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할로윈이었습니다. 한국에서야 '무슨 남의 나라 축제에' 하면서 시큰둥했으나 여기 있다보

니 하도 떠들석한 것이 좀 궁금해지더군요. 제가 사는 곳에서 도보로 30~40분 -차로 7~8분- 떨어

진 곳의 거리에서 해마다 할로윈 행사를 한다기에 일찍 저녁을 먹고 애들과 6시 30분쯤 나가보았

습니다. 하지만 해 진 거리는 위험해서 도보가 아니라 차로 갔지요. 주차할 자리가 없다는 얘기는

이미 들어서 멀찍한 곳에 주차하고 -축제날이니 이 날은 행사장 주위는 걸어다녀도 좀 안전하니까

요- 제대로 된 의상이 없는 아들은 짐보리에서 10불 정도에 파는 나비 날개를 하나 어깨에 걸고,

딸은 누가 준 벨의 공주 의상-미녀와 야수에 나오는-을 입고 갔습니다. 거리에는 슈퍼맨이나 해적,

호박, 마녀분장을 한 아이들과 10대들로 떠들석했고, 때로는 보호자들도 그런 의상을 입고 온 사람

도 있었습니다. 그 거리의 양쪽에 있는 가정 집들에서 해마다 할로윈에 사탕류를 준다는군요. 우리

 

아이들도 오로지 한마디 영어 'trick or treat'를 외워서는 할로윈 장식 -유령, 거미, 거미줄등-을 한

여러 집들의 문앞에 선 주인에게 가서 -사탕을 받으려는 아이들이 많아서 10명이상으로 된 긴 줄

을 서야했습니다- 그 한마디를 외치고는 사탕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이야 사탕을 받으니 좋아하지

요. 뭔지도 모르면서.

 

그러나 그렇게 한시간 동안 받은 사탕은 20개정도 였습니다. 줄을 서야했고 집집마다 하나씩만 주

었으니까요. 그 많은 애들을 줘야하는데 하나 이상 어찌 줄 수가 있겠어요? 아이들은 뭔지도 모르

지만 어쨌건 사탕과 초컬릿을 얻는다는 사실에 행복해했고 저는 외국의 축제를 구경해보니 좀 색

다르더군요. 하지만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해가 져야 한다는데 해는 6시경이면 집니다-

8시경이 되니 대부분의 가정집들의 주인들이 이제 들어가더군요. 할로윈보다는 크리스마스가 좀

더 기대되는데요? 물론 사탕을 주거나 하지는 않지만 크리스마스에는 도심에 나가면 좀 더 시끌벅

적한게 기분이 더 날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모든 가게들에서 크리스마스 용품을 팔고 있고, 준비

하고 있으니까요. 아 참, 할로윈의 유래는 잘 모르겠지만 이들은 또 이 날 'Happy Halloween'이라

고 인사를 주고 받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 쇼핑백같은데 사탕을 받아도 되냐는 제 물음에 글쎄, 그

런 애는 못봤는데 하고 누가 대답해서 저는 할로윈백 -호박모양- 을 사러 도심에 나갔습니다. 딸이

유치원에 간 새 아들과 함께 말이죠. 다 팔리고 해서 겨우 모양이 다른 2개를 사고는 애들이 싸우

지 않을까 -애들은 모양이 다르면 한가지를 가지고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법이지요- 고심하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왔는데 그냥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갖더라고요. 자그마치 3시간이나 같은 모양으

로 사러 돌아다녔는데 말예요. 허무했으나 다행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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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7-11-0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할로윈 그 분위기 직접 체험해 보고파요 'ㅁ'

미즈행복 2007-11-03 09:32   좋아요 0 | URL
저도 기대를 잔뜩 했는데 솔직히 기대보다는 좀 별로였어요. 시끌벅적한 축제분위기를 연상했는데 그렇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더 기대를 걸어보려고요.

뒹굴이 2007-11-0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진도 봤음 좋겠는데.. 아직도 디카 케이블 문제는 해결 못 한게야?? ^^;;;

미즈행복 2007-11-04 07:58   좋아요 0 | URL
케이블은 샀으나 하는 방법을 모름. 신랑이 바빠서 물어볼 여가도 없음. 음~

마태우스 2007-11-04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저한테 할로윈인데 미녀한테 사탕 안주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오늘이 무슨 화이트데이라도 되냐고 했는데.... 가면만 쓰는 게 아니라 사탕까지 줘야 하는군요 으음.

미즈행복 2007-11-05 00:57   좋아요 0 | URL
근데 솔직히 미녀분이라면 사탕보다는 초컬릿, 초컬릿보다는 스카프를 좋아할 것 같은데요? ^^
 

마종기 시인의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 중

3. 대화

아빠, 무섭지 않아?

아냐, 어두워.

인제 어디 갈 거야?

가봐야지.

아주 못 보는 건 아니지?

아니. 가끔 만날 거야.

이렇게 어두운 데서만?

아니. 밝은 데서도 볼 거다.

아빠는 아빠 나라로 갈 거야?

아무래도 그쪽이 내게는 정답지.

여기서는 재미없었어?

재미도 있었지.

근데 왜 가려구?

아무래도 쓸쓸할 것 같애.

죽어두 쓸쓸한 게 있어?

마찬가지야. 어두워.

내 집도 자동차도 없는 나라가 좋아?

아빠 나라니까.

나라야 많은데 나라가 뭐가 중요해?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돌아가셨잖아?

계시니까.

그것뿐이야?

친구도 있으니까.

지금도 아빠를 기억하는 친구 있을까?

없어도 친구가 있으니까.

기억도 못 해주는 친구는 뭐 해?

내가 사랑하니까.

사랑은 아무데서나 자랄 수 있잖아?

아무데서나 사는 건 아닌 것 같애.

아빠는 그럼 사랑을 기억하려고 시를 쓴 거야?

어두워서 불을 켜려고 썼지.

시가 불이야?

나한테는 등불이었으니까.

아빠는 그래도 어두웠잖아?

등불이 자꾸 꺼졌지.

아빠가 사랑하는 나라가 보여?

등불이 있으니까.

그래도 멀어서 안 보이는데?

등불이 있으니까.

 

-아빠, 갔다가 꼭 돌아와요. 아빠가 찾던 것은 아마 없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꼭 찾아보세요. 그래서 아빠, 더 이상 헤매지 마세요.

 

-밤새 내리던 눈이 드디어 그쳤다. 나는 다시 길을 떠난다. 오래 전 고국을 떠난 이후 쌓이고 쌓인 눈으로 발자국 하나도 식별할 수 없는 천지지만 눈사람 되어 쓰러지기 전에 일어나 길을 떠난다.

 

[시인의 용도2]

하느님, 내가 고통스럽다는 말 못 하게 하세요.

어두운 골방에 앉아 하루종일 봉투 만들고

라면으로 끼니를 잇는 노파를 아신다면.

하느님, 내가 외롭단 말 못 하게 하세요.

쉽게는 서울 남쪽 변두리를 걸어서

신흥 1동, 2동 언덕빼기 하꼬방을 보세요.

골목길 돌아서며 피 토하는 소년을 아신다면

엄마를 기다리는 영양 실조도 있었어요.

 

하느님, 내가 사랑이란 말 못 하게 하세요.

당신의 아들이 왜 죽은 줄도 모르는

먼지 쓴 신자의 회초리가 드세기도 하더니

세계의 곳곳에는 그 사랑의 신자들 가득하고

신자에게 맞아 죽은 신자들의 시신.

내 나라를 사랑해서 딴 나라를 찍고

하느님 영광을 찬송하는 소리 들어보세요.

고통도, 사랑도, 말 못하는

섭섭한 이 시대, 시인의 용도는 무엇입니까.

 

나는 확실히 예민하고 깐깐하다. 남들이 그냥 허허실실 넘길 수 있는 일에 왜 이리도 까탈스럽단 말인가? 요 며칠 웃겼던 이야기들 -

1. 얼마전 언급한 그 MBA의 부인 왈, 남편이 시카고대학 경영대에 지금부터 매년 기부를 할거라고 한다. 그럼 지금 세돌 지난 그 아들 나중에 입학이 쉬울거라고. 역시 돈이 튀는군. 매년 도대체 얼마나 기부를 한다는 걸까? 100만원 정도 내면 낯간지러워 명단에서 이름 찾기도 힘들텐데 1000만원은 내려나? 얼마를? 그 애가 학교갈 나이가 되려면 20년 정도를? 알 수 없군... 혹시 본인도 돈 내고 들어오셨나? 미국서도 돈 낼 쟁쟁한 가문이 줄을 섰을텐데 변방국인 한국서 얼마나 내면 받아줄까?

2. 여기서 알게 된 언니가 말한다. 자기 애-만 5세-와 놀고싶어하는 만 4세 아이가 있다는 말에 그 애랑 자기 애랑 같은 유치원 다니는데, 유치원 처음 가던 날 그 애 엄마가 자기 뒤에서 하는 말을 들었단다. @@와 놀면 안돼! 하는 소리를. 물론 자기는 이해한다고. 영어를 배워야 하는데 한국애들끼리 어울리는걸 좋아하겠냐고, 하지만 어쨌건 그 소리를 들은 이상 같이 놀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나는 영어 한마디도 못해 친구랑 못 노는 우리 딸이 안스러워 한국 친구 있으면 서로 의지가 되지 않겠나 싶은데 -영어야 차차 배우겠지. 듣는 소리도 다 영어인데- 남들의 애들은 다 꿋꿋한가 보다.

3. 한 다리 건너 들은 다른 MBA의 부인은 여기서 만 4세인 딸의 유치원 선생님 3명에게 -왜 3명이지? 보통 정교사 한명에 보조교사 한명, 이렇게 두명인데?- 금목걸이를 선물했단다. 그리고 어느날 유치원에 갔더니 자기 딸의 머리카락 사이와 눈꺼풀 속에 모래가 들어가 있어서 선생에게 물었더니 자기가 놀다 그랬다고 한다면서 분개했단다. 설마 스스로 그랬겠냐고, 남이 한 게 분명한데 금목걸이도 받았으면서 자기 애도 잘 안 돌봐준다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국서 선생노릇을 4년밖에 안했다. 애 낳으면서 계속 육아휴직을 했다. 육아휴직이 5년까지 된다. 여기 올 때 다시 휴직을 하라는 -배우자의 외국체류시 동반휴직이 3년씩 두번까지, 총 6년이 가능하다. 이 얘기 들은 남편의 지인들이 왜 선생하려고 하는지 알겠다며, 10년을 쉬어도 복직이 가능한 직업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교감선생님의 권유를 뿌리치고 사직을 하고 왔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생략하고... 선생하다가 휴직하니 동네 아줌마가 내가 전에 선생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는 내게 물었다. 엄마들이 선물할 때 무슨 생각으로 하는지 아냐고. 눈을 빤히 뜨는 내게 아줌마는 얘기했다. 동네 아줌마들이 말한다고. 나도 못쓰는 외제 화장품을 남편 출장때 면세점에서 사서 선물했더니 우리 애 상장 하나도 안 준다고... 너무 놀랐다. 나는 학부모에게 자기 애 잘 봐달라는 뇌물같은 선물을 받는 선생의 욕만 듣고 살았지 -특히나 남편에게- 선물 주면서 상장주겠지 하고 바란다는 학부모 얘기는 난생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선물은 뇌물이라더니 주는 X나, 받는 X나... 한국서 추태얘기는 넘치고 넘치게 들었는데 여기서도 들린다. 뉴저지쪽에서는 크루즈 여행권까지도 준다는 얘기도 있다. 한국 엄마들이 미국 선생 물들였다는 소리도... 짜증이 난다. 욕지기가 치민다.

 

시인이 찾던 친구는 다 시인을 기억하지 못했을까? 시인이 그 존재때문에 간다는 그 아버지는 수십년전 불안한 조국의 정세를 걱정하며 도미를 권했듯이 다시 되돌아가기를 원했을까? 찾던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아들의 말을 확인하고 돌아갔나? 눈사람이 되어 쓰러지기 전에 일어나 길을 떠나겠다더니, 알고보니 이미 눈사람이 다 되어 있어 가던 길 멈춰서서 돌아왔나? 등불이 있어도 더 이상은 아무 것도 안 보였을까? 쓸쓸함이 사라졌나?

그렇다해도 나는 아직 시인처럼 친구들이 그립다. 그래서 간다. 여기는 한인이 적어서인지 -교민들 사는 곳에 가면 많겠지만 그래도 달라질 게 있을까?- 맘 붙일 사람이 없다. 한국에 있는 한국 사람들이 다 괜찮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 사람이 많으니 정규분포로 봤을때 여기보단 났겠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김형경씨의 말에 의하면 타인을 싫어하는 것은 내게도 그런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돈 많은, 무식한 MBA의 부인을 싫어하는 것은 내가 그런 부를 갖지 못한 시기심때문일까?-아이들 놀이모임의 새로운 일원으로 들어와서 안볼래야 안 볼 도리없이 매주마다 얼굴을 본다. 고행이다. 아니 득도의 계기가 되려나?- 나도 돈이 많아지면 그렇게 되는 걸까? 다시금 시인의 시로 돌아가자.

 

[쥐에 대한 우화] 중

2. 부자가 되는 법

부자가 되고 싶어 궁리하던 사람이 연구 끝에 고양이 한 쌍과 쥐 한 쌍을 샀지. 고양이도 번식이 빠르기는 하지만 쥐들은 일 년에 서너 번씩 새끼를 낳고 본능이 빨라 새끼 쥐도 몇 달임녀 번식하는 법을 금방 배워 일 년 만에 고양이떼와 쥐떼를 가지게 되었지. 사료값이 없는 주인은 자기 연구대로 한 떼의 쥐들을 잡아 고양이 사육장에 집어넣으면 굶주린 고양이떼가 그 쥐를 잡아먹고 새끼를 까고 그래서 고양이가 너무 많아지면 한 무리 죽여서 그 털과 가죽을 팔아 돈을 모으고 죽은 고양이의 살과 내장은 쥐들에게 사료로 먹이면 쥐들은 그 고기 먹고 또 살이 찌고. 고기 먹고 살찌고 새끼 많이 깐 쥐떼를 또 절반쯤 고양이 사육장에 쓸어넣으면 고양이떼는 뒤잡아 죽이기로 이리저리 뛰어 적당한 운동과 유희가 되고 성찬이 되어 살이 찌고 새끼를 까고...... 그러면 한 달에 한 번쯤 인부를 두어 이제는 수천 마리씩의 고양이를 잡아 털과 가죽을 벗겨 말려서 팔면 주인은 자꾸 부자가 되고 죽은 고양이의 고기는 다시 번식하는 쥐떼들의 사료가 되는 거지. 원수를 갚듯 잘들 먹겠지. 부자가 된 주인은 좋아서 원수를 갚듯 서로서로 자꾸 먹어라, 그래서 온 세상이 내 쥐떼와 고양이떼로 덮여라 하지만, 나는 좀 슬퍼지더군. 부자가 되는 길이 어떨 때는 이렇게 무섭고 슬플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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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10-18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읽기엔 너무 찡~한 내용인데요.
잘 읽고 갑니다.

미즈행복 2007-10-19 07:54   좋아요 0 | URL
왜들 기를 쓰고(?) 오려고 하나, 왜 오면 안가고 눌러앉으려 하나가 항상 궁금했는데 오늘 그 이유에 해당하는 얘기를 하나 들었어요. 아는 사람의 오빠가 콜로라도에서 MBA했는데 마땅한 직장을 못구해서 관광비자로 다시 콜로라도주의 덴버에 와서 수퍼마켓을 차렸대요. 유학해봤으니 현지 사정은 거의 알고 있었다나요? 근데 온 지 3년되었는데 제법 돈을 많이 벌어 작은 오빠까지도 불러들이려고 한데요. 동네에 세탁소가 내년에 하나 나오는데 독점인데다가 일은 다 멕시코사람들이 하고 관리만 하는데도 월 800이상은 번대요. 그러면서 그러더군요. 한국서는 사오정이니 뭐니 하는데, 퇴직해도 별 것 없는데 와야되지 않겠냐고요. 결국은 돈이 많다는 것이 이유겠지요. 아는 사람 하나도 남편이 여기서 건축석사하고 취직했는데 한국의 동종업계보다 월급이 2.5배는 많다면서 영주권 신청했다고 하네요. 여기서 눌러앉겠다고요. 그래서인가봐요. 결국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한국에서는 '끼리끼리' 라는 말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어쩐지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끼리 편먹고, 잘난 사람은 잘난 사람끼리 편먹고 노는 행태가 연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없는 사람끼리, 못난 사람끼리 어울려 연대하고 논다는 얘기는 없잖아요? '끼리끼리' 하면 주로 30평대 사는 애들끼리, 40평대 사는 애들끼리 어울려 논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예로, 패거리 문화의 예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어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끼리끼리'의 긍정성에 대해 알게 되네요. 제가 렌트비를 아끼려고 일반 아파트에서 학교 아파트로 이사한 얘기는 말씀드렸습니다. 전에 있던 아파트는 물론 학교 아파트가 원래 후진 대신 다른 아파트보다 저렴한 관계로 지금 있는 학교 아파트보다 렌트비가 50% 정도 비쌌습니다. 그래서인지 거기 있는 한국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여유가 있었지요. 그냥 먹고 살만한가 보다 하고 안그래도 느끼던 차에 알게된 한 MBA의 부인은 정말 압권이었지요. 그녀의 시아버지는 봉제인형을 만들어 70,80년대 미국으로 수출해 부를 얻으신 분이랍니다. 그래서인지 하나 있는 시누이는 음악 전공했는데 외국에서 고등학교때부터 유학해서 13년을 있다가 귀국해서 강사하고 있답니다. 지금 출강하는 대학에 2년 후 자리가 비는데 그 자리를 얻으려고 지금 애쓰고 있다네요. 인맥관리는 13년간 시부모님이 해오셨답니다. 모든 음악회 참석하고 봉투 돌리시고 하셨다네요. 지금도 교수 부인의 전시회도 일일이 다 관람하시고 격려금도 주신다네요. 그리고도 5억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허걱!

그 부인이 외국계 직장을 다녔는데 둘째 애를 낳고 퇴직할 무렵의 월급이 300만원이었는데, 시아버지가 말씀하셨다는군요. 겨우 그 돈 갖고 뭐하냐면서 시누이 로드매니저나 하라고... -시누이는 학생들 가르쳐서 월 1000만원 이상을 벌고 있대요- 남편의 MBA학비가 연간 5천만원정도이고, 아들 유치원비는 월 150만원인데 이 돈을 제외하고-이 돈은 일시불로 다 냈으니- 한달에 한화 670만원을 송금받아 쓴다네요. 그러니 저보고도 '이거 좋아요. 이거 사세요. 이거 얼마 안해요. 한 500불이면 사요' 하는 소리가 간간 나온답니다. 돈의 단위가 다른 것이지요. 한국에 내년에 가는데 가면 시아버지가 강남의 40평대 아파트로 -지금은 강남 30평대 아파트 거주- 옮겨주신답니다. 자기는 시부모님 돌아가시면 그 돈 다 자기것인데 미리 받아서 생색내는 소리 듣기 싫은데, 남편이 왜 부모님이 주시는 걸 안 받냐고, 그건 불효라고 한답니다. 그래서 이사가야 한답니다. -이 얘기를 듣고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하나요?- 그러면서도 자긴 여기서 렉서스 사서 가고 싶은데 남편이 안사준다면서 짠돌이라고 욕하더군요. 이미 돈 많은거 다 아는데 남편은 돈 있는 티를 내면 다른 유학생들의 시기의 대상이 된다면서 부인이 겨우 신도 15명 있는 교회의 목사 사모에게 피자 한 번 사준것을 가지고 타박한답니다. 그 목사 사모는 매주 15명의 신도에게 점심을 해 먹이는데 말이죠.

그럼 이 아파트는 괜찮냐고요? 제가 보기에 유학생의 70~80%는 부모의 원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한국에서 시부모님이 집을 사주셔서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생활에 보태고 있고요. 근데 이 아파트에도 한국 사람이 얼마간 삽니다. 근데 그 중 제가 아는 사람은 넷이고, 그 중 둘은 원조가 있는데 둘은 원조가 없습니다. 원조가 있는 둘은 바빠서 저랑 놀 시간이 없고, 나머지 둘과 노는데 -아이 나이도 같고요- 이 사람들은 여기서 나오는 얼마 안되는 돈으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 들은 얘기로 렌트비 빼고 한달에 한 140만원 될거라는군요- 그 돈으로 자동차 보험과 공과금을 내고 생활비로 쓰는 것이지요.-여기 보험은 한국보다 비쌉니다- 그러니 애들은 아무데도 보내지 않고 -만 3살- 그냥 하루 종일 집이나 놀이터에서 데리고 놉니다. 여유가 없다보니 20불 이상의 물건을 사는데 엄청 심사숙고 합니다. 제가 한국 슈퍼가 멀고 남편은 바빠서 자주 슈퍼 갈 시간이 없어 큰 맘먹고 180불짜리 냉동고를 하나 샀더니 어찌나 부러워하던지 민망해서 혼났습니다. 한국서 가져온 애들 책이 한 700권쯤 되는 것 같은데 여기 도서관의 한국 책보다 훨씬 많다고, 도서관 차리면 되겠다고 하도 부러워해서 책을 빌려줬는데 애가 찢었다는 연락이 오고, 그나마 한달이 넘도록 되돌려주지 않네요. 저는 어차피 빌려주기 시작한 것 계속 빌려줘야지 어쩌겠냐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노골적인 부러움 앞에서 안 빌려주고 버틸수도 없지요- 좀 그렇네요. 애들 퀵 스쿠터를 25불 주고 샀는데 그런 것 하나하나가 다 신경쓰이는 대상입니다. 애 태우려고 산 것을 남 눈치보여 안 태울 수도 없고, 태우자니 얼마냐 어디서 샀냐 우리애도 갖고 싶어하는데 하면서 말하니, 뭐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눈치가 보이네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아, 끼리끼리 노는게 정신 건강에 좋구나. 있는 사람끼리 논다고 질시하는게 아니구나. 그게 내 인생 사는데 도움이 되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럼 위에서 언급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요? 제가 그들을 배제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가진 한도 내에서는 다 나누고 있습니다. 제빵기를 갖고 있으니 식빵도 구워다주고, 애들 책도 빌려주고 저희집에 와서 놀게도 합니다. 그 둘은 집에 장난감도 별로 없어서 저희 집에 오는걸 무척 좋아하거든요. 저희집에도 별로 많지는 않지만. 근데 와서 저희 애는 방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자기들끼리 노네요. 물론 그들은 이미 1년 이상 친구로 지내와서 잘 맞긴 하지요. 그 엄마들은 모르는지 제지하지 않고요.

제가 한국에서 별로 아줌마들과 교류가 없어서 잘 몰랐던 것일까요? 아님 거기서는 동네별로 사는 사람들 수준이 조금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엇비슷해서 괜찮았던 걸까요? 하긴 여기는 온데서 온 사람들이 다 모여 있으니 천차만별이긴 하겠지요. '끼리끼리'의 긍정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요, '끼리끼리'는 긍정적인 단어였군요.

 

p.s

신랑은 이 글을 올리는데 대해 엄청 반대했습니다. 한국은 좁아서 몇다리 건너면 다 서로 아는 사이인데, 그런 글을 서재에 올리면 어쩌냐고요. 혹여 제 서재에서 이 글을 보시고, 짐작 가는 사람이 있다해도 함구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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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10-14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눈 신경 안 쓰면, 사는게 훨씬 쉽고 행복해 진다' 고 하더군요. 살아봐라, 그게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저는 항상 그렇게 살기 위해 애쓰고, 노력합니다. 처음 시작이 어렵지, 한번 시작해보면, 마이너스 시력이 라식수술한냥, 세상이 다르게 다가오지요.
다들 자기 형편에 맞게 살면 되는데, 특히나 미국의 한국 사회는 그런 것들이 더욱 더 심한듯해요.

물론 옆에서 보면서 말하긴 쉽습니다만,


미즈행복 2007-10-16 05:41   좋아요 0 | URL
김형경씨의 책을 읽으면서 제 행동의 기저에 있는 심리나 상처는 뭘까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나니 제 행동의 이유가 조금은 보이더군요. 근데 인식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과는 아직은 또 거리가 조금 있는것 같아요. 저도 '뻔뻔하고 야하게' 를 모토삼아 살려고 하는데 아직은 잘은 안되네요. 더구나 매일 얼굴 보는 사이라서 더욱...

2007-10-14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6 0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10-1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 부리랑 끼리끼리 놀아요! 글구 책이 700권이나....그걸 어케 가져가셨어요...??

미즈행복 2007-10-16 05:39   좋아요 0 | URL
당근 환영이죠. 부리님과 끼리끼리 노는 것이야말로 제 희망사항이예용~ ^^
책은 이삿짐 화물로 보냈었죠.

LAYLA 2007-10-1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눈치보는거 너무 힘들죠 ..그래도 영어쓴다고 지네들끼리만 놀던 그 애들보단 좀 낫지 않을까요?? 쫌 더 친해지면 나을지도 몰라요!

미즈행복 2007-10-16 05: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아마 제가 좀 민감한가봐요. 이러거나 저러거나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편할텐데 이게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린가 싶으니 불편한거죠. 좀 더 뻔뻔해져야겠어요. 부자한테는 '좋으시겠어요. 그렇게 스폰서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한 턱 쏘세요' 하고말예요.

마늘빵 2007-10-1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나라 이야기 같습니다. (다른 나라 맞구나... ( '') 멍... )

미즈행복 2007-10-16 05:49   좋아요 0 | URL
다른 나라긴 해도 다 한국 사람 얘기인데요? 더구나 미국서 뿌리 내리고 살 사람도 아니고 다 돌아갈 것을 상정하고 있는 사람들인데요?
제 생각엔 한국에서는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살아서 이렇게까지 수준차가 안나서 그냥 저냥 지내는 것 같아요. 대치동은 차이는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다 대치동 수준은 될거고, 지방 도시의 한 동네도 비슷할거고 -집값이 우리나라는 원체 차이가 심하잖아요- 근데 여기는 학교 보고 모인거니까 사람들의 경제력 차이가 하늘부터 땅까지 다양한 것 같아요.

뒹굴이 2007-10-16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구, 정말이지... 왜 여기는 이렇게 로그인이 안 된다니... 사흘 째다. 아무래도 알라딘이 이 쪽 네트워크랑 친하질 않은가보다.

댓글을 댓글로 달아야 되는데 미안. 주소랑 기타 이야기등은 메일로 보내야겠다. 메일 체크하렴~
 

처음 마종기 시인을 알게 된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마종기 시인의 시를 알게 된 후, 나는 그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다른 시인들도 읽었지만 나의 정서에 가장 와닿는 사람은 마종기 시인이었다. 나는 아마도 그의 외로움을, 그의 그리움을, 그의 고독을 사랑한 것 같다.

[낚시질]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 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평생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었다.

 

그는 내가 알기로 평생을 고국을 그리워했다. 그의 시집에서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그런데 왜? 그는 귀국했다가 얼마 있지 않고 다시 미국으로 갔을까? 그가 그리워한 고국은 이제 이미지상의 고국이었을까? 상상속의 고국이었을까? 아니면 처음 외국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듯이 이제는 고국이 외국이 되어버린걸까? 정붙이고 사는 곳이 고국이라고 생각했을까? 부동산값과 펀드에 열광하며 모두가 하나의 방향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천박한 고국의 사람들에 질렸을까? 공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이 사는 모습에 진절머리가 났을까? 시골 사람 서울오면 정신이 휘황하듯, 한적한 동네에 있다가 오니 정신이 시끄럽고 어지러웠을까? 남겨둔 가족이 그리웠을까?

그렇담 나는? 나는 어떨까? 나도 매몰될까? 나도 이제 지금의 불편과 낯섬을 극복하고 나면 여기가 좋아질까? 되돌아가기 싫어할까? 애들 교육 핑계를 대며, 경제적 여유를 들며 그냥 여기서 늙어갈까? 좋아하는 책은 항공으로 받아보면 되지 뭐 하면서 눌러앉을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지만 나는 너무 궁금하다. 마종기 시인이. 일면 짐작이 가면서도 궁금하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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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할 무렵인 9월 초에는 긴 소매 옷을 입으면 적당한 정도의 날씨가 지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사온 지 한 삼사일 경과한 9월 중순에는 갑자기 좀 쌀쌀해져서 바로 가전제품가게에 가서 온풍기를 샀지요. 근데 다시 따뜻해져서 반팔 옷과 긴팔 옷이 공존하는 기간이 다시 10일 정도 이어지더니, 지난 주말 -10월 6,7,8일- 에는 이놈의 날씨가 미쳤는지 34도까지 올라가서 더위에 허걱대었습니다. 어제 다시 선선해지더니 아니 오늘은 다시 기온이 12도가 되는거 있죠. 이틀새 기온이 이렇게 20도가 오르내리다니 이게 정상인 날씨랍니까? 작년에는 10월 12일에 첫 눈이 왔다는군요. 아마 지난주말은 이상고온현상이었던것 같고, 이제 계속 이런 쌀쌀한 날씨가 이어질 것 같네요.

아, 추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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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2007-10-11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공... 이사하시느라 애쓰셨어요. 그동안 안 보이셔서 궁금했더랬어요^^ 여기도 이젠 날이 선선해져서 일교차가 심해요. 건강 조심하시고 조금이라도 여유로와진 시간 즐겁게 보내시길~

미즈행복 2007-10-12 05:47   좋아요 0 | URL
전 세계적으로 가을이 없어지나봐요.
흑흑. 저는 가을을 제일 좋아하는데...
남자가 가을타고 여자는 봄탄다고들 하는데 저는 가을이 너무 좋아요. 너무너무!!!
시원한, 청량감 드는 소슬바람과 맑은 하늘은 정말이지 저를 너무 설레게 해요. 님께서도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여자가 건강해야 집이 잘 돌아가잖아요-

LAYLA 2007-10-11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오르락 내리락 하더니 이젠 제법 쌀쌀하네요 ^.^ 감기 조심하셔요!

미즈행복 2007-10-12 05:48   좋아요 0 | URL
네, 명심할께요!
보험도 싸구려 여행자 보험이라 병원가기도 힘들어서 더욱 감기 조심해야하고말고요.
님께서도 수업 잘 받으시고 향기나는 가을을 만끽하시길!

뒹굴이 2007-10-1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거기나 여기나 날씨는 이상해지고 있나 보구나. 시드니는 작년 날씨가 압권이었더랬지. 아무튼 시카고 날씨의 변덕은 점점 심각해지나 보군. 처음 보내는 겨울이라 적응 힘들텐데 몸관리 잘 하시게.

그나저나 우리집 주소는, 집 구조상 우편물을 내가 받기 어려워 보통 남편 학교로 보내곤 했는데, 약간 가물가물하니 나중에 천천히 올려 줄께 (게다가 오늘은 알라딘 로긴도 안 돼서 방명록 글쓰기 자체가 안 되는구만...). 너네 집 새 주소도 좀 알려 줘. 내 싸이든 메일이든 아무데나 상관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