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다이어리
신민아 지음 / 나무수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 해 여름이었다.'로 시작하는 폴 오스터의『달의 궁전』을 영화 '마들렌'에서 희진이가 읽었다. 단지 그것 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다. 영화 '새드 무비'의 수은이나 '야수와 미녀'의 해주 역을 했던 배우 신민아가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첫 번째 책, 꼭 읽고 싶었다.

그녀는 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프랑스! 파리!'라는 단어가 늘 먼저 떠오른단다. 난 프랑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다. 초등학교 시절 남동생과 함께 해가 바뀌어 벽에서 떼어 낸 달력에 여러 나라 국기를 그렸었다. 사회과부도의 세계지도 아래쪽에 나와 있던 것을 보고 그렸는데 그때 외웠던 삼색기(프랑스 국기)만 어렴풋이 떠오를 뿐이다.

내가 만약 책을 쓴다면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 얇고 가볍지만 저자에게 딱 어울리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책이기보다 저자 자신만의 책 말이다. '프렌치 다이어리'에는 그녀의 여행에 관한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든다.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워 보인다. 표지 디자인을 포함하여 여행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는 생동감 있는 사진들과 그녀의 이야기로 구성된 편집 등의 북 디자인이 만족스럽다. 다만 그녀의 취향대로 고른 편집매장 위주의 소개가 아쉬울 뿐이다. 패션과 스타일에 관련한 것에 깊은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매장 소개가 나올 때면 사진과 글을 대충 훑어본 뒤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시원해 보이는 공원 벤치에 앉아 지도를 살펴보는 노인, 벼룩시장의 모습, 여행 중 찍은 도시 풍경들, 카페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이 설렌다. 나 역시 배낭여행 하던 날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떠올라, 앞으로 만나게 될 낯선 여행지에서 부푼 마음의 내 모습이 떠올라 마구 여행이 그리워진다.

나보다 어린 스물다섯 그녀의 모습이 성숙해 보인다. 햇살 좋은 날 잔디밭에 누워 낮잠도 자보고, 낯선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 본다. 늘 머물던 곳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도 해보고, 화려한 거리를 거닐어 본다. 차분하지만 알록달록하기도 한 도시에서 골목을 걸어다니며 일상을 만난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만면(滿面)에 평온함이 가득하다. 불안한 모습의 여행자는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여행이 사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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