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성냥갑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상하게 움베르트 에코와는 인연이 잘 닿지 않았다. 다른 작가의 숱한 책도 못 읽었음에도 <장미의 이름>을 읽지 않았다는 것은 유독 내 가슴을 찌르는 컴플렉스 였다. 방학을 이용해서 읽어보겠다고 선배에게 장미의 이름 상 권을 빌린 이후....도대체 몇 번의 방학이 지나갔지? 결국, 빌린 책을 잃어버리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아차, 잊어버리기 전에 꼭, 장바구니에 담아 두어야겠다.
그래서, 미네르바 성냥갑은 처음 읽는 에코의 책이다. 하지만 워낙 유명한 작가여서일까? 첫 대면같질 않다. 가끔은 멀미나게 지적인, 그러나 똑똑하다고 목에 힘을 주지 않는 움베르트 에코. 딱 내가 상상했던 그런 글을 쓴다.

일상생활에 대한 통찰도 멋졌지만, 무엇보다도 책과 언어에 대한 생각들은 머리에 쏙쏙 넣어두고 싶을만치 짜릿했다.

책을 읽으며 만나는 숱한 인명과 지명을 조금만 더 이해할 수 있었다면 한결 즐거웠을텐데. 내가 이탈리아인이 아닌 관계로 가끔은 한 두 페이지를 스윽 훑어보고 넘겨야 하는 지루함도 있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은 한결 가볍고 재미있다 하니, 꼭 읽어보고 싶다.
장미의 이름도 얼른 구입해서, 되돌려주기 전에 읽어야 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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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08-29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의 이름을 꼭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에코의 박학다식함과 예리한 문제제기를 읽고나면 꽤 유식해진 느낌이 들거든요...^^

마냐 2004-08-30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언니 말씀을 들으시길. 흐흐. 그리고 꽤나 즐거운 독서였던 기억이.

마태우스 2004-08-30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살다보면 꼭 읽었어야 하는 작가가 있는데, 못읽으면 굉장히 스트레스 받아요. 책 세계에 입문하면 그런 일을 많이 겪더군요.

책읽는나무 2004-08-3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 읽었어요!! 읽었어!!
<장미의 이름>...^^
정말 재밌던데요!!
저도 진우맘님께 그거 저도 읽어본 책인데요~~~ 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군요!!

헌데 성냥갑은 아직 안읽었어요....ㅠ.ㅠ

sooninara 2004-08-3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의 이름은 나도 좋아하는데..미네르바는 아직...읽어봐야할텐데..

마태우스 2004-08-30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미네르바 성냥갑을 세번이나 우려먹으셨군요!!!!

진/우맘 2004-08-3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네, 푹푹 고아서 진국으로 만들겁니다!^^
 
발가락 그림책은 내 친구 8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자려고 누웠어요. 이불 밑으로 발가락 열 개가 쏘옥, 안 자고 싶다고 보채요.
발가락들은, 뭐든 될 수 있대요. 열 개의 계단, 태평양의 섬들, 모래성, 펭귄 무리, 커다란 다리....코끼리도 건널 수 있는!!
열 개의 탑도 될 수 있고, 피크닉의 음식들, 그림도구, 장롱, 텔레비젼, 사람들의 뒷모습...그리고 난쟁이들의 뒷모습도.^^

가만히 있는 열 개의 발가락에 포개지는 상상의 세계가 즐겁습니다. 문장은 페이지 당 한 두개로 간략하지만, 이야기거리는 넘치는 책이죠.
이걸, 콜라쥬 기법이라 하던가요? 진짜 벽지나 한지, 나뭇잎 등을 오려 붙인 티도 나구요, 어, 마블링 기법도 보이네.^^ 여러 가지 기법과 재료를 차용해서 공들여 꾸민 페이지들은, 그림책이라기 보다는 각각의 팝아트 작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잠들기 전에 읽으면, 정말 좋을거예요. 읽고 나서 엄마랑 나란히~ 발가락 내 놓고 수다를 떨 수 있다면, 잠드는 시간이야 좀 늦어질지언정, 더욱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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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2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가락>의 저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생각하는 ABC>로 2007년 BIB 국제아동도서원화전에서 황금사과상(GOOLDEN APPLE)을 수상했어요...

비로그인 2010-10-1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새로운 상상그림책 <문제가 생겼어요!>가
최근에 출간 되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 백설공주 (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Various 감독 / 플래닛 엔터테인먼트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진/우의 외할아버지는 참 멋진 분이시랍니다. 이번에 집에 왔더니, 예진이를 위해서 이 DVD를 장만해 놓으셨더군요. 뿡뿡이니 뭐니 하는 유아용 비디오와는 친했지만, 장편 애니메이션에는 아직 잘 집중하지 못하던 예진이였는데, 우와~ 이 작품은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두어 번 밖에 안 봤는데도 등장인물의 대사와 줄거리를 주워섬기며 즐겁게 봐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는 득보다 독이 더 많이 숨어있다는 사실...이제는 다 알만큼 아는 이야기 이지만, 너무도 즐거워 하는 예진이의 모습에 외할아버지의 사랑까지 버무려지다 보니, 흐뭇해지는 마음이 더 크더군요.
백설공주, 지금의 관점으로 보기에는 너무 진한 아이섀도우에 공주병의 원조인 그 말, 손짓, 발짓~ 우....좀  거북하긴 하더군요. 하지만,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과 리드미컬한 난장이들의 움직임은 함께 보던 저까지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명작>이라는 말이 괜히 붙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말이예요, DVD나 더빙에 대해 문외한인 제가 볼 때에도 이 작품은, 너무 성의 없이 만들어 진 티가 여기저기 역력하더군요.
제일 거슬리는 것은 더빙을 한 성우들의 역량(?)이었습니다. 마녀나, 백설공주를 맡은 여자 성우들은 그럭저럭 넘기더라도, 남자 목소리들은 어찌나 어색한지! 보던 예진이도 그 어설픈 감정처리를 느꼈는지 따라 하며 킥킥거리더라구요. 게다가, 거울과 마녀의 대화 장면 등 곳곳에서 두 성우의 목소리 크기가 제각각이라, 한 사람의 목소리는 크게 들리고 다른 하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답니다.
그리고, 노래 부르는 장면은 보통 더빙을 안 하잖아요. 그런 경우 자막을 달아주어야 하는게 당연한 일 아닙니까? 이렇게 뮤지컬 형식으로 이어지는 애니메이션에서는, 노래도 줄거리 전달에 막대한 역할을 하는데 말입니다.
명작이 진정 명작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도 없이, 무성의하게 대충 만들어 판매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대상이 어린이라고 해서 만만하고 우습게 보는 게 아닌가 싶어 더욱 화가 나네요. 어린 친구들일 수록 풍부한 감성을 더 또렷한 음질과 화질로 재현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그대로 빨아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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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4-08-15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수까지 먼 길을 다녀오셨단 말이지요. 애 많이 쓰셨네요... 이번주는 그렇다치고 다음주부터 화이팅 합시다.

진/우맘 2004-08-15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저 아직 여수예요~~ 일주일 더 체류할 것입니다~~~ 화이팅은, 글쎄요, 당최 책을 안 읽어서...-.-;; 리뷰를 양산하기 힘든 관계로....

책읽는나무 2004-08-15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즐거운시간을 보내고 있군요!!
예진이랑 애니메이션도 다 보고...^^
성우더빙이 그렇게도 무성의했어요??
그럼 보는 맛이 떨어지는디...ㅡ.ㅡ;;

진/우맘 2004-08-15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말이죠, 딱...취미로 연극동아리에 든 새내기가 해도 그거보단 낫겠더라구요. -.-

아영엄마 2004-08-1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즈니.. 네. 득보다 실이 많은 작품들이 많죠.. 혜영이가 미녀와 야수 비디오를 자주 보곤 했는데, 그 때 옆에 앉아서 잘못된 점들은 이야기를 해 주곤 했어요.. 저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미모, 잘생긴 것이 최고는 아니다.', '우리집에도 저렇게 큰 서재 있었으면 좋겠다.' 뭐 그런 것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진/우맘 2004-08-16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한 수 배웁니다.^^

털짱 2004-08-16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마녀님이 왜 더빙을 그렇게 하셨을까?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
알렉상드라 라피에르 지음, 함정임 옮김 / 민음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만나 읽기도 전에, 나는 굉장히 뿌듯해졌다. 큼지막한 사이즈와 500p를 훌쩍 넘는 두툼함...비록, 누워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는 내 팔뚝을 홀로페르네스 목 내리치는 유디트의 그것처럼 튼실하게 만들 우려는 있을지언정, 얄팍한 상술로 두 권이 되지 않고 나왔음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근래에 읽었던 가뿐한 양장본들에 비하면 글씨도 작은 편이라 다 읽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 소설, 처음부터 재미는 담보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자들이 지참금을 가져야 결혼하는 것이 당연하던 그 시절, 천부적인 재능으로 여류화가라 인정받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빼어난 미모에(토실토실한 그녀의 얼굴과 몸을 보면, 미의 기준이 요즘과는 또 달랐을 것 같긴 하다.^^) 강간 소송까지, 갖은 스캔들의 중심에 있던 그녀의 삶 자체가 한편의 흥미로운 '소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덮은 지금...나는 젠틸레스키를 소재로 한 소설을 읽었다기보다는, 젠틸레스키 그녀가 실존 인물이 아닌 소설 속의 주인공인 듯한 환상에 젖어 있다.
몇 년간을 꼼꼼히 자료를 수집했다는 저자의 노력도 일조했겠지. 책 속에 펼쳐지는 17C의 문화와 생활 묘사는 섬세하고도 생동감이 있어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눈 앞에 선했다. 당시의 법 집행 과정, 역사, 문화생활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면 그녀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여성의 사회생활과 권리에 많은 제약이 있던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를 진취적인 선구자로만 해석하지 않고, 여성, 어머니, 딸,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가로서의 그녀를 균형 있게 묘사하려는 노력도 돋보였다. 그렇기에 소설 속 젠틸레스키를 마냥 존경스러운 위인이 아닌 시대를 뛰어 넘어 내 곁에 선 한 사람의 여인, 나아가서 친구로 느낄 수 있었다.

번역상의 문제인지 아니면 저자의 문장이 원래 그러한지, 중간중간 어순이 맞지 않고 난삽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책 속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도판을 작은 크기나마 컬러로 권두에 실어 주는 배려 등으로 인해 책 읽기는 내내 편안하고 즐거웠다.
소설을 읽고 나니 그녀의 그림이 더욱 좋아진다. 이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소설 속의 모습 그대로 내 머리 속에 자리잡았다. 부디, 저자의 자료가 객관적이고 확실한 것임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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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방주 미래그림책 30
피터 스피어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이 제우스를 믿기에 그리스 신화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듯, 이제 성경도 일종의 교양이자 문화적인 코드가 되었다.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노아의 방주 이야기도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내 아이들도 자라면서 어떤 경로로든 알게 되겠지.
그런데 이 책을 펴 보고는 너무도 기뻤다. 내 아이들이 처음 접하는 노아의 이야기가, 이토록 열린 상상의 세계, 유머러스한 세계라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그림책을 잘 선별하는 칼데콧 상 수상작이다. 하지만 그것이 1978년의 일이니, 거의 내 나이에 육박하는 오래된 그림책이다. 하지만 그림 어디에서도 고루한 흔적은 없다. 역시, 근사한 책, 멋진 그림은 시대를 초월하는 힘을 가진 모양이다.
노아의 방주가 만들어지는 대목에서의 그 든든하고 웅장한 풍채와 각종 동물들이 모여 생활 하는 유머러스한 장면이 같은 이의 펜끝에서 그려졌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방주가 만들어지는 과정, 주욱 늘어선 양식들, 각종 동물의 승선, 방주 속에서의 나날까지, 성경 이야기가 흔히 가질 수 있는 논리의 결여가 이 그림책 속엔 없다. 그렇다고 '이러저러 했을거야.' 하는 고루한 설명이 아닌, 보면서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열린 논리. <노아의 방주>의 가장 큰 강점이다.
한 페이지 안에서도 다양하게 화면이 분할되어 있고, 각각의 화면 속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숨어있다. 글은 없다. 아차, 아직 말 안 했던가?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서너 살 어린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넓은 층의 독자를 다양하게 매료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을 가지고 있다.
다섯 살 딸아이와는 아는 동물 찾기, 왜 아주머니가 통 위에 올라 서 있는지(쥐가 무서워서다.^^) 등의 단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좀 더 많은 아이들과는 성경 속의 내용과 책을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기준으로 한 쌍만을 고를 수 있었을까? 하는 사고력을 요하는 질문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가톨릭 신자이지만, 함께 사는 시부모님은 민간 신앙이라고 해야 하나...특정한 종교가 없으시다. 그렇기에 그림이 아름답다고 회자되는 <세상은 이렇게 시작되었단다>를 도서관에서 발견하고도, 세상이 만들어 진 이야기를 기독교적인 사고로 풀어내는 그림책이라 집에 들고가기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같은 맥락임에도 <노아의 방주>는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림으로 구성되어 내가 개입할 여지가 많아서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진지한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풀어 내는 힘, 유머와 생기가 배어 있는 책이어서가 아닐까?
성경이야기라서, 재미없을까봐 머뭇거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이가 무척 좋아하고, 무엇보다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새록새록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함께 자랄만한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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