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다가 화장실에 가고싶거나 기타의 이유로 깼을 때, 시계를 봤더니 2~3시면 아직 잘 시간이
많이 남아있음에 기분이 좋아지고 5시정도면 곧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슬퍼진다고 했더니 신랑
이 뜬금없이 묻는다. 지금 불행하냐고. 자기는 군대있을 때 그랬었다고...
나는 지금 불행한가? 고 자문해본다. 신랑은 때로 저렇게 너무도 예리한 지적을 한다. 본질을 꿰뚫
는달까 하는. -매우 좋아하는 점이고-
내가 언제 이렇게 잠이 또 아쉬웠나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신랑의 말대로 고3때나 재수때도 그랬던
것 같다. 대학때나 직장다닐때는 이렇게까지 새벽에 깨서 아쉬워하진 않았던 것 같다. 애 키울때도
한국에서는 그렇게까지 새벽에 잘 잠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슬퍼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옛 버릇이
이제 다시 도진것이다. 그래, 나는 우울하다. 나도 알고있다. 아무리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처음
엔 다 우울하다고 남들이 위로해줘도 지금의 나의 상태는 정말 버티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
는 강하다'는 최면이라도 걸듯, 스스로에게 증명이라도 해보이듯 그냥 근근히 버티고 있다. 친구도
없고, 마실 갈 곳도 없고, 더워서, 위험해서, 애 둘 데리고 다니기 힘들어서, 운전과 주차를 잘 못해
서 잘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유일한 취미인 (애도 안보고) 컴퓨터 켜서 노는 것과 책 보는것만 하고
있다. 그래서 모자라지도 않는 잠을 아쉬워하고, 깨기 싫어하고, 잠에 취하고 싶어한다. 불행해서
잠에서 깨기 싫어하는구나...
빨리 내년 여름이 와서 한국에 잠시나마 갔다왔으면 좋겠다. 신랑은 너무 우울해하는 날보고 그냥
애들 데리고 한국가서 살라고 한다. 내년에라도 가라고 하는데 그건 신랑에게 너무 미안해서 한 3
년만 더 버티다가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그냥 다 잊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