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3월말에 왔습니다. 신랑은 작년 여름에 먼저 왔지만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미국 오기를

싫어했던 저는 밍기적 거리다가 올 봄에 왔습니다. 이즈음에서 하기 싫은 고백을 해야겠군요.

 

제 신랑은 원래 물리학도였습니다. 근데 저랑 사귀면서 제가 경영학도로 바꿔놓았지요. 철없던 그

때, 제게 물리학도는 장래가 좀 안좋아보이는 그런 존재여서 장래가 촉망되는(?) 경영학도로 바꾸

어 놓은 것이었죠. 여기서 제 업보가 시작됩니다.

 

경영학도가 되어 회계법인에 취직한 신랑은 살인적인 업무량과 하는 일의 비호감이 겹쳐져서- 주

말에도 나가서 일했고 감사기간에는 새벽 2~3시가 기본귀가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할까봐 후배가 해 놓은 것도 다시 보고 하는 꼼꼼한 성격때문에 일이 더 늘었고요.

언젠가 한탄조로 제게 말하더군요. 회계사가 뭐 하는 직업인지 알았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거라고.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장래가 촉망되던 물리학도 하나의 인생을 망쳐놓은 것이지요- 결국은

작년에 그만두고 미국에 공부하러 온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 몇년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

이지요.

 

여기 와서 저는 너무 우울했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고 정말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더

구나 영어도 못하고!!! -영어는 제가 너무 싫어하던 과목이었지요- 겨우 신랑 친구 부인 하나 사귀

었는데 그녀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했고, 또하나 알게된 신랑 선배 부인은 자기가 대학원

다니느라 바빴습니다.  그녀가 매주 금요일 다른 한국인 5명과 함께 애들의 플레이 데이트를 한다

는 것을 알고 저는 유치원도 마감이라 못가고 심심해하는 우리 애들을 위해 그 그룹에 끼기 위해

애썼습니다. 이미 엄마 6명에 애들 9명이라 너무 인원이 많다며 난감해하는 그녀를 공략하고, 그룹

내 다른 엄마를 개인적으로 소개받아 하나 둘 씩 알아가다가 결국 지난달 그 그룹에 공식적으로(?)

끼게 되었지요. 한명이 여기서 자기 공부를 시작해 다음달에 박사과정하러 이사를 가서 공석이 생

기게 되어 끼게 된 것이지요. -제가 거주하는 곳은 학교 근처라 여기 있는 한국 사람은 다 유학생

가족입니다-

 

저는 너무 기뻤습니다. 수다 떨 상대가 생겼고, 애들도 놀 친구가 생겼으니까요. 이 집, 저 집을 돌

아다니다가 이번주 드디어 저희집 차례가 되었습니다. 전날부터 고구마 완자전과 잡채, 감자 샐러

드를 준비하고 미숫가루 타놓고 애들 과자와 매일 바이오 야쿠르트까지 사놓고 준비를 했죠. 애들

에게 장난감도 나눠쓰라고 당부하고요.

근데 언제 친구들 오냐며 매일 기대하던 딸이 점차 딴지를 걸며 걸핏하면 울고 친구들에게 자기 물

건도 못 만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나중에 한 남자 아이는 저희집에 오기 싫다고, 제 딸이 물

건을 못 만지게 하니 나중에 자기 집에 오면 자기 물건도 못 만지게 하겠다며 불평을 해댔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간 후 너무 화가 난 제가 거의 광분상태로 딸을 몰아붙였습니다. 히스테리컬하게 소

리지르고, 왜그랬냐며 나무래고 거의 발악을 했습니다. 너무 너무 화가 나 신랑에게 전화해 집을

정리하게 하고 저녁도 안 차리고 울다 지쳐 잠든 아이들을 팽개치고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에 잠시 잠이 깨 설거지를 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애들 보기가 싫어 아침도 안

줬습니다. 그냥 책을 봤습니다 .나중에 신랑을 통해 알게된 딸의 행동에 대한 이유는 애들이 영어

말만 해서 자기가 같이 놀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놀 친구 만들어주려고 그 모임에 끼려고 노력했는데 그 애들도 한국애들임에도 불구하고 여

기서 산 지 벌써 짧게는 3년에서 5년씩 되어가니 한국말보다는 영어가 더 편안하고, 그러니 한국애

들 만나서 노는 모임에서도 영어로 말하며 노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제 딸에게는 미국 애들과 차

이가 없겠지요. 영어를 못하고 못 알아들으니 자기만 왕따되는 기분이었겠지요.

 

안그래도 share 하지 않는다고 비난 들은 겨우 6살의 딸에게 한 제 행동이 옳았나에 대해 자기환

멸이 들던터에 들은 그 얘기는 저를 너무 슬프게 했습니다. 물론 여태까지 다른 집에서 놀 때도 그

애들은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 쓰긴 했습니다. 근데 그 모임에서 특별히 궁짝이 잘 맞는 두 여자애

가 있는데 여태까지는 둘 중 하나가 무슨 이유엔가로 번갈아 빠졌었는데 이번주에는 모처럼 만나

자기들끼리 더욱 영어만 쓰면서 신나게 놀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가 아끼는 공주 스티커도 주

고 다 나눠준 우리 딸 입장에서 점차 화가 나서 다 못 만지게 하게 된 것입니다.

 

딸의 입장도 이해하고, 그래도 친구 없이 혼자 놀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눠쓰는 법도 배우고 해

야하니 모임에도 가야할 것 같고, 잘 다독이지 못하고 광분한 제 자신도 너무 싫고, 무슨 영화를 보

자고 여기 와서 이렇게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고 -다 소싯적 제 판단 착오로 인한 업보이니 제가 무

슨 말을 하겠습니까!- 너무 우울한 하루입니다.

 

부모노릇은 너무 힘듭니다. 특히 성격 급하고 더러운 저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더!!!

 

여기 올 때 애들 영어 배워오겠다고 부러워한 사람들에게 제가 말했습니다. 한국서 영어 배우는게

미국서 애들이 국어, 수학배우는 것 보다 쉽다고. 영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이 6살 애에

게 이렇게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면서 배우게 할만큼 중요한 것인가요? 물론 저희는

애 영어 배우게 하려고 온 게 아니니 때려치고 갈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한국 가야하고, 한

국 학교 보내야하니까 저는 나중에 애들 국어 수학도 가르쳐야 합니다. 안그래도 지금 유치원에 겨

우 주 3일  하루 3시간 가는 것도 매일 울면서 가는 제 딸이, 한국서 한국 유치원 다니고싶다는 제

딸이 언제 한국 친구들과 영어로 말하며 노는 것을 받아들이게 될까요? 

 

저는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 오늘은 한국이 더욱 그리워지네요. 신랑도 좋아서 온 게 아닌, 먹고 살

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하고 온 이 곳, 모두가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이 곳, 다른 사람들은 어

떻게 저와 달리 이 곳에 잘(?) 적응하고 살아갈까요?

저는 여러분이 있는 그 곳이 너무 그립습니다. 하루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여우 2007-07-0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의 우울한 영어 소식을 들으니 또 이넘의 나라 영어광풍이
거기까지 가서도 부모들과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미는군요.
근데 그 나라가서 그 땅의 언어를 사용하는 일이니 또 뭐라 말씀을 드릴까요.
어린 딸내미도 딸내미지만 님께서 먼저 적응을 잘 하셔야 할텐데 참 난감합니다.
쉬운 말로 힘내세요! 하는 말씀은 드리지 않을래요.
살다보니까-이 과정이 딱히 쉽지 않죠-살아지더라는 그런 말 있잖아요.
힘드시겠지만 맛난 빵 덩어리 하나 구우셔서 가족들끼리 웃는 식탁을 기원해봅니다.

미즈행복 2007-07-08 13:30   좋아요 0 | URL
님의 따뜻한 글이 제 원기를 회복시켜주네요.
다들 그러죠. 애들은 영어 금방 배운다고...
어른도 스트레스가 많은데 그 어린애들은 오죽할까요?
근데 제 성격이 뭣같아서 따뜻한 위로가 나가는 대신 항상 짜증과 화가 먼저 나서 소리지르고 윽박지르로 뒤돌아서 매일 후회를 하네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훈련받아야 할 덕목같아요.
근데 애들 노는 것을 부모가 강제할 수는 없지만, 한글을 사용하게 해야하는 것 아녜요?
어차피 영어는 유치원이나 학교가면 매일 쓰는 건데, 한국 친구 만나는 모임인데...
한 모녀는 자기들끼리도 영어로 말하니 제가 할 말은 없지만...
저는 영어를 못해 반미라서 그런 친미주의자들과 놀아야 하는것도 짜증입니다.

비로그인 2007-07-09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마실 다니시다 보면 미즈행복님처럼 좋은 부모되기에 고심하시는
많은 좋은 엄마들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또한 책도 많이 읽고, 재주도 많으신 분들이라
전 언제쯤 서재에 계신 엄마들처럼 수퍼우먼이 될 수 있을까 생각도 합니다.
미즈행복님이 계신 알라딘서재는
그래서 참 좋은 서재라는거 ^^(광고쟁이 같네요 ㅋㅋ)

미즈행복 2007-07-09 22:51   좋아요 0 | URL
저는 좋은 엄마는 못되어요. 변명이 아니라 진짜로 성격이 너무 급해서.
그래서 항상 저지른 뒤에 후회를 하지요.
아마 제 아이들이 상처를 많이 받을거예요.
부모, 자식관계를 떠나 한 인격으로 존중해야 하는데 말예요.
그래도 님들이 계셔서 정말 좋네요.
마태우스님 서재 소개글처럼 님들이 계셔서 외로움이 덜어져요.
이 따스한 온라인 공간이 제게 너무나 소중하네요.
체셔님의 서재가 제 놀이터인건 아시죠?
 

음, 이게 왠 재수 없는 일이랍니까?

어제 다운타운에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저희 차선 앞에서 한 차량이 좌회전 차선으로 비스듬히 끼

어들기를 해서 저희는 직진하지 못하고 정차에 가까운 서행중이었는데, 갑자기 느껴지는 쿵하는

소리와 충격! 바로 뒷차가 저희차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으이크!!!

민소매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백인 남자가 내리더니 뭐라고 하더군요. 경찰은 아니고 교통통제

하던 사람이 좌회전해서 차 빼서 얘기하라고 해서 차를 일단 뺀 뒤 사고낸 그의 변명같은 소리를

듣고, 그의 연락처와 보험회사 등 필요한 사항을 적었습니다. 아주 기분 잡쳤습니다. 남들은 미국

서 십몇년씩 살아도 아무 일 없는데 고작 미국 온 지 석달만에 교통사고라니!!!

애들은 카시트에서 자고 있다가 부딪혔을 때의 충격으로 잠시 눈 뜨더니 다시 잠들어버렸습니다.

아는 사람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응급상황은 아니니 보험사에 전화는 월요일에 하라고 해서 -어제

는 일요일이었습니다- 다른 할 일도 없고 예정대로 그냥 다운타운에 가서 그릇을 사고 좀 돌아다

녔습니다. 사고낸 사람이 보험사로 처리하든지, 직접 하든지 맘대로 하라고 했을때 보험사를 통해

서 하겠다고 말하고, 애들이 어떤지 병원에 가볼 수도 있다고 하니 갑자기 놀라고 겁먹은 표정을

하며 자기는 천천히 달렸는데 어쩌구 저쩌구 했습니다. 근데 사실 한국에서도 한번 빙판에 미끄러

져 논두렁에 차가 뒤집어지며 굴렀을 때도 병원에 가니 아무 이상은 없다고 했었거든요. 근데 병원

다니기 힘든 미국에서 만사가 귀찮아서 크게 아픈데도 없고, 애들도 깨서 잘 노는 것 같아 그냥 병

원은 안가기로 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바로 그냥이라도 한번 가봤을텐데요. -여긴 그냥 바로 갈

수 있는데는 비싼 응급실밖에 없잖아요. 예약도 귀찮고 어느과로 가야할 지도 모르겠고 해서-

오늘 보험사에 연락하니 차는 수요일에 수리 맡기라고 하고 -비싼 차는 아니지만 그래도 산 지 4달

밖에 안된 새 차인데!!!- 그동안 렌트는 알아서 우리 돈으로 우선 하고 나중에 영수증 보내면 그 쪽

보험사 통해 받아다 준답니다. 근데 한 6개월 걸린다는군요. 허걱!!!  뭐 이렇게 느려터진 일처리가

다 있어? 야 한국같았어봐라. 당장 다 해결되지!!!

오늘이 되니 뒷목이 당기는 것 같은게 영 찜찜하네요. 안그래도 저는 목이 좀 안 좋은데 말예요.

아유, 짜증나.

한국이라고 교통사고 안나는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짜증나요. 안그래도 미국 싫어하는데 더 싫어졌

어요. 아. 한국 가고파.

-신랑 친구는 여기 시카고가 서울보다 운전하기 더 힘들다고 하네요. 사람마다 느끼는 개인차는

다르겠지만 말예요. 누구는 더 편하다고도 하니까요. 하지만 대도시라서인지 시골같지는 않답니

다. 고속도로는 정말 빨리 달려서 특히 밤에는 차선 바꿔서 빠져나가기도 힘들다고 하네요. 신랑

친구는 그래서 빠져나가야 하는데서 지나쳤다고 해요. 깜박이 켜도 양보도 안해주고 빨리 달려서

요. 다운타운도 여유있게 양보해주는 차량은 없어요. 빨리빨리 가지 않으면 경적 울리고 난리예요.

대도시는 어느 곳이나 다 비슷한가봐요. 특별히 서울사람들만 성격급하게 운전하는게 아니라요.-

찌그러진 차의 사진을 올리지 못하는게 좀 아쉽네요. 전에 한번 언급했듯이 디카는 있는데 연결하

는 케이블이 없어서요. 우리 아들은 차가 찌그러진게 신기한지, 자고 일어나서 찌그러진 차의 후미

를 보며 연신 우리차가 찌그러졌어를 연발하고 있습니다. 근데 차사고가 나서 우리차가 찌그러졌

다고 하니 우리 아들의 첫 반응이 뭔지 아세요? 바로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어?' 였답니다. 우리는

속이 터지는데 우리 아들은 그 사람이 미안하다고 했는지가 궁금했나봅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찌그러진 차 얘기를 하네요. 근데 저는 왜 미안하다는 말로만으로는 기

분이 좋아지지 않는 것일까요?


댓글(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6-2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보통 미국에 간 사람들은 미국예찬론자가 되던데 행복님은 점점 애국자가 되가시는군요. 운전은 어디서나 조심하셔야 할 거예요 우리나라나 남의 나라나...:)
큰 사고 아니었기에 다행입니다.
미안하다가 얼마만큼의 진심과 사죄의 뉘앙스를 담았느냐가 중요하긴 한데
그래도 마음푸시는 게 여러모로 좋을 거 같아요
오겡끼데스까~~~ ^^

미즈행복 2007-06-28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원래 미국을 안 좋아했고, 미국 오는 것도 너무 싫어해서 애 아빠가 먼저 미국가고 저희 가족은 6개월 늦게 온거예요.
여기 몇 아는 한국인이 미국 예찬론자가 된 것은 오로지 시댁가기 싫어서더라고요. 여기 있음 가끔만 봐도 되는데 한국 가면 자주 본다고 말예요.
글쎄, 그것 외에 미국이 특별히 뭐 더 좋은게 있나요? 영어도 못하면서?
전에도 썼듯이 아줌마들 놀기에는 한국이 천국인데요?
전혀 모르겠네요. 아, 미국이 좋은 이유? 전에 치과의사는 교육을 꼽았죠.
여기서는 못하는 애도 잘 이끌어준다고. 근데 아직 제 애들이 학교교육 받을만큼
나이를 먹지 않아서 그건 실감이 안나네요.
체셔님도 항상 건강 조심~

또리 2007-06-2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일이 있었구나..
휴우,, 그만하니 천만다행이다..
조심, 또 조심하기를 바래..

찌그러진 차를 보고 신기해하는
지현이와 우준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준아,, 이리와봐... 차가 이상해"
"어,, 진짜네.. 찌그러졌어...
엄마가 이렇게 만든거야? 예전이 더 이뻐.. 다시 바꿔" ㅋㅋ

블로그 하나 소개해줄게...
정신 없어 들어가 볼 시간도 없을지 모르지만
글의 느낌이나 분위기가 너무 좋아...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나오지만
지치고 힘들때 들어가서 많은 힘을받고와..

http://biglips.pe.kr/marvin

건강히 잘 지내기를!!

부리 2007-07-02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그런 일이 있으셨는데 제가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차도 아깝지만 무엇보다 그 가늘고 긴 목이... 저도 무지 속상합니다. 느려터진 일처리 하며 잘못한 남자가 그다지 반성하는 것 같지도 않아서요..... 진심을 담은 사과, 아드님도 그걸 지적한 게 아닐까요??

미즈행복 2007-07-03 22:04   좋아요 0 | URL
걱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으니 저희는 다행인 경우였어요.
뒷차가 무리하게 끼어들다가 박아서 중앙선을 넘어가 차를 폐차시킨 경우도 있고,
보험 안 든 차에 추돌사고 당해서 한 푼 보상도 못 받고 자기 돈으로 수리하거나
그냥 다니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보험 안 든 차와 사고나면 경찰에 연락해 그 사람을 형사처벌 하는 수 밖에 다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없다는군요. 원래 돈이 없는 사람이니 보험에 안 들었고,
그래서 자기 돈으로 물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군요.
제가 아는 사람은 그래서 그냥 가라고 봐줬대요. 그 사람 감옥에 집어넣어서 뭐하겠냐며-
좋은 나날 보내세요!

마태우스 2007-07-02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도 몰랐어요 님이 손가락 하나라도 다치면 제가 너무 슬픈데...흑. 앞으로 님한테 관심을 아주 많이 가질께요.... 어여 회복하시고 차도 더 멋지게 고치시길

미즈행복 2007-07-03 22:00   좋아요 0 | URL
어머나!
주말을 맞이해 좀 놀러다니느라 서재에 못 왔었는데 반가운 마태님의 댓글이!!!
마태님, 제가 방명록에 남긴 글은 보셨나요?
마태님의 글을 보니 원기왕성, 생기발랄해지는 것 같아요.
역시 마태님은 정말 저의 스타이십니다.
반가와요!!!
저야 잘 있죠. 다친게 없으니 회복될 것도 없고요.
다시 힘내서 김치담그고 별 짓 다 하고 있어요.

마태우스 2007-07-06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명록 봤지요. 그런데...그 고운 섬섬옥수로 김치 담그고 있다니 더 마음이 아파요. 제가 맛있는 종가집 김치 보내드리고파요. 흑흑

미즈행복 2007-07-08 10:44   좋아요 0 | URL
마태님의 관심 너무 감사해요!!!
근데 여기서도 종가집 김치는 팔아요.
다만 제 입맛에는 풀무원보다 못한데, 풀무원은 항상 갈때마다 있는게 아니더라고요.
어떤 날은 있고, 어떤 날은 없고 해서 없으면 어쩔 수 없이 MSG가 들어간 현지 제조
김치를 먹어야해서 담가본 것이거든요.
지금까지 2번 담갔는데 다 실패!
처음은 너무 짜게 절여져서, 두번째는 덜 절여져서.
아~ 어려운 김치달인의 길이여~
 

지난주 제과에 입문하여 너무 의욕적으로 머핀과 쿠키와 마들렌과 브라우니를 만들다보니 드디어

몸살이 났습니다. 의욕이 넘쳐 우리 가족이 먹을것만 만드는게 아니라 이사가는 신랑 친구 집에도

머핀과 마들렌을 만들어다 주고, 같은 아파트 윗층에 사는 아는 한국인 집에도 브라우니 만들어다

주고, 심지어는 친하지도 않은 아파트 세탁소의 한국인 아줌마한테도 머핀과 브라우니를 만들어

갖다주다보니 주말에 냉방이 지나치게 잘 된 마켓 다녀온 후로는 영 열이 나고 온 몸이 쑤시는게

만 이틀을 꼬박 드러누워있었습니다. 그 동안 저희 가족은 라면과 와플로 식사를 연명했지요.

오늘, 몸이 좀 나은듯해서 지난 주말에 김치를 담아볼까 해서 한국 마트에 가서 사온 -아파서 냉장

고 안에 쑤셔박혀있던- 배추와 무와 기타 재료를 가지고 한국서 가져온 '나물이' 의 요리책에 나온

통배추 절이는 방법과 포기김치 담그는 법을 경전삼아 거기 나온 대로 김치를 담았습니다. 이놈의

급한 성격은 아파도 여전해서 오뉴월 염천에 내복껴입고 겨울용 머플러까지 목에 감고는 김치를

담았지요. 지난주의 제과의 성적은 나름대로 우수해 먹을만한 맛이 났는데, 김치는 오늘 담가놓은

것이라 익어봐야 맛을 알 수 있어서 잘 모르겠네요. 근데 솔직히 맛이 없을것 같아요. 처음이기도

하고, 또 고추가루가 너무 매워 나물이의 레시피보다 고추가루는 적게, 설탕은 많이 넣었더니 색깔

이 영 허연게 먹음직스러워 보이지가 않네요. 그리고 배추는 나물이가 6시간을 절이래서 물론 중

간에 상태를 보긴 했지만 잘 모르겠어서 그대로 6시간을 절였더니 좀 짜게 절여졌거든요.

어쨌건, 맛은 차치하고 처음으로 혼자 힘으로 김치를 담가보니 이젠 제가 정말 아줌마가 된 것 같

다는 생각이 확 듭니다. 결혼한 여자를 아줌마라고 부른다면 저는 7년전에 아줌마가 되었지요. 근

데 자기 나이 먹는 것은 잘 모른다고, 저는 아직도 제가 어린애같기만 하거든요. 뭐든지 척척 하는

아줌마의 이미지와,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덤벙대고 희생과 봉사와는 거리가 먼 제 이

미지가 잘 겹쳐지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고요. 어쨌건 맛은 없겠지만 자신감은 생겼습니다. 이렇게

한달에 한번씩 담다보면 한 2~3년 하면 저도 계량하지 않고도 눈으로만 슬쩍 봐도, 손가락으로 살

짝 찍어먹어만 봐도 대충 다 아는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요? -너무 과하고 헛된 욕심인가요?-

어쨌건 제 자신의 변신에 저도 무척이나 놀라고 있는 이즈음입니다. 고생을 해봐야 철들고 인간된

다더니, 한국에서라면 얻어다 먹고 사먹었을 제가 매일 앉아서 머핀굽고 김치 담그고 하다니요. 물

론 사 먹을 곳도 마땅찮고, 같이 놀 친구도 없고, 갈 곳도 없어서 하고 있긴 하지만요. 이러다가 귀

국할 때는 저는 살림의 대가가 되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예 장도 담가먹을지도 모르지요. 그럼 그

때는 갈 곳도 많고, 만나서 수다 떨 친구가 많아도 살림에 전념하고 있을까요? 그건 모르겠네요.

제 다음 목표는 제빵입니다. 제과와 제빵의 차이는 발효가 없고 있고의 차이래요. 제과는 발효가

없는것, 제빵은 발효가 있는 것이라네요. 케잌은 발효과정이 없으므로 빵같아 보여도 제과랍니다.

물론 딸아이가 노래하는 생크림케잌도 만들어봐야겠지만 궁극적으로 최종목표는 제빵을 집에서

하는 것이예요. 단팥빵과 기타 등등요! -너무 좋아하는 찹쌀도너츠도요!!! 그런건 여기선 절대 먹

을 수 없으니까요. 참, 생크림케잌은 동네에선 안팔지만 차타고 40분쯤 가면 있는 유기농매장

Whole food에는 있더군요-

아~ 저의 변신이 물론 생활인의 입장에서야 바람직하지만, 그 동기가 갈 곳 없고, 만날 사람 없어

서라는 것은 좀 슬프군요. 이제는 이사간 신랑 친구 부인이 말하기를 겨울엔 해가 3시 좀 넘으면

진다는군요. 그럼 정말 밖에 잘 못 나가니까 -지금은 해가 길어서 8시에 져요. 여긴 해지면 밖에 나

가는게 위험한 동네예요. 총기사고도 많고. 일주일에 겨우 한두번 뉴스보면 항상 총맞아 죽은 사람

들 얘기가 나오곤하죠. 식당에서, 차고에서, 심지어는 버스안에서- 혼자 놀 거리를 만들래요.

아, 올 겨울이 지나면 저는 아마 제빵에도 성공해있을지도 몰라요. 우울한 소식~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여우 2007-06-2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치는 몇 번 더 해보심 요령을 알게 됩니다.
다른것도 마찬가지처럼요. 근데 통김치에 설탕을???
에이참, 김치 하면 저에게 미리 물어보심 알량한 깜냥을 좀 알려드릴 수 있는데요.
김장도 손수 담아먹고 삽니다 에헴~ㅎㅎ

단팥빵에, 찹쌀 도너츠를 님이 만들어주신 거라면 달려가서 먹고 싶어요.
위험한 세상에 단 냄새를 풍겨줄 미즈행복님의 창가에 굽신거리며^^

미즈행복 2007-06-21 0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런줄 몰랐지요~
근데 통김치에 설탕을 넣지 않나요? 나물이의 레시피에는 설탕을 넣으라고 되어있던데요?
파란여우님만의 비법을 알려주세요.
김치를 한번만 담가먹고 사나요,뭐? 이제 한달단위로 담아야 할 텐데요.
-한번에 많이 못담그니 자주 조금씩 담아야지요. 딤채도 없고-
다음번엔 파란여우님의 비법으로 더욱 맛난 김치를 담고파요.

비로그인 2007-06-2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빵에 성공하는 게 왜 우울한 소식일까요? ^^
김치 열심히 담그시다가 홍진경 "더김치" 처럼 김치공장 사장님으로 대박이 날수도 ㅎㅎ

재미나는 한국드라마도 빌려다 보시고 알라딘 열심히 하세요 행복님 :)

미즈행복 2007-06-24 23:49   좋아요 0 | URL
그게요, 위에서 말한것처럼 할 일이 별로 없고,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갈 곳도
없어서 심심해서 집에서 열심히 제빵이나 하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자조적인 한탄이라서
그래요. 체셔님처럼 바쁘고 인기있고 불러주는 곳이 많지 않아서요. 흑흑...

또리 2007-06-21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점에 잘 도착... 땡스!^^*
 

아는 몇 안되는 한국사람 집에 놀러갔는데 그들은 다 빵을 집에서 직접 만들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 집에서는 치즈케잌을 얻어먹었고 다른 사람 집에서는 케잌시트 -케잌의 기본이 되는 폭신한 빵.

여기에 생크림 등으로 데코레이션하면 멋진 케잌이 된다- 를 얻어먹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초코머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놀라워하는 내게 사람들이 말하길 여기는 빵이 주식이라 모든 집에서 다 빵을 굽는다

는 것입니다. 마들렌, 쿠키 등 모든 것을 대체로 만들어 먹고 있고 재료도 동네 슈퍼에서도 다 팔고 있고,

또 쉽다네요. 한국에서라면 그 무슨 귀찮은 일을! 하며 일소했을텐데, 여기서는 솔깃할 수 밖에 없었요. 그

이유인즉슨 우선, 동네에서 소문난 빵집 두군데를 갔는데 그 종류의 빈약함이라니! 여기는 빵 안에 소가

들어간 빵은 없답니다. 종류가 패스트리나 크로와상, 바게뜨,  마들렌, 쿠키정도 밖에 없어요. 슈퍼에 가면

맛없어보이는 식빵과 설탕범벅이 된 도너츠 정도가 더 있긴 합니다. 케잌도 있는데 한국에서의 그런 케잌

이 아니고 타르트와 버터크림케잌밖에 없어요. 여긴 생크림케잌은 없어요.-누군가는 생크림은 아마 일본

인의 작품같다는군요. 최소한 미국의 작품은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빵이나 쿠키들마저도 너무 달거

나 딱딱하거나 해서 도저히 맛있는 한국 빵에 길들여진 내 입맛을 자극하기엔 역부족이랍니다. 그러던차

에 얻어 먹은 빵들은 한국 제과점과는 비교할 수 없을지 몰라도 이 곳, 미국의 빵집들보다는 훨씬 나았습

니다.

주위 사람들의 격려(?)에 힘입어 빵틀과 쿠키팬을 사고, 밀가루와 전분등 각종 재료를 사서 드디어 오늘!

신랑 친구 부인을 초빙해 와서 케잌 시트 만들기를 배웠습니다. 레시피 대로 하면 된다고 하나, 그래도 거

품을 얼마만큼 내야 하는지 등 직접 보는게 아무래도 나을 것 같아 이사를 며칠 안 남기고 있어 바쁜 그

녀를 모셨지요. 그리고 완성된 케잌시트!!! 색깔도 예뻤고 맛도 나름대로 괜찮았답니다. 이제 성공!!!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던가요? 여기서 몇 년씩 산 다른 사람들도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제빵기 -케잌이나

쿠키, 머피, 마들렌 등은 다 오븐으로 합니다- 까지 사서 내친김에 식빵까지 만들고 있으니 -이건 지금 제

조중이라 아직 성공여부를 모릅니다. 자그마치 4시간이나 걸린다고 레시피에 써 있는데 의심은 좀 가나

기다려보는 수 밖에- 이제 우리집은 당분간 넘쳐나는 빵들에 파묻혀 살아야 할 지 몰라요. 쿠키틀에 마들

렌틀까지 샀으니 말예요. 아, 급한 제 성격은 정말이지 하나 성공하고 또 사는게 아니라 해보기도 전에 다

왕창 사고 말았어요.

근데 혹시 아세요? 저희집에서 빵 좋아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는 사실을요. 케잌시트도 제가 다 먹었고,

아마 식빵도 그러할걸요? 이쯤 되면 음모론이 나올만도 하겠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이제 곧 유치원에 가

게 될 딸의 점심 도시락을 샌드위치로 싸주려면 식빵을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충심의 발로임을 엄숙히 공

언하는 바입니다. -이 동네는 점심 도시락을 싸가야 하더군요. 다른 미국 동네 사정은 모르지만요-

한국에 다시 가면 열심히 빵을 집에서 구울까요? 아님 다시 맛있고 푹신한 제과점의 솜씨에 감탄하며 모

든 기구들을 오븐속에 쑤셔넣은 채 맛난 제과점 순례에 바쁠까요? 여하튼 여기서는 열심히 만들어 먹을

생각입니다. 혹시 아나요? 제 솜씨가 좋아지면 우리 가족이 빵을 좋아하게 될른지요. 나중에 여러분들에

게도 만들어 선물 드릴께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6-0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들도 미국에 가더니 홈베이킹에 모두들 열심을 내더라구요.
여건이 허락이 되어져서 그런가...^^
여튼 솜씨 기대가 됩니다 :)
나중에 사진도 올려주세요~

파란여우 2007-06-0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어느 신문사기자도(유명 알라디너) 미국에가서 1년동안 있으면서
홈베이킹과 김치 담그는 법까지 배우고 옵디다. 미즈행복님의 달콤한 빵 굽는 냄새가
자꾸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합니다.-빵 무지 좋아하는 빵빵여우-

2007-06-08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06-08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컴맹인 제가 디카를 가져오면서 컴퓨터에 연결하는 케이블은 놓고 왔지 뭡니까.
조만간 배송받으니 그 때 올리지요.
식빵은 제빵기를 이용해 만들었는데, 정말 밀가루와 물, 설탕 소금 버터 이스트 등 재료만 넣고 버튼만 누르니 저절로 되네요. 놀라워요. 제과점 수준은 아니지만 최소한 미국 슈퍼것 보다는 맛이 낫다고 자부합니다. -제 공이 아니라 기계공이지만-
마들렌과 머핀에 성공하면 사진 올리지요.

여우님!
맞아요. 저도 한국에서는 김치를 제가 담글 필요가 없었는데, 이 곳에 오니 물론 풀무원 김치가 있긴 하지만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한국에서는 풀무원 김치를 가끔 사먹게 되면 너무 맛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집 김치가 그것보단 훨씬 나았거든요- 근데 여기서 먹으니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래서 재료를 사서 만들어볼까도 진지하게 생각중이예요. 신랑 친구 부인은 배추김치뿐 아니라 부추, 오이, 파김치도 다 만들어 먹더라고요.
여우님도 배워보시는건 어떠신지요? 제가 직접 해드리고 싶지만 시일을 기약할 수 없어서요. -참, 내년 여름에 두어달 잠시 귀국하는데 그 때 드릴 수 있어요!!!- 근데 저도 해보기 전엔 몰랐는데 해보니 의외로 쉽더라고요.
모양이야 별로 없지만. 그리고 김영모 명장의 수준에 도달하기는 힘들지만요.
그래도 먹을만은 해요. 대신 찌는 살은 감당 못하지요.

속삭님!
항상 저를 많이 생각해주시는 님의 정성에 눈물이 나올뿐!!!
제가 내년에 가서 제 솜씨를 보여드리지요.
 

아마 다들 잘은 모르셔도 미국이 의료비가 비싸다는 사실은 귀동냥으로라도 알고 계실 겁니다.

 

드디어!!!

제가 오늘 딸아이의 충치때문에 치과를 다녀왔습니다.

저희는 애 아빠랑 애들은 비싼 보험에 들어있습니다. 애들이 아프면 좀 그렇잖아요. 근데 애들만 그런 정

식 보험에 들 수는 없어서 아빠랑 애들은 미국 보험에 들어있고, 저는 한국에서 싼 AIG 여행자 보험을 들

고 왔습니다. 보험료요? 애들아빠와 애 두명의 1년 보험료가 500만원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여

행자 보험은 50만원정도고요.  주위사람들 말을 들으니 그렇게 하고도 보통 병원 한번 가면 80불은 기본

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8만원 정도 되겠지요? -자비부담액- 신랑 친구네는 아기가 아파서 응급실을 4번

갔었다고 합니다. 응급실 비용요? 5000불을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험에서 80% 내주고 20%는 자기

부담이라니 실제 내는 돈은 100만원이 넘는 것이지요. 잘해주냐고요? 3~4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해주는 것도 별로 없답니다. 4번 다 입원할 정도가 아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요.

 

아는 엄마 하나는 치과에 체크업하러 갔는데 25불을 받더랍니다. -미국치과- 다음에 다른 병원 갔더니 체

크업해주고 불소도포 해주고 160불을 받더랍니다. 그래서 저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치과를 갔지요. 한국

에서 작년 가을에 딸의 앞이빨 2개가 썩어서 12만원을 주고 내진으로 치료를 했습니다. 그런데 4달만에

떨어져서 그 다음엔 공짜로 다시 치료를 하고 미국에 온 것이지요. 근데 그것이 엊그제 2달만에 또 떨어

진 것입니다. 별 수 없이 이 곳의 한인 치과를 물색하고 소개받은 곳에 전화했더니 오늘 오후 3시가 비어

있고 그 다음엔 3주를 기다려야 한다기에 오늘 바쁜 신랑을 데리고 겨우 갔지요. 의사분은 미국에 오신지

30년이 되신 한국분이십니다. 원래 건축 전공하고 건축으로 유학온 것인데 여기서 다시 치과대학을 들어

가셨다고 하네요. 다시 썩은 이 2개를 내진으로 치료하고 가격을 물었더니 의외로(?) 120불을 내라고 하

시네요. 단 카드 안 받으시고 현금으로만!!!

 

아마도 제 생각엔 여긴 치과보험도 따로 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 분은 보험 상관없이 -보험에 들었다고

내가 20% 내고 보험회사에서 80% 내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현금으로 받고 대신 좀 싸게 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탈루야 있겠지만 저야 자세한 미국 사정은 모르니 여하간 우선 치료받는 가격이 듣던 것보

다 싸다는 사실에 만족했지요. -그리고 돈 없는 한인들 편의를 봐주시는 차원도 있겠지요. 제 입장으로서

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분이야 많이 받고 세금 떼고 보험사랑 정산하고 하는 것과, 그냥 우리에게 좀

싸게 받고 세금 덜내고 하는 것 중 뭐가 이득인지는 모르겠지만- 신랑 말로는 다운타운에 소아과도 보험

적용 안해주고 그냥 현금으로만 받는 한국 소아과가 있다고 하는데, 신랑도 남한테 들은 얘기라서 자세한

내용은 -위치나 이름- 잘 모른답니다. 근데 보험료 정말 장난 아니지 않습니까? 신랑 선배 부인은 이제 영

어도 잘하고 해서 여기서 살기를 더 희망한다고 하는데 병원 갈 때는 정말 한국가고 싶다고 합니다. 저도

시내에 있다는 그 보험과 상관없다는 병원을 찾아서 애들도 다 여행자 보험으로 바꿔버리고 그냥 거기를

다닐까 싶습니다. 저희 애들은 여태까지로 봐서는 병원에 거의 안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리고 보험료가

정말 너무 살인적이잖아요. 근데 신랑은 만약 응급실에 가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그 여행자 보험은 아마

응급실은 커버가 안 될 것 같다고, 그럼 어떻게 하냐고 합니다. 알아봐야겠지만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응

급실에 갈 경우를 대비해 그 비싼 보험료를 다 내며 있어야 하나요? 저야 크게 아프면 한국 가지 뭐 하는

마음으로 여행자 보험을 들고 왔습니다만. 근데 애들은 응급실에 갈 경우도 생기고 하니까...

 

보험료를 생각하니 다시 머리가 지끈거리며 미국이 싫어지네요. 보험료 얘기는 않고 치료 받으면서 미국

이 뭐갸 좋은지 온 지 두달밖에 안되어서 잘 모르겠다고 말하니, 의사분은 교육 문제를 꼽더군요. 한국은

잘하는 아이만 끌고 가는데 여기는 못하는 애도 나름대로의 재능을 다 살려준다고요. 잘 하는 사람은 더

욱 잘하게 이끌어주고, 못하는 사람은 나름대로 잘 하는 분야를 캐치해서 다 이끌어준다고 하네요. 그리

고 여기는 점점 갈수록 공부를 많이 하게 하는데 한국은 안 그렇지 않냐고 하시면서요. 환자로 온, 미국

온지 20년 되었다는 한국 아저씨는 여기는 일 한만큼은 다 보상받고 살 수 있다고 하네요. 인건비가 워낙

비싸서 비싼 월세를 다 커버할 수 있다고요. 한국에서 노동해서 4000만원을 벌 수 있냐고요, 아무리 열심

히 해도 안되지만 여기서는 몸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벌 수 있다고요. 하지만 특별한 전문기술이 없으면

다 소위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다고는 하십니다. 온 지 처음엔 해마다 한국에 갔지만 3년이 지나니 한국

에 가면 오히려 더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시네요. 같은 한국말 하는데도 대화도 안 통한다고, 이제는 한국

전혀 가고 싶지 않다고, 한국 음식 보면 좀 먹고 싶다고 하시네요.

모르겠네요. 저는 권위순종형 인간이라 무조건 복종하면서 지내서 별로 좋지는 않았어도 큰 불만도 없이

한국의 교육체제에 잘 적응했거든요.

 

여하튼 첫 병원 나들이는 제 걱정과는 달리 큰 돈 깨지지 않고 무사히 넘어갔답니다. 다행이지요? 제발

아이들이 잘 안 아프기만을 기도하면서 보내야겠어요.

 

사족)

오프라쇼가 영어를 배우는데 좋다고 누군가 추천해서 가끔 생각나면 보는데 -물론 어렵죠. 뭐라는지 잘

모르죠. 대충 분위기보고 알거나 그나마도 뭔 소리야 하면서 다 몰라도 넘어가고 있어요- 며칠전엔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가출한 주부가 나오더군요. 오프라 옆에서 같이 상담(?) 해주던 박사의 말로는 미국내

17%의 가정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한다면서 응급전화번호를 자막으로 보여주내요. 여기가 뭐 좋은 곳인

줄 아십니까? 항상 주장하는대로 사람 사는데는 어디나 다 똑같겠지요. 근데 영어가 짧아서 잘 모르겠는

데, 한국같으면 얼굴 가리고 나오지 않습니까? 근데 여기서는 얼굴 다 공개하면서 나와서 대화하네요.  -

하긴 맞고 산게 크게 창피한 것은 아니지요. 자기 잘못이 아니니까-  그리고 더 이해가 안가는 것은 그 폭

력 남편이었다는 남자의 사진이 마치 지명수배범 사진처럼 아주 크게 그들이 녹화하는 곳에 커다랗게 붙

여있고, 시청자들에게도 크게 자주 보여준다는 점이예요. 한국은 안그러잖아요. 가정폭력으로 지명수배범

이 되었나? 왜 사진을 보여주지? 그래도 되나? 음, 영어가 짧아서...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또리 2007-05-2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음이라]
- 조선 정조시대의 문인 유한준
[보게되면 들려지고 들려지면 말하나니 그때 말하는 것은 전과 같지 않음이라]
- ㅋㅋ

2007-05-29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05-30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글쎄, 제가 보기엔 의료비가 우리나라가 싸긴 하지만 사람들이 의료비 올리려면 다 반대하는 이유는 지금도 의사들은 잘 먹고 잘 사는데 더이상 뭘 올려서 더 잘먹고 잘살려고 하느냐 하는 반감때문 아닐까요?
그리고 이곳이 의료비가 비싸지만 한국의 10배 비싸다면 버는 돈도 10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세금이 훨씬 많은지 뭔지 알 수 없지요. 의사는 자기 얘기 안할거고, 의사가 아닌 사람은 의사들의 수입에 대해 모를테니까요.
여기 있는 한국 사람들은 이 비싼 의료비에 치를 떨며 미국은 의료비때문에 망할거라고 악담 아닌 악담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해서 쌍둥이 낳고 미국 온 사람이 말하는데, 한국은 시험관 아기 한 번 시술에 200~300만원이래요. 근데 미국은 한 번 시술에 2000만원이 넘게 든다네요. 근데 그게 한 번 한다고 되는게 아니잖아요?
글쎄, 여하튼 너무 비싼 의료비인 것은 사실입니다. 솔직히 유럽은 의사가 돈 많이 못 번다면서요. -그래서 의대 안가려고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긴 하지만. 어렵고 힘든 일이니 돈을 많이 벌어야겠죠. 하지만 그 액수가 사회 성원 대다수와 너무 많은 차이가 나니 질시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닐까요? 잘 모르겠어요.
제 이는 여기 오기 직전에 다 한 번 손보고 왔습니다. 내년 여름에 한국 가서 다시 개비해야지요. 근데 위에서 말한 그런 의사 선생님이라면 한국에서 하나, 여기서 하나 돈은 거의 비슷할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한국이 나을려나?
참, 제가 내년 여름에 한국 가면 제게 삼겹살은 사 주실건가요? 혼자 드시지 마세요. 살 찌십니다!!!

2007-06-08 0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7-06-08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정말이지요?
제가 머리는 별로 안좋아도 기억력은 아직 쌩쌩하답니다.
믿고 기다리지요. 헤헤헤
-벌어져서 다물지 못하는 입이 보이시나요?-
그 때 바쁘다거나 하심 안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