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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클래식한 사람 - 오래된 음악으로 오늘을 위로하는
김드리 지음 / 웨일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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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클래식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 임신 중에 제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태교음악으로 들었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 리뷰를 먼저 봤는데, 클래식에 좀더 마음이 끌리고, 좋아하는 곡 한두 개 정도 만들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고 하더라. 출산 후, 백일까지는 아이와 붙어있느라 책 읽기가 버겁더니 4개월 지나니까 숨통이 조금 트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육아 서적이 아닌 내가 읽고 싶은 첫 번째 책으로 『왠지 클래식한 사람』을 선택했다.

클래식에 관심은 있지만 아는 게 없어서 부담된다면 그냥 취향에 맞는 음악을 틀어놓고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이 음악이 왜 듣기 좋은지 내 마음에 다가가보자. 나는 여행을 갈 때도 역사적인 지식 없이 그저 예쁜 건물과 풍경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사진을 보며 그때의 감상을 돌이켜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클래식도 유럽의 어느 마을에 산책을 가듯이 만났으면 한다. 이 곡 저 곡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면 좀 더 머무르는 것이다. 왜 내 마음이 이 오래된 작곡가의 벤치에 머무는지, 작곡가는 이 곡을 썼을 때 어떤 감정이었을지 상상해보면서. (7p) 


목차를 보면, '왠지 클래식한 기쁨'으로 시작해 즐거움, 흥겨움, 열정, 평화, 위로, 몽환, 슬픔, 우울, 불안, 그리움, 고통, 고독, 분노, 공포, 감사 등 16가지 감정으로 나누어져 있다.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여러 감정에 얽힌 고전음악과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들려주며,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들었으면 하는 음악도 추천해준다.

<사계>는 그림으로 치면 사실적인 풍경화에 가깝다. '봄'에서는 뾰롱뾰롱 지저귀는 새소리, 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봄날 한때의 천둥소리, 양치기의 춤 등을 악기의 특징을 살려 묘사했다. 마치 음표로 그림을 그리는 듯 눈앞에 봄의 풍경이 펼쳐진다. 특정 부분에서 표현한 것이 '봄의 무엇'인지 척척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이기에, 클래식 입문자에게 흥미로운 감상이 된다. (24p) 영화로도 제작된 뮤지컬 <렌트>는 음악이 대중적이고 어렵지 않아 누구나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78p) <렌트>에서 꼭 한 곡만 들어야 한다면 <Seasons Of Love>를 추천하고 싶다. (80p) 같은 음악이라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곡된 곡 자체가 주는 감성도 있지만 연주자들의 열정과 에너지에서도 큰 힘이 생긴다. 그것이 클래식을 듣는 재미이기도 하다. (84-85p)


'왠지 클래식한 기쁨'에서 모두에게 가장 친숙한 곡 <생일 축하합니다>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조금 품격 있게 즐겨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생일 축하 변주곡>을 감상해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할렐루야>를 이야기하며, 헨델과 바흐에 대해 들려 준다. 결혼식에서 신부 입장과 신랑신부 퇴장할 때, 바그너와 멘델스존의 행진곡을 사용하게 된 이야기도 한다.

바로크시대 작곡가 비발디가 만든 <사계> 중의 <봄>과 말이 필요 없는 '음악의 성인' 베토벤이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봄>은 찬란한 계절에 꼭 한번 감상해볼 곡들이다. (23p)

임신 중에 참석했던 태교음악회에서 제일 처음 들었던 곡이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2악장이었다. 비발디의 사계는 학창시절부터 익히 들어 친숙하게 느껴진다. 베토벤의 <봄>을 이야기하면서는 베토벤은 물론이고,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도 언급한다. 이 부분을 읽을 즈음,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저자의 이야기가 어렵지 않아서 귀에 쏙쏙 들어왔다.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는 것도 처음이다.


재즈는 실제 연주하는 사람들은 참 자유로워 보이는데, 듣는 입장에서는 막성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어렵기도 하다. 재즈를 들을 때 멜로디와 화음이 어떻게 변화하면서 즉흥연주를 만들어나가는지 하나하나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면 <I Got Rhythm>처럼 짧은 노래를 따라 불러보면 어떨까? 멜로디와 가사를 외우기 쉬운 데다 정박자에 들어오지 않고 뒤로 살짝살짝 밀리는 장난스러운 리듬들은, 기분이 좋은 날이면 나도 모르게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발걸음과도 비슷하다. (60p)

왠지 클래식한 흥겨움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조금 어려웠다. 조지 거슈윈, 카텐버그, 오펜바흐 등 내게는 생소한 이름의 작곡가들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저자의 생생한 설명 덕분에 글만 읽었는데도 음악의 생동감이 느껴졌다.


<아침의 기분>은 페르귄트가 세계를 모험하던 중 모로코에 당도했을 때의 설레면서도 비장한 마음을 나타낸 곡이다. 처음에는 플루트의 가느다랗고 신비로운 선율로 시작한다. 아직 아침 해가 떠오르기 직전인 듯한 고요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멜로디가 참 오묘하다. 우리나라의 대금이 내는 소리 같기도 하고 인도의 피리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104p) 평화로운 하루, 아니 평화로운 한 해를 기원하며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이 곡을 들으며 에너지를 충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105p)

어릴 적에 방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대금 연습을 하시던 아빠 모습이 떠오른다. 내게는 생소한 악기인 대금, 그 소리는 지금 생각해보면 평화로웠다. 그 당시의 아빠는 회사일에 지쳐 심신을 달래기 위해 대금을 연주하셨던 게 아닐까?


또 그는 다른 음악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변형해 연주하거나 편곡하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속 주인공은 <흑건>을 연주하다가 뒷부분을 '백건'으로 바꾸어버린다. 쇼팽의 왈츠를 연주하다가도 꾸밈음들을 섞어 넣으며 재치를 발휘하기도 하니, 쇼팽이 보면 질겁을 할지도 모른다. (83p) 그런데 이러한 멘델스존과 <무언가>가 조금 유명해진 기회가 있었다. 영화 <원스> 때문이다. 무명의 뮤지션과 거리에서 꽃을 파는 여인이 음악을 통해 서로 이끌리는 내용의 영화인데, 여주인공이 악기점에서 피아노로 연주하는 곡이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 <베네치아의 뱃노래>이다. (중략) 영화에 나온 곡은 작품번호 30번에 해당하는 뱃노래로, 강물에 달빛이 비치는 어두움이 내린 베네치아가 그려지는 음악이다. (274p)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 속 에피소드를 들려주니 더 집중해서 읽게 되고, 쉽게 읽힌다. 덕분에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원스>를 음악에 집중하며 다시 한번 보고 싶어졌다. 책 속 장소로 여행을 가는 것처럼 영화 속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두근거리는 일인 것 같다.


이들의 음악은 공통적으로 마치 스칸디나비아산맥 같은 압도적인 힘이 있다. 칼날 같은 바람처럼 거침이 없기도 한데, 깊은 호수처럼 울림이 풍성하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개성이 살아 있다. 시벨리우스의 음악이 광활한 대자연이라면, 그리그의 음악은 광활함 안에서도 가끔 종달새들이 찾아와 노래를 하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닐센은 널리 알려진 작곡가는 아니지만, 모더니즘과 결합하여 많은 음악적 시도를 했던 만큼 약간의 난해함으로 인해 점차 변덕을 부리는 날씨 같다. (103p) 라벨의 <물의 유희>는 수만 개의 물방울이 무지개와 함께 춤을 추는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의 작품 (110p)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라벨의 작품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하얀 눈밭에 소리 없이 내리는 눈 같은 음악이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스르르 녹는다. (112p) 이 곡만큼은 정말 모든 생각을 비우고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비우고 들으면 따뜻함과 평화로움이 채워지는 음악이다. (113p)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처음 들었을 때 '어, 이거 바흐 곡인데?'라고 느낀다면 정답이다. (중략) 바흐 전주곡의 깨끗한 화성 위에 흐르는 구노의 우아한 선율은 세기의 콜라보가 아닐까 싶다. (125p) 모차르트의 <레퀴엠> : 처음에는 비통하고 엄숙하게 시작하지만 합창을 통해 점차 따뜻한 화음으로 감싸준다. 누군가가 햇빛이 쏟아지는 곳의 문을 열어주며 손을 잡아주는 느낌이다. (129p) 드보르자크 <신세계교향곡 2악장> : 매일 떠오르는 붉은 태양과는 다른, 하얀색의 빛이 끝없이 쏟아지면서 감싸주는 느낌이 드는 곡이다. (133p)

 『왠지 클래식한 사람』을 읽는 동안 음악을 표현하는 저자의 글솜씨가 눈길을 끌었다. 멜로디처럼 예쁜 말로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는 따뜻한 연애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음악을 들어보고 싶게 만든다. 화가 벨라스케스의 그림 <왕녀 마르가리타의 초상>도 인상깊게 보았고, 박민규 장편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궁금해졌다.


바흐는 평생 1,000곡이 넘는 곡을 쓰면서 일개미처럼 음악을 했다.교회음악, 기악음악, 성악음악 가리지 않고 오페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르의 기초를 제공하며 마치 음악백과사전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진다.그래서 '음악의 아버지'라는 별칭이 생겼을 것이다. (108p) 슈베르트의 작품은 그의 대표작인 <미완성 교향곡>처럼 뭔가 채워지지 않은 풋풋함이 있다. 기교적으로 화려하거나 멋을 부린 느낌은 없는데, 단순한 멜로디 자체가 매우 음악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타고난 소울'이 풍부한 사람이랄까. 그래서 슈베르트를 참 좋아한다.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송 라이터'이기도 하다. 600여 곡의 가곡을 남겨 '가곡의 왕'으로 불리는데, 가곡뿐만 아니라 기악곡에서도 멜로디를 너무 잘 썼다. 그의 멜로디는 과하지도 않고 뻔하지도 않아서 계속해서 듣고 싶고, 슈베르트라는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277p)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이라고만 외웠지,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아니면 수업시간에 배웠는데, 기억을 못하는 걸까? 바흐나 슈베르트뿐만 아니라 들어본 적 있는 작곡가에 관한 이야기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처음 듣는 작곡가의 이야기도 흥미로운 에피소드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예컨대 '쇼팽 전주곡 1번을 들을게요!' 하면 전주곡 1번이 흘러 나오고 끝나는데,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을게요!' 하면 1악장이 연주되고, 차례로 2악장과 3악장이 나온다. (중략) 어울리는 맛이 조합되면서 디저트까지 즐길 수 있는 코스요리와 같다.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 등이 대표적인 '다악장' 형식의 곡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각각의 악장이 다른 빠르기와 분위기로 표현된다. 1악장부터 피날레까지 이어지면 마치 하나의 건축물을 보는 것 같은 감동이 전해진다. (136p) 교향곡이든 협주곡이든 다악장 형식의 경우 2악장은 느린 악장이다. (137p)

학창시절에 음악시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피아노를 배웠던 시간을 제외하고, 노래 부르기나 악기 다루는 것에 흥미가 없었다. 음악 실기시험이 있는 날은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음악 시간에 배웠던 이론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서 그런지  『왠지 클래식한 사람』을 읽으면서는 이론적인 내용도 귀에 잘 들어온다.


바이올린은 현악기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지만, 그만큼 제대로 된 소리를 내는 것이 매우 힘든 악기이다. 고음에서 가장 화려하고 빛나는 소리를 자랑하는 악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바이올린 솔로곡 중에서 낮은 음을 내면서 참 편안하게 조곤조곤 얘기를 해주는 곡이 있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이다. (106-107p) 
2악장에서 바이올린이 오케스트라의 화음에 실려 점차 고조되는 부분은 정말 감동적이다. 시벨리우스의 곡들은 여름보다는 겨울에 잘 어울린다. 쓸쓸한 계절에,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나의 어두움을 보고 싶을 때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는다. (138p)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 가장 먼저 매료시키는 플루트의 선율은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것 같다. 목관악기인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점차 가세하며 함께 색깔이 섞이다가 하프가 등장한다.이 분위기에 하프까지 나오면, 말 다했다.나른한 봄날, 몽상에 빠져들기 딱 좋은 음악이다. (149p) 드뷔시의 음악을 들으면 멜로디나 화성이 뻔하지가 않아서 '와, 어떻게 이 멜로디에서 이 멜로디로 이어지지?' 감탄을 계속하게 된다. (150p)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지금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4곡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에 항상 빠지지 않는다.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1악장이 끝나고 이어지는 2악장의 아름다운 선율은 들을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328p)

음악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던 이유가 쉬운 문체 때문인 것 같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들려 준다. 저자가 음악을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상황에 들으면 좋은지 하나하나 소개해주니 어렵지 않다.


우울한 음악이 필요할 때, 모차르트의 단조 소나타 중 8번을(199p), 말러의 불안하고 예민한 감성에 좀 더 가까이 가보고 싶다면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며 만들었던 <9번 교향곡>을(217p), 쇼스타코비치의 불안정하고 신경질적인 감성에 더욱 깊이 빠져보고 싶다면 <첼로 협주곡 1번>을 추천하고 싶다. (중략) 이 곡에서는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라는 첼로의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저음부터 고음에 이르기까지 날카롭고 강한 첼로의 움직임이 마치 전쟁을 연상시키는 곡이다. (220p) 차이콥스키 <비창> : 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 어렵다면 4악장만큼은 꼭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곡의 마지막 악장으로, 강렬한 현악기의 주제가 '고통이란 이런 거야'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듯하다. (261p)

저자가 추천하는 음악은 목록을 따로 정리해두고 싶다. 어떤 기분일 때  어떤 음악을 듣고, 어느 음악가를 이해하고 싶을 때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은지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읽기에 좋은 것 같다.


랩소디를 광시곡이라고 해석했을 때 특히 잘 어울리는 곡은 영국 록그룹 퀸QUEEN의 <보헤미안 랩소디>일 것이다. 이 곡은 랩소디가 가지는 서사적인 특성, 자유로운 형식, 강렬한 감정 등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팝송 중에서 가장 경이로운 노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일단 곡의 총길이가 약 6분으로 보통 노래의 두 배쯤 된다. 6분 안에서 그야말로 서사시가 펼쳐지기 때문에 노래를 듣고 나면 거짓말 조금 보태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중략) 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이 노래로 서사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가르치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아카펠라-록발라드-오페라-헤비메탈-발라드'로 이루어진 5단계의 구성이 지루할 틈 없게 만들어준다. (290p)

끝으로  『왠지 클래식한 사람』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을 소개하자면, <보헤미안 랩소디>에 관한 이야기였다. 6분의 긴 노래를 듣고 나면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는 저자의 말이, 지루할 틈 없다는 5단계의 구성이, 무척 궁금해졌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데 한참 걸렸다. 아이를 재우고 밤중에 시간 날 때마다 읽었다. 피곤한데도 내용이 지루하지 않아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나처럼 클래식에 대해 무지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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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 엄마와 딸, 그림 대화
조혜덕 지음 / 하나의책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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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저학년 때, 엄마가 스크랩해놓은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보았다. 어린 나이에 화가들의 이름은 알지 못했지만, 신문에서 오려붙인 흑백 그림들이 기억속에 인상깊게 남아있다. 엄마 덕분인지 난 미술작품 보는 것을 좋아한다. 누구의 작품인지 무슨 기법으로 그렸는지 알지 못해도 마음에 와닿는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한다.「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은 엄마와 딸의 그림 대화다. 화가의 길을 가다가 큐레이터가 된 딸이 엄마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한다.


          수많은 그림 중에서 저는 19세기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을 선택했어요. 그 작품들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소박한 일상이 담겨 엄마에게 보는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엄마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6p)



딸은 가장 먼저 그림 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작가와 작품 배경을 알기 전에 말을 거는 그림을 찾고, 그림의 소리 듣기, 감상 소감을 말로 표현하기, 감상 후 하고 싶은 행동을 떠올려보고, 그림 속 인물에게 말을 걸어보라고 한다.「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읽기 전에 영국 BBC 3부작 드라마 '빛을 그린 사람들'을 보는 것도 좋겠다. 인상주의의 시초가 되었던 마네, 인상주의를 이끈 모네, 인상주의를 풍요롭게 한 르누아르, 인상주의를 새로운 스타일로 해석한 드가, 인상주의를 넘어선 세잔 등이 주인공이다. 영화 '르누아르'와 '마네의 제비꽃 여인', 고흐와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를 책으로 엮은「반 고흐, 영혼의 편지」도「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은 엄마가 주인공이 되어 오랫동안 그림 전문가로 일해온 딸에게 익숙했던 인상파, 후기 인상파인 7명의 화가를 각각의 스타일로 색다르게 만나며 그들의 삶과 예술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디지털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엄마에게 SNS에서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마네 그림을 설명한 것이다. 꽃 그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7명의 화가들 작품에서 어김없이 꽃 그림을 찾아내는 딸의 마음도 예뻤다.


모네의 <점심>, <아르장퇴유 부근의 개양귀비꽃>, <정원의 여인들>, <화가의 지베르니 정원> 등 꽃이나 정원이 그려진 마음 포근해지는 그림들은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프랑스 여행 전에「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읽었더라면 모네의 작품들이 더욱 눈에 띄었을텐데 아쉽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모네의 수련 연작도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직접 보았었다. 난 르누아르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인물 그림을 좋아한다. 전에는 그저 그림만 훑어보는 게 전부였는데, 르누아르의 <선상 파티의 점심>, <그네>,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우산> 등 그림 속 인물들이 누구며, 어떤 상황인지 이야기를 풀어주니 그림에 대한 이해가 쉽고, 재미있다.


독창적인 구도로 생동감을 표현한 드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발레 그림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다림질하는 여인의 모습도 드가의 관심을 끈 주제였다. 소소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했던 드가의 그림들을 미술관에서 다시 보게 된다면 음악 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드가는 자신의 그림에서 '우연은 없다'라고 할 정도로 음악을 작곡하듯 사람의 표정과 몸짓까지 모든 것을 계획하고 그렸다고 합니다. 삶에 어두운 부분을 드러낸 음표, 긴장과 이완을 이용한 박자, 조명이 만들어내는 강약을 사용해 피아노로 꽃 달린 모자를, 첼로로 다림질하는 모습을, 바이올린으로 카페의 풍경을, 오보에로 압생트의 술맛을 작곡하듯 그림으로 이 세상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만들어 냈습니다. (185p)



세잔의 그림은 사실적이지 않다. 순간적으로 변하는 대상의 빠른 변화를 포착한 것이 아니라 대상이 품고 있는 영원한 구조를 표현하려 했다. 3차원 구성의 입체감이 아니라 2차원적인 평면으로 자연을 새롭게 구성했다.

 

          "이 그림(<에스타크에서 바라본 마르세유 만>)을 보니 세잔이 좀 촌스러운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어. 색감이 단순하고 풍경도 평범하게 다가오거든." (200p)


 

세잔은 대상이 지니고 있는 색채를 표현하려고 사과에만 매달려 지냈다. 정물을 그릴 때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대상이 지닌 색감을 다양한 시점을 통해 표현했다.


          진짜 사과를 그리기 위해 평생 관찰했던 세잔은 후기 인상파의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관점에 따라 그림을 그려도 된다는 현대미술의 길을 후배들에게 안내해 준 근대 미술의 아버지로 칭송 받았습니다.  (206p)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화가는 잘 몰라도 고흐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고흐의 대표작으로는 <별이 빛나는 밤>과 <해바라기>가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해바라기라서 고흐의 <해바라기>도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다. 고흐는 아를의 작업실에 오기로 했던 고갱이 오지 않자 자신의 집이 초라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을 화사하게 장식하기 위해 <해바라기>를 그렸다고 한다. 그림이 그려지게 된 이유, <붕대로 귀를 감은 자화상>처럼 고흐가 스스로 귓불을 자르게 된 이야기, 동생 테오와의 관계 등 고흐에 대해 듣다보니 그의 삶이 애잔하고 안쓰러웠다.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를 보기 위해 유럽여행을 계획하며 일부러 프랑스 남부지방 아를도 루트에 포함시켰었다. 그림 속 실제 장소에 도착했을 때, 고흐의 그림 속으로 들어왔다는 황홀함과 유명세를 타서 그런 건지 친절하지 않은 카페 직원에 대한 실망감이 공존했다. 10년 전, 한젬마의「화가의 집을 찾아서」를 읽고, 책에 나온 충남 공주의 '임립미술관'에 갔었다. 책을 읽고 책에 소개된 장소에 갔던 것처럼 그림을 보고 그림 속 장소를 여행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얼마 전에 읽었던 김민철의「모든 요일의 여행」에서 <고흐의 방>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과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두 곳에 있다는 말이 나왔다.「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에 그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와있다.


          <고흐의 방> 그림은 같은 구성으로 총 3점의 연작이 있습니다. 첫 번째 <고흐의 방>은 귀를 자르고 잠시 병원에 있는 동안 홍수가 나서 그림이 약간 훼손되었어요. 현재는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정신병원에 있는 동안 고흐는 그림을 더 이상 야외에서 그리지 못해 자신이 그렸던 그림들을 다시 그렸습니다. 그렇게 그린 두 번째 <고흐의 방>은 색이 더 풍성하게 표현됐는데, 어머니와 여동생을 위해 그린 작품입니다. 이 그림은 시카고 미술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세 번째 <고흐의 방>은 밝고 화사한 하늘색의 벽과 단조로운 마룻바닥이 표현됐어요.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248-249p)



마지막으로 고갱은 상징적이고 내면적인 스타일로 20세기 회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 후기 인상파 화가다. 고갱의 <언제 결혼할 거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1위로 카타르 왕실이 구입했다고 한다.


          엄마와 저는 고갱의 그림을 따라 그가 거주했던 지역에 가서 1800년대 후반의 고갱이 되어 봅니다. 르누아르를 만났을 때는 그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고갱의 그림은 약간 거리를 두고 그가 현실을 바라보고 상상했을 그의 욕망을 탐구해야 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95p)


 

아를에서 두 달 동안 함께 지낸 고흐와 고갱은 같은 주제로 작업한 작품들도 있다. 예를 들면, 고갱은 고흐의 <밤의 카페>와 <아를 여인>을 참고하여 <아를의 밤 카페>를 그렸다고 한다. 책에 나오는 엄마의 말을 빌리면, 고흐의 그림은 "힘도 희망도 없어 보이고, 고흐의 고독한 마음이 텅 빈 카페처럼 느껴진다." 그에 반해 고갱의 그림은 "색이 강렬하고, 그의 성격처럼 똑부러지는 느낌이 들어서 깔끔해 보인다." 고갱은 고흐의 그림을 계속 보고 있으면 언젠가 미칠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모네의 <파라솔을 든 여인>이나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제비꽃 다발을 든 베르트 모리조>처럼 다른 화가들은 작품의 제목을 있는 그대로 정하거나 모델 이름으로 붙인다. 그런데 고갱은 <저승사자가 지켜본다>, <즐거움>, <언제 결혼할 거니?>,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처럼 추상적이거나 재미있는 제목을 붙였다.


          고갱이 추구하던 예술은 몇 사람만의 취향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주제를 순수하고 아름다운 원시적인 자연에서 찾아 강렬하고 생동감 있는 색채로 표현했습니다. 보고 관찰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의 생각 속에서 상상으로 그림을 그렸던 고갱은 "자연에서 작품을 훔쳐! 그리고 스스로 자연을 재창조해!"라면서 자신의 상상력을 믿었습니다. (329p)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한 권으로 19세기 인상파 화가 일곱 명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모네부터 르누아르, 마네, 드가, 세잔, 고흐, 고갱까지 화가들의 삶과 가족 이야기,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와 딸의 대화로 풀어가는 방식도 좋았고, 무엇보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다수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림을 좋아하는 엄마와 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1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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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을 만드는 정승익의 사진 구도 - 전면개정판 좋은 사진을 만드는 정승익의 사진 시리즈
정승익 지음 / 한빛미디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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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카메라와 함께 하는 시간도 늘었다. 예전에는 디지털카메라를, 요즘에는 DSLR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데, 사진을 배운 적이 없어서 무작정 셔터를 눌러대고 마음에 드는 풍경은 많이 찍고 본다. 노출값 설정할 줄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찍는데도, 풍경이 멋져서인지 구도를 잘 잡아서인지 잘 찍힌 사진에 기분이 좋다. 지금껏 사진 관련 전문 서적은 읽은 적이 없다. 단지 두꺼운 신미식 포토에세이 <나는 사진쟁이다 I am a photographer>를 인상깊게 보았고, 진동선의 <한 장의 사진 미학>에서 사진을 보고, 읽고, 느끼는 방법에 대해 훑어보았을 뿐이다.

 

드디어 정승익의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 구도>를 읽게 되었다. 7년 만의 개정판이다. 2006년에 출간되었던 책의 본문 예제 사진 90% 이상을 작가가 최근에 촬영한 사진으로 교체했고, 500여 장의 인물과 풍경사진으로 다양한 구도를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PART 1에서는 구도를 결정하는 조건, 좋은 구도와 나쁜 구도, 공간 분할법 등 사진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화면의 짜임새인 구도의 기본 개념에 대해 알아본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예로 들어 여러 가지 구도를 설명하는 내용을 읽다보면, 마치 강의실에서 사진학 수업을 듣는 느낌이다. 멋진 여행사진도 감상하고, 구도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 1석 2조다. 

 

 

동일한 피사체를 촬영해도 그 형태나 표현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각은 작가의 '의도'를, 시선은 '화면 구성'을 말하는 것으로, 시각의 변화를 통해 작가의 의도가 달라질 수 있다. (35p)

 

 

구성이 돋보이게, 주제를 명확하게, 화면을 단순히 함으로써 시선을 사로잡는 구도를 결정할 수 있다. 구도를 어떻게 잡는지에 따라 사진의 느낌이 달라지고,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책에서 예를 들어주는 사진들의 구도를 보며 내가 찍은 것과 비교해보고, 맘에 들지 않았던 사진들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PART 2에서는 인물사진의 다양한 프레이밍 기법과 일반적인 인물사진의 구도법을 제시하고, PART 3에서는 풍경사진 촬영을 위한 구도를 알려준다. 인물사진 갤러리에 담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진들을 찍을 때의 촬영초점과 사진설명을 들으며 사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풍경사진 갤러리는 작품들을 감탄하며 보았다. 흉내낼 수도 없을 만큼 황홀한 사진들이다. 혼자서 사진 구도를 공부할 때 혹은 사진 수업을 들으며 이론 공부를 할 때 펼쳐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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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 아름다운 멜로디 뒤에 가리어진 반전 스토리
이민희 지음 / 팜파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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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수능시험이 끝나고 한창 라디오를 들었다. 마음에 드는 신청곡이 나올 때마다 노래 제목을 적어두었다. 아는 가수는 많지 않지만, 음색이 좋고 가사가 좋은 노래는 반복해서 듣는 편이다. 음악 관련 책은 거의 처음 읽는 것 같다. 제목부터 흥미로웠던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는 '아름다운 멜로디 뒤에 가려진 반전 스토리'로 마치 스릴러를 읽는 듯 짜릿했다. 책에 소개된 스물네 곳의 노래를 거의 몰랐다.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노래 CD가 포함되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노래를 한 번 들어보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더라면 뭔가 조금 더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까.

 

한때 미국을 휩쓴 히피의 대안문화를 상징했고, 온 세계의 평화를 일깨우는 화해의 노래가 된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Flowers in Your Hair)' (1967), 종교와 국가의 대립으로 무차별한 희생이 일어난 1972년 1월 북아일랜드 데리의 거리를 묘사한 'Sunday Bloody Sunday' (1983), 존 레논이 가장 온화한 방식으로 평화를 말하는, 한없이 감미롭고 따뜻한 손길로 뼈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Imagine' (1971), 루이스 알렌이 쓴 두 명의 혹인 린치 사건을 다룬 시를 가수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Strange Fruit' (1939), 크리스 페인 감독의 다큐멘터리 <전기자동차를 누가 죽였나?> (2006)와 국내 밴드 자우림의 8집 <음모론> 가운데 가장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EV1' (2011), 현실도피 혹은 회의주의의 노래라고도 하고, 꿈의 노래, 이상향의 노래라고도 하는 'Over The Rainbow' (1939) 등 . 레조 세레스의 'Gloomy Sunday' (1933), 투팍 & 비기의 'Runnin(Dying To Live)' (2003), 모차르트의 <Requiem> (1791) 등 죽음과 관련된 노래와 음악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섬뜩했다. 

 

단순히 음악만 듣기보다 그에 관련한 스토리를 읽음으로써 새로운 방법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달콤한 사랑 노래와 슬픈 이별 노래만 잔뜩 쏟아지는 요즘, 화해, 저항과 정의, 죽음에서 태어난 노래 등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각각의 노래를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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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미술관 -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
김홍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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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병아리를 연상시키는 샛노란 바탕에 사내아이가 환하게 웃고 있고 책의 제목은 '하하 미술관'이다.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내 마음속까지 환해지는 느낌이다. 표지만 보고 '만면(滿面)에 웃음 가득할 수 있는 책이겠구나' 생각하여 책을 펼쳤다. 저자는 우울한 소식만 가득한 세상의 우리들을 그림으로써 환하게 웃기고 싶었고, 그래서 책을 쓰게 되었다. 국내 작가에게 긍정할 수 있는 삶의 조건과 공통분모가 더 많기 때문에 책에 담은 작품들은 모두 국내 작가들의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시종일관 웃을 수 있다고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시종일관 웃는 우리들을 떠올릴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하하하 소리내어 웃을 수 있게 한 작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조장은의 <기억이 안 납니다>(82p)를 보고 처음 웃음이 터졌다. 과음하고 들어온 여성의 모습인데 초록색 이불 위엔 술병이 가득하다. 산발(散髮)한 채 술이 덜 깬듯 두 볼은 발그레하고 그 모습이 꽤 오래된 지난 어느 날의 영락없는 내 모습이었다. 많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아닐까. 조장은의 다른 작품들도 실감나는 표정으로 인해 그림을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한다. 이소윤의 <장면1-설렘과 기대>(90p)도 뭔가 말하려는 듯하다. 등받이 없는 의자에 단발머리 소녀가 몸에 비해 엄청나게 큰 가방을 메고 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주변의 큰 기대에 부담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의 부탁으로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소윤의 다른 작품명은 <불안>, <불신>, <혼란>, <단절> 그리고 <위로>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소녀의 행동이나 옷차림, 표정의 적절한 표현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커플천국을 걷는 싱글들에게 보이는 주정아의 작품들도 재밌다. 다정한 연인을 바라보는 남자와 개의 표정이 실감난다. 

하하하 소리내어 웃으며 본 작품은 얼마 없지만, 감탄하거나 미소지으며 본 작품도 꽤 있다. 박재영의 스웨터 그림은 정말 섬세하다. 보고 있는 내 눈이 아플 정도다. 작가는 올을 그리는 행위가 삶의 과정을 현재와 결합시키는 일이라고 말한다(29p). 조성연의 '사물의 호흡' 연작 사진은 거실 한쪽 벽에 걸어 놓고 싶은 욕심이 난다. 표지 그림은 이순구의 <웃는 얼굴-소년>이다. 작가는 노란색이 소년의 빛깔이라고 생각해서, 배경에 노란색을 자주 썼다고 한다(45p). 목젖까지 보이도록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모습이 보고만 있어도 마음까지 환해진다. 홍일화의 그림은 인위적인 아름다움과 성형에 중독된 한국의 현실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144p).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한 가지씩 단점을 안은 얼굴이지만 실제 모습을 보는 듯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권경엽의 붕대를 싸매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그림도 사진을 찍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 외에 전영근의 '여행' 그림은 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게 하고, 김정아의 발레복을 입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은 어느 외국 작가의 그림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김혜연의 <은반의 여왕>이나 <가족 풍경>을 보면서는 풍자적이고 희극적인 패러디의 대가인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가 생각났다. 구본주의 그림에서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았고, 김정란의 수묵 채색한 그림과 김소연의 시멘트 패널에 그린 그림은 오래된 사진첩의 어린 시절 사진을 떠올리게 했다. 안정민의 <은골단심24-황금>과 <은골단심27-목련꽃>, 왕열의 작품은 액자 속에 넣어 집안을 장식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듣는 표현들이 있었다. '더께더께' 쌓인 시간의 지층 위에 외롭지 않게 핀 꽃(38p), 낙숫물에서 태어난 음계가 왈츠 보폭으로 '톰방톰방' 뛰어다니는(76p), 좁은 골목길을 '톰방톰방' 뛰어가는 어린아이(107p)가 그것이다. 재미있는 표현들을 알게 되었다. 책에 나오는 보고 싶은 영화 여섯 편과 읽고 싶은 책 여덟 권의 제목을 적어놓았다. 이렇게 따듯한 그림치유 에세이를 쓴 저자가 알려준 영화와 책이라서 꼭 보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 3년간 이벤트에 당첨된 도서에 한해서만 서평을 써왔다. '하하 미술관'은 처음으로 서평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책이다. 내가 소중하게 얻은 책인 만큼 읽고나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멋진 작품들과 따뜻한 이야기가 함께 있는 책이라서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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