짧고, 썰렁하군. 여하간, 재미있고 참신한 책이라구요.^^;;

아영엄마 2004-10-12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은 컴퓨터로 탱그램을 하곤 하는데 공간지각력을 길러줄 수 있는 놀이인 듯.. 고로 전 잘 못하겠더라구요..^^;;

유진맘 2004-10-20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의력을 길러주는데 효과적이지요.
처음엔 어려워 하는데 가지고 놀수록 좋아하고 생각하지 책에 없는 것도 잘 만들어 내더군요.강추

반딧불,, 2004-11-0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교재는 교재, 교구는 교구..따로인 것이 좋습니다.

저는 구식^^;;
 
새앙쥐와 태엽쥐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9
레오 리오니 지음,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에야 뚜렷하게 깨달았는데, 나는 매우 탐미적인 사람이다. 화려하고 이쁜 것에 대한 밝힘증은 그림책을 보는 눈에도 배어, 소박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은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다. 이런 성향이 딸아이에게도 전이된 것이겠지. 우리 모녀는 솔직히...레오 리오니는 별로다.^^;
프레드릭, 으뜸헤엄이, 그리고 또...몇몇 그림책과 이 새앙쥐와 태엽쥐까지.
개성 있고 간결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화려함, 기교와는 거리가 있는 그의 그림에는 별로 열광하지 않는다. 게다가 삶에 대한 진리를 우화의 형식으로 담담하게 전하는 이야기는 얼핏 지루하게 느껴진다.

새앙쥐와 태엽쥐도 그랬다. 딸아이는 한 두 번 읽어달라고 하고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헌데 덮고 나니 자꾸 반성이 된다. 어린 유아에게는 그림책이 다양한 자극의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지만, 그렇다고 예쁘고 화려한 색감, 말놀이와 신나는 구성에만 의존한 그림책에 계속 길들여 버리면....책이 주는 담백한 맛, 사색의 시간 등과는 거리가 멀어져 버리는 것 아닌가? 나 역시도 조금만 지루해도 참을성 없이 책을 던져버리는, 스토리에 집착하는 성향.ㅡ.ㅡ;

의도적으로라도 친해져야 할 작가이다. 레오 리오니의 작품들은, 되도록 빌리지 말고 구입해서 언제고 내킬 때 집어들 수 있도록 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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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9-18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진이는 여자아이라서 색감에 대한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들을 찾은게 아닐까요?
연우는 또 모르죠!!...새앙쥐가 나왔다고 더 좋아할지도...^^
남자아이들은 색에 대한 화려한것보다도 지가 좋아하는 대상이 있냐, 없냐에 따라서 책을 보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깍두기 2004-09-18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레오 리오니를 아주 좋아하는데...애들이랑 저랑 다^^ 비디오도 재밌어요.

nemuko 2004-09-1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걸 영어책으로 샀거든요. 근데 어찌나 문장이 긴지... 제가 읽어도 어렵더라구요.
그리고 아직 어린 아가들이 좋아할만한 색감은 아닌 모양이예요. 통 관심을 안주네요.

진/우맘 2004-09-19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무코님> 아무래도, 담백한 아름다움에는 첫번에 눈이 가질 않으니까요. 하지만 곁에 두면 언젠가는 찾는 날이 올겁니다.^^
깍두기님> 비디오도 있어요? 몰랐네요.^^
나무님> 그런가? 성별이 원인일 수도 있고...아무래도 엄마의 취향을 물려 받은 게 분명해요.^^;

sooninara 2004-09-22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재진이가 좋아하는걸로 봐서..예진이가 조금 더 크면 좋아할지도..
프레드릭도 사실 심오한 이야기 아닌감????

einbahnstrasse 2004-10-10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레오 리오니 작품들은 70년대 중후반 생들이 어렸을 때 이미 나왔었지만, 때가 때인지라 지금과 같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어려웠을. <프레드릭>의 우리 말 제목 <잠잠이>가 압권.
 
열 개의 눈동자 미래그림책 17
에릭 로만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으로 나와 딸아이의 혼을 쏘옥 빼 놓은 에릭 로만의 두 번째 작품이다. 충분히 예상은 했음에도, 정말이지....기대 이상이다!!!!

그림책에는 다양한 미덕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다양한 시선>이라 한다. 그냥 정면에서 바라 보는 심심한 그림은 재미 없지 않는가? 책 속 그림들이 여러 각도에서 사물이나 상황에 접근해주면, 아이의 시야와 상상력도 그만큼 자란다. 하지만 이 때까지 <다양한 시선>이라는 이론의 개념만 있을 뿐, 그 효용 - 혹은 느낌을 실감하지 못했었는데, <열 개의 눈동자>를 펼쳐 든지 얼마 안 되어 "아! 이것이로구나!!"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아무런 설명이 없다. 첫 페이지를 열자 마자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배, 그 위에 오르는 소년. 그리고....비행하는 배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 하늘, 구름!
풍부한 곡선, 시원한 색감, 거두절미하고 뒤통수를 치는 근사한 상상력...자연사 박물관과는 또 다른 분위기이다. 시작부터 뭔가 신나는 일, 꿈 같은 일이 펼쳐질 것 같은 좋은 예감이 절로 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네 번째 장, 배가 닻을 던져내리는 장면이다. 곡선을 그리며 닻이 떨어지는 그 해안선은 마치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듯 생생하다. 오버를 좀 하자면, 닻이 떨어지며 내는 '휘리릭~'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자, 그리고....갑자기 나레이션이 시작된다. '어? 이야기가 없는 그림책 아니었나?'  

머나먼 섬,
땅거미가 지고 사방은 고요한데,
어디선가 호랑이 같아 보이는 그림자가 살며시 다가왔어요.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 개의 눈동자.

페이지 당 한 줄, 마치 정제된 시어같은 이야기는 그림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설명하는 듯 싶지만, 또 묘하게 딴청을 부리는 매력이 있다.
"내 말 듣니? 그림 속에 푹 빠져 보렴. 난 사실 모든 것을 다 얘기해 줄만큼 수다쟁이는 아니거든." 하고,  이 환상적인 섬의 정령일 법한 목소리가 내 귀에 - 또 아이의 귓전에 속삭여주는 듯 하다.

바다를 뿌리치고 밤하늘로 치솟아 오른 물고기 떼와 호랑이들, 커다란 고래의 무리...그들이 뒤섞인 근사한 향연은 날이 밝으면서 거짓말같이 끝나고, 소년은 도로 배에 올라 떠난다. 그리고 남겨진 호랑이들의 편안한 잠.
환상의 세계로의 여행이라는 구조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모리스 샌닥)와 많이 닮아 있다. 그 작품도 딸아이와 나의 오랜 베스트셀러였지만, 솔직히 난 <열 개의 눈동자>가 더 마음에 든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는 이렇게 달콤한 색감, 녹아내리는 듯한 곡선이 주는 부드러움은 없었으니까.  

신비한 환상의 세계로의 여행이라는 주제를 에릭 로만보다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검색하다보니, 어? 작품이 달랑 세 권뿐이다. <내 친구 깡총이>라는 그림책도 얼른 구입해서 봐야겠다. 아이도 아이지만, 나부터도 에릭 로만의 세계를 꼭 다시 여행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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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9-15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상, 신비, 근사, 묘하다, 매력....내가 최고로 치는 수식어들이 몽땅 남발되고 있네. 헤헤...반하긴 반했나보다.^^;

마냐 2004-09-15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초강력 뽐뿌 리뷰. 당근 추천. 당근 보관함 쏘옥.....

진/우맘 2004-09-15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뽐뿌가 좀 셌나요? 헤헤....그런데, 정말 추천이예요. 근래엔 <북쪽 나라 자장가> 그림을 보면서 감동을 먹었더랬는데, 이 작품도 그 때 못지 않은 feel이 파바박!! 오더라구요.^^

숨은아이 2004-09-1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쏘옥. [북쪽 나라 자장가]도? 보림의 지크 시리즈에 멋진 그림책이 많은가 봐요.

진/우맘 2004-09-16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북쪽 나라 자장가도 보림 거라는 건 모르고 있었네요. 정말 그러네....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