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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보다 시코쿠
김환.김자람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5년 5월
평점 :
결혼식 대신 여행을 선택했다는 11년 차 커플 김환과 김자람은 <결혼보다 시코쿠>를 함께 썼다. 결혼에 대한 답을 찾으러 떠난 여행은 어땠을까? 나도 결혼 전에는 여행을 좋아했던 터라 결혼보다 여행이 좋다는 커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개나리색 표지의 열차 사진을 보니 여행 느낌이 물씬 난다. 여행에세이를 좋아하는데 한동안 못 읽다가 읽은 여행 이야기였기 때문일까? 늦은 저녁 졸린 시간에 앞부분만 조금 읽어 보자고 펼친 <결혼보다 시코쿠>를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다. 지루하지 않고 술술 읽혔다.

표지 디자인에 이어 깔끔하게 정리된 차례가 마음에 들었다. 두 사람이 각자 쓴 글을 출발부터 시작, 도전, 회상, 변화, 발견, 선택, 위기, 반전, 쉼표, 갈등, 제자리까지 한 단어로 뽑아내어 한 권으로 엮었다. 다른 책들과 다르게 눈에 띄는 점은 차례, 프롤로그, 출발에서 제자리, 에필로그, 부록까지 각 장이 시작될 때마다 차례에서 쓰인 각 단어들의 사전적 의미를 표기한 것이다.

저자 김환과 김자람 커플은 일본을 구성하는 4개의 섬 중 가장 작은 섬 시코쿠에서 2주 동안 살아보기로 한다. 다카마쓰의 일본식 다다미 주택에서 지내며 자전거를 타고 동네 풍경을 보고, 페리를 타고 쇼도시마에 가서 올리브 콘셉의 여행도 한다. 타이트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는 대신 계획 없이 즉흥적인 여행도 해 보고, 욕심내지 않고 하루에 딱 한 곳만 가기로 한 룰도 지킨다. 나오시마섬에서 자전거를 타고 미술관에 들르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우동을 맛보고, 요가원에서 요가를 하며 휴식을 취한다.
<결혼보다 시코쿠>에 시코쿠 이야기만 담은 것은 아니다. 커플의 오래 전 이야기라든지 예전 여행의 회상도 담겨 있다. 두 사람이 쓴 글이지만, 함께 여행했기 때문인지 불편함 없이 잘 읽혀진다. 책을 넘기면서 양쪽 페이지에 사진이 없어도 글이 빽빽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말하고 생각하는 부분을 글 중간중간에 주황색 글씨로 한두 문장씩 넣었는데, 책을 읽다가 잠깐씩 쉴 수 있는 기분이다. 본문에 사진도 적당히 있는 편이어서 책을 읽는 동안 지루함이 없다.

3칸짜리 작은 열차 고토덴을 타고 고토히라로 가서 하루 묵고, 마쓰야마로 가는 길에 만난 이요시(시모나다)에서 2박을 한다. 남들이 잠깐 들렀다 가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며칠 머물며,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보고 행복을 느낀다. 마쓰야마에서는 두 사람 간에 갈등이 생겨 하루를 각자 다니기도 하고, 혼자 다녔던 곳을 다음 날 둘이 다시 간다.
<결혼보다 시코쿠>를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여럿 있었다. '카모메 식당'과 '해피 해피 브레드'처럼 음식이 나오는 일본 영화 이야기라든지 예전에는 여행 계획을 꼼꼼하게 세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획을 덜 세우게 되는 것, 돌아볼 곳이 많은 도시 사이사이에 쉬어 가는 도시를 들르는 것이 그렇다. 부록에 13박 14일의 여행 경비와 시코쿠 여행 일정을 정리해 두었다. 이 책이 가이드북은 아니지만, 시코쿠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일정을 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도 여행을 마치면 노트 한 권에 경비를 정리하고 티켓이나 영수증을 붙여 여행을 기록하는 편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시코쿠 여행을 마친 기분이 든다.
저자 김환, 김자람 커플은 10년 넘는 연애의 결실을 결혼으로 마무리 짓기보다 '여행'을 선택했다. 시코쿠 2주 살이 여행이 시작이고, 그 다음은 무엇이 될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 더불어 두 사람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