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쑥쑥 - 신나는 동물 손가락 놀이책
삼성출판사 편집부 지음 / 북티비티(삼성출판사)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 같은 어마어마하게 환상적인 책도 나오는 요즘 같은 때, 튼튼한 보드북의 한 가운데에 구멍 하나를 뚫어 놓고 '신나는 동물 손가락 놀이책'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그다지 놀랍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의 간단명료함이 이 책의 최고 강점이 아닐까 싶네요. 두돌맞은 연우가 꽤 좋아하는 걸 보면 말이예요.

표지에는 코 자리가 뻥 뚫린 코끼리 한 마리가 방긋 웃고 있습니다. 그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코끼리 코를 만드는 식이지요. 책장을 넘기면 코뿔소의 코, 코알라의 코, 펭귄의 날개나 꽃게의 집게발 자리에 구멍이 뚫려 손가락을 밀어넣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엄마 눈엔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아기의 눈엔 그렇질 않은가봐요. 손가락에 넣어 뱅뱅 돌려보기도 하고, 혼자서 페이지 가운데 손을 우겨넣고 끙끙 거리고 있기도 하네요. 한창 개구질 나이, 그렇게 끌고 다니면서 막 다루어도 복잡한 장식물도 없고, 튼튼한 보드북인지라 망가지질 않아 안심.
조금 촌스러운 듯한 환한 색감과 다양한 동물 친구들이 반기는 '손가락 쑥쑥' 만 1~2세 아기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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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2-12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클....로버트 사부다를 좋아하는 건, 애들보다 엄마인듯 합니다. 간단명료함이야말로, 애들 책의 핵심 아니겠슴까...꾸욱.

진/우맘 2004-12-13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헤헤...그럴까요? 하긴, 엄마와 아이 사이에 분란이나 안 일으키면 다행이죠.^^ 추천....아이고 황감하여라....추천받을만한 글이 아닌 것 같은데...^^; 저에 대한 사랑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시다니...부끄러워요!!! =3=3=3
 
작은 새가 온 날 - 치히로 아트북 1,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는 그림책
이와사키 치히로 글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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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은 새가 온 날

엄마는 바쁘고
곰돌이는 말을 안 해

금붕어도 멀리 멀리 가 버렸고
난 작은 새가 있으면 좋겠어

작은 새가 우리 집에 놀러 온다면
그럼 난 정말 정말 기쁠 텐데

그림 책 속의 글들은, 차라리 시 - 혹은 노래입니다. 아니,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에 사뿐히 얹힌 또 다른 그림인 것 같기도 하네요.
가끔 좋은 책, 아름다운 책을 떠나서 그림책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예술작품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는데, '작은 새가 온 날'도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투명한 그림, 간결하게 정선된 글....어린 아이들은 재미 없어하지 않겠느냐 할 지 모르지만(사실, 제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건 꼬마 평론가들의 수준을 모르시는 말씀. 주인공 여자아이가 느끼는 감정 변화를 미묘하게 잘 표현해 냈는지, 처음 만난 순간 홀딱 반해서 매일같이 들고오는 책들 중 하나예요.
진실된 삶을 살다 간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듯한 그림책, '작은 새가 온 날'을 만나게 된 것은 아이에게도 제게도 참 기쁜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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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2-1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진이가 홀딱 반했다니, 아아 황홀하여요.
 
코코코 첫돌쟁이 놀이책 1
김이랑 그림, 김혜진 글 / 웅진주니어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코코코' 라는 제목만 봐도, 딱 알겠죠? 아기랑 함께 신나게 코코코~놀이를 즐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코코코코~ 눈!
반짝반짝 그림책 보네
코코코코~코!
킁킁 냄새를 맡네


눈은 부엉이, 코는 돼지, 입은 악어, 귀는 토끼.... 눈코입귀가 특징인 동물 대표선수들이 나와서, 아기랑 코코코 놀이를 합니다. 마지막엔 코코코코~ 아기!
자칫 진부하게 보이는 구성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아이가 잘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네요. 그리고, 동물친구들의 표정이 아주 익살스러워서 저절로 흥이 나요.
크기는 엄마 손바닥 두 개를 나란히 펼친 정도. 아기가 들추기에 딱 좋은 튼튼한 보드북입니다.
알라딘에서 검색을 해보니, '첫돌쟁이 놀이책'이라는 시리즈예요. 2권은 도리도리, 3권은 짝짜꿍이구요. 도리도리나 짝짜꿍은 정말 돌을 전후해서 떼는 놀이지만, 코코코의 경우는 두돌 넘어까지도 무난한 놀이니만큼 연령이나 제목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20개월이 넘은 울 아이도 즐겁게 함께 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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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요술 조약돌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3
한성옥 그림, 팀 마이어스 글, 김서정 옮김 / 보림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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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줄도 길다'라는 하이쿠 모음집을 읽고 코웃음을 쳤었습니다.
'뭐야~ 장난 하나?'
당시의 저에게는 달랑 한 줄의 하이쿠들이 성의 없는 말장난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이상하죠? '시인과 요술 조약돌' 속의 두 개의 하이쿠를 보면서는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더군요. 하이쿠의 참맛이라 할까,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고 짧은 글의 진가를 알아차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특이한 그림책입니다. 일본을 배경으로 했지만, 글쓴이도 그린이도 모두 일본 사람이 아니니 말이예요. 그러나 가끔은 '타인의 눈에 비친 나'가 더 명료한 순간도 있잖아요? 일본인들은 이 그림책을 보며 어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제가 볼 때는 일본 특유의 정서가 아름답게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영리한 여우와 무던한 시인 바쇼가 어우러지는 이야기가 낯설 법도 한데, 깜찍한 반전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인지, 딸아이는 또랑한 시선을 끝까지 흐트러뜨리지 않습니다.
"와....궁금하다. 다음 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도란거림에 곁에 누워 자는 척하던 아빠도 참질 못하고 "궁금하긴 뭘, 조약돌이 금돈으로 바뀌겠구먼~" 합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지만, 몇 번을 들어도 새록새록한 맛....옛 이야기가 가진 힘을 고대로 재현해 내다니, 팀 마이어스라는 사람은 참 글재주가 좋은 이네요.



그런데, 글보다 더욱 빛나는 것은 그림입니다. 
'우리 아이, 책 날개를 달아주자'의 저자 김은하님은 좋은 그림책의 조건 중 하나로 다양한 시선을 꼽습니다. '시인과 요술 조약돌'이 바로 그래요. 재주 좋은 카메라 맨이 찍은 영화처럼, 멀어졌다 다가왔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았다 정면에서 바라 보았다,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화면은 이야기를 한층 흥미진진하게 끌어갑니다.
아....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풍광은 또 어떤가요! 양 옆에 억새가 가득한 길, 예쁜 글 상자 주위를 화려하게 물들이는 단풍잎새들, 나무 그림자가 그윽한 절의 뒷마당.... 그림책 속 세상이지만, 여행을 막 마친 듯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풍요로운 볼거리 입니다.  



'더불어 먹는 버찌는 혼자보다 더욱 달콤해'
지금은 여우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엄마 때문에 깔깔대고 웃을 뿐이지만, 이 한 줄의 하이쿠가 딸아이 가슴 속에 단단한 씨앗처럼 자리잡길 바란다면....그래서 일 이 년 후 읽을 때면 '나누는 즐거움'이라는 큰 나무로 자라 있길 바란다면....그림책 한 권에, 너무 과한 욕심을 거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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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2-04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과 여우"에 이어 나왔나 보군요! 맑은 느낌 여전하겠지요? 보관함에 넣어둬야지.
 
사계절의 생활 풍속 - 풍속화 보림한국미술관 3
정병모 지음 / 보림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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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팝 아트-미술세계를 강타한 즐거운 폭풍!'이라는 책을 보고는, '서양 미술사조에는 이렇게 발빠르고 예민하게 반응하면서...어째서 우리 옛그림을 다루는 책은 흔치가 않은거지?' 싶어 씁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보림 한국 미술관 시리즈'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안타까운 마음이 덜했을텐데 말이예요.
(※ 지금 검색해보니, '팝 아트-미술세계...' 역시 보림에서 나온 '어린이 현대미술' 시리즈 중 한 권이네요.)
진경산수화를 다룬 '01 우리 땅 진경산수' , 화조화를 다룬 '02 꽃과 새, 선비의 마음'에 이은 세 번째 한국 미술관 시리즈 입니다.


A4용지보다 더 큰 큼지막한 크기에 감탄스러운 종이의 질, 품격 있는 표지까지...들여다보고만 있어도 뿌듯해지는 멋진 책이예요.
열어보면 든든함이 더합니다. 풍속화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에 이어 '생활을 담은 그림', '농촌의 바쁜 하루', '어린이의 옛 놀이' 등 적절한 주제를 정하여 엮은 일련의 풍속화는, '우리 옛 그림은 어쩐지 심심하고 고리타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사박사박 쓸어 없앱니다.
정병모님의 자상한 설명을 들으며 눈으로 되짚는 그림 한 점 한 점이 무수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그 속의 사람 하나 하나가 옷자락을 툭툭 털며 일어나 나올 듯 합니다. 아~ 풍속화가 이렇게나 재미있는 것이었구나.^^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의 친구들에게, 풍속화의 멋과 더불어 우리네 옛 생활상에 대한 지식을 생동감 있게 전할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풍성한 도판에다가 책 말미에는 풍속화가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 그림 감상에 필요한 전문용어의 정의, 찾아보기까지 잘 갖추어져 있어 일반인의 한국미술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4권으로는 민화가 출간 예정이라는데,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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