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곰돌이 푸, 우린 이제 여섯 살이야 - 곰돌이 푸 세 번째 이야기, 1927년 초판본 표지 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혜원 옮김 / 더스토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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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만화영화로만 보았던 곰돌이 푸. 사실 '곰돌이 푸'는 저자 앨런 알렉산더 밀른이 아들의 장난감 인형들(곰, 아기 돼지, 당나귀, 호랑이 등)을 주인공으로 해서 쓴 동화라고 한다. 곰돌이 푸 첫 번째 이야기는 3살 정도의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을 노래한 동시집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위에서 말한 인형들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다. 그리고 곰돌이 푸 세 번째 이야기 <우린 이제 여섯 살이야>는 6살이 된 아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동시집이다. 딸아이가 68개월이기도 하고,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서 읽고 싶었다. 게다가 192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를 그대로 재현했고, 당대 최고의 삽화가인 어니스트 하워드 셰퍼드의 오리지널 삽화도 전체 수록했다고 하니 더욱 귀한 느낌이 들었다.




자아가 생기기 시작한 6살 아이의 마음을 노래한 동시집 <우린 이제 여섯 살이야>는 동화책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의 일기장을 몰래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동시집을 좋아하는 딸아이와 함께 읽고 싶었는데, 아이가 읽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은 것 같다. 내가 읽으면서도 왕과 기사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이게 무슨 말이지? 싶은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나라와 시대의 차이인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을 만큼 비슷한 상황을 떠올릴 수 있는 부분도 여럿 있었다. '바빠'를 읽으며 외출 준비를 할 때 아이가 말로만 "시간 없다"며 급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재채기'를 읽으면서는 기침이 심해지고 폐렴으로 입원까지 했던 기억이 났고, 책에서 나온 홍역바이러스에 대해 묻던 아이가 떠올랐다. (나만의 비밀 친구) '빙커'처럼 딸아이도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 본인이 무섭거나 뿌듯하거나 다양한 상황에서 가상의 친구에게 빗대어 이야기한다.




푸가 등장하는 '우리 둘이'에서는 아이가 벌써 두 배의 개념을 알고 있나 보다. 아이와 푸의 대화가 포근하다. 또 다른 동시에서는 구구단이 나온다. 곱하고 더하고 빼고, 엄마 눈에는 학습에 대한 부분이 크게 들어온다. '같이 나가서 놀래'에서는 귀여운 꼬마라고 부르면서 함께 놀아주지 않는 어른들에 대한 아이의 마음을 표현했다. 딸아이에게 바쁘다고 저리 가라고 말하던 내 모습도 있었을 것이다. '착한 어린이'에서는 "말썽 부리지 않고 착하게 굴었지?"를 반복하니 '만약 내가 나쁜 짓을 했다면 그 말을 하겠어요?'라며 묻고 또 묻는 엄마 아빠를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 나온다. 집에 있는 날에는 쉬지 않고 말하는 딸아이가 내게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반문하는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유치원에서 다독상 선물로 받은 인형보다 키즈카페에서 처음 만난 친구와 뛰어 노는 걸 더 좋아하는 딸아이. 아빠가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쓴 <우린 이제 여섯 살이야>는 딸아이 또래의 이야기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아이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 듬뿍 담긴 책이다. 삽화는 내가 어릴 적에 읽은 두꺼운 세계 명작 동화 속 삽화와 비슷해서 추억에 빠지듯 보았다. 상상의 세계와 작별하고 서서히 어린이가 되어가는 곰돌이 푸 네 번째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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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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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말에 할머니가 운명하셨다. 할머니 유품정리를 친정부모님이 하셨다는 말을 들었는데, <시어머니 유품정리>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궁금했다. 언젠가 나도 유품정리를 할 때가 올 것이고, 마음이 먹먹하지만 책의 내용이 가볍지 않을 것 같아서 읽어 보고 싶었다. 책 뒤표지에 써 있는 '누구나 직면하는 인생의 뒷정리를 유머러스하게 그린 유품정리 응원소설'이라는 말이 무거운 마음을 덜어 주었다. 

 

오십 대 중반의 모토코는 (피곤에 절어 누더기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외아들인 남편 대신 시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러 한 시간 반 거리를 오간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집을 업체에 맡기지 않고 모토코 혼자서 정리하기 시작한다. 시어머니 혼자 사는 집이었는데 옷장 가득 빼곡하게 걸려 있는 시아버지 양복, 한 아름이나 되는 도자기 항아리, (고서점에서도 받지 않을 것 같은) 책장 가득 꽂혀 있는 책 등 집안 곳곳 잔뜩 쌓아둔 물건들에 골치가 아프다.

책을 읽기 전에도 난 버릴 물건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었다. 몇 년 동안 입지 않은 옷, 이사 때마다 챙기지만 손도 안 대는 오래된 물건들을 버리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넓지 않은 집에 쓰지 않는 물건이 여기저기 숨어 있는데, 버리려고 하면 아까운 마음이 든다.

 

 

 

 

<시어머니 유품정리>를 하는 모토코는 필요 없는 물건은 평소에 좀 버리세요, 대체 가족이 몇 명이에요, 치우는 제 입장도 생각해 보세요, 조금씩 버렸으면 좋았잖아요 등 아무도 없는 방에서 소리 내어 말한다. 그와 함께 책상 위에 반지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 놓고 돌아가신 친어머니와 비교하는 대목이 여럿 나온다.

생각보다 무겁지 않은 내용의 <시어머니 유품정리>를 읽으면서 생각이 많았다. 유품정리를 하며 고인을 그리는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정말 남은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겠구나. 필요 없는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쓸데없는 물건들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주인공 모토코가 결국에는 업체를 이용하지 않을까 했는데, 옆집 사나에와 자치회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는다. 단순히 유품정리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토코가 직장 동료나 친구 후유미와 대화하고, 주말에 남편과 유품정리를 하고, 동생 부부와 만나는 등 여러 에피소드가 나온다. (앞표지 한가운데 보이는 토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다 버리고 싶은 모토코와 어머니와의 추억이라며 다 간직하고 싶어하는 남편, 모토코의 어머니가 남긴 유품을 돈으로 바꾼 올케 등 한 명이 아닌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또 이해가 간다. 하지만 (모토코의 남편이) 돌아가신지 십 년도 더 된 아버지의 월급명세서 40년 치를 한 장도 못 버린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

<시어머니 유품정리>는 술술 잘 읽힌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인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중간중간 넣어 궁금증이 일도록 한다. 물건 정리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해주니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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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시대 리토피아 소설선 4
방서현 지음 / 리토피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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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시대'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다. 학습지 방문교사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았을 때, 제목과 연결 지어 마음이 아플 것 같지만 꼭 읽어보고 싶었다.

난 스물다섯부터 4년간 학습지 방문교사로 일했다. 한창 입사 지원을 하던 때에 이력서를 넣었던 곳에서 6개월 이상 지난 후에야 연락이 온 것이다. 당시 쉬고 있었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던 터라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이었는지 신입 교육이었는지 난생 처음 책을 펼쳐 들고 구연을 했었다.




방서현 장편소설 <좀비시대>는 학습지 회사인 수재교육의 신입 교사 연수원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량 기업인 수재교육의 대표 학습지 '척척'. 학습지 교사에 대한 광고 이미지를 보고, 아이들 가르치는 걸 좋아해서 일을 시작한 연우 그리고 수아.

연구원에서 교육을 수료하고, 일주일에 두 번 사업국으로 출근하여 정착과정 교육을 받는다. 학습지 교재에 대해 공부하고, 업무 관련 교육도 받는다. 위탁사업계약서에 서명하고 나면 수업할 교실을 인수인계 받는다.

책을 읽으면서 2007년 1월부터 학습지 교사로 일했던 때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처음 사무실에 출근하던 날, 전임 교사를 동행하며 수업을 참관하던 날, 내 수업을 시작하던 날. 아파트 단지는 많은 이동 없이 수업할 수 있지만, 주택가는 방문할 집이 멀리 떨어져 있어 걸어다니며 수업하던 나는 비나 눈이 오는 날에 너무 힘들었다. 아이만 가르치면 좋겠건만, 엄마들도 상대해야 하고 월말에는 교육비 수납, 입회를 몇 개 더 해야 하고 휴회는 되도록 내지 말아야 하며 전집 판매까지 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가르치는 회원들 교재를 신청하면 두 박스씩 우리집으로 와서 일일이 정리 해야 했다. 같이 일하던 선생님들도 좋았고, 까탈스러운 회원모도 거의 없었지만, 수업 이외의 업무에 지쳐갈 즈음 내 얼굴은 트러블로 뒤덮였다. 피부는 핑계가 되지 않았고, 발 수술 이야기를 꺼내고서야 일을 그만둘 수 있었다.




요즘의 학습지 방문교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하던 때와 비교하면 책 속 이야기는 많이 부풀려진 것 같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는 비슷할 것이다. 내가 일하던 때는 지점 관리자들 대부분 여자였고, 교사들을 통틀어 남자는 3명 남짓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1년 지나고 방문교사 일을 시작했던 나는 어수룩했겠지만, 4년을 일하는 동안 많이 바뀌었다.

수아의 일기를 읽으며 공감이 되지만, 슬프고 아팠다. 내 옆에 수아가 있다면 위로해주고 싶다.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는 수재교육 회장, 본사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는 연우, 연우와 중학교 동창생이지만 본사 기획팀 대리인 경수 등. <좀비시대>에 나오는 인물들을 마주하며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이야기가 끝나가며 잠깐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음에 비참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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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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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의 소설 '카모메 식당'을 읽고, 핀란드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카모메 식당에 가고 싶었다. 미시마 유키코의 소설 '해피 해피 브레드'를 읽고, 홋카이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 카페 마니가 있다면 찾아가고 싶었다. 김지혜 작가의 <책들의 부엌>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자마자 힐링이 되었던 일본 작가의 두 소설이 떠올랐다. <책들의 부엌>에 둘러진 띠지에는 '2022 상반기 기대작 1위'라고 쓰여져 있지만, 그 말보다는 [갓 지은 맛있는 책 냄새가 폴폴 풍기는 여기는 '소양리 북스 키친'입니다. 마음을 꺼내어 놓고, 그저 쉬어가세요.]라는 문장이 더 눈길을 끌었다.

오픈 준비 중인 소양리 북스 키친을 소개하는 프롤로그의 첫 문장, 첫 문단부터 마음에 들었다. 이 소설로도 힐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아름다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고,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을 듣는 느낌이었다. 어쩜 소설 속 문장 하나하나가 부드럽게 읽힐까. 처음에 언급한 두 일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봤던 것처럼 <책들의 부엌>도 영화로 나오면 너무 좋겠다.




"북스 키친은 말 그대로 책들의 부엌이에요. 음식처럼 마음의 허전한 구석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지었어요. 지난날의 저처럼 번아웃이 온 줄도 모르고 마음을 돌아보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맛있는 이야기가 솔솔 퍼져 나가서 사람들이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마음을 채워주는 이야기를 만나게 됐으면 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225p)

마이산 일출을 보고 간 와플 가게에서 옆자리의 이야기를 듣다가 마음속에 몰려오는 진동 때문에 소양리 땅을 사기로 결정한 유진,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스태프로 일하는 유진의 사촌 동생 시우와 소양리 본토박이 형준, 할머니가 그리워 충동적으로 소양리에 온 (톱스타 타이틀을 지켜온 지 8년째인) 다인, 시우의 대학 친구 찬욱과 세린, 나윤, 주어진 경쟁에서 이기는 걸 목적으로 여기며 직진하며 살다가 인생에 급제동이 걸려 소양리에 온 소희 등 등장인물이 여럿이다. 소양리 북스 키친에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들을 모두 초대한다. 에필로그를 읽을 때까지 따스해진 마음은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으며 <책들의 부엌>이 첫 소설이라는 말에 감탄했다. 이 책 한 권으로 난 김지혜 작가의 팬이 되었다.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언급되는 책들, 유진이 선물하는 책들이 궁금하다. 최은영 작가의 《밝은밤》, 고수리 작가의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하와이를 배경으로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하나레이 해변》, 메이브 빈치의 《그 겨울의 일주일》, 김영민 작가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 등 책에서 소개되는 책들을 읽는 모임도 생길 것만 같다.

북 카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곡들, 소양리 재즈 뮤직 페스티벌에서 부른 곡, 서로 대화하며 언급되는 노래도 들어보고 싶다. 재즈 피아노 버전의 <오버 더 레인보우>, 스테이시 켄트가 부르는 <포스트카드 러버스>, 영화 《비긴 어게인》의 <로스트 스타즈>, 콜드플레이의 <비바 라 비다>, 재즈곡 <왈츠 포 데비> 등.




소양리 북스 키친의 북 카페에서 편지 쓰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면 크리스마스이브에 책과 함께 배달을 해주는 느린 우체통이다. 난 전국일주를 했던 2013년 가을에 여섯 번째 여행지 하동에서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처음 써봤다. 동정호에서 쓴 편지는 1년 후에 받아볼 수 있었는데, 하동에서 느꼈던 가슴 벅참이 전해졌다. <책들의 부엌>과 함께 엽서 한 장도 받았는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보내면 100명을 뽑아 올해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물과 함께 배달해준다고 한다. 어떤 선물일지 궁금해서 편지 내용을 고민해보게 된다.


소양리 북스 키친에 들른 사람들 각자의 이야기도 듣고, 서로의 이야기도 들으며, 점점 나아져 가는 모습이 뭉클하다. 함께 따뜻한 집밥을 먹고,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던 사람도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소양리'가 실제로 존재할까 싶어 슬쩍 검색해보게 된다. 진안 마이산 근처에 '소양리 북스 키친'을 닮은 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전북 진안군을 여행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위로와 격려의 문장을 담은 책들의 부엌. 글을 읽고 쓰고 나누는 북 스테이 & 북 카페 '소양리 북스 키친'에 들르는 사람들은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따뜻한 사람들일 것 같다.



#책들의부엌, #소양리북스키친, #팩토리나인, #김지혜장편소설, #소설추천, #추천소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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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법한 연애소설 - 당신이 반드시 공감할 이야기
조윤성 지음 / 상상앤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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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책을 한창 읽던 때에 소설류는 의학소설, 역사소설, 추리소설을 좋아했다. 연애소설은 별로 안 읽었나. 소설보다는 사랑에 관한 에세이를 읽었던 것 같다. 책장을 살펴보니 연애소설이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중3 때 샀던 <여자의 일생>, <지와 사랑>이 눈에 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무정> 등 고전문학 뿐이네. 특히,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인 이광수의 <무정>은 1900년대 초반에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은 연애소설이다.


얼마 만에 읽은 연애소설인지. 아니, 소설 자체를 정말 오랜만에 읽었다. 내가 30대여서 그런가 30대 여성이면 공감할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읽는 내내 연애해본 사람이라면 겪어봤을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려 제목도『있을 법한 연애소설』이다.


저자의 20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있을 법한 연애소설』은 연애에 대한 다큐이자, 공감 메시지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의 직업, 외모, 성격, 이것, 그것, 저것 때문이 아니라 그냥 이렇게 늙어가는 못된 나라도 상관없이 사랑해준다는 것이 엄청난 축복이라는 것을요. _ <프롤로그> 중에서


지인이 소개팅을 주선하고, 여러 번 만난 남자의 집에서 다른 여자를 보고, 친한 언니 오빠 부부랑 엮이고, SNS로 연락 온 남자와 만나고, 휴가에 떠난 제주에서 만난 인연, 이대로 행복한가 싶었는데 또 다시 위기.


여자와 남자가 만나 호감을 보이고, 사랑하게 되고, 서로 오해가 생기고, 용서를 하느냐 마느냐. 10년 전에 읽었더라도 이상하지 않고 수긍하며 읽었을 이야기다. 설레고 긴장되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조마조마하고 화나고 억울하기도 한, 그런 이야기. 책을 읽으며, 오래 전에 사라졌다고 생각한 감정들을 느꼈다. 중2 때 단짝친구와 손으로 가리고 <남자의 향기>를 슬쩍슬쩍 보았을 때와 비슷하게 이번엔『있을 법한 연애소설』을 비밀이야기 들여다보듯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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