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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평점 :
무레 요코의 소설 '카모메 식당'을 읽고, 핀란드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카모메 식당에 가고 싶었다. 미시마 유키코의 소설 '해피 해피 브레드'를 읽고, 홋카이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 카페 마니가 있다면 찾아가고 싶었다. 김지혜 작가의 <책들의 부엌>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자마자 힐링이 되었던 일본 작가의 두 소설이 떠올랐다. <책들의 부엌>에 둘러진 띠지에는 '2022 상반기 기대작 1위'라고 쓰여져 있지만, 그 말보다는 [갓 지은 맛있는 책 냄새가 폴폴 풍기는 여기는 '소양리 북스 키친'입니다. 마음을 꺼내어 놓고, 그저 쉬어가세요.]라는 문장이 더 눈길을 끌었다.
오픈 준비 중인 소양리 북스 키친을 소개하는 프롤로그의 첫 문장, 첫 문단부터 마음에 들었다. 이 소설로도 힐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아름다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고,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을 듣는 느낌이었다. 어쩜 소설 속 문장 하나하나가 부드럽게 읽힐까. 처음에 언급한 두 일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봤던 것처럼 <책들의 부엌>도 영화로 나오면 너무 좋겠다.
"북스 키친은 말 그대로 책들의 부엌이에요. 음식처럼 마음의 허전한 구석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지었어요. 지난날의 저처럼 번아웃이 온 줄도 모르고 마음을 돌아보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맛있는 이야기가 솔솔 퍼져 나가서 사람들이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마음을 채워주는 이야기를 만나게 됐으면 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225p)
마이산 일출을 보고 간 와플 가게에서 옆자리의 이야기를 듣다가 마음속에 몰려오는 진동 때문에 소양리 땅을 사기로 결정한 유진,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스태프로 일하는 유진의 사촌 동생 시우와 소양리 본토박이 형준, 할머니가 그리워 충동적으로 소양리에 온 (톱스타 타이틀을 지켜온 지 8년째인) 다인, 시우의 대학 친구 찬욱과 세린, 나윤, 주어진 경쟁에서 이기는 걸 목적으로 여기며 직진하며 살다가 인생에 급제동이 걸려 소양리에 온 소희 등 등장인물이 여럿이다. 소양리 북스 키친에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들을 모두 초대한다. 에필로그를 읽을 때까지 따스해진 마음은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으며 <책들의 부엌>이 첫 소설이라는 말에 감탄했다. 이 책 한 권으로 난 김지혜 작가의 팬이 되었다.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언급되는 책들, 유진이 선물하는 책들이 궁금하다. 최은영 작가의 《밝은밤》, 고수리 작가의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하와이를 배경으로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하나레이 해변》, 메이브 빈치의 《그 겨울의 일주일》, 김영민 작가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 등 책에서 소개되는 책들을 읽는 모임도 생길 것만 같다.
북 카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곡들, 소양리 재즈 뮤직 페스티벌에서 부른 곡, 서로 대화하며 언급되는 노래도 들어보고 싶다. 재즈 피아노 버전의 <오버 더 레인보우>, 스테이시 켄트가 부르는 <포스트카드 러버스>, 영화 《비긴 어게인》의 <로스트 스타즈>, 콜드플레이의 <비바 라 비다>, 재즈곡 <왈츠 포 데비> 등.
소양리 북스 키친의 북 카페에서 편지 쓰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면 크리스마스이브에 책과 함께 배달을 해주는 느린 우체통이다. 난 전국일주를 했던 2013년 가을에 여섯 번째 여행지 하동에서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처음 써봤다. 동정호에서 쓴 편지는 1년 후에 받아볼 수 있었는데, 하동에서 느꼈던 가슴 벅참이 전해졌다. <책들의 부엌>과 함께 엽서 한 장도 받았는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보내면 100명을 뽑아 올해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물과 함께 배달해준다고 한다. 어떤 선물일지 궁금해서 편지 내용을 고민해보게 된다.
소양리 북스 키친에 들른 사람들 각자의 이야기도 듣고, 서로의 이야기도 들으며, 점점 나아져 가는 모습이 뭉클하다. 함께 따뜻한 집밥을 먹고,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던 사람도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소양리'가 실제로 존재할까 싶어 슬쩍 검색해보게 된다. 진안 마이산 근처에 '소양리 북스 키친'을 닮은 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전북 진안군을 여행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위로와 격려의 문장을 담은 책들의 부엌. 글을 읽고 쓰고 나누는 북 스테이 & 북 카페 '소양리 북스 키친'에 들르는 사람들은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따뜻한 사람들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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