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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식이 늦었네요. 제가 있는 곳에 인터넷이 어제야 연결되는 바람에 소식이 늦었습니다. 지난 3월 23일

시카고에 도착해서 일주일은 시차적응에 정신없이 낮엔 자고, 밤엔 깨서 놀다가 일주일이 지나서야 시차

에 적응했습니다. 아직 아는 사람은 신랑 친구 부인 하나! 그래서 그 부인과 함께 동네 슈퍼와 서점, 도서

관을 가보았고,  어제는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에 가봤습니다.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이월상품을 모아놓고

파는 할인매장에 가서 아들의 토마스 장난감과 딸의 공주 장난감, 그리고 애들 옷과 제가 너무 좋아하는

고디바 초컬릿 비스킷을 사왔습니다. 어떻게 그런 가격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면세점에서도 만원은

주고 산 고디바 초컬릿 비스킷을 6달러에 사서 매우 흐뭇했습니다. 정가는 8.5달러정도로 되어있었고...

토마스 장난감도 반품들어온 것이나 약간의 하자가 있는 것이라는데 별로 심하지 않고, 그래서 토마스 철

가방은 16달러 정도짜리를 2달러에,  기차역은 얼마인지 모르나 역시 30~40달러는 할 것 같은데 9달러

에 사왔습니다. 덕분에 어제는 시간이 잘 갔죠. 덜 우울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런답니다. 처음에 오면 다들 3개월 정도는 몹시 우울하다고. 한국과 달리 집 밖에 나가

면 갈 곳도 없고 -다운타운에 산다면 모를까. 그런데 그런 곳은 임대료가 또 비싸지요- 아는 사람도 없고,

정보도 없고,  할 일도 없으니까요. 근데 좀 지나면 어떻게든 적응하니까 걱정말라네요. 글쎄, 과연 그럴까

요?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이 모국어로 된 책들을 읽는 것인데, 저는 영어도 못하고 또 열심히 공부

해서 설혹 영어를 하게 된다 해도 그게 제가 30년을 넘게 읽고 느껴온 모국어와 절대 같지는 않을테니까

요. 안그래도 지금 한국에서 가져온 고종석씨의 책을 보며 저는 결코 이 재미를 포기하지는 못할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고종석씨에 대해서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책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너무

맘에 들어요. 한국에 다음에 나가면 고종석씨 책을 다 사와야 겠어요.

 

이곳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답니다. 어제는 영상 10도 정도는 되는것 같았는데 오늘은 눈이 엄청 내리고

바람도 심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거의 영하 10도 정도랍니다. 그래서 집밖에 나가려던 계획을 중지하고

집에 있죠. 며칠전에 추운줄 모르고 나갔다가 엄청 추워 고생했거든요. 거짓말 아니고 따뜻했던 지난 겨

울의 서울의 모든날들보다 더 추웠답니다. 저는 봄에 온다고 애들의 딱 맞는 겨울 옷들은 다 버리고 왔거

든요. 다시 사야할까 봅니다. 어차피 여기서 올 겨울은 보내야 하니까.

 

아직 우리 딸은 아무데도 안가고 있습니다. 여기는 9월 학제라 유치원도 9월부터 다니는데 그 원서접수

는 1월에 다 끝났죠. 인기없는 동네 유치원 하나는 9월에는 다닐 수 있답니다. 다른곳은 이미 마감!  그냥

집에서 빈둥대고 슈퍼와 서점에 간것 밖엔 없는데 어제 신랑의 선배 부인이 와서 다른 갈 만한 곳의 카탈

로그를 주고 갔습니다. 이미 3월 넷째주부터 시작했는데 좀 늦었지만 등록 가능하면 등록하려고요. 9주

정도로 끊어서 유치원 안가는 애들이 다니는 프로그램인데 미술, 체육, 음악 그런거예요. 아직 안 알아봤

는데 내일쯤 신랑보고 전화하든 방문해서 알아보라고 해야죠. 제가 영어가 안되는 관계로.

 

여기는 공교육은 무료라는데 그 전 단계는 비싸요. 소위 한국에서 말하는 유치원 단계가요. 여름방학 3달

빼고 9개월에 보통 싼 곳이 500달러 정도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만 봐줘요-  보통이 1000달러정도, 비

싼 곳은 1400 달러이상이예요. 정말 비싸지요? -여기는 아마 1시정도까지 봐주는 것 같아요. 근데 오후 3

시까지 봐줘도 별거 없대요. 밥 먹고 낮잠잔다니까요 - 저는 그 인기 없는 곳에 보낼건데 -선택의 여지가

없지요- 거긴 다행히 싼 곳입니다. 그리고 여름엔 따로 여름캠프를 해요. 6주에서 8주정도 하는데 100에

서 150달러 정도 한답니다. 이것 역시 오전에만 봐주는거예요. 오후 3시까지 봐주면 더 비싸지지요. 근데

여름캠프는 다 노는거래요. 수영하고 놀이터에서 놀고 놀기만 한대요. 그럼 유치원은 안노냐고요? 유치원

마다 조금 다르답니다. 제가 딸 보낼려고 하는 곳은 놀기만 한대요. 유태인 유치원은 창의적인걸 좀 강조

한다고 하고, 몬테소리 유치원은 몬테소리 교구를 가지고 하는 작업이 있고요.  우선 제가 딸을 보내려고

하는 분기별 수업은 9주 정도에 150~ 180달러 정도 하는것 같아요. 시간은 45분에서 70분까지 다양하고

요.

 

저희의 식생활은 한국과 똑같답니다. 시카고는 한인들이 많아서 집에서 차로 40~50분쯤 가면 큰 한인 마

트가 있어요. 소문에는 5공 인사가 한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거기 가면 한국 물건이 거의 있어요. 풀무

원 우동이나 떡국떡, 자장면과 쌀, 김치가 있고 한성 어묵과 명란, 그리고 과자들도 있어요. 한국 고구마도

있고요. 그건 야마래요. 스윗포테이토는 미국 고구마예요. 맛이 좀 떫어요. 색은 호박고구마같이 진한 노

랑이고.  여하튼 그래서 거기서 한국음식을 사다가 한국에서와 똑같이 먹고있어요. 맛살도 있고 고등어도

있고 거의 다 있어요. 신라면도 한국과 값도 비슷하고. 햇반도 있고...  떨어지면 그게 궁하지 -동네에선 살

수 없으니까-  어쨌건 한국과 거의 같아요. 중국산이긴 하지만 마늘과 녹두도 있어요.  근데 여기서 한국

물건이 크게 비싸지 않듯이 -좀 더 비싸긴 하죠- 대신 여기 미국 물건들도 한국보다 별로 싸지 않답니다.

기저귀를 동네 슈퍼에서 사고 놀랐죠. 한국보다 더 비싸더라고요. 한국서 사는 미국 물건들도 한국에서나

값이 큰 차이 없어요. 조금 더 싼 정도예요. 전체적으로 슈퍼 물가는 한국과 거의 같아요. 딸기도 500그램

한 팩에 2.5~3.5달러 정도 -요즘 한국도 그정도 하죠? 값이 겨울보다 떨어져서. 근데 한국 딸기는 설탕물

뿌린듯 단데 여긴 정말 맛없어요. 대여섯번 사먹었는데 다 맛없어서 쥬스로 만들어버렸죠. 설탕넣고-  유

기농 달걀은 4달러 정도. 그러니  한국과 거의 같아요. 한국보다 싼것? 아이키아에서 사는 조립식 가구요.

그건 정말 싸요. 근데 배송비가 80달러 붙고 직접 조립해야죠. 근데 조립은 쉬워요. 초보자도 할 수 있어

요. 그래서 책꽂이는 하나에 20달러 -5단으로 된 아무 모양없는 서점에서 흔히 보는 기본형- 서랍장은 좀

싼 걸 사긴 했지만 3단 서랍장이 60달러, 식탁은 의자가 등받이가 없는 대신-그래서 등이 아파요. 이건 신

랑이 먼저 사 놓은거라 어쩔 수 없어요- 의자 4개 포함해서 80달러죠. 근데 배송비가 있어서 배송비 포함

하면 하나당 가격은 저것보단 좀 더 높지요. 몇개를 사건 80달러예요. 거리가 멀면 더 비싸지고요. 하여간

그래요.

 

아직 지리도 모르고 집 밖이라곤 슈퍼와 서점, 그리고 다운타운에 간게 다라서 뭐라 말할수는 없네요. 점

차 익숙해지면 다른 얘기들도 많이 올릴께요. 어쨌건 좀 우울하긴 하나 대체로 잘 있습니다. 여기 한국 엄

마들이 좀 있다는데 누군지도 모르고 얼굴도 볼 수가 없네요. 어제 카탈로그 준 선배 부인 말로는 다들 바

쁘대요. 애들 유치원 끝나면 한국식으로 하면 학원이나 문화센터 같은데 데려가고 하느라요. 그 선배 부

인은 적응이 빨라 온 지 3년 되었는데 올해부턴 대학원에 다닌다네요. 저로서는 그 빠른 영어 습득이 부

럽기만 합니다. 거긴 딸 하나라 오자마자 딸을 유치원에 보내고 자기가 영어 배우러 열심히 다녔다고 하

더라고요. 어쨌건...

 

이제 오늘은 그만. 다음에 또 소식 실을께요. 다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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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13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16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18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19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녀를 어떤 사람으로 키우려는가? 도대체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을 보면 하나는 보인다. 바로 "남보다 나은 사람"으로 키우려는 것 같다는 사실이다.

남보다 나은 사람? 아니 도대체 남보다 나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낫다' 는 기준은 무엇인가? 아마도 우리 나라에서 남보다 나은 사람의 '나은' 의 뜻은 경제력이거나 학벌이기 쉽다 . 그럼 남보다 돈을 잘 벌거나 학벌이 좋으면 더 행복한가? 그건 아닐것인데 요즘 다른 사람들을 보면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기 기준으로 어느 학교 정도는 나와야...  이런 직업은 가져야.... 하는 잣대를 세우고 자녀를 거기에 맞추려는 것 같다. 그러면서 말한다. 조기교육이니 적기교육이니 맞춤교육이니를.

물론 자녀에게 훌륭한 교육을 받게 해 줘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고 행복해야 한다는 것인데 요즘은 그것을 부모가 대신 판별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아무 어려움 없이 크게 하려고 하고,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하게 하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며 돈타령이다. 어려움 없이 크는 것이 그 아이를 위해 좋은가? 남들 가진 것을 다 가져야만 하는가? 누군가 어학연수를 초등학교때부터 간다고 해서 꼭 내 자녀도 그렇게 보내야 하는가?

난 절대 반대다. 난 어려움을 겪어보게 하고 싶다. 남들이 다 가진 것을 못 가져보는 경험도 해 봐야 한다 -그것이 부모의 어려움에 기인하건, 교육철학에 기인하건-  고 생각한다. 결핍을 요즘 부모들은 싫어하는 것 같은데 나는 결핍이 삶의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고 믿는다. 소위 '헝그리 정신' 말이다. 그리고 박완서씨 말대로 배가 고파야 음식이 맛있는 것을 알듯이 결핍이 있어야 충족의 기쁨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공연을 몹시 보고싶었다. 근데 내가 학창시절에 내 부모는 내게 그런 걸 해 줄 여유가 없었다. 이제 나는 자주는 아니어도 정말 생활비를 아껴 가끔이나마 내가 보고픈 공연을 본다. 그리고 너무 행복하다. 과연 어려서부터 부모가 여러 공연을 보여준 아이가 내가 느끼는 만큼의 행복을 공연을 보고 느낄 수 있을까? 나보다 문화적 소양은 많을 지 몰라도 나만큼의 벅찬 기쁨을 느끼기는 아마도 힘들 수 있다. 그게 당연하니까 . 그리고 만약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좌절을 느끼고 불행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내 아이가 잘 되길 바란다. 부족함이 많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건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건 그 아이의 인생이고 팔자이다. 부자와 결혼한다고 해서 일평생 부자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 좌절이 왔을 때 헤쳐나갈 힘을 키워줘야 한다. 그것이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안되는게 없는 부잣집 공주, 왕자로 키울게 아니라 어려서부터 안되는게 있다는 것도 알게 해야하고 부모가 해 줄 수 없으면 내가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해야 한다.

이즈음 주위를 돌아보니 짜증이 난다. 다들 내 아이를 최고로 키우려는 극심한 이기주의가 판치고 있다. 아이의 소질을 닦아주고 아이가 행복하게 자립할 수 있게 하라는 교육서보다는, 어떻게 하면 특목고에 갈 수 있고 소위 명문대에 갈 수 있는 지를 알려주겠다는 교육서(?-이게 교육인가)가 판치고 있다.  예전엔 입시지옥을 벗어나게 하려고 외국에 갔다면 이즈음엔 영어를 배워와 여기서 남보다 더 잘하라고 외국에 간다. 부모가 보여주는 세상이 전부라며 아이가 뭘 알겠냐며 자기 입맛대로 아이를 휘두른다. 자신은 일찍 자면서 아이보고는 벌써 자면 어쩌냐고 더 공부하라고 다그친다. (물론 공부하게 하려고 같이 안 자면서 있는 부모도 꼴불견이지만)

말세다. 다른게 말세가 아니라 이게 바로 말세다. 예전엔 다 저 먹을건 타고 난다고 믿었다. 근데 이젠 저 먹을걸 부모가 염려하며 이거 먹고 살라고 한다. 자녀는 내 소유물이 아니다. 내 맘대로 절대 되지 않는다. 잠시 내게 머물러 있다 가는 존재다. 내가 잠시 맡아 있는 것이다. 아~ 머리 아프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이상한 친구 사귀면 주관도 없이 이리 저리 흔들리고 남과의 비교만 심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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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의 기억이 커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특히 생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엄마의 눈에 들려고 아이들이 애쓰는 것이 커서도 기억의 왜곡을 가져와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정말 욱하는 성격을 못 고치는 나쁜 엄마다.

나의 큰 딸은 이제 6살이 되었는데 편식을 한다. 편식을 하는 애들이 다 그렇듯이 먹기 싫으면 입에 넣고 10분이고 20분이고 계속 우물대며 씹기만 한다. 삼키기를 안하는 것이다. 한 5분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지켜보고 있지만 10분을 향해 가면 오만 짜증과 화가 폭발 직전 수준으로 가서는 급기야는 소리를 지르고 만다. " 유치원 안 갈거야? 도대체 밥 한 숟가락을 10분씩 먹는 애가 어딨어? 굶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이제부터 아무것도 안준다. "  그리고 씩씩대며 자리를 걷어차고 일어난다. 그럼 착하디 착한 우리 딸은 울면서 나를 쫒아온다. 며칠전에는 나를 따라와서는 두손을 모아 비는 흉내를 내며 -정말 놀랐다. 난 그런걸 가르친 적이 없는데-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그런다고 껴안고 다독여주는 착한 엄마가 못 되는 나는 감정 수습이 아직도 안되어 그냥 외면하며 내 할 일을 하긴 했지만 그 날의 일은 정말 충격이었다. 엄마를 대하는게 아니라 남 대하듯 말하는 그 태도가 너무 안스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고 한마디로 적응이 안 되었다. 나중에 손을 비는 행동을 어디서 배웠냐니까 유치원에서 누구가 그렇게 한다고 했다. 어휴...

여태까진 남이 혹시 볼까 창피해 안했는데 이제 남 생각할 겨를이 없고 나와 우리 아이를 위해 집의 모든 벽에 써 붙여야겠다.

"화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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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7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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