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장면을 꼽으라면, 러시아 10월혁명 후 창고에 운집해 토론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혁명'이 아닌 수단으로 결코 이룰수 없는 급진적 변화의 증거가 내게는 그것이다. 


 녹색평론 155호 박노자 선생의 10월혁명에 대한 글에서 몇 대목을 옮겨본다.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좌파의 가장 근복적인 요구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노동자들의 경영참여인데, 이 요구를 최초로 실현한 것은 다름 아닌 10월 혁명이었다.(중략) 한데 복지국가 건설을 일찌감치 이루어내고 완전고용을 실시한 10월혁명 이후의 소련과의 체제경쟁이 아니었다면, 과연 서구 등지에서 복지개혁이 가능했을까 싶다. 서구형 복지국가가 바로 소련의 몰락 이후에 급속히 힘을 잃어가기 시작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 110~111쪽


'10월 혁명이 그 본래의 취지를 끝내 완수하지 못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레닌이 [국가와 혁명]에서 이야기했던, "주방의 하급 여성 노동자도 함께 국가경영에 참여하는" 코뮌식 비국가적 사회로서의 사회주의는 그 어디에서도 지속적 실현을 보지못했다.' - 112쪽


'인민이 아닌 [인민의 대표자들]만이 정치를 도맡는, 새로운 형태의 국가화된 산업사회다.' - 113쪽


'최근에 개봉된 켄 로치 감독의 대단히 훌륭한 사회비판 영화인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신자유주의화된 서구(영국)의 복지사무소가 복지지출액을 무조건 줄이기 위해서 복지 수혜자들을 얼마나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괴롭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때 [권리]로 인식되었던 복지는, 이제 국가가 되도록이면 덜 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경주하는 [시혜]가 되고 말았다.' - 126쪽


'[사회주의냐 야만이냐]라는 명제가 가장 시의적절한 때는 바로 지금이다. (중략) 어떻게 하면 인민대중들의 혁명적 민주성과 필요시의 혁명적 독재를 충돌없이 양립시킬 수 있을지, 새로운 상황에서 전위당의 의의와 역할이 무엇인지, 노조들의 급진화를 어떻게 이룰것인지, ' - 127쪽


박노자 선생의 말대로 10월혁명의 과제는 여전히 남겨져 진행중이다. 반동을 줄이고 인민에 의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실패한 신자유주의시대 이후의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행해야 하는가. 혁명은 폐기되어야할 방법인가. 농경전체주의 사회에서 바로 진행되었던 시월혁명과 다르게 우리는 그후 백년간 싾아온 풀뿌리 조직들이 있다. 시월혁명후 백년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을 돌아볼때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은빛 2017-07-14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라는 큰 나라에서 코뮌식 사회주의를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니 굳이 러시아가 아니더라도, 작은 도시 국가 규모가 아닌 이상,
한 나라에서 그런 시도가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참 잘 만든 영화에요. 내공이 느껴지는 영화.
 
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이렇게 습하고 지치는날 이 순박한 수의사 하쿠로와 보내는 시간은 즐거웠다. 사실 히가시노의 최근작은 보지않다 주인공이 수의사라 모처럼 읽어보니, 하쿠로군과 어서 다른이야기로 다시 만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무의 아이가 세상을 떠난날

울지도 못하는 동무를 붙잡고 꺼이꺼이 내가 운다


차마 아이의 영정사진을 보지도 못하고

독하디 독한 항암치료에 안지도 눕지도 못하며 괴로웠던 아이보다

그걸 보던 어미의 마음이 부서진 것에

산다는게 너무 잔인하구나 생각한다.


 사는 건 끊임없이 잃는 과정이다. 나날이 시들어가는 스스로도 매일 봐야한다. 시력말고는 모든 감각을 잃고, 가족을 잃고,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남들의 적의마저 봐가며 살아가던 타비토가 6권에 이르러 이 모든 것을 잃은 끝에도 다시 사랑하고, 살아가고 싶다고 마음을 먹는다.


 죽고 싶던 많은 순간에 함께 있어준 동무에게 머저리처럼 아무말도 못하고 서성이는데, 동무가 내게 "맨날 잠수타고"라고 다정히 등을 쓸어준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서 사내는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삼십년 해왔다. 검열의 시대엔 엄청난 책들이 그의 작업장에 밀려왔고, 그속에서 그는 지혜를 발견했다. 우연히 소중한 책들을 만나고, 구출해 필요로 하는 곳으로 보내는 것, 그것만이 그의 삶에 유일한 이유였다.


 그러나 그의 압축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속도와 능력을 자랑하는 엄청난 기계와 산뜻한 유니폼과 미소를 지닌 청년들의 등장과 함께, 그는 더이상 책을 만날수도 구출할수도 없다. 


문자를 혐오하던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펼친 집을 만드는 동안, 집이 내려앉게 책을 싾아온 이 사내는 새로운 작업장인 백지 작업장에서 빼돌린 종이에 자기 세계를 그리기보다, 오래된 압축기 속에 자신의 역사를 마감한다. 


교본으로 삼아도 좋을만큼 딱떨어지는 단편인데 리뷰를 쓰기는 쉽지 않다.


그저, 나도 싾아둔 책은 버리고, 우리는 살자 살자 살아남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97년 11월 28일 한겨레 14면

질문: 동성애자들의 생각이나 삶을 다룬 책, 영화, 연극을 본 적이 있는지? 그들의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회창


: 본 적은 없다. 동성애자들의 사생활도 인정받고 인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이 가는 점도 있다. 그러나 동성애가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것으로 비치지 않는 현실에서 이들의 사회운동화를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김대중


: 특별히 접할 기회가 없었다. 나는 동성애에 동의하지 않지만, 동성애도 이성애와 같이 인간에 대한 애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이단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자 활동 역시 인권보장의 한 부분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인제


: 동성애는 아주 미묘한 문제다. 사회에 저항하고 자신의 성아이덴티티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자연의 섭리를 바탕으로 인간다운 삶이 과연 어떤 형태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영화 ‘필라델피아’에 나타난 것처럼 동성애자를 하나의 신성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다.


권영길


: 영화 ‘필라델피아’를 보았다. 나는 한국 사회가 동성애 운동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 여건을 갖추었고, 당국 역시 이러한 사회 조류에 발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감은빛 2017-04-27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려 20년 전 대선후보들의 발언이군요.

어제 연행당한 분들 소식 접하고 진짜 열 받았어요.

게다가 문빠들의 행태는 더더욱 열받게 만들더군요.

무해한모리군 2017-04-27 21:39   좋아요 0 | URL
저는 친구가 둘이나 연행되서 진짜 열받더라구요.
농담삼아 군부대나 4차선 이상되는 도로도 아닌데 왜 연행이 됐냐고 웃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연행자들보고 폭력범 운운하는 자칭 진보주의자라는 사람들의 행태는 기가 차더군요. 무지개기 들고 그만 퍼포먼스도 못한단 말입니까.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나를 낚아채고 누가 쓴 것이 분명히 알아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