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박수진 외 지음 / SISO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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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빵 그림이 눈길을 끌어서 읽게 된 책입니다. 밥보다 빵을 더 좋아해서 빵책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는 빵을 좋아해서 빵 모임을 만들고 카카오 브런치에서 빵글을 쓰며 20만 독자를 사로잡은 아홉 명의 작가가 모여 출간했습니다. 책날개에 소개된 아홉 작가의 닉네임이 재미있네요. 다양한 빵으로 그려진 캐릭터에 관해서는 Part 5 '빵을 담다, 빵을 닮다'에 나와 있습니다.

차례에는 맛있는 빵들이 보입니다. 소보로, 모카빵, 카스텔라, 소금빵, 맘모스, 커피번, 고로케 등 저 역시 빵과 관련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각기 다른 작가들의 '빵을 고르다가 떠오른 기억', '우울하거나 화가 나거나 기쁠 때 빵과 함께한 추억'들을 얼른 읽어 보고 싶었습니다.



저도 국민학교를 졸업했는데, 같은 세대 작가님들의 이야기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곰보빵이라고도 하는 소보로빵은 역시 우유랑 먹어야죠! 크루아상에 카페라테, 소시지빵에 시원한 맥주처럼 빵에 딱 맞는 짝꿍 음료를 소개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식빵 두 장을 맞대어 땅콩 크림을 골고루 펴준 뒤 먹는 땅콩 크림빵, 커피 맛이 나는 커다란 모카빵, 밥솥으로 만든 카스텔라 등 단순히 빵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빵과 연결된 옛 기억들을 읽으면서 마음 따뜻해지는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코파이 케이크 이야기를 읽고, 대학교 신입생 OT 때가 생각났습니다. 소심했었는지 제 생일이라고 아무 말도 못하다가 늦은 저녁에 용기 내어 말했고, 선배들이 급하게 준비한 초코파이 케이크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빵 이야기를 읽으면서 빵의 맛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빵으로 추억할 수 있는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기도 하네요.



뜨거운 호떡을 먹느라 교복에 호떡 소를 묻힌 채로 겨울을 보냈고, 낯선 땅에서 빵을 구우며 우울함을 떨쳤고, 비싼 가격의 딸기 타르트를 한 조각만 겨우 사서 가족과 나눠 먹은 이야기. 행복했고 마음 아팠고 그래서 그립고 슬프기도 한 여러 이야기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자취를 하는 고등학교 1학년이 하교 후에 방에 누워 울기만 했다는 부분을 읽고는 눈물이 흘렀네요. 생일에나 먹을 수 있었던 맘모스 빵을 엄마처럼 챙겨 준 친구들의 마음이 고맙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울화가 차올라 분노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인내하는 시간을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빗댄 부분이 좋았습니다. 엄마 아빠의 싸움으로 잠이 안 와, 이불 속에서 빵을 세다 잠드는 소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케이크 두 조각 때문에 아이에게 빈정상한 엄마의 이야기에 몰입해서 제가 다 서운했습니다.

샌드위치 이야기를 읽으며, 처음 가 본 서브웨이에서 서툴게 샌드위치를 주문하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대학 시절 첫 배낭여행지 그리스에서 숙소 없이 밤을 새우다 먹은 샌드위치였는데, 옆사람을 따라 고른 소스가 마요네즈여서 느끼했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 아홉 명이 자신을 빵에 비유한다면 어떤 빵일지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처음에 책을 쭉 넘겨보며, 빵 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빵책인데 글만 가득하다니.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달콤 고소한 빵 내음이 나는 듯하네요.


바삭한 크럼블이 덮인 두툼한 빵 사이에 크림과 잼이 듬뿍 발린 고소하면서 달콤한 빵(105p), 황금빛 갈색으로 바삭하게 구워진 통식빵 위에 부드러운 생크림이 듬뿍 올려지고, 캐러멜 소스와 계핏가루까지 야무지게 더해져 있는 빵(173p), 얇게 구운 크레이프 사이에 고소한 커스터드 크림을 겹겹이 바르고 돌돌 말아낸 케이크(217p), 한입 베어 물면 '파삭' 하고 껍질이 부서지며, 말캉한 속살에 배어든 기름과 후추 향이 동시에 퍼진다(241p).


위에서 설명한 빵, 모두 아시겠나요? 맛깔스러운 표현 때문에 글을 쓰는 이 밤에 배고픔을 달래고 있습니다. 빵을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부담스럽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전지적 빵순이 시점으로 엮어낸 달콤 고소한 빵 에세이 <아무튼, 빵은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읽어 보세요.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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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의 먹는 노트 - 자, 오늘은 뭘 먹어 볼까?
마츠시게 유타카 지음, 아베 미치코 그림, 황세정 옮김 / 시원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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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보았던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주인공 고로 역을 했던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음식 에세이를 썼다. 제목만 듣고도 읽고 싶었지만, 표지의 아기자기한 음식 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먹는 것도 좋아하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좋아해서 <고독한 미식가의 먹는 노트>를 얼른 펼쳐 보았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고독한 미식가의 먹는 노트>를 특별한 내용을 담은 에세이가 아니라 그저 '음식'에 대해 쓴 '노트'라며, 대충 끼적인 글이라고 소개한다. 그가 전하는 추억이 담긴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하다. 차례를 보면, 안주부터 고기와 생선, 일품 요리, 면류, 밥과 국물 요리, 디저트, 기념품까지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례에 곁들인 음식 그림만 보아도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그림은 일본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아베 미치코가 그렸다.



각 장의 앞쪽에는 책에서 소개하는 음식 그림 일부를 모아 두었다. 대부분 일본 음식이라 생소한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식재료도 있고, 맛깔스럽게 표현한 그림만으로도 친근함이 느껴진다. <고독한 미식가의 먹는 노트>는 한 가지 음식에 대한 글이 3페이지, 그림까지 4페이지 분량이다. 짤막한 글이라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글 대부분은 음식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는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만들고, 거기에 음식을 끼워 넣는다고 한다. 음식을 먼저 정하지 않고 글을 쓴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글을 읽으며 한글이긴 하지만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고독한 미식가의 먹는 노트>를 읽다 보니 혼자서 일본 여행하며 끼니를 해결하던 때가 생각났다. 미리 알아둔 맛집도 가보고, 걷다가 발길 닿는 대로 들어가기도 했다. 오사카의 지유켄에서 명물 카레를 주문했는데, 물기 없는 카레죽 같았다. 아무 건더기 없이 계란 노른자 하나만 달랑 올려져 있어서 김치와 단무지가 생각났다. 11시부터 영업하는 쓰루하시 마구로식당에 한 시간도 전에 도착해서 배고픔을 참다가 비싼 참치덮밥을 먹었는데, 양이 어마어마해서 많이 남긴 것이 아직까지도 생각난다. 고베 모자이크에서 고민 끝에 들어간 식당에서는 연어 정식을 시켰다. 일본 가정에서 먹을 듯한 몇 가지 반찬이 엄청 적은 양으로 나왔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다. 나 역시 먹는 이야기를 하려면 너무 길어질 것 같다.

아베 미치코의 군침 도는 그림과 영원한 고로상 마츠시게 유타카의 먹는 이야기가 찰떡궁합이다. 특히, 일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고독한미식가의먹는노트 #마츠시게유타카 #시원북스 #일본드라마 #일본영화 #고독한미식가 #고로 #일본맛집 #일본여행 #음식에세이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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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빈센트 (하드커버 에디션)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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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노래한 시인 윤동주의 시 124편과 별을 그린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129점을 함께 묶은 시화집 <동주와 빈센트> 하드커버 에디션입니다. 시인과 화가의 이름만으로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표지 디자인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라니요. 제목과 표지 모두 마음에 드는 너무 예쁜 책입니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는 1월부터 12월까지 달마다 어울리는 화가를 선정하여 그림과 시를 엮었습니다. 3개월씩 합본하여 계절별 4권 시리즈도 있는데, 스페셜로 <동주와 빈센트>를 출간했다고 하니 고마운 책입니다.

겉표지를 넘기면 시인과 화가의 소개글이 나오고, 맨 뒤에는 좀더 자세한 소개글이 나옵니다. 차례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 제목이 쭉 나오네요. 열다섯 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시인의 첫 작품 '삶과 죽음', '초 한 대'부터 읽어봅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유명한 '서시'와 '별 헤는 밤'을 읊조립니다. 윤동주의 '서시'와 고흐의 '론강 위로 별이 빛나는 밤'을,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지누 부인의 초상화'를 매치했습니다. 시와 그림이 찰떡이네요. 책을 쭉 넘기며 고흐의 그림도 살펴봅니다. 화가의 유명한 작품 몇 점을 제외하면 처음 보는 그림이 많습니다.



<동주와 빈센트> 하드커버 에디션을 보며, 시와 그림을 어떻게 이리도 잘 매치했는지 감탄했습니다. 윤동주와 빈센트 반 고흐가 동시대를 살진 않았지만, 시에서 말하는 것과 그림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조화를 이루는 느낌입니다. '자화상'이나 '초 한 대', '빗자루', '굴뚝', '창(窓)'처럼 시의 제목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딱 들어맞아서 신기했습니다. 시 '돌아와 보는 밤'의 본문에 내 좁은 방이 나오는데, 그림 '아를의 빈센트 침실'과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저는 <동주와 빈센트>의 시와 그림을 매칭하여 책을 엮은 분(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만)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주와 빈센트>를 보며 고흐가 아이 그림도 많이 그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흐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유명한 몇몇 작품만 알고 있었던 제 자신이 부끄럽네요. 고흐 그림으로 만들어진 달력을 사용하기도 했었는데, 129점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는 <동주와 빈센트>는 더욱 소중합니다. 마음을 울리는 시가 가득해서 시집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입니다. 요즘 필사도 많이 하는데, 필사 시집으로도 추천합니다. 윤동주와 빈센트 반 고흐를 모두 좋아한다면,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동주와 빈센트> 하드커버 에디션 어떠신가요?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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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들 - 좋은 날엔 좋아서, 외로운 날엔 외로워서 먹던 밥 들시리즈 6
김수경 지음 / 꿈꾸는인생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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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밥이나 음식, 요리에 관한 글 읽기를 좋아한다. 그런 글들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읽고 싶었던 책 <끼니들>은 출판사 꿈꾸는인생의 '들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다. 들시리즈는 한 사람이 책 한 권 분량을 꽉 채워 말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에세이라는데, 김수경 저자의 '끼니'에 얽힌 이야기가 이 정도라는 것에 부러운 마음이 든다. 내가 할 수 있는 끼니 이야기는 어느 정도 될까? 

 

그녀(저자)가 어릴 적 살던 집 뒤꼍의 텃밭에서 상추와 풋고추, 머위를 땄다면, 난 시골 사택 뒷산에서 고사리와 취나물을 땄다. 그녀가 처음 밥을 짓던 때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난 처음 떡국 끓이던 때가 생각났다. 수화기 너머로 엄마가 말해주시던 순서대로 했을 텐데 맛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처럼 책을 읽으면서 내 어릴 적 경험도 떠올릴 수 있어서 기분이 새로웠다.

대학생 때, 아빠가 콩나물국 싫어하신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어려웠던 시절에 할머니가 자주 해주셔서 사실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지금은 내가 딸아이 먹이려고 콩나물 넣은 된장국을 자주 끓인다. 책에서 콩나물 다듬기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나는 일일이 꼬리를 따지는 않고 콩깍지나 상한 부분만 골라낸다.

 

보통 장을 볼 때 대형 마트에서 보지만, 채소나 달걀은 채소가게에서 사는 편이다. 마트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종류별로 담아놓은 채소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리해본 적 없는 채소들도 한번 사볼까 하게 된다. 오이나 가지, 아욱 등 결혼하고 처음 내 손으로 장을 봐 와서 오이소박이나 가지무침, 아욱된장국을 끓이던 때가 생각난다. 제법 맛이 괜찮아서 혼자 뿌듯했었다.

그녀가 끼니 이야기를 하며 영화 이야기를 곁들이는 것도 좋다. '고양이와 할아버지', '바닷마을 다이어리'처럼 잔잔한 영화를 나도 좋아하는데, 딸아이가 좀더 자라면 함께 보고 싶다. 서른이 넘어 처음 달걀을 맛보는 주인공이 나오는 '줄리 앤 줄리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녀의 편식쟁이 남편이 두 아이를 골고루 잘 먹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결국 편식을 고쳤다는 말에 감동했다. 자신도 먹지 않던 채소의 중요한 영양소를 읊으며 아이들과 같이 입에 넣는다니.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대단하다.

라면 이야기를 읽으면서 대학교 입학하고 첫 동기 엠티 때 끓지도 않는 물에 면을 넣었다고 구박 받은 일이 생각났다. 김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전라남도에 살았던 중학생 시절 중국집 딸이 싸오던 새콤하고 맛있었던 김치가 떠올라 군침이 돌았다. '먹어 치우다'는 말이 싫고, 건강검진 결과가 성적표가 되는 나이가 되었다는 말에 공감한다. 제사 있는 날 우리 아빠도 밤을 치셨고, 우리집에서도 구운 가래떡은 간장과 참기름을 섞어 찍어 먹었다.

 

카스텔라 먹은 개 이야기나 엄마가 싸주시던 도시락,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식사 등 비슷한 기억이나 추억이 있는 이야기도 있고,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끼니에 관해 할 말이 꽤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끼니에 대한 에세이 <끼니들>을 읽으며 정감 있고 따뜻하고 아련하다. 아이 책만 잔뜩 읽다가 몇 달 만에 읽은 책이 <끼니들>이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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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제주! - 한 걸음 더 제주 생활 문화 산책
이영재 지음 / 모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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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내가 읽었던 제주 관련 책들은 대부분 여행 가이드북이다. <진심, 제주!>의 저자 이영재 아나운서는 강원도에서 근무하다가 제주에서의 삶에 대한 동경으로 제주 발령을 요청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20년 가까이 살며 매일매일 제주 소식을 전한' 아나운서가 들려주는 제주 이야기라고 해서 한번 읽어 보고 싶었다.


차례를 살펴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보여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진심, 제주!>는 여행 안내서라기보다 제주의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육지에서 놀러온 친구들이 애월로 가자고 하지만, 애월은 꽤 넓어서 중산간 쪽인지 바다 쪽인지 묻는다. 출출해지면 갈치구이와 흑돼지가 아닌 고등어회를 대접한다. 애월의 밤바다는 감상해야 할 대상으로 다가오지 않고, 나와 하나 되어 무아지경 상태에 빠져들게 한다는 말이 인상 깊다.

9년 전 게스트하우스 스탭으로 일하며 내가 머물던 곳은 근처에 제주조각공원과 산방산 탄산온천이 있는 안덕면이다. 바로 옆 동네가 모슬포항이 있는 대정읍이다. 모슬포항에서 송악산과 산방산으로 이어지는 해안풍경을 바라보면 가슴 속까지 시원해진다.

여행 중 이동할 때는 바다를 오른쪽에 두고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여야 좋다는 말을 하며,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 체제에 관해서도 이야기 한다. 구좌읍 평대리의 메이즈랜드를 소개하며, 미로와 미궁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크레타의 크노소스 궁전까지 보여 준다. 산굼부리, 아부오름을 말하며 제주 신화 중 송당 본향당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 준다.

관광객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애월읍 수산리는 애월읍 한복판의 적당한 해발에 자리하고 있다. 저수지를 품고 있는 수산리 사진을 보니 현실 세계가 아닌 듯한 느낌이다.




인생의 열두 달을 이야기 하다가 올레길을 소개한다. 유명 관광지를 지나지 않는 올레 3-B코스는 바다를 옆에 두고 온평 포구에서 표선 해수욕장까지 내달리는 해변길이다. 나는 통오름과 두모악을 경유한 A코스를 걸었는데, 나도 신풍 신천 바다목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참을 걷다가 오후 5시 넘은 시간에 목장을 마주했는데, 풍경이 너무 멋져서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제주 관광객이 꼭 들르는 제주시 오일장은 여러 번 가봤지만, 할망장터나 화려한 꽃밭으로 변신하는 봄의 오일장도 보고 싶다. 해군기지가 아니었다면 평화로운 마을이었을 강정을 이야기하며, 독일의 아우슈비츠 거짓말 법에 관해서도 말한다.

외국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공간이 무려 제주라니. 휴가지보다 훨씬 아름다운 제주가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이 소름 끼칠 지경이라는 저자가 이해된다.



제주의 독립서점,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보성 대한다원과 제주 녹차밭, 애월읍 목욕탕, 서귀포 이중섭 거리에서 새연교까지, 한림읍 제주맥주 양조장 등 제주 곳곳을 보여 준다. 이중섭 미술관도 김영갑 갤러리도 좋아하는 곳이라 관심 있게 읽었다.


2006년에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고, 제주도에 가면 꼭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들르기로 마음 먹었다. 2009년 봄과 2013년 여름에 갔던 두모악은 언제 가도 편안하고 금세 그리워진다. 김영갑 작가가 사랑했던 오름 사진을 보고만 있어도 감동이 밀려온다. 가을, 겨울에도 가보고 싶은 곳이다.

<진심, 제주!>는 제주에서 생활하며 제주 곳곳을 탐방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글을 읽다 보면 다방면으로 지식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내용이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아서 편하게 읽었다. <진심, 제주!> 같은 제주 에세이가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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