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센트 경제학 - 숫자로 읽는 4,900만 한국인들의 라이프 보고서
구정화 지음 / 해냄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서문(序文)의 '대한민국이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제목을 보고 나 역시『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 떠올랐다. 얇은 그림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내용만큼은 포괄적이었다. 예전에 일을 하면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을 설득할 때, 단순히 이렇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그런 면에서『퍼센트 경제학』은 믿음이 가는 책이다. 책에서 사용한 통계는 기본적으로 통계청에서 발행하는 '한국의 사회지표'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조사 결과를 활용했다고 한다. 여러 연구기관의 보고서 자료와 여론 조사 결과의 보도 자료까지 활용했고, 책의 끝부분에는 각 장의 참고문헌을 정리해두었다. 무려 20여 페이지나 되는 참고문헌 목록을 보니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정말 많은 수고를 필요로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숫자로 읽는 4천 9백만 한국인들의 라이프 보고서-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1장의 데이트, 나홀로 족, 결혼, 출산, 맞벌이를 포함한 '사랑과 결혼', 3장의 직업, 취업과 이직, 실업, 연봉, 근무 시간을 포함한 '일과 직업', 4장의 독서, 인맥 쌓기를 포함한 '자기계발', 5장의 한국인 생활 시간표, 주 5일제 시대, 세계여행을 포함한 '여가 생활'은 내 관심거리여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오래 사귀었던 남자 친구와 헤어진 일을 가장 크게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돈'이었다. 한 달 동안 사용한 용돈과 휴대폰 요금이 눈에 띄게 줄었던 것이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내용은 '데이트', 평균 데이트 비용으로 7만 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보니 잠시 옛 일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는 단지 평균일 뿐이고, 거의 '무전'에 가까운 데이트를 즐기거나 럭셔리 데이트를 고집하는 커플도 있다. 근래에 결혼이 부쩍 많아진 이유가 1982년에 시작된 3차 베이비붐 세대가 이제 20대 후반이 되어서라고 한다. 앞으로 몇 년 간 주변의 결혼 소식이 넘쳐날 것이라는데 내 또래의 이야기라서 왠지 다급해지는 마음이다. 잘 되면 한없는 보람이 있지만 잘 되지 못하면 다시없는 무거운 짐이 된다는 결혼, 정말 '행복'이 전제되어야 하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우리반 여학생은 스무 명이 넘었고 남학생은 여덟 명이었다. 1990년대 중반의 일이다. 중학교 때에도 남학생은 모두 여학생과 짝이었는데 여학생끼리 짝이던 친구들도 몇 명 있었다. 하지만 그 즈음 태어나는 아이의 성비는 여자아이를 100으로 보았을 때 남자아이는 113.2였다고 한다. 지금 20대를 눈앞에 둔 남성들은 배우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맞벌이 부부를 원한다고 한다. 비단 남성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맞벌이와 자녀양육 등 모든 것이 관련되어 있어서 세계 최저 출산율이라는 것이 이해는 가지만 심각한 문제 같다.  

취업을 앞두고 어느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그 책을 읽고, 살면서 적어도 세 가지 직업을 가져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세 군데의 직장이 아닌 세 가지 직업 말이다. 그것과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지만『퍼센트 경제학』에서는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 찾으라고 한다. 2007년 구직 단념자 수가 11만 명이라는 말에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나라의 근로 시간은 세계 1위라고 한다. 노르웨이나 프랑스보다 1년에 600시간이나 더 일한다고 하니 무언가 더 부당한 느낌이 든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북카페나 북클럽의 회원들을 보면 독서광이 정말 많다. 글솜씨가 뛰어난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성인 월평균 독서량은 1.3권이고, 5명 중 2명은 1년 동안 책 한 권도 안 읽는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인생 최고의 통장을 인맥 쌓기라고 했다. 나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크게 고교 시절까지의 선생님들과 친구들, 대학 시절 만난 사람들, 졸업하고 만난 사람들,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 올해 초에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이름들을 훑어보며 1년 이상 연락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연락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을 삭제했다. 아는 언니와 우스갯소리로 내 결혼식에 초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전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게 자랑거리인 듯 느껴졌는데 이제는 몇 명 되지 않더라도 진심으로 나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다. 우리나라 직장인은 평균 57명과 인맥을 맺고 있으며 이 중 자신이 힘들고 어려울 때 도와줄 진정한 인맥은 11명이라고 한다.

2004년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국 31개국 중 대한민국의 주당 일하는 시간은 2위, 여가 시간은 꼴찌였다고 한다. 나는 한 달에 20일만 일하면 되기 때문에 올해처럼 공휴일이 적을수록 좋다. 비록 급여는 적더라도 쉬는 날을 이용하여 여행을 다녀오거나 가고 싶었던 미술관 나들이를 한다거나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

꽤 두꺼운 책 한 권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알찬 강의를 들은 느낌이다. 믿을 만한 통계자료를 토대로 한국인들의 라이프 보고서를 완성했다. 시대가 바뀌면『퍼센트 경제학』은 과거의 기록이 되겠지만, 라이프트렌드를 보여주는 현재의 책으로써 손색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