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가야 여행 외에는 해외에 나갈 일이 없을 것으로 알고 살아가던 제가 뜻밖에 이렇게 얼마간이라도
나와서 살게 되니 요즘에 드는 생각은 국적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조국이란 무엇일까요? 자란 곳이 조국인가요? 태어난 곳이 조국인가요? 나서 자란 곳이 조국인가요? 사
전적 정의도 모르겠거니와 사전적 정의만으로 설명하기도 힘들겠지요.
제가 이즈음 읽고 있는 김훈의 '남한산성'에는 노비로 태어나 맞기만 하다가 빠른 눈치와 언어습득능력으
로어찌해서 청나라에서 통역을 하고 있는 정명수란 사람이 나옵니다. 그에게 조국이란 개념은 없겠지요.
자기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곳이면 아무곳이나 상관없고, 그 곳을 위해 충성을 바치겠지요. 그런데 그
런 사람이 어디 환란중에만 있겠습니까? 지금은 어떻습니까?
저는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친구가 없다는 이유로 미국에 오는 것을 무척 싫어했습니다만 애들과 아빠
를 너무 오래 떨어져있게 할 수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신랑을 따라 미국에 왔습니다. 물론 우리가 여기
서 살 생각으로 온 건 절대 아니고 몇 년 있다가 다시 귀국할 것입니다만 저는 그 몇년도 너무 싫어하며
온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물론 영어를 못해도 사는데 큰 무리는 없으나 -불편하긴 하지요. 물건을 살
수는 있으나 더 이상의 대화도 진행 안되고 물어보는 말도 잘 못 알아듣고- 저는 이곳보다는 한국이 더
좋습니다. 물론 주위 사람들은 2년만 지나봐라, 여기가 더 편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는 사람이 대다수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사람 일을 장담하긴 힘드나 저는 별로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근데 제 아이
들은 어떨까요? 저야 한국에서 나고 자라고 영어도 못하니 이곳이 싫고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한국에서는 헐벗고 굶주리는데 여기서는 의식주가 안락하게 해결이 된다면요? 그래도 제가 조국 타
령을 하고 있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도 만약 여기서 오래 살게 된다면 한국이 편하겠습니까? 여기가 편
하겠죠. 그렇다면 조국이란 개념은 없어도 그만인 사개념인가요?
예나 지금이나 나라가 가난 구제는 못하고, 그렇다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곳이 자신의 조국인 것일까
요? 모국에 대한 정체성은 꼭 있어야만 하는 것인가요?
2달여가 된 일이지만 지금도 너무 뚜렷이 기억하고 있는 그 여유로운 미소! 한국에서 보낸 이삿짐을 가져
다 준 아저씨 -한국분이시죠- 가 저희 아파트에 오시더니 자기도 전에 여기서 살고 싶었는데 월세가 좀
비싸 다른 아파트에서 거주했었다고, 지금은 다른 주로 이사했다고 말씀하시며 보여준 여유있는 미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에서라면 그 아저씨가 그렇게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수가 있었을까요? -참고로
저희 아파트가 절대 비싼 좋은 아파트는 아닙니다. 그런 아파트는 다운타운에 있죠. 그리고 월세도 대체
로 200만원 다 넘고요. 저희 아파트는 다운타운에서는 차로 30여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소위 흑인동네로
학군도 나쁘다고 합니다. 잠시 있는 한인들이나 있을까 교민들은 이 곳에 절대 안 사는 그런 곳이지요. 그
리고 그런 동네에서 다른 아파트보다 조금 월세가 비쌀 뿐입니다-
제가 보기엔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초중시절정도... 교육문제가 지옥
이거나 말거나 저는 빨리 애들 끌로 제가 편안한 한국으로 돌아가렵니다. 애들은 어쩌냐고요? 그게 다 자
기 팔자지요. 그럼 애 좋자고 아빠를 돈 버는 기계인 기러기로 만든단 말입니까?
사족)
몇몇 사람들은 이 곳의 물가가 싸다는 이유로 마치 여기가 천국비슷한 곳으로라도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
건 물건 사다줄 사람이 있고, 한국에서 받을 때 얘기지 여기서 살 때도 모든게 싼 건 아닙니다. 여기 보험
료 얼마나 비쌉니까? 의료보험은 말할 것도 없고 -저희 애 아빠는 비싸거나 말거나 들어야 하고, 애들은
혹시 몰라 비싸도 보험에 들었지만 저는 싼 여행자 보험을 들고 왔습니다. 큰 병 걸리면 한국 가는게 더
싸게 먹힌다고요 -자동차보험도 무지 비쌉니다. 월세도 비싸고 -한국은 월세가 아니라 전세가 다수잖아
요.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아파트 월세비도 만만찮은데 주차비도 한달에 18만원이나 내고 있
습니다. 물론 이건 동네마다 다르긴 하지요. 아는 사람이 시카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가는데 거긴 주
차를 아무데나 해도 되어서 주차비를 안 낸다는군요. 생필품 물가도 공산품은 한국이나 똑같습니다. 야채
가 조금 싸고 비타민류나 사치품에 해당하는 수입제품들이 세금이 낮은지 한국보다 쌀 뿐입니다. 그리고
유럽산 물품은 여기서도 비쌉니다. 한국보다 싸다는 것이지. 미국제품은 한국과 비교해볼 때 많이 싼 것
같긴 하지만요. -미국제품인 폴로나 센 존은 여기가 한국보다 많이 싸지만 유럽제품인 오릴릴리나 페라가
모는 여기서도 한국보다나 조금 쌀 뿐 여전히 비싸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와서 다들 그릇을 사기에 가격
을 물어봤더니 포트메리언 접시와 머그컵 합해서 17개가 170불이더군요. 그러니 다들 그릇을 광분하며
사나봐요. 한국에서와 가격차가 많아서. 근데 레녹스와 포트메리언만 싸지 로열덜튼이나 로열 코펜하겐
은 여기서도 매우 비쌉니다. 그리로 레녹스와 포트메리언도 다 싼게 아니고 한 디자인만(레녹스 버터플라
이, 포트메리언 보태닉가든 ) 싸답니다. 그리고 그 17개 세트만 싸지 티팟이나 이런건 또 비쌉니다. 제가
싸다고 실감하는 것은 GNC제품과 -한국의 1/3값이지요- 백화점 전단을 통해 알게 된 가구와 보석값입니
다. 하지만 가구나 보석은 매일 사는게 아니잖아요? 평생 몇 번 살까 말까한 제품인데요 뭐.
어쨌건 아직 귀국까지 몇 년 남아서 그렇긴 한데 원하는 지인에게는 그릇은 나중에 귀국할 때 제 이삿짐
에 넣어서 같이 배송해 줄 생각은 있답니다. 원하시는 분 모두 말씀하세요!!! 그리고 그렇게 나중 얘기 아
니라 지금이라도 GNC류의 비타민이나 로션등은 얼마든지 배로 보내드릴테니 말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