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산책하는 낭만제주
임우석 지음 / 링거스그룹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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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에메랄드빛 바다 사진은 여행에 대한 갈망을 풀어줄 것처럼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그녀와 산책하는 낭만 제주라니, 오랜만에 들어보는 '낭만'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갔다. 그녀는 누구일까? 처음에는 '그녀'가 저자를 가리키는 줄 알았다. 저자와 7년여 동안 여행과 인생을 함께 해 온 그녀의 에필로그를 먼저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녀가 무척 부러웠다. 

작년 1월, 제주도에 처음 가보았다. 입사 1주년 기념으로 보내주는 1박 2일 여행이었다. 여행이란 기분을 느낄 새도 없이 짜여진 일정에 맞춰 버스에 몸을 싣고 로봇처럼 움직였다. 제주도에 도착하여 전복죽으로 점심 먹고, 한 번도 보지 않았던 '태왕사신기' 촬영장에 가고, 비 맞으면서 ATV 타고, 미천굴에 들렀다가 흑돼지불고기로 저녁을 먹었다. 이튿날엔 귤따기 체험하고 고등어조림과 구이로 점심을 먹은 뒤, 테디베어박물관과 녹차박물관, 소인국테마파크에 들렀다가 서울로 왔다. ATV 체험은 재미있었고, 테디베어박물관도 괜찮았지만 딱히 기억에 남는 여행은 아니었다. 1박 2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았고 날씨도 좋지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재작년 6월, 한 북클럽에서 북크로싱으로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게 되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궁금해 사진가가 되었고,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으며, 대자연의 신비를 느끼고 하늘과 땅의 오묘한 조화를 깨달았다는 故 김영갑님을 그때 처음 알았다. 벌써 생을 마감하신지 1년이 넘었을 때였다. 그 책 한 권이 마음에 꼭 들었고 언젠가 제주도에 가게 되면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찾아가겠다고 마음 먹었다.    

4월의 제주도 여행을 갑작스럽게 계획하게 되었다. 2박 3일의 시간을 확보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몇 번씩 들락날락하며 일정을 짰다. 갖가지 테마 박물관보다는 제주를 느낄 수 있는 곳 위주로. 작년에 한국국제관광전에서 얻어온 제주 전도를 펼쳐놓고 며칠을 즐거워했다. 첫날은 제주도 도착해서 고등어 쌈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유채꽃밭에서 사진도 찍었다. 제주 속의 제주라는 돌마을 공원에 들렀다가 저지오름을 오르고 중문관광단지를 지나 숙소 도착하여 쉬다가 돼지두루치기로 저녁식사를 했다. 둘째날은 한라산 등반 예정이었으나 아침에 계획을 변경했다. 혼자서 외돌개 산책로를 한 시간 넘게 거닐고, 오분작해물뚝배기로 아침을 먹었다. 천지연폭포에서 감귤막걸리 한 잔 하고 쇠소깍에서 태우 타보고 남원읍 숙소에 짐을 풀었다. 민속촌박물관에 갔다가 성읍민속마을에서 저녁 먹고 마지막 날 일정도 변경. 마지막 날 아침, 숙소에서 전복죽 먹고 두모악으로 갔다. 두 번째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다. 섭지코지와 성산 일출봉 들렀다가 비 많이 내릴 때 선녀와 나무꾼 둘러보고 삼성혈 근처에서 고기국수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비행기 시간이 남아 민속자연사박물관 마지막으로 들르고 공항으로 갔다.    

<낭만 제주>의 차례를 보면 크게 '작은 마을', '산과 바다', '공간 산책'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가 소개하는 많은 곳 중에 내가 들른 곳은 극히 적었지만, 2박 3일 여행을 다녀온 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고 알찬 시간을 보내다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소개한 곳이 내가 다녀온 곳이면 더욱 반가웠다. 그녀와 산책하는 낭만제주 여행 지도를 보며 잠시 여행의 기억을 떠올렸다. 

첫 장 '작은 마을 (아무도 제주를 모른다)'에서는 따뜻하고 예쁜 마을들을 소개한다. 남태평양 어느 섬에 세워진 교회 같은 바닷가 예배당이 있는 법환동, 헌책방에서 산 88년도 제주관광안내도로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월대, 한적하게 걷기 좋은 보목리, 제주에서 가장 예쁜 포구가 숨어 있는 한경면 고산리 등. 노꼬물오름으로 부르기도 한다는 수월봉의 밑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해안도로가 있는데 데이트하기에 매우 로맨틱한 길이라고 한다.

둘째 장 '산과 바다 (추억을 섬에 묻다)'에서는 가을에 오르면 억새가 오름 전체를 뒤덮는다는 새별오름, 비자나무가 내뿜는 엄청난 양의 공기 맛이 맛있게 느껴진다는 비자림, 꿈에서나 볼 수 있는 넓고 평탄한 들판의 풍경이 계속되는 마치 아프리카 같다는 서성로, 난대림의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만끽할 수 있는 절물자연휴양림 등을 소개한다. 

셋째 장 '공간 산책 (섬에서 산책하다)'에서는 지극히 제주도다운 곳을 알려준다. 이름만큼이나 색다른 풍경의 이시돌 목장, 제주에 미쳐서 살던 제주만을 찍었던 사진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한라산과 산방산이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주는 오설록 녹차밭, 아시아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유일한 폭포 '정방폭포', 호텔 속으로 걷는 '관광단지' 산책로, 1980년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식물원 '한림공원' 등을 소개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음 제주도 여행은 가보지 않은 곳과 작은 마을들을 골라서 3박 4일 혹은 일주일 정도 다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천리에서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들어보고, 영주십경에 든다는 수월봉의 '월봉낙조'를 보고 싶다. 비자림 입구에서 꿩부침개를 먹고, 한라산 백록담도 보고 싶다. 성산의 맛집에서 문어와 해삼을 먹고, 남은 문어와 함께 끓여주는 라면은 얼마나 맛있을까. 휴양림을 천천히 거닐어보고, 용연에서 한치주물럭을 먹고, 마라도에서 따뜻한 공기의 바람을 느껴보고 싶다. 동문시장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맛보고 시장구경하는 것도 좋겠다. 

'제주도 여행 전에 알아두기'를 보며 '이 책을 조금만 일찍 읽었더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컸다. 숙소나 식당에 대한 정보가 그랬다. 두 숙소에서 따로 1박을 했었는데 한 숙소는 인터넷 정보와 많이 달랐다. 식당도 몇 군데 알아보고 갔는데 가격도 괜찮고 음식도 맛있었던 곳은 여섯 곳 중 두 곳 뿐이었다. 이 책의 도움으로 다음번에는 후회 없는 여행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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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센트 경제학 - 숫자로 읽는 4,900만 한국인들의 라이프 보고서
구정화 지음 / 해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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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序文)의 '대한민국이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제목을 보고 나 역시『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 떠올랐다. 얇은 그림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내용만큼은 포괄적이었다. 예전에 일을 하면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을 설득할 때, 단순히 이렇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그런 면에서『퍼센트 경제학』은 믿음이 가는 책이다. 책에서 사용한 통계는 기본적으로 통계청에서 발행하는 '한국의 사회지표'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조사 결과를 활용했다고 한다. 여러 연구기관의 보고서 자료와 여론 조사 결과의 보도 자료까지 활용했고, 책의 끝부분에는 각 장의 참고문헌을 정리해두었다. 무려 20여 페이지나 되는 참고문헌 목록을 보니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정말 많은 수고를 필요로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숫자로 읽는 4천 9백만 한국인들의 라이프 보고서-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1장의 데이트, 나홀로 족, 결혼, 출산, 맞벌이를 포함한 '사랑과 결혼', 3장의 직업, 취업과 이직, 실업, 연봉, 근무 시간을 포함한 '일과 직업', 4장의 독서, 인맥 쌓기를 포함한 '자기계발', 5장의 한국인 생활 시간표, 주 5일제 시대, 세계여행을 포함한 '여가 생활'은 내 관심거리여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오래 사귀었던 남자 친구와 헤어진 일을 가장 크게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돈'이었다. 한 달 동안 사용한 용돈과 휴대폰 요금이 눈에 띄게 줄었던 것이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내용은 '데이트', 평균 데이트 비용으로 7만 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보니 잠시 옛 일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는 단지 평균일 뿐이고, 거의 '무전'에 가까운 데이트를 즐기거나 럭셔리 데이트를 고집하는 커플도 있다. 근래에 결혼이 부쩍 많아진 이유가 1982년에 시작된 3차 베이비붐 세대가 이제 20대 후반이 되어서라고 한다. 앞으로 몇 년 간 주변의 결혼 소식이 넘쳐날 것이라는데 내 또래의 이야기라서 왠지 다급해지는 마음이다. 잘 되면 한없는 보람이 있지만 잘 되지 못하면 다시없는 무거운 짐이 된다는 결혼, 정말 '행복'이 전제되어야 하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우리반 여학생은 스무 명이 넘었고 남학생은 여덟 명이었다. 1990년대 중반의 일이다. 중학교 때에도 남학생은 모두 여학생과 짝이었는데 여학생끼리 짝이던 친구들도 몇 명 있었다. 하지만 그 즈음 태어나는 아이의 성비는 여자아이를 100으로 보았을 때 남자아이는 113.2였다고 한다. 지금 20대를 눈앞에 둔 남성들은 배우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맞벌이 부부를 원한다고 한다. 비단 남성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맞벌이와 자녀양육 등 모든 것이 관련되어 있어서 세계 최저 출산율이라는 것이 이해는 가지만 심각한 문제 같다.  

취업을 앞두고 어느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그 책을 읽고, 살면서 적어도 세 가지 직업을 가져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세 군데의 직장이 아닌 세 가지 직업 말이다. 그것과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지만『퍼센트 경제학』에서는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 찾으라고 한다. 2007년 구직 단념자 수가 11만 명이라는 말에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나라의 근로 시간은 세계 1위라고 한다. 노르웨이나 프랑스보다 1년에 600시간이나 더 일한다고 하니 무언가 더 부당한 느낌이 든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북카페나 북클럽의 회원들을 보면 독서광이 정말 많다. 글솜씨가 뛰어난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성인 월평균 독서량은 1.3권이고, 5명 중 2명은 1년 동안 책 한 권도 안 읽는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인생 최고의 통장을 인맥 쌓기라고 했다. 나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크게 고교 시절까지의 선생님들과 친구들, 대학 시절 만난 사람들, 졸업하고 만난 사람들,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 올해 초에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이름들을 훑어보며 1년 이상 연락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연락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을 삭제했다. 아는 언니와 우스갯소리로 내 결혼식에 초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전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게 자랑거리인 듯 느껴졌는데 이제는 몇 명 되지 않더라도 진심으로 나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다. 우리나라 직장인은 평균 57명과 인맥을 맺고 있으며 이 중 자신이 힘들고 어려울 때 도와줄 진정한 인맥은 11명이라고 한다.

2004년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국 31개국 중 대한민국의 주당 일하는 시간은 2위, 여가 시간은 꼴찌였다고 한다. 나는 한 달에 20일만 일하면 되기 때문에 올해처럼 공휴일이 적을수록 좋다. 비록 급여는 적더라도 쉬는 날을 이용하여 여행을 다녀오거나 가고 싶었던 미술관 나들이를 한다거나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

꽤 두꺼운 책 한 권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알찬 강의를 들은 느낌이다. 믿을 만한 통계자료를 토대로 한국인들의 라이프 보고서를 완성했다. 시대가 바뀌면『퍼센트 경제학』은 과거의 기록이 되겠지만, 라이프트렌드를 보여주는 현재의 책으로써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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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전하는 건강 이야기 - 현대인을 위한 눈높이 한의학
김이현 지음 / 가치창조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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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을 위한' 눈높이 한의학이란 말에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 부쩍 건강이야기에 관심이 가는 이유가 뭘까? 나는 수술이나 입원을 해본 적은 없지만 주변 사람 중에 건강이 좋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몸 안의 상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무엇이든 미리 예방하고 내몸은 내가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

한의학 박사인 저자가 꼭 알아야 할 한방 상식뿐 아니라 비만과 중풍에 관한 것과 알아두면 좋은 건강 상식을 이야기한다. 난 <몸에 좋은 음식, 약이 되는 음식>을 알려주는 1부가 가장 좋았다. 기억하고 싶은 내용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식혜는 장을 깨끗이 청소하는 작용이 있고, 은행잎은 향균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어 책갈피로 쓰면 좋다고 한다. 술을 마신 후 감을 먹으면 더 취하게 된다고 하니 염두에 두어야겠다. 상추를 먹으면 졸리다는 사실만 알았지 이유는 알지 못했는데, 상추의 우유빛 줄기에 진통과 마취작용을 하는 라쿠루신 성분이 있기 때문이란다. 직업상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목에 좋다는 무벌꿀 주스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어서 만들어 마시면 좋을 것 같다. 포도주를 제외한 모든 술이 산성식품이므로 과일이나 채소 등의 알칼리성식품과 함께 먹는 게 좋다고 하는데 열량이 높은 안주만 고르게 되니 걱정이다. 현대의학에서 술 마신 후 쌀밥을 많이 먹으면 위염이 생기거나 피부병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여드름이 났던 건가. 알고 있던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새로이 알게 되었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고3 올라가기 전 한약을 먹었다.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앞두고 허약해진 몸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효과가 있었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2부에서는 올바른 한약 복용법을 말한다. 인삼을 먹을 때에는 뇌두(꼭지)를 반드시 떼버리고 먹어야 하는데 두통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만한 체질이거나 속에 열이 많은 사람은 한약과 녹두를 함께 먹으면 치료에 좋은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한약의 부작용이나 복용시 주의점과 피해야 할 음식들, 한약 달이는 시간도 알려 준다. 집에서 자주 마시는 결명자차는 눈에 질병이 있거나 눈이 침침한 사람들이 마시면 좋다고 한다. 

3부는 한방에서 사용하는 치료법, 4부는 여성과 관련한 한방, 5부는 비만과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비만의 경우 대추와 옥수수 수염차가 좋다. 대추의 단맛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옥수수수염차는 소변을 정상적으로 나오게 하고 혈압을 내린다고 한다. 6부는 중풍, 7부는 알아두면 좋은 건강상식, 8부는 사람들의 궁금한 점에 대한 답변을 말한다. 건포도를 시원한 곳에 보관하였다가 한 번에 10알씩 하루에 2~3번 꾸준히 먹으면 눈의 피로, 불면증, 몸이 찬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녹차를 오래 마시게 되면 지방이 적어지고 몸이 날씬해진다고 한다. 춘곤증을 극복하려면 냉이, 쑥, 달래, 미나리가 좋고, 잠잘 때는 옆으로 누워서 다리를 조금 구부리는 자세가 가장 좋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명의의 한방 수업>을 들은 느낌이었다. 가족들과 책 내용을 공유하고 갖가지 방법들을 실천한다면 한 가정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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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다이어리
신민아 지음 / 나무수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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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 해 여름이었다.'로 시작하는 폴 오스터의『달의 궁전』을 영화 '마들렌'에서 희진이가 읽었다. 단지 그것 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다. 영화 '새드 무비'의 수은이나 '야수와 미녀'의 해주 역을 했던 배우 신민아가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첫 번째 책, 꼭 읽고 싶었다.

그녀는 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프랑스! 파리!'라는 단어가 늘 먼저 떠오른단다. 난 프랑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다. 초등학교 시절 남동생과 함께 해가 바뀌어 벽에서 떼어 낸 달력에 여러 나라 국기를 그렸었다. 사회과부도의 세계지도 아래쪽에 나와 있던 것을 보고 그렸는데 그때 외웠던 삼색기(프랑스 국기)만 어렴풋이 떠오를 뿐이다.

내가 만약 책을 쓴다면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 얇고 가볍지만 저자에게 딱 어울리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책이기보다 저자 자신만의 책 말이다. '프렌치 다이어리'에는 그녀의 여행에 관한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든다.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워 보인다. 표지 디자인을 포함하여 여행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는 생동감 있는 사진들과 그녀의 이야기로 구성된 편집 등의 북 디자인이 만족스럽다. 다만 그녀의 취향대로 고른 편집매장 위주의 소개가 아쉬울 뿐이다. 패션과 스타일에 관련한 것에 깊은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매장 소개가 나올 때면 사진과 글을 대충 훑어본 뒤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시원해 보이는 공원 벤치에 앉아 지도를 살펴보는 노인, 벼룩시장의 모습, 여행 중 찍은 도시 풍경들, 카페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이 설렌다. 나 역시 배낭여행 하던 날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떠올라, 앞으로 만나게 될 낯선 여행지에서 부푼 마음의 내 모습이 떠올라 마구 여행이 그리워진다.

나보다 어린 스물다섯 그녀의 모습이 성숙해 보인다. 햇살 좋은 날 잔디밭에 누워 낮잠도 자보고, 낯선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 본다. 늘 머물던 곳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도 해보고, 화려한 거리를 거닐어 본다. 차분하지만 알록달록하기도 한 도시에서 골목을 걸어다니며 일상을 만난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만면(滿面)에 평온함이 가득하다. 불안한 모습의 여행자는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여행이 사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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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레슬리 가너 지음, 이민주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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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만 해도 내 나이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스물일곱이 되고 보니 서른에 부쩍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에 친한 친구들끼리 10년 뒤에 만나자고 약속하며 10년 후가 오지 않을 것처럼 까마득하게만 생각되었다. 그와 비슷하게 대학 입학하고 새내기일 적엔 서른이란 나이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갑자기 막막해진다. 대학 졸업 후, 직업과 직장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던 것처럼 이제는 내 인생의 중심부를 책임질 나이가 되어간다는 게 조금씩 두려워진다. 그리고 마음이 조급해진다. 뭔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 놓아야 할 것 같고 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마쳐야 할 것 같다. 솔직히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의 10대인 내 모습에 만족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만한 문제들에 시간을 낭비했던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온 것 같다. 하지만 20대에 들어서면서 5년 후, 10년 후의 내 모습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계해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기에 지금도 늦지는 않았지만 무엇이든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서른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에 고른 책이다. 제목에 '꼭 알아야 한다'는 말이 들어가면 난 항상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바랐다.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그래야 실천할 수 있을테니까. 그러고 보면 [알아야 한다]와 [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니까 말이다. 차례를 살펴보면 '세상은 좀더 적극적인 사람에게 열려 있다.'나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는 [알아야 할 것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는 [해야 할 것들]에 가깝다. 물론 '화낼 줄 모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는 [알아야 할 것]이지만 동시에 [해야할 것]이기도 하다. 화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차례의 서른 가지 내용을 읽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판단력이 흐릿해진다. 아무래도 [알아야 할 것]과 [해야할 것]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나 보다. 

기자에서 작가로,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레슬리 가너가, 그녀가 만난 사람들과의 인생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그들이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서른이 되기 전에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정리해준다. 그녀는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을 들려주기도 하고, 무력감에 빠져 있을 때의 일도 서슴없이 말한다. 주변에서 관찰한 것을 이야기하고, 신화(神話)도 들려주며, 친한 친구의 이야기도 한다. 

불안하기도 하지만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하는 반환점이기도 한 서른살을 맞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레슬리는 말한다. 사실 책의 제목에서 궁금했던 내용들에 대한 답을 시원하게 듣지 못한 느낌이다. 그저 서른 살을 앞두고 진정으로 홀로서기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갑작스럽게 받아들이기보다 천천히 다가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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