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오랜만이군요.

이사를 9월 11일에 했고, 이 미국넘들이 인터넷 설치를 9월 27일까지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엄청 늦죠?- 근데 그 날이 되어도 안 되어서 신랑이 다시 전화했더니 자기들은 연결해줬다고 한답니다. 그래서 모뎀에 이상이 있나 바꿔보고 -이거 사서 배송을 기다려서 다시 설치하는데 또 며칠 소요-  그래도 안되어서 사람을 부를까 하다가 출장비가 100달러 이상 나온다기에 망설이다가 며칠, 결국  서비스센터같은데 전화해서 뭘 어떻게 연결하라는 얘기를 듣고 다시 해봐서 성공한 것이 어제입니다. 그래서 오늘에야 들어오게 되었네요. 이 미국넘들이 2주 넘게 지체했고, 저와 신랑의 무지가 다시 10일을 지체했네요. 여러분들의 소식이 어찌나 궁금하던지... 밥을 먹으면서 이 느려터진 미국놈들 하면서 욕했더니 옆에 있던 딸이 "엄마, 한국사람은 빠른데 미국놈들은 느려?" 하고 묻기에 다시 미국사람으로 정정해줬지만 여하간 느린 놈들이죠. 물론 우리의 무지로 10일이 다시 늦춰졌으니 별 할 말은 없지만...

이사하느라 죽는줄 알았습니다. 큰 짐은 2주전부터 싸기 시작했는데, 애들 볼 책과 장난감은 놔두었다가 이틀전에야 싸는데 싸도 싸도 무슨 자그마한 장난감들이 끊임없이 나오는지, 부엌 짐도 이틀전부터 싸는데 정말 끝이 없는거 있죠. 욕을 하면서 -미국와서 사는걸, 비싼 인건비를, 그냥 눌러앉을걸 겨우 10개월의 월세를 조금 아끼자고 이사를 결심한 나의 생각을- 겨우겨우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어른 책을 버리고 온다고 왔는데도 와서 다시 한국서 주문한 책들과 애들책이 많아 이삿짐센터의 아저씨들도 무거워하면서 신랑의 직업이 뭐냐고 하더군요. 우리책은 없고 애들책이라고 했지만 별로 새겨듣지는 않고 말입니다. 포장이사가 없냐고 미국사람에게 물으니 그런 개념을 모르더군요. 그리고 미국 사람들은 자기 짐을 남이 싸는걸 별로 안 좋아한다나요? 하지만 짐이 많은 사람은 사람을 사서 짐을 싼다고는 하네요. 그러니까 짐 싸는 사람 따로 부르고, 옮기는 사람 따로이고, 짐 풀어주는 사람 따로인 시스템인 것이죠. 한국은 심지어 책장 사진 찍어서 책의 위치까지도 처음처럼 꽂아주는 이사 서비스도 있다고, 청소도 다 해준다고 -바닥, 가구, 냉장고, 심지어 쓰레기통까지도- 했더니 매우 놀라더군요. 물론 그런 서비스는 좀 비싸긴 하지만... 내년에 다시 이사할 생각 하면 엄청 갑갑하네요. 그걸로 이사는 끝을 내야지 하고 벼르고 있답니다.

딸이 이제 드디어 유치원에 가고 -여기 와서 6개월간 유치원에 빈 자리가 없어서 집에서 놀았지요- 아들만 오전에 음악이나 놀이를 데리고 다니니 정말 훨씬 한가하고 -그래도 바쁘긴 하지만 나가 다니고 하니 낫네요- 스트레스도 덜해졌습니다. 맘에 맞는 사람이 없어도 제 스케줄이 이제 좀 생기고 하니 한결 낫네요. 여기도 신학기를 맞이해 사람들도 좀 물갈이도 되었고요. 어떤 사람들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요. 어쨌건 셜록홈즈는 아니지만 귀환소식을 알려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다시 서재질의 바쁜 생활이 돌아왔네요. 이 전 집을 열나 청소하고 왔는데 -벽과 타일 등 시간당 청소요금이 나열된 퇴거수칙을 보고 청소약 3통을 다 써가면서 청소했지요. 남들이 보통 물어내는 돈의 평균은 400달러정도더라고요. 다 깨끗하다고 자신하는데 카펫에는 초코 아이스크림 흘린 자국과 물감 자국이 두어군데 있어서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어요- 느린 미국분들이시라 아직 얼마를 내야하는지에 대한 연락이 없네요. 여하튼! 다시 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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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1 0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1 0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해진 운명이라는게, 팔자라는게 있는 걸까요?

제가 태어났을 때, 저는 병원에서 몸이 약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답니다. 당시 의술로는 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고칠수는 없었답니다. 작명을 위해 여기저기 다니던 중, 당시 유명하다는 사람에게 갔더니 대번에 얘는 몸이 약하니 이름자에 고칠 경 ('다시 갱' 으로도 쓰입니다)자를 넣어야지만 살 수 있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제 이름에는 '고칠 경'자가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작명가의 말대로 나중에 건강이 좋아져서 여태까지 딸, 아들 낳고 큰 문제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갑상선에 혹이 생겨 찾아간 병원에서 갑상선 제거 수술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수술로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다시 심장판막에 다시 구멍이 생겨 혈이 새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그러나 구멍이 크지 않아서 그냥 두고 2년마다 체크 해 보자고 하더군요-

작년에 미국행을 앞둔 신랑과 함께 난생 처음으로 찾아간 점집에서 그 사람은 제가 건강이 나빠서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게 좋다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팔자에 있어서 제가 하게된 것인지, 아니면 과거는 잘 드러나고 맞춘다는 점쟁이들의 약력에 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제가 선생을 한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팔자에 선생이 있어, 선생 이런게 맞아" 이런거죠-  그리고 제 가족관계에서 제가 받는 스트레스 역시 알고 있었고요.

그 사람들은 신의 영역을 훔쳐보게 된 사람들일까요? 아님 이 모든 것은 그냥 우연이었을까요? 나이가 드니 저는 사람에겐 정해진 운명이, 팔자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우리의 힘으로, 자유의지로 되는 부분도 있지만 큰 인생의 줄기는 대체로 정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명이나 그런것들이요.

나이가 드니 운명에 순응하게 될 줄도 알게 되고, 때론 맘에 안들어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네요. 이게 늙는다는 것일까요? 젊었을 때는 말도 안된다고 소리치며 울분을 토해내던 일들도 이제는 사는게 그런거지, 뜻대로만 되는게 인생은 아니지 하는 여유랄까 체념이랄까 순응이 생기네요. 저는 아무래도 체 게바라같은 혁명가는 절대 되지 못하려나 봅니다.

그러나, 쪽집게 점쟁이라도 미래는 알기 힘들다는 사실은 한편 우리의 자유의지가, 우리의 노력이 우리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의 반증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희망을 가지고, 설혹 없을지도 모르는 낙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종교를 가지신 분들은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하지 않겠지만 글쎄 제 입장에서는 물론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사실이긴 해도 어쨌건 그런 점쟁이들도 자신의 어떤 영역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지요. 단순히 다 뻥이야 하고 치부해 버릴 수 없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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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0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10-12 05:43   좋아요 0 | URL
네, 예쁜 속삭님.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저보고 55세즈음에 이별수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신랑을 칠 수도 있다고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누가 먼저 갈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잠정적으로 제 수명을 55세정도로 상정하고 실컷 놀고 먹으며 살려고 하고 있어요.

마법천자문 2007-09-10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쟁이, 무당들은 그냥 눈치로 때려 잡는 거예요. 걔네들 사이에서 전수되는 노하우 같은 게 있다고 하더군요. 마술사들 사이에 전해지는 트릭 비슷한 거죠.

미즈행복 2007-10-12 05:41   좋아요 0 | URL
저도 별로 신뢰하지 않았는데, 권해준 신랑 친구가 석사하고 연구원하다가 다시 직장생활중 수능공부해서 한의대 입시 본 친구거든요. 근데 한 해 떨어지고 다음해 시험본 후 여전히 못본것 같아서 거기 갔더니 보자마자 팔자에 의사가 있다고 하더래요. 그냥 하는 수작이겠거니 했는데 올해 붙는 운이라고 그러더래요. 그리고 그 친구는 정말 추가합격했거든요. 우린 갈 일도 없는데 하도 가라고 추천해서 여기 오기 전에 한번 가봤죠. 친구가 추천한 지는 더 오래되었고. 근데 과거는 잘 맞춘다더니 그래서인지 너무 잘 아는거예요. 그리고 저는 수년전에 집으로 시주 온 스님은 아니고 절밥 먹는다는 젊은 사람이 제게 그냥 해 준 얘기가 있는데 그것과도 많이 맞았어요. 그런 일이 있고보니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easyhyun 2007-09-15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야~~ 언니의 말빨을 글로나마 볼수 있으니 무지 즐거움이다~

미즈행복 2007-10-12 05:43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야. 나도 너를 여기서 보니 너무 반갑다. 우리가 모여서 놀던 때가 제일 좋았는데 말야.
내년에 가서 직장 다니기 버겁게 불러대고 놀테니 각오 단단히 해~

뒹굴이 2007-09-1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흠, 뭐 전에도 같이 얘기했듯이, 나는 종교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때 과학도였던 입장에서 점 같은 건 잘 안 믿는데.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만 받아들이지 않고 재미삼아 보는 정도라면 정신건강에 크게 해롭진 않겠지, 하는 정도로 보고 있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 본다면 무수한 논리적 오류에 맞닥뜨릴 것인데, 골치아프게 그런 것까지 따질 필요는 없을 테고. 그런 걸로 자기 앞길을 결정한다면 그건 꽤 어리석은 짓일 테지.

네 글 보고 생각해 보니, 우리 부부도 연애시절에 장난으로 궁합 봤던 적이 있었더라.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 때 결과가 상당히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는 그냥 크하핫 웃어 넘겨 버렸었어. 지금까지 부부싸움 한 번 크게 안 한 채 잘 살고 있으니, 역시 뭐 별로 신빙성은 없었다고 결론 내릴 수 있겠다. 그래도 뭐 점쟁이 할아버지가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꽤 재밌었어. 그 할아버지가 별로 안 용한 사람이라서 그랬나. ^^

난 근데 네 신랑이 너랑 같이 점 보러 갔다는 게 더 놀랍네. 네 신랑 성격상 그런 데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았는데 말야. 내가 잘못 알았나? ^^

미즈행복 2007-10-12 05:44   좋아요 0 | URL
좀 더 신통한 사람에게 가보는 것은 어때?
내가 간데는 말이지.....

꽃봉이맘 2007-09-2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있어 오랜만에 들어왔네. 이사는 잘 했니? 이젠 메일보단 네 서재에 와서 만나는게 더 좋겠다. 책 좋아하는줄은 알았지만 상당한 평론인걸^_^
빨리 내년 여름에 오렴. 내가 맛난 청국장 끓여줄게!!!

미즈행복 2007-10-12 05:45   좋아요 0 | URL
언니, 너무 오랜만!
반가워!!!
항상 언니의 음식솜씨를 그리워하고 있어.
근데 여기오니 다들 음식솜씨가 신통찮아서 언니와 시어머님의 어깨너머로 살짝 본 내 솜씨가 그래도 중간은 가더라고. 원조인 언니가 여기 오면 사람들이 깜짝 놀랄텐데... 여기서 음식점 차리면 떼돈 벌테고 말야^^
청국장 나 먹을 것 많이 남겨줘~
 

내가 좋아하는 것은

* 내 옆에 모로 누워 내 위로 팔이나 다리를 올려놓는 아이의 무게감 -딱 그만큼만의 무게. 신랑의 팔 다리는 너무 무거워 사절!-

* 신랑의 다리를 베고 누워서 신랑이 머릿결을 만져줄 때 느껴지는 그 나른함

* 신랑과 쥐포와 오징어를 구워서 수다 떨며 먹는 것

* 가끔 먹는 달디 단 카푸치노나 프라프치노

* 도심을 구경하면서 걸어다니는 것

* 맘에 드는 책 읽는 것

* 나를 설레게 만드는 영화보는 것 -최근에는 러브 액추얼리와 해리슨포드판 사브리나-

* 맘이 맞는 친구와의 술 한잔

* 싼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횡재맞은 쇼핑

* 눈 오는 거리

* 바람부는 가을 밤

* 밤길 걷기

* 밤의 드라이브

* 서재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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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는요? ㅠㅠ....

3=3=3=3=3=3

미즈행복 2007-09-10 13:06   좋아요 0 | URL
어맛! 제가 서재질을 이렇게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체셔님이신걸 모르시다니욧!!!
덕분에 신랑으로부터 매일 눈총받고 있답니다. 책임지셔요^^

Mephistopheles 2007-09-1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앞의 항목들은 제일 마지막 항목을 위한 들러리같은 분위기가 드는 이유는..
미즈행복님도 서재폐인 중증의 증상을 보이고 있으시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3=3=3=3
 

무릇 제가 알고 있는 아줌마들은 애 어릴 때는 애가 먹다 남긴 이유식, 심지어 간이 안되어서 맛없

는 이유식도 먹고, 남은 반찬이며 그런것들이 아깝다고 그릇을 다 비우고 설거지하는 아줌마들입

니다. 남들에게 말하면 다들 너무 훌륭하다고, 그런 시어머니가 어디 있냐고 감탄하는 우리 시어머

님조차도 -엄청 관대하고 인자하고 간섭안하고 그러시죠- 남편에겐 먹기 싫으면 남기라고, 네 뱃

속이 쓰레기통이냐고 하시면서도 저보고는 너는 살이 더 쪄도 된다는 당토 않은 이유로 이거 남은

거 우리 둘이 다 먹자고 하십니다. 그런데 그런 아줌마들에 비하면 저는 아줌마 근성이 부족한가

봅니다. 애 어렸을 때 남긴 이유식 먹은 적이라곤 단 한번도 없고, 먹기 싫으면 아까운 생각없이 다

쓰레기통으로 넣어버리니까요. 싫어하지만 하도 해 먹을게 없고, 먹던 것만 먹어서 질린 생각에 엊

그제 한 카레가 일인분 분량이 남아있는 이 오후, 보통 아줌마같으면 점심에 혼자 해치웠을텐데 그

냥 버리기로 냉정히 마음먹고 라면을 끓이고 있습니다. -딸은 드디어 6개월이나 논 끝에 어제부터

유치원에 갔고, 아들은 쉬폰케잌을 만들어 먹였습니다. 그러나 엄청나게 들어간 올리브유의 양을

생각하니 저는 도저히 못 먹겠더라고요. 하긴 라면도 칼로리 엄청 높기는 마찬가지지만, 더구나 밥

도 말아먹을거면서-

 

아, 언제 아줌마 본성을 익히려나...

그리고 언제 이 까다로운 입맛이 바뀌려나...

 

생각해보니 제 까다로운 식성이 이곳 생활을 힘들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더군요. 채식주의자는 아

니나 육식을 싫어하고 -여간 맛있지 않으면 안 먹어요. 사리원 불고기와 벽제갈비는 이 까다로운

고기입맛을 통과한 몇 안되는 식당이지요. 고깃국도 안먹어요. 설렁탕, 갈비국, 육개장 등등- 패스

트푸드 거의 안 먹고, 그렇다고 야채 샐러드 먹냐하면 그것도 아니고, 타이음식, 베트남 국수나 월

남쌈 같은것도 싫어하고... 그러니 외식할 데가 없고, 하루 세끼를 해야하니 버겁지요. 먹는게 뭐냐

생각해보니 생선전, 찌개종류, 감자등의 뿌리식품, 소시지종류, 두부류, 뭐 그런거네요. 몇개의 나

물과 생선구이나 조림, 젓갈, 각종 김치류등... 그러니 여기서 먹을게 뭐가 있겠어요? 

 

입맛때문에라도, 식성이 까다로와서라도 여기서 오래는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국 같으

면 외식할 데가 많은데... 다 한식이니...

여기 한식당이 좀 있긴 한데, 멀어서 그냥 밥하기 싫다고 후딱 가거나 하게 되진 않아요. 오가는 시

간 생각하면 그냥 제가 하게 되지요. 그리고 멀리 갈만큼 맛있는데도 거의 없고.

이 까다로운 식성 때문에 예전에 친정 엄마가 무지 고생하셨는데, 지금은 제가 그 죄값을 받고 있

네요.  아, 라면 먹어야겠다. 카레는 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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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9-0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식당이라고 해봤자 한국에서 먹는 먹이 절대 날리가 없겠죠..^^
전 그쪽 나라 한식당에서 냉면을 먹고는 그때 그 오묘한 맛의 트라우마가 아직도 머리속에 남아있습니다. 세상에 비빔냉면에 상추를 뜯어서 넣은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는....

미즈행복 2007-09-10 11:50   좋아요 0 | URL
맛있으라고 넣은것이겠죠. 야채도 한국것이 다 구비된 것은 아니니까요. 근데 오이는 여기도 있는데 오이를 보통 넣지 않나요? 대체로 보니 다 MSG 맛이 나던데요? 저도 여기서는 제대로 격식을 갖추어 먹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섞어서 먹고 있거든요.

비로그인 2007-09-08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아줌마 근성하고는 상관없는 듯 ^^
사실 한국에 있다고 해서 외식을 많이 하게 되시진 않을거 같아요.
미국에 계시는 동안 뭔가 즐기실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당분간은 계셔야 하니 있는 시간이 괴롭지 않도록 뭔가 변화를 줘보세요 :)

미즈행복 2007-09-10 11:51   좋아요 0 | URL
이제 드디어 딸이 유치원을 가게 되어서 -그간 빈 자리가 없어서 집에 있었거든요- 좀 나아질 것 같아요. 둘째만 데리고 버스로 여기저기 놀러다닐 수도 있으니. 혼자서 둘 데리고 다니기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요. 체셔님께서도 이런 날이 오실테니 그 땐 이해하시겠죠?^^

뒹굴이 2007-09-0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남는 음식 버리면 죄책감은 들기 마련이지만, 그거 미련스럽게 먹는 건 굳이 권장하고 싶지 않음. 그게 무슨 아줌마 근성? 아줌마의 현명함이라면 차라리 음식을 남기지 않을 만큼 정량을 만드는 게 더 바람직하지. 음식 남는다고 억지로 먹으면 몸에 안 좋아. 굳이 배우려들지 말어. ^^

태국 음식도 싫어한다니 그건 좀 의외다. 태국 음식은 그나마 맛이 대중적이라서 범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던데. 우리 부부는 태국 음식을 무진장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 두번은 꼭 먹으러 가거든. 팟타이나 Pad See Ew 같이 좀 만만한 메뉴를 택하면 먹을 만하지 않을까 싶네. 혹시 스파게티는 좋아해? 예전에 잘 먹으러 다녔던 거 같은데, 아닌가? 슈퍼 가면 토마토 소스랑 크림 소스 병에 든 것 팔텐데, 그거 사다가 집에서 해 먹어 봐봐. 거의 라면 끓이는 수준으로 쉽고 간단해. 남편이 학교에서 전자레인지를 쓸 수 있는 환경이면 도시락으로도 괜찮고. 집에서 요 며칠 크림소스 파스타를 만들어 봤더니만 맛이 괜찮아서 나중에 내 싸이에 레시피 올리려고 하고 있음. 관심있으면 참고하렴. 그럼 잘 지내고. ^^

미즈행복 2007-09-10 11:56   좋아요 0 | URL
동남아 음식의 그 독특한 향신료가 싫어. 죽으나 사나 한국 아줌마로 살아야할듯...
스파게티도 해 먹지. 근데 어쨌건 한국 음식을 주로 먹는데 슈퍼는 멀고 -1시간 남짓- 파는 것도 많지만 한국같지는 않으니 자꾸 해먹는게 겹치고 그러다보니 지겨울 수 밖에...
밥만 먹는것도 아냐. 떡볶이, 떡국, 치즈마카로니, 베이컨 얹은 구운 감자 등 다양하게 먹어. 그럼에도 힘들다는... 한국서는 입맛 없으면 사먹으면 그만이잖아. 그게 힘드니 말야. 그리고 오로지 흰밥만 고집하는 더 한국적인 딸 때문에...
 

잠을 자다가 화장실에 가고싶거나 기타의 이유로 깼을 때, 시계를 봤더니 2~3시면 아직 잘 시간이

많이 남아있음에 기분이 좋아지고 5시정도면 곧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슬퍼진다고 했더니 신랑

이 뜬금없이 묻는다. 지금 불행하냐고. 자기는 군대있을 때 그랬었다고...

 

나는 지금 불행한가? 고 자문해본다. 신랑은 때로 저렇게 너무도 예리한 지적을 한다. 본질을 꿰뚫

는달까 하는. -매우 좋아하는 점이고-

 

내가 언제 이렇게 잠이 또 아쉬웠나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신랑의 말대로 고3때나 재수때도 그랬던

것 같다. 대학때나 직장다닐때는 이렇게까지 새벽에 깨서 아쉬워하진 않았던 것 같다. 애 키울때도

한국에서는 그렇게까지 새벽에 잘 잠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슬퍼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옛 버릇이

이제 다시 도진것이다. 그래, 나는 우울하다. 나도 알고있다. 아무리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처음

엔 다 우울하다고 남들이 위로해줘도 지금의 나의 상태는 정말 버티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

는 강하다'는 최면이라도 걸듯, 스스로에게 증명이라도 해보이듯 그냥 근근히 버티고 있다. 친구도

없고, 마실 갈 곳도 없고, 더워서, 위험해서, 애 둘 데리고 다니기 힘들어서, 운전과 주차를 잘 못해

서 잘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유일한 취미인 (애도 안보고) 컴퓨터 켜서 노는 것과 책 보는것만 하고

있다. 그래서 모자라지도 않는 잠을 아쉬워하고, 깨기 싫어하고, 잠에 취하고 싶어한다. 불행해서

잠에서 깨기 싫어하는구나...

 

빨리 내년 여름이 와서 한국에 잠시나마 갔다왔으면 좋겠다. 신랑은 너무 우울해하는 날보고 그냥

애들 데리고 한국가서 살라고 한다. 내년에라도 가라고 하는데 그건 신랑에게 너무 미안해서 한 3

년만 더 버티다가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그냥 다 잊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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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2007-09-05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미즈행복 2007-09-06 00:01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뒹굴이 2007-09-0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에휴.. 어쩌니... 내가 다 심난해지네.

내년 여름에 들어올 계획이니? 외국 생활이 힘들어서 한국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갔다 와서 더 생각이 많이 나 힘들어진다더라구. 계획 잘 세워서 움직이렴. 내년 여름이라면 나는 확실히 한국에 있겠다.

요즘 내 주위 사람들 소식은 왜들 이렇게 죄다 우울하냐... 올케언니도 몸이 안 좋아서 큰 수술 받았다고 하고... 우리만 여기서 너무 태평스럽게 사는 거 같아서 괜히 미안하고 죄스럽네. 암튼 기운내고 잘 지내. 추석 잘 쇠고. 이사 가면 주소 좀 알려줘. ^^

미즈행복 2007-09-05 23:58   좋아요 0 | URL
어차피 비자문제때문에 내년 여름에는 가야해. 그 소리는 나도 들었어. 여기서 그냥 적응이 되었구나, 여기서 살아도 되겠구나 싶다가도 한국 한번 갔다오면 아닌것 같고 우울함이 일주일은 간다고...
그래도 우선 친구들을 보고싶어. 한국사람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말 섞기 싫은 사람과 봐야하는 것도 싫고 -그런 사람이 이 근래에 하나 생겼어. 내가 나이값 받자는건 아닌데 어쨌건 처음 봤고 친하지도 않고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나는 존대말 하는데 자기는 반말하고, 세상 모든 일은 다 안다는 투이고, 돈이 넘쳐나서 하는 말마다 돈자랑이고- 매일 집에만 있는 것도 우울하고. 나중에 네 싸이에 주소 남길께.

2007-09-06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09-07 01:58   좋아요 0 | URL
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신랑이 늦바람(?)이 나서 다니던 회사 때려치우고 공부 하겠다고 해서 여기 있게 되었어요. 근데 저는 여기가 적응이 안되서 먼저 가려고요. 저도 잠이 많아서 고 3때도 생각으로는 적게 자야지 하면서도 매일 졸고 해서 총 잔 시간은 따져보면 8~9시간은 되었던 것 같아요. 남들은 TV보고 음악듣던 대학시절에도 저는 10~11시엔 잤어요. 아침에도 첫수업 있으면 7시, 아니면 더 늦게 일어나고요. 워낙에 잠이 많아서 5시에 깨면 잘 시간이 너무 조금 남은것으로 느껴지는 거 있죠. 얼마나 잠을 좋아하는지 짐작이 가시죠?
또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