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sible (Paperback)
Auster, Paul / Picador USA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내용은 다음에 보도록 하고 보관함에 넣고 천천히 기회를 엿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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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 클로징멘트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 - 뉴스데스크 앵커 387일의 기록
신경민 지음 / 참나무(고혜경)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랫동안 보아 온 줄 알았다. 매일 저녁 MBC 9시 뉴스데스크 앵커로 머문 기간은 고작 387일이었다. 1년하고 한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자의적으로 그만둔 것이 아니다. 그가 진실을 전달하고자 했던 멘트를 두려워한 회사(?)의 결정에 따라 쫓겨났다고 해야 맞다. 진실을 이야기 했다고 쫓겨나야 하는 우리 사회와 언론의 한 단면이라서 씁쓸하다. 그는 1년만에 뉴스의 끝 인사말로 던지는 함축된 클로징 멘트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고 공감하게 만들었다.

때론 고마움을 주었고, 때론 분노를 이끌어 냈으며, 때론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게 했다. 또한 위정자나 악의를 갖고 사건이나 사고를 은폐하려고 했던 자들에게는 아직도 이 사회와 언론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함축되었던 멘트와 그 때의 사건, 사고 등이 그에 의해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어떻게 그런 멘트가 만들어지고 국민들에게 전달 되었는 지 감추어진 발표와 인터뷰 뒤에 국민의 알 권리를 진심으로 전하고자 했던 그의 진실이 이 책 곳곳에 새겨져 읽는 이로 하여금 만감이 교차하게 만든다.

뜻하지 않게 앵커를 맡게 되면서 그가 꿈꾸었던 언론의 진실성에 대한 소신이 묻어 있고, 앵커로서 살아야 하는 삶에 대한 소회가 소탈하게 또는 주관적 진심을 담아 강하게 표현되어 있다. 언론계에 대한 우리의 지형과 언론인이 갖추어야 할 자세 등에 대해서는 미국의 언론문화와 우리의 언론관행에 대한 차이를 보여 줌으로써 우리 언론의 현수준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도록 파헤치기도 했다.

국가권력이나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언론에 비쳐지는 어두운 단면과 그들의 행동을 통해 비열함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현실과 그 속에 주류를 이루는 무리들의 동향, 국제관계를 통한 외교비화와 우리의 외교관행 그리고 선진국의 정돈된 외교문화를 통해 우리나라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했다.

특히, 언론이 사건에 대해 진실을 전달하지 않을 때 국민들이 어떤 피해를 보고 어떤 행동으로 나타나는 지를 논리와 설명 그리고 역사와 경험을 통해 알려 주었다. 언론과 언론인에게 비판을 그만두고 무릎을 꿇도록 요구하는 사회, 언론인이 개인의 출세를 위해 정치·경제 권력과 결탁하여 진실을 가릴 경우 사회가 어떻게 가는 지에 대한 내용은 우리의 현실과 맞물려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앵커에서 잘린 뒤 일어난 노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클로징, 미디어법 처리를 읽는 클로징 등 못다한 클로징에 대한 클로징을 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그는 이제 갑작스런 앵커 하차로 방송기자로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책에서 언급했듯이 그가 지닌 생각과 주장이 언론의 어디에선가 진심을 담은 메아리로 울려 나올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의롭고 사람 사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아마도 신경민과 같이 진실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언론인 후배들은 또다시 나타나야 하고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일이 멈춰져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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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ttp://twtkr.com/jeonhoin 님이 작성하신 글
    from http://twtkr.com/jeonhoin 2010-06-29 13:50 
    촌철살인 클로징 멘트, 그는 언론이 담당해야 할 비판과 감시를 통해 진실의 중심에 서고자 했으나 잠시뿐 끝내 타의에 의한 힘에 의해 꺾여 버렸다.
 
 
stella.K 2010-06-28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아예 쫓겨난 건 아니군요.
우리나라에서 내부고발자가 된다는 건 쉽지 않아요.
노무현 대통령이 운명이다에서 언론을 가장 많이 질타했는대,
결국 언론에 의해 희생된거나 다름없고.
우리나라 언론은 언제 철이들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런 앵커가 있었다는 게 위로가 되기도 하구요.

전호인 2010-06-29 11:27   좋아요 0 | URL
지금 청와대 주둥아리로 있는 이동관이나 김은혜(박은혜라 잘못 알고 있었다는,,,,박은 탤런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출세지향적 사꾸라 언론인들로 인해 진실이 덮어지고 권력자에 의해 여론이 호도되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현실이긴 합니다. 언론의 건전한 비판과 평론이 실종된 사회가 어떤지 최근 실감하게 되지요.
노무현대통령의 사후에 클로징멘트가 마지막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공감하게 되고 그때 이런 사람이 한번 정확히 논점을 짚어주었더라면 하는 회한도 들게 되었습니다.

stella.K 2010-06-29 11:24   좋아요 0 | URL
전 김은혜 앵커 나름 좋아했는데 말입니다.

전호인 2010-06-29 11:27   좋아요 0 | URL
아~~!
김은혜로군요.
이젠 비호감이 되었다는.....ㅠㅠ

2010-06-28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0-06-29 11:00   좋아요 0 | URL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데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오손도손 속삭이는 밤이 있는 한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데
한숨일랑 쉬지말고 가슴을 쫙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꿈꾸는섬 2010-06-2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분 참 좋아했는데 어느날 보니 바뀌었더라구요. 그 이면에 이런 진실이 숨어 있었군요.

전호인 2010-06-30 08:46   좋아요 0 | URL
네, 회사의 방침이라고는 하지만 정권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클로징멘트가 사단이 난 것이지요.
함축된 의미의 클로징멘트에 모든 것이 담겨져 있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섬뜩하긴 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한쪽에 편향돼서 그렇게 한것은 아니고 언론인의 입장에서 감시하고 비판하는 본연의 행위를 했던 것입니다. 김대중, 노무현대통령때부터 사건, 사고에 대해 진실을 이야기 해왔는 데 이번 정권에서는 그의 입을 닫도록 행패를 부려 놓았네요. 그점이 참 슬프더군요. 우리가 이러한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도......

2010-06-29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0-06-30 08:48   좋아요 0 | URL
ㅎㅎ,
쌩유
^*^

마녀고양이 2010-06-29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BC의 앵커 교체 때 정말 속터지더군요.
요즘 KBS, YTN 앵커 보면 승질납니다.
MBN, SBS야 기대도 안 하구여.

전호인 2010-06-29 09:15   좋아요 0 | URL
신경민 앵커는 앵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저 보도자료(?)대로 읽어만 내려가는 앵커가 아니라 그 뉴스뒤에 감추어진 진실을 피력하는 분야를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촌절살인의 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봐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입을 닫아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개탄스럽긴 하네요.

순오기 2010-07-0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처음 나왔을 때, 사야지~ 했는데 잊고 있었네요.
셋 중에 한 녀석은 언론계에 종사하면 좋겠다는 아줌마의 로망도...

전호인 2010-06-30 09:18   좋아요 0 | URL
세명의 자녀가 각 분야에서 활동하면 좋죠.
음, 아나운서로 키워보세요.
저는 아이들에게 아나운서하라고 권하고 있답니다.ㅋㅋ

순오기 2010-07-02 00:12   좋아요 0 | URL
아나운서, 기자~ 뭐라도 좋아요.ㅋㅋ
오늘 이 책 생일선물로 받았어요.^^

전호인 2010-07-02 23:31   좋아요 0 | URL
기자라......
나름 소신과 언론관이 있는 가치를 지닌 기자가 되길 바랍니다.
아나운서 괜찮지요.ㅎㅎ

같은하늘 2010-07-01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전호인님이 이 책 소개하신 글 보고 찜했던것 같은데 아직도 볼 책은 쌓여있다는거... -.-;;;

전호인 2010-07-02 23: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소개한 적이 있지요.
그때는 읽지는 않았을 때입니다. ^*^
 
[중고]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1~5 세트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정병수 그림, 이계정 옮김 / 꼬마이실 / 2004년 2월
평점 :
판매완료


방학에 옆지기와 함께 현장학습을 겸해 아이들과 함께 익혀야 할 역사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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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뒤숭숭한 요즘 자꾸 부정적인 마인드와 우울함이 앞선다.
마음의 평정이 필요할 때, 가능하면 긍정적인 마음을 견지하자.
이럴때 필요한 것이 긍정을 통한 열정과 몰입일 듯하여 선택한 책이다.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활용하여 마음을 안정시키고
일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가 아니라
일보후퇴후 열보전진을 위해 화끈하게 리마인드해 보는 거다.

예전의 승부근성, 아직 죽지 않았다.
그것을 발판삼아 인생을 업그레이드 하자.

아자아자! 
전호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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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업그레이드 하라
티모시 도빈스 지음, 김정미 옮김 / 미디어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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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25 09:01   좋아요 0 | URL
누구보다 긍정적이고 열정적이신 것 같았는데...
요놈들이 전호인님을 에너제틱하게 바꿔줄 것을 기원하며!
아자아자!!!

전호인 2010-06-25 13:14   좋아요 0 | URL
ㅎㅎ, 열정이 식을 때가 가끔은 있지요.
본의아니게 꼬인 실마리가 풀리지 않네요.
이런저런 오해도 있는 것 같고, 요즘은 사무실 있기가 싫어요
그래도 뭐 고진감래지요. ^*^

마녀고양이 2010-06-25 10:00   좋아요 0 | URL
마음이 뒤숭숭하세요?
곧 16강 게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곧 휴가철입니다.
아자아자아자!!!

전호인 2010-06-25 22:48   좋아요 0 | URL
회사일로 인해 마음이 심란합니다.
열정을 갖고 한 일이 꼬이다 보니 일할 의욕을 잃게 되고 그러다보니 우울하기도 하고, 힘도 빠지고 그러네요. 그래서 과음도 하게 되었던 건데......
일이야 하면 되는 거지만 쓸데없는 오해가 오해를 낳다보니 그게 더 힘들어서요. 고진감래를 믿어얄밖에요.

마녀고양이 2010-06-26 18:34   좋아요 0 | URL
아.......... 그러면 정말 일이 힘들죠, 맘도 힘들고.
꼬옥! 좋은 일도 있을거여염.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

(저희 신랑의 고민을 보는듯 하여 맘이 짠 합니다.. ㅠㅠ)

전호인 2010-06-28 17:42   좋아요 0 | URL
사회 생활,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다 그렇지요. 뭐
이젠 그러려니 하고 마음을 다 잡고 있습니다.
쌩유 ^*^

후애(厚愛) 2010-06-25 10:14   좋아요 0 | URL
아자아자 화이팅!!!

전호인 2010-06-25 13:1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이럴때도 있고 저럴때도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시간을 소일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강릉에서 대한민국 8강을 위해 응원할랍니다.
전국을 다 돌아다니면서 응원하게 생겼네요. ㅎㅎ

따라쟁이 2010-07-01 20:44   좋아요 0 | URL
으흠.. 이해인 수녀님의 시가 생각이 나네요... 미지근한것이 사람을 힘들게 한데요... 그것이 미열이든 삶에 대한 열정이든... ^^

역시 열정은 뜨거워야 제맛~!!!

전호인 2010-07-02 23:3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일이든 사랑이든 뜨거워야 제맛이 납니다.
어휴 뜨거워라^^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동거인에 대해서 내가 모르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니까 말이다. 마치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기듯, 그는 지금까지 내가 본 적 없는 속살을 보여준다.  

 

앉아서 오줌을 누는 것이냐?
동거인이 앉아서 오줌을 눈다는 걸 나는 오늘 처음 알았다. 동거인이 화장실에 있는 줄도 모르고 문을 벌컥 열었는데 변기 위에 그가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당연히 그가 큰일을 보고 있는 줄 알고 문을 닫으려는데 똥냄새가 안나는 것이다. 대신 쉬이 하는 오줌 누는 소리만 들렸다. 볼 일을 보고 나오는 그에게 물었다. “앉아서 오줌 누는 것이냐?” “그렇다”고 동거인은 대답한다. 우하, 앉아서 오줌을 누다니, 언제부터, 왜, 그런 것이야?

나의 호들갑에 동거인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서서 누면 오줌이 튀잖아.” 그래? 오줌이 튀거나 말거나 굳건히 서서 누는 남자들이 수두룩한데, 너는 어찌하여 오줌 튀는 걸 그리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이냐? 오줌 튄 자국이 누런 땟국물로 변해도, 변기에 오줌방울이 묻어 찐득거려도, 화장실에 오줌냄새가 진동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늘도 서서 조준하는 느낌을 즐기는 남자들이 대부분이거늘, 너는 어찌하여 앉아서 누면 오줌이 튀지 않아 좋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이냐?

어쩐지, 우리집 화장실은 늘 변기가 내려져 있었다. 동거인이 작은 일을 보건, 큰일을 보건 변기는 언제나 내가 쓰기 편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남자들은 오줌을 눌 때 늘 변기를 올리고 서서 일을 본다. 그리고 일을 본 후 변기를 내려놓지 않아 아내나 딸들에게 잔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 많은 여자들이 신혼 초에 오줌 튄 변기를 청소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온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집 변기는 여자들만 쓰는 것처럼 깨끗한데다 항상 변기가 내려져있었다. 동거인이 오줌을 누고 나서 한번쯤 변기 내리는 걸 까먹을 만도 한데 말이다. 나는 동거인이 참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가 다음에 화장실을 이용할 나를 위해 예의바른 배려를 해준 것이 아니었다. 그도 나처럼 앉아서 오줌을 눴기 때문에 후속조치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건 나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갑자기 그가 평생의 동지처럼 느껴졌다. 단지 ‘오줌을 튀기지 않아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실용적인 이유로 그는 그렇게 했지만, 나는 그 행위 뒤에 숨은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

오줌 튄 변기 청소해봤어?
그가 앉아서 오줌 눈다는 사실에 내가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건, 그가 소위 ‘남성성의 관철’에 그닥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앉아서 오줌 누는’ 행위는 남성성의 도식으로부터 자유로운 결정판이 아닌가. 변기에 오줌이 튀어 냄새가 나고 더러워도, 서서 오줌 누는 것이 ‘남자’라는 생각 때문에 아직도 대다수의 남성들이 변기 앞에 서서 조준을 하고 있지 않은가. 화장실을 같이 쓰는 여성들의 불쾌함이나 잔소리도 ‘남자’답게 사는 것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아니, 그런 ‘사소한’ 이유로 앉아서 오줌을 눌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어떻게 남자가 앉아서 오줌을 눠?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십년도 더 된 일인 것 같다. 서울의 모 대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앉아서 오줌 누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남자들이 앉아서 오줌 누는 걸 운동씩이나 벌이다니, 이건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남성 페미니스트들이라 자칭하면서 운동에 참여한 남학생의 인터뷰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서서 오줌 누는 것은 남성성의 중요한 부분이다. ‘쭈그려’ 앉아서 오줌 누는 여자들에 대한 우위성을 ‘서서’ 오줌 눌 때마다 확인하는 것이다. 앉아서 오줌을 누는 건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번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요지였다. 자기 안의 남성성을 성찰하고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 쉽지 않은 시도를 한 그 남학생이 참 멋져보였다.  



▲서서 오줌누는 아이상. 어렸을 때부터 남자들은 오줌을 누면서 성기크기와 오줌발 등을 경쟁한다.

남학생들의 앉아서 오줌누기 운동
그의 말처럼 서서 오줌을 누는 행위는 ‘남자됨’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는 중요한 행위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아이들은 오줌을 누면서 성기의 크기와 오줌발 등을 비교하고 경쟁한다. 두 발을 널찍이 벌린 채, 더욱 강하게, 더욱 멀리 오줌을 쏴대는 모습은 강한 남성의 상징처럼 여전히 대중문화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서서 오줌 누는 강한 남성의 이미지는 ‘쭈그려’ 오줌 누는 여성에 대한 비하를 근간으로 한다. 여성들이 볼 일을 보기 위해 앉는 자세를 ‘쭈그리다’고 표현한다든가, ‘찔끔찔끔 싼다’는 말들이 그렇다. 서서 오줌발을 날려대는 남성 이미지와, 쭈그리고 앉아 찔끔찔끔 싸는 여성 이미지가 대조되는 것이다. 그렇게 여성은 오줌 누는 행위까지도, 서서 오줌누는 남성들에 비해 열등한 이미지로 훈육된다.

이처럼 하루에도 수차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행위 속에 숨어있는 권력의 의미를 간파해내기란 쉽지 않다. 간파해냈다 해도, 앉아서 오줌 누는 것을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앉아서 오줌 누기’는 ‘여자처럼’ 되어간다는, 남성들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낙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 년 전 앉아서 오줌누기 운동을 벌였던 그 남학생들이 아직도 앉아서 오줌을 누고 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학교를 떠나 사회로 직장으로 나갔을 그들이 여전히 자기안의 남성성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대한민국은 그나마 조금씩 진보하고 있는 것이다.

남성성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내자
동거인은 물론 그런 ‘정치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그의 ‘앉아서 오줌누기’는 다분히 실용적인 측면에서 시작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변기 크기만큼의 공간에 맞춰 오줌을 서서 잘 누기란 쉽지 않다. 오줌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속도와 양으로 나오는 것도 아닌데 서서 누다보면 거의 조금씩 흘리게 되어 있다. 앉아서 누면 그럴 위험은 거의 없고 다리도 안 아프니 서서 눌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 시작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었을지 모르나, 그 의미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앉아서 오줌을 누는 남자는, 서서 오줌발을 날려대는 남자들보다 훨씬 더 타인의 괴로움과 고통에 대해 민감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모두의 쾌적함을 위해 남성성의 이미지를 버릴 수 있다면, 그것이 진보이고 진화이지 않겠는가. 

 

퍼온곳 : http://blog.ohmynews.com/feminif/335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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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6-24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기 주변에 오줌 튀어 있는 것을 보지 못하는 성격인 지라 늘 변기를 세워놓고 볼일을 보고 깜끔하게 마무리 해놓았기 때문에 옆지기로부터 잔소리 듣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변기 주변이 깔끔치 못하고, 신문지 등이 널려 있어서 사내 인트라넷을 활용하여 화장실을 내집처럼 깨끗이 하자고 켐페인을 주도한 적은 있었다. 그후로 화장실이 깔끔해지긴 했지만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 쓰는 화장실이 남자들로 인해 꺼림칙한 일이 발생되고 있다니 우리집은 해당이 없는 일이긴 하다.

혹여 오줌이 튀어도 샤워기로 깨끗이 마무리해 놓다보니 아들녀석 또한 아빠를 따라하는 지라 우리집 일은 아닐 듯 싶지만 다른 남성분들도 이런 일이 있다면 한번 쯤은 고려해봄 직 할 것이다.

남자가 앉아서 쉬야를 한다고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그곳은 혼자만의 비밀이 있는 공간이니까..... ^*^

쟈니 2010-06-24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결혼한 친구들한테서 들은 이야기가 여기 그대로 적혀있네요..

전호인 2010-06-24 23:32   좋아요 0 | URL
여자분들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꼭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잉크냄새 2010-06-2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른 이유가 있는건 아니고 튀는게 싫어서 변기를 올리고 사용하고 튀면 샤워기로 정리를 합니다.
앉아서 오줌누기는 남성성이 어쩌고 이런 면은 아니고 그냥 앉으면 응가 까지 같이 하던 세살적 버릇이 아직 남아있는지라 힘들것 같습니다.

전호인 2010-06-24 23:35   좋아요 0 | URL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자기집 일이고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화장실 문을 꼭 닫아 놓기 보다는 비집어 놓는 것이 습한 것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에 위생상으로도 그렇고요.
옛날 푸세식일 때야 칫간(화장실)이 멀리 있을 수록 좋다라고 했지만 지금이야 어디 그런가요. 그러니 청결히 할 수 밖에 없겠죠?
철저한 위생관리가 된다면야 앉아서까지 쉬야를 하는 것은 거시기 하긴 합니다. ㅎㅎ

미미달 2010-06-24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제 남동생이 꼭 변기에 그 물방울이 튀게끔하고 닦지도 않아서 계속 짜증냈는데도
단번에 못 고치더라구요. 으휴 ㅠㅠ

전호인 2010-06-24 23:36   좋아요 0 | URL
남동생도 가정을 갖고 본인을 통한 가족을 만들어 보면 고쳐질 겁니다.
총각때야 별 개념없잖아요. ㅎㅎ

stella.K 2010-06-24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히려 튀는게 문제만 아니라면 서서 해결했으면 해요.
앉아서 해결하는 거 의외로 만만치 않거든요. 변기 세균 문제도 그렇고.
하지만 정말 새로운 발상이고 운동이네요.

근데 태그 웃겨요. 찔끔찔끔.ㅋㅋ

전호인 2010-06-24 23:45   좋아요 0 | URL
당연히 남자라면 서서 쏘는 것이 맞지요.
위생만 청결히 해결된다면 굳이 앉아서 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ㅎㅎ
회사에서 비데문제가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각 층별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하자는 건의가 있어서 추진한 적이 있었는 데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가정에 비데가 생활화되면서 사실 회사에서 똥싸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 보고나면 찝찝하기도 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
여러 곳에 자문(?)을 받아보니 회사나 공중화장실에 있는 비데는 여러사람이 사용하기 때문에 각종 세균에 오염될 소지가 많다고 하네요.
청결하게 관리되지 못하는 단점으로 인해 오히려 성병 등을 옮길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바람에 추진을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공중화장실의 비데사용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찔끔찔끔.....뭐 이상한 가염?ㅋㅋ

책가방 2010-06-24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에게 화장실 청소를 전담시키면 절대 흘리지 않을거예요..ㅎㅎ
전 협박을 하죠.
화장실 청소한 손으로 쌀도 씻는다고..
ㅋ 그러면 알아서 청결히 사용한답니다...^^

전호인 2010-06-24 23:47   좋아요 0 | URL
요즘 뭐 화장실 청소란 게 별거 없잖아요.
과거 푸세식이야 큰것도 정조준 실패로 건천에 묻기도 했지만 요즘이야 과거에 비하면 하늘이지요.
허걱! 화장실 청소한 손으로 쌀을......
대장균을 무시하지 마세요.
정말 큰일 납니다.
물론 농담이시겠지만......ㅋㅋ

책가방 2010-06-25 09:58   좋아요 0 | URL
쌀 씻는 손이라서 화장실 청소는 할수 없다는.. 뭐 그런 얘기예요..^^

전호인 2010-06-25 10:06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럼요 그럼요 ^*^

마녀고양이 2010-06-24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 저는 전호인 님의 글인줄 알고 한참 고민하면서 읽었답니다.
결혼하신걸로 아는데, 갸우뚱, 앉아서라는 고백이라니, 용감하시네.. 등등
별 생각을 다 하면서요. ㅋㄷ

전호인 2010-06-24 23:48   좋아요 0 | URL
푸하하, 이기이거 민망한 걸요.
님의 상상을 다시 상상해보니 터져나오는 웃음을 주체하기가 난감합니다.
푸하하핫^*^

순오기 2010-06-25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거 공개해도 놀라지 않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욧!ㅋㅋ

전호인 2010-06-25 08:41   좋아요 0 | URL
누가 뭐랍니까? ㅋㅋ
놀라셨쎄여~~~?
오기여사님 답지 않게.....

Seong 2010-06-25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항상 뒷정리를... :)

전호인 2010-06-25 08:42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죠.
결국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니까 당근인 거죠!

L.SHIN 2010-06-2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남자는 앉아서 볼일을 보는 것이 대세...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한국이 확실히 좀 느린 거 같긴 해도, 조금씩 달라지겠죠.
애시당초 그런 쓸데없는 것에 남성성이나 우월감을 느끼는 자들 얼마나 내세울 게 없으면
그럴까..하고 한심스러워 보입니다. 서서 보는 것 외에 남자다운게 없는 건가,하고 스스로
창피함을 느낀다면 굳이 ..고집하지는 않을텐데 말입니다. (웃음)

전호인 2010-06-25 16:4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소인이냐 대인이냐 차이가 작은 것부터 차이가 나는 법이니까요.
위생상 문제가 있다면 앉아쏴도 뭐 괜찮을 듯 합니다.

루체오페르 2010-06-2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이브리드(?)이긴 합니다만 그저 필요에 의해서인 것이지...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것 같네요. 역시 페미니스트 라서 그런가;; 그렇게 남성성에 대해 따지면,
한예로 아내나 딸도 남편과 아들을 위해 뚜껑 올려놓을수도 있는건데 말이죠.
너무 극성 페미니스트 들을 많이 봐서 (특히 군가산점 토론등) 좋게만 보이진 않네요.^^;

전호인 2010-06-28 18:46   좋아요 0 | URL
과유불급!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
촛점을 어디에 맞추었느냐가 중요할 겁니다.

꿈꾸는섬 2010-06-28 23:57   좋아요 0 | URL
이런 상황 생각 안해보셨죠? 저희 집 변기는 살짝 건드려서 자동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는데 아들 녀석이 볼일을 보고 꼭 안 내리는거에요. 근데 4살 막내딸이 급하다고 할때는 변기를 빠르게 내리죠. 그럼 몇번 그러고나면 A/S를 불러야해요. 부속이 부러져서 변기를 세울 수 없게 되거든요. 그리고 무상이 아니라 유상이라 더 문제에요.
배려만이 아니라 집의 변기 상황이 그러니 남편과 아들은 변기를 늘 살짝 건드려 내려 놓아주면 좋겠어요.ㅋㅋ

루체오페르 2010-06-29 00:38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그런 경우도 있겠네요,생각해보니...
다시 보니 제가 저분 의견에 반대해 남성성을 지키기위해(?) 그냥 볼일봐야 한다...라고 해석될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니지만요.^^; 청결이란 실용성, 여성을 위하 배려란 면에서 당연히 필요하고 좋은거죠. 전호인님 말씀처럼 접근방식이 중요한데 날이 선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이 분 처럼 하면 논리적이고 이해도 가는것을...섬님이 이 글을 보실진 모르겠으나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__) 언어가 마음을 안따라주는군요.^^;

꿈꾸는섬 2010-06-30 23:07   좋아요 0 | URL
기분 상하지 않았는데요.^^
루체오페르님 말씀은 우리집 남자도 하던 말인걸요.^^
그저 저희 집 상황이 그랬다는 거였습니다.ㅎㅎ

자하(紫霞) 2010-06-29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였는데...
나중에 남친이 생기면 물어볼 문제가 하나 생겼군요!

전호인 2010-06-30 09:19   좋아요 0 | URL
ㅎㅎ, 남친을 만들어서(?) 꼭 물어보시길.....

같은하늘 2010-07-01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방송에서 터프가이 최민수씨가 변기에 앉아서 쉬를 하신다는 얘기를... 아내를 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저희집은 저만 빼고 모두 남자인지라 제가 볼일보고 변기 올려두어요. 아직은 아이가 어리다보니 변기가 내려져 있으면 그냥 쉬야를 해서 제 일이 더 많아지거든요.ㅎㅎ 배려라기 보다는 오직 나의 편의를 위해서...

전호인 2010-07-01 08:28   좋아요 0 | URL
ㅎㅎ,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사시는 하늘님은 행복한 분입니다.
아직 아이들에게는 그런 개념이 없으니까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위생에 대해 인식한다면 엄마에게 많은 힘이 될 겁니다.
꼭 앉아서 하지 않더라도 서로 가족에 대한 배려쯤이면 되겠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