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와 빈센트 (하드커버 에디션)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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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노래한 시인 윤동주의 시 124편과 별을 그린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129점을 함께 묶은 시화집 <동주와 빈센트> 하드커버 에디션입니다. 시인과 화가의 이름만으로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표지 디자인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라니요. 제목과 표지 모두 마음에 드는 너무 예쁜 책입니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는 1월부터 12월까지 달마다 어울리는 화가를 선정하여 그림과 시를 엮었습니다. 3개월씩 합본하여 계절별 4권 시리즈도 있는데, 스페셜로 <동주와 빈센트>를 출간했다고 하니 고마운 책입니다.

겉표지를 넘기면 시인과 화가의 소개글이 나오고, 맨 뒤에는 좀더 자세한 소개글이 나옵니다. 차례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 제목이 쭉 나오네요. 열다섯 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시인의 첫 작품 '삶과 죽음', '초 한 대'부터 읽어봅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유명한 '서시'와 '별 헤는 밤'을 읊조립니다. 윤동주의 '서시'와 고흐의 '론강 위로 별이 빛나는 밤'을,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지누 부인의 초상화'를 매치했습니다. 시와 그림이 찰떡이네요. 책을 쭉 넘기며 고흐의 그림도 살펴봅니다. 화가의 유명한 작품 몇 점을 제외하면 처음 보는 그림이 많습니다.



<동주와 빈센트> 하드커버 에디션을 보며, 시와 그림을 어떻게 이리도 잘 매치했는지 감탄했습니다. 윤동주와 빈센트 반 고흐가 동시대를 살진 않았지만, 시에서 말하는 것과 그림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조화를 이루는 느낌입니다. '자화상'이나 '초 한 대', '빗자루', '굴뚝', '창(窓)'처럼 시의 제목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딱 들어맞아서 신기했습니다. 시 '돌아와 보는 밤'의 본문에 내 좁은 방이 나오는데, 그림 '아를의 빈센트 침실'과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저는 <동주와 빈센트>의 시와 그림을 매칭하여 책을 엮은 분(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만)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주와 빈센트>를 보며 고흐가 아이 그림도 많이 그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흐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유명한 몇몇 작품만 알고 있었던 제 자신이 부끄럽네요. 고흐 그림으로 만들어진 달력을 사용하기도 했었는데, 129점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는 <동주와 빈센트>는 더욱 소중합니다. 마음을 울리는 시가 가득해서 시집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입니다. 요즘 필사도 많이 하는데, 필사 시집으로도 추천합니다. 윤동주와 빈센트 반 고흐를 모두 좋아한다면,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동주와 빈센트> 하드커버 에디션 어떠신가요?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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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들 - 좋은 날엔 좋아서, 외로운 날엔 외로워서 먹던 밥 들시리즈 6
김수경 지음 / 꿈꾸는인생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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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밥이나 음식, 요리에 관한 글 읽기를 좋아한다. 그런 글들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읽고 싶었던 책 <끼니들>은 출판사 꿈꾸는인생의 '들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다. 들시리즈는 한 사람이 책 한 권 분량을 꽉 채워 말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에세이라는데, 김수경 저자의 '끼니'에 얽힌 이야기가 이 정도라는 것에 부러운 마음이 든다. 내가 할 수 있는 끼니 이야기는 어느 정도 될까? 

 

그녀(저자)가 어릴 적 살던 집 뒤꼍의 텃밭에서 상추와 풋고추, 머위를 땄다면, 난 시골 사택 뒷산에서 고사리와 취나물을 땄다. 그녀가 처음 밥을 짓던 때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난 처음 떡국 끓이던 때가 생각났다. 수화기 너머로 엄마가 말해주시던 순서대로 했을 텐데 맛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처럼 책을 읽으면서 내 어릴 적 경험도 떠올릴 수 있어서 기분이 새로웠다.

대학생 때, 아빠가 콩나물국 싫어하신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어려웠던 시절에 할머니가 자주 해주셔서 사실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지금은 내가 딸아이 먹이려고 콩나물 넣은 된장국을 자주 끓인다. 책에서 콩나물 다듬기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나는 일일이 꼬리를 따지는 않고 콩깍지나 상한 부분만 골라낸다.

 

보통 장을 볼 때 대형 마트에서 보지만, 채소나 달걀은 채소가게에서 사는 편이다. 마트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종류별로 담아놓은 채소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리해본 적 없는 채소들도 한번 사볼까 하게 된다. 오이나 가지, 아욱 등 결혼하고 처음 내 손으로 장을 봐 와서 오이소박이나 가지무침, 아욱된장국을 끓이던 때가 생각난다. 제법 맛이 괜찮아서 혼자 뿌듯했었다.

그녀가 끼니 이야기를 하며 영화 이야기를 곁들이는 것도 좋다. '고양이와 할아버지', '바닷마을 다이어리'처럼 잔잔한 영화를 나도 좋아하는데, 딸아이가 좀더 자라면 함께 보고 싶다. 서른이 넘어 처음 달걀을 맛보는 주인공이 나오는 '줄리 앤 줄리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녀의 편식쟁이 남편이 두 아이를 골고루 잘 먹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결국 편식을 고쳤다는 말에 감동했다. 자신도 먹지 않던 채소의 중요한 영양소를 읊으며 아이들과 같이 입에 넣는다니.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대단하다.

라면 이야기를 읽으면서 대학교 입학하고 첫 동기 엠티 때 끓지도 않는 물에 면을 넣었다고 구박 받은 일이 생각났다. 김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전라남도에 살았던 중학생 시절 중국집 딸이 싸오던 새콤하고 맛있었던 김치가 떠올라 군침이 돌았다. '먹어 치우다'는 말이 싫고, 건강검진 결과가 성적표가 되는 나이가 되었다는 말에 공감한다. 제사 있는 날 우리 아빠도 밤을 치셨고, 우리집에서도 구운 가래떡은 간장과 참기름을 섞어 찍어 먹었다.

 

카스텔라 먹은 개 이야기나 엄마가 싸주시던 도시락,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식사 등 비슷한 기억이나 추억이 있는 이야기도 있고,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끼니에 관해 할 말이 꽤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끼니에 대한 에세이 <끼니들>을 읽으며 정감 있고 따뜻하고 아련하다. 아이 책만 잔뜩 읽다가 몇 달 만에 읽은 책이 <끼니들>이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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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제주! - 한 걸음 더 제주 생활 문화 산책
이영재 지음 / 모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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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내가 읽었던 제주 관련 책들은 대부분 여행 가이드북이다. <진심, 제주!>의 저자 이영재 아나운서는 강원도에서 근무하다가 제주에서의 삶에 대한 동경으로 제주 발령을 요청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20년 가까이 살며 매일매일 제주 소식을 전한' 아나운서가 들려주는 제주 이야기라고 해서 한번 읽어 보고 싶었다.


차례를 살펴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보여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진심, 제주!>는 여행 안내서라기보다 제주의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육지에서 놀러온 친구들이 애월로 가자고 하지만, 애월은 꽤 넓어서 중산간 쪽인지 바다 쪽인지 묻는다. 출출해지면 갈치구이와 흑돼지가 아닌 고등어회를 대접한다. 애월의 밤바다는 감상해야 할 대상으로 다가오지 않고, 나와 하나 되어 무아지경 상태에 빠져들게 한다는 말이 인상 깊다.

9년 전 게스트하우스 스탭으로 일하며 내가 머물던 곳은 근처에 제주조각공원과 산방산 탄산온천이 있는 안덕면이다. 바로 옆 동네가 모슬포항이 있는 대정읍이다. 모슬포항에서 송악산과 산방산으로 이어지는 해안풍경을 바라보면 가슴 속까지 시원해진다.

여행 중 이동할 때는 바다를 오른쪽에 두고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여야 좋다는 말을 하며,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 체제에 관해서도 이야기 한다. 구좌읍 평대리의 메이즈랜드를 소개하며, 미로와 미궁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크레타의 크노소스 궁전까지 보여 준다. 산굼부리, 아부오름을 말하며 제주 신화 중 송당 본향당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 준다.

관광객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애월읍 수산리는 애월읍 한복판의 적당한 해발에 자리하고 있다. 저수지를 품고 있는 수산리 사진을 보니 현실 세계가 아닌 듯한 느낌이다.




인생의 열두 달을 이야기 하다가 올레길을 소개한다. 유명 관광지를 지나지 않는 올레 3-B코스는 바다를 옆에 두고 온평 포구에서 표선 해수욕장까지 내달리는 해변길이다. 나는 통오름과 두모악을 경유한 A코스를 걸었는데, 나도 신풍 신천 바다목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참을 걷다가 오후 5시 넘은 시간에 목장을 마주했는데, 풍경이 너무 멋져서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제주 관광객이 꼭 들르는 제주시 오일장은 여러 번 가봤지만, 할망장터나 화려한 꽃밭으로 변신하는 봄의 오일장도 보고 싶다. 해군기지가 아니었다면 평화로운 마을이었을 강정을 이야기하며, 독일의 아우슈비츠 거짓말 법에 관해서도 말한다.

외국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공간이 무려 제주라니. 휴가지보다 훨씬 아름다운 제주가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이 소름 끼칠 지경이라는 저자가 이해된다.



제주의 독립서점,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보성 대한다원과 제주 녹차밭, 애월읍 목욕탕, 서귀포 이중섭 거리에서 새연교까지, 한림읍 제주맥주 양조장 등 제주 곳곳을 보여 준다. 이중섭 미술관도 김영갑 갤러리도 좋아하는 곳이라 관심 있게 읽었다.


2006년에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고, 제주도에 가면 꼭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들르기로 마음 먹었다. 2009년 봄과 2013년 여름에 갔던 두모악은 언제 가도 편안하고 금세 그리워진다. 김영갑 작가가 사랑했던 오름 사진을 보고만 있어도 감동이 밀려온다. 가을, 겨울에도 가보고 싶은 곳이다.

<진심, 제주!>는 제주에서 생활하며 제주 곳곳을 탐방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글을 읽다 보면 다방면으로 지식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내용이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아서 편하게 읽었다. <진심, 제주!> 같은 제주 에세이가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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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식탁 - 나를 위해 푸릇하고 뿌듯한
홍성란 지음, 안혜란 그림 / 샘터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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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표지 그림도 마음에 들어서 읽게 된 <초록 식탁>은 채소 소믈리에 홍성란 저자의 채소 이야기다. 채소 소믈리에는 채소와 과일에 대한 정보와 가치를 전달하는 전문가로 더 좋은 채소 고르는 법과 채소를 잘 활용하여 맛있게 섭취하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저자의 지인들이 채식주의자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채식주의자가 아닌 '채식접근자', '채소전달자'로 본인을 소개한다.

결과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식탁은 다양한 재료가 골고루 올라오되 채소의 비중이 좀 더 많은 푸릇푸릇한 초록 식탁이다.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삶에는 이 식탁이 꼭 자리하고 있다. (7p)



차례를 보면, '식탁을 차리며 / 오전 아홉 시의 식탁 / 오후 한 시의 식탁 / 오후 일곱 시의 식탁 / 식탁을 치우며'로 되어 있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연상케 하는 말들에 센스가 돋보인다.



가장 처음에 소개하는 채소 물. 저자는 일본 책방에서 물 레시피 책을 보고, 물만 파는 카페에 간다. 사과와 허브 민트가 들어간 물 한 모금을 마시자 몸 전체가 정화되는 맛이었다고 한다.

채소 물은 우리 몸의 해독을 도와주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며 미네랄을 보충해 준다. 물에 채소 과일을 잘라 넣기만 하면 되니 재료만 있다면 채소를 섭취하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이다. 저자가 추천하는 채소 물은 '미나리와 사과, 레몬', '생강과 깻잎, 레몬'의 조합으로 만든 물이다.


조금 남은 쑥갓이 눈에 띄어 송송 썰어 한 입 크기 주먹밥으로 만들어 먹었는데, 호들갑 떨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는 저자. 환상적인 향 덕분에 쑥갓의 매력에 빠졌단다.

감자로는 보통 감자 샐러드, 감자채볶음, 감자조림, 감자튀김, 찐 감자를 많이 먹는다. 나 역시 어릴 적 도시락 반찬으로 감자채볶음을 좋아했고, 딸에게도 감자채볶음을 많이 해줬다. 책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감자 장아찌를 소개하고 있어서 새로웠다.

마를 갈아서 밥 위에 얹어 비벼 먹기만 해도 고소하고 맛있다니 궁금하다. 입맛 없을 때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마력이 마에게 있단다.


양배추 찌는 법, 양이 많은 양배추 활용법, 연근 활용 레시피, 옥수수 찌는 법도 알려 준다. 달래, 미나리, 쑥 등 다양한 봄나물을 이용한 오일 채소 파스타도 맛있겠다. 채썬 우엉 간장 오일 파스타의 짭조름한 감칠맛은 먹어본 사람만 알 수 있다고 한다.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정도로 알찬 영양 채소인 셀러리. 물과 섞지 않고 오로지 셀러리만 착즙해 주스로 마시면, 염증 제거에 좋고 배변 활동과 신진대사를 높여준다. 해독 주스 효과를 몸소 경험하면, 셀러리 주스를 멈출 수가 없다고 한다.



미나리 삼겹살로 인기를 끌게 된 미나리. 나는 해물탕 먹을 때만 맛본 것 같다. 책에서는 미나리나물을 무쳐 비빔밥으로 먹는 걸 소개한다. 그리고 셀러리처럼 건강 주스로 먹을 수 있다. 사과와 미나리의 부피 비율을 일대일로 한 미나리 사과 주스도 물 없이 착즙을 해서 마시라고 한다.

그 외에도 꽈리고추, 표고버섯, 콜라비, 방울토마토, 달래를 활용한 요리법을 소개한다. 감자나 양배추, 쪽파, 단호박, 브로콜리 등 채소 안주 만드는 법도 알려 준다. 대파와 양파의 뿌리를 튀겨 먹는 것도 새롭고, 양파로 술을 만들거나 대파, 양파 활용법도 유용하다.





저자는 다양한 채소를 양껏 먹을 수 있는 샤부샤부를 채식 요리 가운데 최고로 꼽으며 채소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평소처럼 식사를 하되 그중 한 끼만 채식 위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한다면, 하루 한 번은 채소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갖가지 채소의 효능이나 활용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소개하는 채소의 첫 장을 채소와 같은 색상으로 디자인한 것도 좋았다. 나를 위해 푸릇하고 뿌듯한 <초록 식탁>을 읽기만 했는데도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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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그림 산책 -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만나는 명화 에세이
이영춘 지음 / MiraeBoo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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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들어간 '그림', '산책'이란 단어도 좋았고, 포근한 느낌의 표지 그림(르누아르가 그린 <고양이를 안은 줄리 마네>)도 마음에 들었다. '아주 사적인' 그림 산책이라서 저자에게나 의미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을까 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지은이 소개에서 '초보 아빠'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책을 읽는 동안 딸에 대한 아빠의 무한한 사랑이 느껴졌다. 특히, 3장 '따뜻한 그림 한 점의 위로'는 딸의 이야기로 시작해 딸의 이야기로 끝난다. 딸을 가진 엄마로서 나 역시 3장의 이야기에 집중했고, 아이가 등장하는 그림은 조금 더 자세히 보았다.

저자는 그림을 바라보며 위로를 얻는다고 한다. 딸이 힘들고 지칠 때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아주 사적인 그림 산책>을 썼다고 한다. 홀로 서있는 세상에 혼자가 아님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그림으로 인해 내면의 우울감이 많이 사라졌다며, 그 경험을 독자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는 저자. 마음이 따뜻한 아빠를 둔, 그의 딸이 부러워진다.




저자의 일상을 이야기하며, 떠오르는 명화를 소개한다. 출근길에 내리는 비를 보며, 카유보트의 <비 내리는 예르>와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을 생각한다. 질병을 생각하며, 누이의 죽음을 그림으로 남긴 뭉크를 떠올린다. 직장인의 월요병을 이야기하며 에드가 드가의 <발레 대기실>을, 퇴근 후에 산책하며 클림트의 <캄머성 공원의 산책로>를 떠올린다.


내가 좋아하는 명화 중 하나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다. 책에 나온 그림을 보며 다섯 살 딸아이가 엄마 휴대폰에 있는 그림(폰케이스 디자인이 그렇다)이라고 알은척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캄머성 공원의 산책로>는 클림트의 그림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전혀 모를 것 같은 그림 스타일이다.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따뜻한 풍경화다.




밀키트 얘기를 하다가 '신고전주의'와 '인상주의'를 말한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소크라테스의 죽음>으로 주제가 명확한 신고전주의 그림을 보여주고, 모네의 <인상-해돋이>로 애매모호한 형태의 인상주의 그림도 보여준다. 퇴근길에 힐링하며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를 떠올리고, 치과에 갈 때는 워터하우스의 <판도라>가 떠오른다고 한다.

1장은 그림을 읽는 일상, 2장은 그림이 필요한 순간들이다. 2장은 저자가 마지막 출근을 하고 육아 휴직에 들아간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이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많이 봐왔던 그림이지만, 화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빛의 화가'로 불리고, 17세기 네덜란드 시민들의 삶을 그린 페르메이르와 '화가 중의 화가'로 불린 스페인 대표 화가 벨라스케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림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그림으로 선정되었다는 <시녀들>을 해석해주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라는 반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은 나도 좋아한다. 프랑스에서 파리를 여행하고, 한 군데 더 들른 곳이 아를이었다. 반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 그림 속 카페를 찾아갔을 때의 기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3장 '따뜻한 그림 한 점의 위로'는 저자의 딸이 태어나고 육아하면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아이의 이름을 짓고, 캄캄한 새벽에 우는 아이를 달래고, 목욕시키던 욕조가 작아진다. 반 고흐가 막 태어난 조카를 위해 그린 <꽃피는 아몬드 나무>, 렘브란트가 그린 <성가족>, 베르트 모리조의 <정원에 있는 아빠와 딸> 등 따뜻하고 흐뭇해지는 그림들이 많이 나온다.

<아주 사적인 그림 산책>에는 외국 화가의 그림뿐 아니라 조각, 한국화도 소개한다. 작품 소개에 앞서 저자의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들려주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어려움이 없었다. 역사와 예술이야기, 화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림 해설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힘들고 지쳐서 위로받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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