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운명이라는게, 팔자라는게 있는 걸까요?

제가 태어났을 때, 저는 병원에서 몸이 약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답니다. 당시 의술로는 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고칠수는 없었답니다. 작명을 위해 여기저기 다니던 중, 당시 유명하다는 사람에게 갔더니 대번에 얘는 몸이 약하니 이름자에 고칠 경 ('다시 갱' 으로도 쓰입니다)자를 넣어야지만 살 수 있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제 이름에는 '고칠 경'자가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작명가의 말대로 나중에 건강이 좋아져서 여태까지 딸, 아들 낳고 큰 문제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갑상선에 혹이 생겨 찾아간 병원에서 갑상선 제거 수술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수술로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다시 심장판막에 다시 구멍이 생겨 혈이 새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그러나 구멍이 크지 않아서 그냥 두고 2년마다 체크 해 보자고 하더군요-

작년에 미국행을 앞둔 신랑과 함께 난생 처음으로 찾아간 점집에서 그 사람은 제가 건강이 나빠서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게 좋다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팔자에 있어서 제가 하게된 것인지, 아니면 과거는 잘 드러나고 맞춘다는 점쟁이들의 약력에 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제가 선생을 한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팔자에 선생이 있어, 선생 이런게 맞아" 이런거죠-  그리고 제 가족관계에서 제가 받는 스트레스 역시 알고 있었고요.

그 사람들은 신의 영역을 훔쳐보게 된 사람들일까요? 아님 이 모든 것은 그냥 우연이었을까요? 나이가 드니 저는 사람에겐 정해진 운명이, 팔자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우리의 힘으로, 자유의지로 되는 부분도 있지만 큰 인생의 줄기는 대체로 정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명이나 그런것들이요.

나이가 드니 운명에 순응하게 될 줄도 알게 되고, 때론 맘에 안들어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네요. 이게 늙는다는 것일까요? 젊었을 때는 말도 안된다고 소리치며 울분을 토해내던 일들도 이제는 사는게 그런거지, 뜻대로만 되는게 인생은 아니지 하는 여유랄까 체념이랄까 순응이 생기네요. 저는 아무래도 체 게바라같은 혁명가는 절대 되지 못하려나 봅니다.

그러나, 쪽집게 점쟁이라도 미래는 알기 힘들다는 사실은 한편 우리의 자유의지가, 우리의 노력이 우리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의 반증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희망을 가지고, 설혹 없을지도 모르는 낙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종교를 가지신 분들은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하지 않겠지만 글쎄 제 입장에서는 물론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사실이긴 해도 어쨌건 그런 점쟁이들도 자신의 어떤 영역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지요. 단순히 다 뻥이야 하고 치부해 버릴 수 없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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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0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10-12 05:43   좋아요 0 | URL
네, 예쁜 속삭님.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저보고 55세즈음에 이별수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신랑을 칠 수도 있다고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누가 먼저 갈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잠정적으로 제 수명을 55세정도로 상정하고 실컷 놀고 먹으며 살려고 하고 있어요.

마법천자문 2007-09-10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쟁이, 무당들은 그냥 눈치로 때려 잡는 거예요. 걔네들 사이에서 전수되는 노하우 같은 게 있다고 하더군요. 마술사들 사이에 전해지는 트릭 비슷한 거죠.

미즈행복 2007-10-12 05:41   좋아요 0 | URL
저도 별로 신뢰하지 않았는데, 권해준 신랑 친구가 석사하고 연구원하다가 다시 직장생활중 수능공부해서 한의대 입시 본 친구거든요. 근데 한 해 떨어지고 다음해 시험본 후 여전히 못본것 같아서 거기 갔더니 보자마자 팔자에 의사가 있다고 하더래요. 그냥 하는 수작이겠거니 했는데 올해 붙는 운이라고 그러더래요. 그리고 그 친구는 정말 추가합격했거든요. 우린 갈 일도 없는데 하도 가라고 추천해서 여기 오기 전에 한번 가봤죠. 친구가 추천한 지는 더 오래되었고. 근데 과거는 잘 맞춘다더니 그래서인지 너무 잘 아는거예요. 그리고 저는 수년전에 집으로 시주 온 스님은 아니고 절밥 먹는다는 젊은 사람이 제게 그냥 해 준 얘기가 있는데 그것과도 많이 맞았어요. 그런 일이 있고보니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easyhyun 2007-09-15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야~~ 언니의 말빨을 글로나마 볼수 있으니 무지 즐거움이다~

미즈행복 2007-10-12 05:43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야. 나도 너를 여기서 보니 너무 반갑다. 우리가 모여서 놀던 때가 제일 좋았는데 말야.
내년에 가서 직장 다니기 버겁게 불러대고 놀테니 각오 단단히 해~

뒹굴이 2007-09-1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흠, 뭐 전에도 같이 얘기했듯이, 나는 종교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때 과학도였던 입장에서 점 같은 건 잘 안 믿는데.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만 받아들이지 않고 재미삼아 보는 정도라면 정신건강에 크게 해롭진 않겠지, 하는 정도로 보고 있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 본다면 무수한 논리적 오류에 맞닥뜨릴 것인데, 골치아프게 그런 것까지 따질 필요는 없을 테고. 그런 걸로 자기 앞길을 결정한다면 그건 꽤 어리석은 짓일 테지.

네 글 보고 생각해 보니, 우리 부부도 연애시절에 장난으로 궁합 봤던 적이 있었더라.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 때 결과가 상당히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는 그냥 크하핫 웃어 넘겨 버렸었어. 지금까지 부부싸움 한 번 크게 안 한 채 잘 살고 있으니, 역시 뭐 별로 신빙성은 없었다고 결론 내릴 수 있겠다. 그래도 뭐 점쟁이 할아버지가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꽤 재밌었어. 그 할아버지가 별로 안 용한 사람이라서 그랬나. ^^

난 근데 네 신랑이 너랑 같이 점 보러 갔다는 게 더 놀랍네. 네 신랑 성격상 그런 데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았는데 말야. 내가 잘못 알았나? ^^

미즈행복 2007-10-12 05:44   좋아요 0 | URL
좀 더 신통한 사람에게 가보는 것은 어때?
내가 간데는 말이지.....

꽃봉이맘 2007-09-2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있어 오랜만에 들어왔네. 이사는 잘 했니? 이젠 메일보단 네 서재에 와서 만나는게 더 좋겠다. 책 좋아하는줄은 알았지만 상당한 평론인걸^_^
빨리 내년 여름에 오렴. 내가 맛난 청국장 끓여줄게!!!

미즈행복 2007-10-12 05:45   좋아요 0 | URL
언니, 너무 오랜만!
반가워!!!
항상 언니의 음식솜씨를 그리워하고 있어.
근데 여기오니 다들 음식솜씨가 신통찮아서 언니와 시어머님의 어깨너머로 살짝 본 내 솜씨가 그래도 중간은 가더라고. 원조인 언니가 여기 오면 사람들이 깜짝 놀랄텐데... 여기서 음식점 차리면 떼돈 벌테고 말야^^
청국장 나 먹을 것 많이 남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