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레슬리 가너 지음, 이민주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작년까지만 해도 내 나이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스물일곱이 되고 보니 서른에 부쩍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에 친한 친구들끼리 10년 뒤에 만나자고 약속하며 10년 후가 오지 않을 것처럼 까마득하게만 생각되었다. 그와 비슷하게 대학 입학하고 새내기일 적엔 서른이란 나이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갑자기 막막해진다. 대학 졸업 후, 직업과 직장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던 것처럼 이제는 내 인생의 중심부를 책임질 나이가 되어간다는 게 조금씩 두려워진다. 그리고 마음이 조급해진다. 뭔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 놓아야 할 것 같고 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마쳐야 할 것 같다. 솔직히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의 10대인 내 모습에 만족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만한 문제들에 시간을 낭비했던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온 것 같다. 하지만 20대에 들어서면서 5년 후, 10년 후의 내 모습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계해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기에 지금도 늦지는 않았지만 무엇이든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서른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에 고른 책이다. 제목에 '꼭 알아야 한다'는 말이 들어가면 난 항상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바랐다.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그래야 실천할 수 있을테니까. 그러고 보면 [알아야 한다]와 [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니까 말이다. 차례를 살펴보면 '세상은 좀더 적극적인 사람에게 열려 있다.'나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는 [알아야 할 것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는 [해야 할 것들]에 가깝다. 물론 '화낼 줄 모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는 [알아야 할 것]이지만 동시에 [해야할 것]이기도 하다. 화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차례의 서른 가지 내용을 읽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판단력이 흐릿해진다. 아무래도 [알아야 할 것]과 [해야할 것]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나 보다. 

기자에서 작가로,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레슬리 가너가, 그녀가 만난 사람들과의 인생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그들이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서른이 되기 전에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정리해준다. 그녀는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을 들려주기도 하고, 무력감에 빠져 있을 때의 일도 서슴없이 말한다. 주변에서 관찰한 것을 이야기하고, 신화(神話)도 들려주며, 친한 친구의 이야기도 한다. 

불안하기도 하지만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하는 반환점이기도 한 서른살을 맞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레슬리는 말한다. 사실 책의 제목에서 궁금했던 내용들에 대한 답을 시원하게 듣지 못한 느낌이다. 그저 서른 살을 앞두고 진정으로 홀로서기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갑작스럽게 받아들이기보다 천천히 다가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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