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괴물이 우글우글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그림, 홍인순 글 / 보림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리, 내키는대로 써대는 막가파 리뷰어지만, 나름대로 몇 개의 물렁한 원칙은 있다.
그 중 하나가, 아이들 그림책 리뷰는 최소 일주일 가량은 묵혀서(?) 쓴다는 것.
내가 읽은 책 리뷰야 그냥저냥 느낀 바 그대로 끄적거려도 되지만, 그림책 리뷰는 그 효용에 완전히 관심을 끊기가 어렵다.
주관적이나마 아이들의 반응과 장단점까지 잘 갈무리해서,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덕스러운 꼬마 독자들의 총체적인 반응을 살피자면 일주일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기 마련.

그런데 오늘, 그 원칙을 깨고 받아든 지 채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리뷰를 쓰는 그림책이 있다.
바로, '우리집에는 괴물이 우글우글'. 

이걸 인연이라 그래야 하나, feel이라 그래야 하나....좋은 책을 만나게 될 때는 대개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림책 같은 경우, 처음 본 순간 어쩐지 씨익, 미소가 떠오르는, 그리고 손바닥으로 자꾸 쓸어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표지가 사랑의 전조인 것이다.
딱, 이 책이 그러하다. 제법 큼지막한 크기에 개성있는 빛깔, 묘하게 반짝이는 은회색의 표지....색깔이란 건 참 신기하다. 차가운 금속성인 은회색이, 약간의 베이지가 가미된 것 만으로도 이렇게 따뜻해 보이다니.

표지를 열면, 큐비즘의 영향이라 했던가? 묘하게 분할된 집안의 전개도가 나오고.... 책이 나와 아이에게 속삭인다.
'그날 밤 강이는 그걸 발견했어.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려 온 것처럼
입을 딱 벌리고 반기는 커다란 껍데기.'
아니.....껍데기? 마치 소라고동의 껍질 같은 이건 뭐지?
제목이 다시 한 번 나오는 속지 앞에, 불시에 끼어든 이 한 페이지는, 마치 재미있는 영화의 예고편 같다. 딸아이가 말한다.
"음...엄마, 이 껍질의 구멍 속에서 괴물이 나오는 거 아닐까?"
"엄마 생각에도 그래~"
어느덧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고 있는 모녀, 본격적인 괴물 탐방에 나선다!

'커다란 애벌레 한 마리가 모험을 시작했어.(본문 1~2p)
괴물이 우글거리는 불빛 도시를 지나 작은 숲으로 가는 거야.(본문 3p)
괴물들 사이를 무사히 빠져나가면 아무에게도 방해 안 받고 놀 수 있어.(본문 4p)'

주인공 강이는 꼬마 장난꾸러기, 지금 이불을 돌돌 말고 애벌레처럼 뽁뽁 기어 거실과 부엌을 통과, 자기 방에 무사히 도착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방귀쟁이 아빠 괴물, 잔소리쟁이 엄마 괴물, 놀아달라 조르는 동생 괴물을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아....김 빠져라. 이 환상적인 그림책의 뼈다귀, 줄거리를 몇 줄로 정리하고 나니 속이 상할 지경이다. 저걸로는 '우리집에는 괴물이 우글우글'의 재미를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담아내질 못한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유명한 두 그림책이 연상되었다.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유명한 창작 그림책인 '우리 몸의 구멍'.
마치 주문을 거는 듯 읽는 이를 휘어잡아 버리는 간결한 문장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유사한 분위기다.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기교도 그러하고. 그러나, 괴물들이 사는 나라보다 이 책이 한 수 위라고 느껴진다. 아이의 머리 속 공상만이 아니고, 정겨운 집 안의 구조와 가족까지도 고스란히 살려가며 환상의 세계를 꾸린 때문이리라.
어쩐지 읽는 데 하나도 힘이 들어가질 않고 절로 속도가 나는 점은 '우리 몸의 구멍'과 참 비슷했다. 그런데, 어....글이 문제가 아니라 이 그림....낯이 익다. 그러다가 강이가 방귀불을 맞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는 장면에서 무릎을 쳤다. '우리 몸의 구멍'과 같은 이가 그렸구나! 
참 신기하다. 그린이는 같아도 글쓴이는 다른데, 어쩜 이렇게 읽는 맛이 비슷할까? 그림책의 그림은,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책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여섯 살 딸아이, 서너 살 무렵엔 새로운 그림책이 오면 앵콜 요청은 기본이었다. 그러던 것이 머리가 커지고, 나름대로 이해의 속도...기억력 같은 게 발달해서일까? 왠만큼 재미있지 않고서는 좀처럼 두 번 이상 되풀이 해서 읽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우리집에는 괴물이 우글우글'은 자그마치 다섯 번의 앵콜 요청을 받았다! (나 역시, 다섯 번이나 되읽으면서도 새록새록 재미났다.^^)
책은 다섯 번의 재미를 준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괴물 놀이'를 하고 놀기 시작했다. 딸아이는 애벌레, 나는 매번 컨셉이 바뀌는 괴물, 그리고 엄마 머리맡에서 손가락을 빨고 있는 둘째는 '엄마 괴물에 붙어 있는 찐드기 괴물.' ㅎㅎㅎ

참 오랜만에, 그림책과 함께 신나게 뛰어 논 기분이다. 정말 좋은 그림책은, 아이와 더불어 놀아준다. 그리고 그 중 한두 권은 이렇게, 엄마하고까지 놀아준다. ^______^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8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울보 2005-05-24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는 책인가 봅니다,
저도 꼭 아이에게 읽어주고 싶은 충동이 마구 드네요,

진/우맘 2005-05-24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오랜만에 후련한 재미를 느꼈어요.^^
가족 구성원을 '괴물'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정겨운 느낌은 잃지 않고.... 기회 되면 꼭 읽어 주세요.^^

숨은아이 2005-05-2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진우맘님 서재에서 보관함으로~ ("오랜만"이라고 한 데 좀 찔리지 않수? 분발하시라요~ -로드무비님 말투로. ㅋㅋ)

진/우맘 2005-05-24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흠.....역시, 그동안 저....서재 왕따가 되었네요.^^;; 로드무비님 말투를 못 알아듣겠으니...흑, 슬퍼요ㅠㅠ

초콜렛 2005-05-26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그림책인지 잘 와닿네요. 저 역시 보관함에 쏙....

진/우맘 2005-05-26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림 홈피에 올라 있는 리뷰 중에는, 이 책을 이해하지 못했다고...별로 재미 없었다는 분도 계시더군요.
그림책을 읽기 전에 약간의 open mind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초콜렛 무지 좋아하는데!
 
꼬부랑 할머니 (악보집 + CD 2장) - 새로 다듬고 엮은 전래동요,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백창우 지음 / 보림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봄은 언제 오나요'라는 앨범으로 이미 보림이 펴낸 음반에 홀딱 반해있었다. 이원수의 시에 백창우님이 붙인 곡, "더 이상의 대안동요는 없다"며 칭찬하던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나와 아이들의 사랑을 옴싹, 훑어 간 얄미울 정도로 사랑스런 음반이 생겼다. 
바로 요 놈, '꼬부랑 할머니'다.

전래동요란다. 새로 다듬고 엮은 전래동요? 아무리 새로 칠하고 닦아도 전래동요가 전래동요지. 뭐, 우리 것이 좋은 것이긴 하다만....듣기도 전에 머리 속 어딘가에서 곰팡내가 폴폴, 하품이 솔솔 나는 듯 했다. 그러나 CD를 걸고 두어곡이 넘어가기 시작하자 어라? 귀가 자꾸 쫑긋거린다. 다른 방에서 놀던 아이들도 오디오 앞으로 모여든다. 글을 아는 큰 아이와 나는 곧 악보집을 뒤적이기 시작했고, 꼬이는 혓바닥을 풀며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오랑깨롱 간깨롱 부뚜막에 간깨롱 누룽지를 준깨롱 묵은깨롱 꼬신깨롱
더 달랑깨롱 안 준깨롱 운깨롱 더준깨롱
묵은깨롱 꼬신깨롱 겁나게 배부른깨롱~~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깨롱깨롱', 부제는 누룽지 노래란다. 혹여 들여다보며 저 소리가 당최 무슨 소리? 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지만, 나는 태생이 여수, 전라도라 그런지 처음 들은 그 순간부터 노랫말이 귀에 쏙쏙 박혔다. ㅋㅋㅋ 영시에만 각운이 있다던가? 랩에만 비슷한 단어로 멋을 부리는 기교가 있다던가? 깨롱깨롱만큼 완벽한 가사는 또 난생 첨이다.
전라도 사투리를 통 몰라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도, 노래를 들어보라지. 딱 두 번만 들으면 귀에는 설지 몰라도 입에는 쫀득쫀득 붙을거다.
다른 노래도 다 그렇다.

'전래동요'는 내가 연상했던 지루함, 고고함과는 전혀 달랐다. 그 선입견은 국악 한마당에 나오는 알아듣기 어려운 판소리나 고루한 아쟁 소리에 기인한 것.(나에게...그렇다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세계는 밝고 통통 튄다. 한시도 지루할 사이가 없다. 가락도 가락이지만 특히 가사들이 다 재미있고 유쾌하다.
'해학'이라는 단어가 요런 가사들에게 딱 들어맞는 것 아닐까? 곰곰 들어보면 다 배고프고 팍팍한 삶 얘기건만, 하나같이 능청스럽고 흥겨웁게 재단되어 자꾸만자꾸만 입가에서 맴돈다.

여섯 살 큰 딸아이는 말놀이 노래인 '가재'와 '껄껄 푸드득 장서방'이 제일 재미있단다. 하지만 이 아가씨, 딱히 우열을 가릴 것도 없이 거의 전곡을 하루 종일 흥얼거리다시피 한다.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것은 기껏해야 대여섯번? 어린 아이가 달달 외울만큼 많이 반복해서 들은 것도 아닌데, 피는 무서운건가보다. 우리 옛노래라 그런지 처음 들을 때부터 어딘지 익숙한 그 느낌, 금세 머리에 새겨지고 입에 붙는다.
이제 두 돌 지난 둘째, 말이 더뎌서 여직 '엄마' '아빠' '까까'하는 아들아이도 요 음반에 단단히 매료되었다. 둘째는 '망망 꼬방망-민들레 줄기를 입에 물고 부르는 노래'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단순한 가사가 반복되는데다가, '망망 꼬방망'이 주는 맑은 어감 때문일까? 틈만 나면 내 손을 끌고 오디오를 가리키며 "망망, 망망" 한다. ㅎㅎ 덕분에 말 한 마디 늘었네.^^

꼬부랑 할머니라는 노래가 제일 널리 알려져서 제목이 요것인가 본데...솔직히 제목이 좀 아쉽다. 흔히 연상하는 '꼬부랑 할머니가~'하는 노래와는 격이랄까, 차원이 다른 재미있고 진기한 전래동요가 가득가득 들어있는데. 재미도 품격도 모두 갖춘, 정말 누구에게나 꼭 권하고 싶은 음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봄은 언제 오나요 (CD 2장 + 악보집) - 이원수 동시에 붙인 노래들
이원수 노랫말, 백창우 작곡, 김병호 그림 / 보림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여섯 살 딸아이가 요즘들어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단연 '어머나' 입니다. 아마, 전국의 또래아이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요? 슬프게도 아이들은, 더이상 동요에 매료되지 않습니다. 더 자극적인 영상, 음원이 많으니까요.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엽기송이란 이름으로 수많은 플래쉬 동요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가수 김현철은 새 앨범을 내면서 '키즈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더군요.
 그러나 일부 엽기송들은 말 그대로 엽기적인 소재나 저속한 웹 용어가 여과 없이 사용되고 있어 은근히 걱정스럽습니다. 키즈팝 역시, 들어보진 않았지만 광고나 관련글을 보니 상업적인 배경이 강한데다가 아이들을 너무 성인의 축소판으로 만들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아 탐탁치가 않네요.

 이런 이유 저런 이유, 제일 큰 이유는 둘째가 자꾸 만져대서 우리 집 오디오는 항상 코드가 뽑힌 상태로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 앨범은, 진부하지만 가뭄의 단비같았다고나 할까요.^^
 이원수님의 시에 백창우님이 노랫말을 엮어 만든 앨범입니다. 기존의 동요 앨범들과는 여러모로 품격이 다르지요. 맑고 깨끗한 음색을 지닌 아이들과 클래식한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는 개성 있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잘 녹아들어 듣는 내내 귀가 즐거웠습니다. 그 목소리에 실린 백창우님의 곡은 참 세련되었습니다. 기존 동요의 단조로움,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약간의) 구태의연함이 느껴지지 않아요. 그러한 신선함이 얹히자 이원수님의 노래말도 몇 십년 세월의 급간이 싸악 사라진 듯 그저 아름답기만 하네요.
 어려운 가정 형편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점원 노릇을 해야 하는 오빠의 설움을 요즘 아이들, 심지어 엄마인 저도 알 턱이 없건만, 그 먹먹한 서글픔은 여과 없이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때 맞추어 흐르는 고운 오보에, 바이올린의 선율도 그런 감성을 거들어 주고요.

 두 개의 CD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봄은 언제오나요'입니다.

하얀 눈아 내려라 소복소복
나무들아 자거라 새근새근
날만 새면 남쪽 하늘 해가 빛나고
햇볕에 하얀 눈도 단젖이 된다

봄은 언제 오나요
봄은 언제 오나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상상되는 정경이 있습니다. 새 학기, 봄을 맞는 학교의 조용한 복도에 아이들의 짜랑짜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기분 좋은 모습. 그것만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배어나옵니다. 교과서에 나온 노래는 어쩐지 지겨워하는 요즘 아이들, 그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면 쉬는 시간마다 신나게 불러댈 것 같은데요. 악보도 내장되어 있으니 복사해서 나누어주기도 좋고...초등 선생님들이라면 꼭 하나 장만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딸아이는 두 번째 CD의 '완두콩'을 좋아합니다. 또로롱, 경쾌한 전주와 '완두콩'이라는 말 자체의 또록또록한 어감을 즐기는 것 같아요. 여하간, 전곡 모두 버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가요는 하루가 다르게 장르가 바뀌고 녹음 기술이 달라지는데, 동요만 10년 20년 고대로 강요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기존의 아름다운 동요는 더 정성스럽게 다시 담아내고, 이 앨범처럼 좋은 동시를 새로운 감성으로 엮어내는 시도가 계속,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05-02-25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참 좋지요?
민이랑 저랑도 매일 같이 이노래를 듣고 있어요..^^

숨은아이 2005-02-25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쟁여놔야지.
 
그 남자! 그 여자! 19
츠다 마사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그래, 만화니까. 모든 것이 극단적이다.
주인공은 (특히 최근에 아리마보다 더 중심에 있는 레이지의 경우) 극단적으로 예민하고, 항상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며, 극단적으로 잘생겼다.^^; 짧은 말 한 마디도 그에게는 파멸의 열쇠가 된다. 대충 나쁜 여자가 아닌 최악의 여자를 만나, 아들을 최악의 아동학대 피해자로 만드는(뭐, 본의는 아니지만) 그의 인생에 '중도'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그냥 '만화 같은' 일에 불과한걸까? 
결코 잊혀지지 않는 말 한 마디쯤은 누구의 머리 속에나 존재한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상처를 입힌 사람, 잘 해보려고 애썼지만 파국으로 치밀기만 하던 관계를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이가 있을까?

초반의 발랄하기만 한 청춘 로맨스에서, 갑자기 검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아리마가 등장하는 미스터리 심리물, 그리고 주변인의 정황을 담담하게 쓸어내리던 번외편 같은 과정을 거쳐, 이제 본격적으로 '과거지사'가 밝혀진다.
유키농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조차 잃어버릴 지경이지만, 상실감은 없다. 추리소설의 결말이 밝혀지는 듯, 아리마의 출생에 얽힌 사연이 후련하게 전개되는데다가, 그 중앙에 버티고 있는 레이지라는 인물이....아....너무, 매력적인 것이다! (역쉬 순정만화의 재미는 꽃미남 감상에 있다! 게다가 덤으로 착하고 성실한 젊은 소우지를 넘어다보는 즐거움까지~^^)

그 남자! 그 여자!는 전개되어 갈수록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깊이 있는 만화다. 궁금증을 돋우는 마지막 장면과 유키농의 임신문제는 어찌 흘러가려는지, 다음 권 역시 매우 기다려진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AYLA 2005-01-0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신까지 허헛.......-ㅗ-'' 애니를 먼저봐서 영 만화책엔 손이 가지 않더라구요(초반부엔 다 아는 내용이니까요.......^^) 진우맘님 평이 좋아서 보고싶긴 한데.......완견도 아닌데 왜이렇게 책이 많데요!!!!!!!ㅋㅋㅋㅋ (요즘 완결안된것들 보고싶은데 열심히 참고있습니다....감정을 끊지 않기위해서!!!ㅋㅋㅋ)

진/우맘 2005-01-06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녀요~~ 그래도 성실하게 꼬박꼬박 나오는 것이, 완결도 조만간 해 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꼭 봐요. 정말 재밌는걸!

▶◀소굼 2005-01-0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키노가 임신을??;; 내용이 이상하게 흘러가서 중도에 그만뒀던 만화책인데-_-;;에고;;어찌 되가는건지;

明卵 2005-01-06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남자 그여자로군요. 가면 갈수록 암울해지는... 그래도 진우맘님은 긍정적으로 보고 계시네요^^
 
인간과 사자 - 이집트 미래아이 세계의 옛이야기 1
디안느 바르바라 글, 곽노경 옮김, 장 프랑소아 마르탱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세계 각국의 옛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나올 모양입니다. '인간과 사자'는 그 첫 권, 이집트 편이네요. 이집트라...매우 생경할 줄 알았는데, 옛이야기들은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은가봐요. 여러모로 익숙한 느낌에 전혀 낯설질 않습니다.

이집트의 나일 강가에서 사자와 생쥐가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자는 으스대고 싶은 마음에 "생쥐야, 이집트에 나보다 더 힘센 동물이 있을까?" 하고 묻지요. 영리한 생쥐는 딱 하나, 인간이 더 힘이 세다고 말합니다. 당장 인간을 보러 나선 사자는 볼품 없는 모습의 인간이 자신보다 더 힘이 세다는 것에 분개해 결투를 신청하는데, 인간의 꾀에 말려 혼쭐이 나고 말지요. 분에 겨워 복수를 시도하다가 결국 친구 사자들까지 모두 몰고 가 보지만...역시나, 인간이 발휘한 기지에 모두 당하고 맙니다.
"그 뒤로 이집트에서는 백한마리 사자 가운데 단 한 마리도 인간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인간과 사자 가운데 누가 더 힘이 센 걸까요?" 라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엎치락 뒤치락, 인간과 사자의 싸움을 좇다보면, '힘'이라는 것은 완력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자연스러운 깨달음이 생깁니다.
특히, '인간과 사자'에서는 일반적인 옛이야기와는 달리 선과 악을 줄 긋듯이 나누어 놓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가 인간이라고, 인간이 사자를 이겼다고 해서 '착한 편'이라는 표현은 어느 구석에도 없네요.
조금 으스대긴 하지만, 뜨거운 물에 벌겋게 덴채로 도망치는 사자는 악한 구석이 없이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사자를 꾀로 속여 나무에 묶고 채찍질을 하는 인간의 표정은 정의와는 상관 없이 표독스럽고 야비해 보이기도 하구요. 등장인물이 정형화되지 않았기에 열린 생각, 열린 대화가 더 자유롭게 전개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와 저는 사자 떼가 나무 위의 인간을 잡으려고 사자탑(?)을 쌓는 부분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어쩐지 계속 친근하더니만....아하! 책꽂이로 뛰어가 '호랑이 잡은 피리'(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보림)를 꺼내왔죠. 우리 옛이야기 속의 세째 아들도 호랑이 떼에 쫓겨 나무 위로 올라가는데, 호랑이들이 그를 잡으려고 호랑이탑을 쌓습니다. 그런데 맨 아래 있던 무당 호랑이가 세째가 마지막으로 부는 피리 소리에 흥이나 춤을 추는 바람에 호랑이탑이 무너져 버리지요. 책 두 권을 같이 펴놓고 도란거리기도 하면서 '인간과 사자'를 다 읽고 나서 "재미있었니?" 물었더니 입을 뾰로통 내밀고 "재미 없었어." 합니다. "왜에?? (신나게 읽어놓고?)" "너무 짧잖아~ 더 길~었으면 좋겠어."
하하, 한국과 이집트를 오간 옛이야기 여행이 너무도 신이 나서 끝마치기가 싫었나봐요.

화면의 배경을 가득 채우는 녹두색, 노란색, 분홍색조에 눈이 심심찮은 그림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여섯살, 이야기 밝히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그림책으로, 초등학생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밑바탕으로, 200% 활용할 수 있는 멋진 그림책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우맘 2004-12-17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__^;;

Ra-la 2005-03-1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책일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