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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각씩 걷는 파리 - 나만의 속도로 맞춰가는 열 조각의 파리 도보 여행
손지연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6년 8월
평점 :
2016년 1월, 한 달간 유럽여행을 했는데 두 번째 나라가 프랑스였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야간 열차를 타고 도착한 파리는 날씨가 흐렸습니다. 파리에서 4일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고, 아를에서는 이틀 쉬엄쉬엄 다녔던 것 같습니다. 10년이 지났지만, 파리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40대가 된 후로는 조금 바뀌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여행'이라고 하면 휴양보다는 걸어다니며 보고 느끼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제목만 보고 <한 조각씩 걷는 파리>에 눈길이 갔습니다. 게다가 파리의 유명 관광지를 아기자기하게 그려 놓은, 표지의 지도 그림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파리를 걷는 여행의 관점에서 새롭게 소개하는 '파리 도보 여행' 가이드 에세이라고 해서 읽어 보고 싶었습니다.

유튜브 '게으른 완벽주의자' 채널을 운영하는 손지연 저자는 유럽에 살고 싶어서 여행 가이드 일을 택했다고 합니다. 파리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도 아무 감흥이 없다가 어쩔 수 없이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탄 날에 진짜 파리를 만났다고 하네요. 그때부터 파리를 걸었고, 조금만 걸어도 다른 시간과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니 걸어야 하는 파리 이야기가 더욱 궁금했습니다.
제가 10년 전에 여행했던 파리에서의 4일은, 유명 관광지를 최대한 가 보고 싶어서 조금 빠듯하게 돌아다니지 않았을까 합니다. <한 조각씩 걷는 파리> 차례를 보니 에펠탑부터 베르사유 궁전까지 열 개의 조각이 나옵니다. 퍼즐 조각으로 표시한 순서가 눈에 띕니다. 두 조각을 제외한 나머지는 제가 가 본 곳들이네요. 오래전의 여행 추억도 떠올릴 겸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한 조각씩 걷는 파리>는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조르주 퐁피두 센터, 노트르담 성당, 몽마르트, 오페라 가르니에, 개선문, 마레지구, 베르사유 궁전을 한 곳씩 소개합니다. 파리의 멋진 풍경을 사진으로 만나니 여행 기분이 살아납니다. 먼저, 소개하는 곳을 중심으로 주변의 지도를 실었습니다. 조금 걸으면서 많이 볼 수 있는 효율적인 동선을 알려 줍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걸으면서 만나는 파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다면 가볍게 읽고 끝날 여행에세이였을까요?
<한 조각씩 걷는 파리>는 각 유명 관광지를 더욱 깊이 파고듭니다. 이를테면 에펠탑은 세워지게 된 배경, 오르세 미술관은 여러 화가들, 몽마르트는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부터 수잔 발라동까지 여러 예술가들, 오페라 가르니에는 나폴레옹 3세에 대해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렸을 때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지식이 지루하게만 느껴졌는데, 책을 읽는 동안 방대한 지식에 머릿속이 꽉 찬 기분입니다. 파리 여행 전에 알고 갔더라면 여행이 좀더 특별했을 것 같습니다.

각 조각에서 말하는 랜드마크와 그 주변 거리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여행 가이드로 활동했던 저자는 파리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고 싶어서 하고 싶은 말들이 많다고 합니다. 파리에서 딱 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에펠탑 앞 벤치에서 빵을 먹겠다는 저자.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에서 무료 관람하기, 수요일이나 토요일 오전이라면 윌슨 대통령 시장에서 현지인들의 식문화를 구경하고 맛보기 등 에펠탑과 그 근처를 걸어다니며 온전히 파리를 즐길 수 있도록, 여행자들이 최적의 루트를 짤 수 있게 도와줍니다. 마지막에는 다른 조각의 코스로 이어지는 이동 방법까지 나와 있네요.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주요 작품을 모두 보기는 불가능하므로 몇 작품만 최적의 동선으로 보고 나오기, 퐁피두 센터에 들르기 전에 파리 시청 앞에서 사진 찍기, 노트르담 성당에서 나오면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과 카페 들르기, 몽마르트에 갔다면 분홍집(라 메종 로즈) 근처 화가들이 거닐었던 거리를 조용히 산책하기 등 파리 곳곳을 느낄 수 있는 루트를 알려 줍니다.
저는 에펠탑 야경이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지던 루브르 박물관, 바토무슈를 타며 바라보았던 오르세 미술관 외관, 퐁피두 센터로 올라가던 에스컬레이터, 몽마르트 언덕의 사크레 쾨르 성당 등 며칠 전에 보았던 것처럼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뮤지엄 패스 뽕을 뽑겠다고 4일간 열심히 다녔던 것 같은데, 주요 관광지 주변을 좀더 여유롭게 둘러봤다면 어땠을까요? 책을 읽고서 10년 전 정리했던 파리 여행 흔적을 넘겨 봤는데,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다시 한번 파리를 여행하게 된다면, <한 조각씩 걷는 파리>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 조각씩 걷는 파리>에서 소개한 열 조각 중에 제가 가 보지 못한 곳은 오페라 가르니에와 마레지구입니다. 길을 걷다가 맞은편에서 오페라 가르니에를 본 것 같기도 하지만 확실하진 않습니다. 책에서는 오페라 극장의 박스석부터 각 좌석과 계급 사회 이야기, 각 좌석의 티켓 금액과 건물 관람 입장료도 알려 줍니다.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모인 마레지구에 빅토르 위고 기념관이 있는데, 중정의 카페와 빅토르 위고의 저택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17세기 귀족 저택의 건축적인 구조를 확인할 수 있겠네요.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다양한 여행 정보가 유익합니다.
오래 전에 여행했던 파리의 추억을 떠올리며, <한 조각씩 걷는 파리>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눈에 익은 사진 속 풍경을 만나면 반갑기도 했네요.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독자에게 알려 주고 싶은 내용이 많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책 한 권에 저자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게 보인다면 과장일까요? <한 조각씩 걷는 파리>에는 저자가 현지에서 여행 가이드로 활동하며 경험하고 체득한 여행 노하우가 담겨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지만, 주변 거리나 골목까지 산책하듯 낭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파리 여행을 앞둔 사람이나 저처럼 파리를 추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조각씩 걷는 파리>를 추천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