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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된 앤트 ㅣ 보림어린이문고
베치 바이어스 지음, 마르크 시몽 그림, 지혜연 옮김 / 보림 / 2004년 8월
평점 :
묘한 리듬이 있다. 아니, 여백이라고 해야 하나?
짧게 톡톡 끊어지는 문장과 단순한 대화글 사이사이에, 사색이 끼어들 자리가 있는 것이다.
특별히 현학적인 단어를 쓰는 것도 아닌데...대체 왜?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 운율이 보인다. <앤트가 말했다.> 같은 짧은 문장이 반복되며 조용한 흐름을 살랑살랑 뒤흔드는, 특별한 매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네 개의 에피소드에 지루한 설명조의 지문은 한 줄도 없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자 형의 차분하고 따뜻한 성격과 동생의 천진난만함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잠시 등장하는 엄마와 직업이 교사인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아버지의 성품까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이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그 속에 녹아 있는 형제간의 우애와 가족의 사랑까지 모두 느껴질 만큼.
이런 느낌은 나만의 것은 아니었나보다. 읽어주는 것을 듣고 있던 다섯 살 딸아이도, 책과 엄마의 목소리가 자아낸 분위기를 사뭇 즐기는 듯하다. 에너지가 넘쳐서 한 자리에 오래 있질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네 가지의 이야기를 끝까지 차분히 들었다.
책은 ‘교훈’을 읊어 요약해주지 않았지만, 아마 은연중에 배우고 있을 것이다.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도, 가족-특히 형제간에는 관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참, 그날 저녁 바로 써 먹은 것도 있었다. 꼬마 동생이 공기청정기의 코드를 이리저리 끌며 돌아다니자, “엄마, 연우, 꼭 불을 끄는 아저씨 같지?”한다. 내가 “소방관?”하고 물어봐주길 바라는 듯이. ㅎㅎ, 굉장히 집중해서 들었나보다. 책 속의 문장을 그대로 풀어 먹다니!^^
앤트와 그의 형이 아주 마음에 든다. 마지막 장, 동생을 귀엽다는 듯 진정시키며 걸어가는 형제의 모습엔, 어쩐지 가슴이 뜨거워져서 두 놈 모두 꼬옥 끌어안아 주고 싶어졌다. 그 형제를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오빠로, 친구로 삼고 싶다. 책 속 친구도 엄연히 친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